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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 경제 · 미래 전망

AI는 거품인가, 전기인가

한 인공지능 기업 대표의 미래 전망을 다섯 갈래로 풀어보고, 그 안에 섞인 사실과 과장을 통계로 가려본다. 버블 논쟁, 일자리, 국가자본주의, 인구 시계, 그리고 세 갈래 시나리오.

2026년 6월 · 인터뷰 영상의 주장을 검증·재구성한 분석 보고서

최근 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기업 대표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천문학적 투자, 출렁이는 주식 시장까지 — AI가 산업과 자본을 동시에 흔드는 국면에서, 그는 "지금은 거품을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거품의 구조를 이해할 때"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관점이지만, 인터뷰 형식의 대화에는 정확한 수치와 거친 추정이 뒤섞이기 마련이다. 이 글은 그 주장을 다섯 가지 질문으로 정리하고, 검증이 필요한 대목을 통계로 짚는다.


01모든 혁신에는 거품이 있다

— 버블은 위험 신호이자 진짜 혁신의 증거라는 역설

대표의 첫 번째 논지는 단순하다. 모든 거대한 혁신에는 거품이 따라붙고, 거품이 걷히면 진짜 기업만 선명하게 남는다. 그가 든 사례는 2000년 닷컴 버블이다. 당시 닷컴 기업의 대다수가 사라졌지만, 그 잿더미에서 아마존·구글이 솟아올랐다. 만약 폭락 한가운데서 살아남을 기업의 주식을 샀다면 수백 배의 수익을 거뒀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간다. AI는 산업 전반을 오랫동안 재편하기 때문에, 거품이 한 번에 크게 터지기보다 여러 차례 작은 거품이 반복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출렁임의 상당 부분은 수급이나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 게임"이라고 진단한다. 작은 사건 하나에 시장이 과도하게 공포에 빠지거나 환호한다는 것이다.

비유로 풀면

금광이 발견되면 수천 명이 몰려들지만, 정작 큰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캔 광부가 아니라 곡괭이와 청바지를 판 상인이었다는 골드러시 이야기가 있다. 지금 많은 투자자가 "어느 AI 기업이 이길지 모르니 일단 곡괭이(반도체)를 사자"고 움직인다. 거품론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 곡괭이가 과잉 생산되고 있는가, 아니면 금맥이 진짜인가?

이 관점은 시장의 주류 견해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다수는 "AI에 버블의 요소는 있으나, 닷컴 때와 달리 주도 기업들의 실제 이익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어 붕괴를 걱정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은 분명하다. 2025년 8월 기준 S&P 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Price-to-Earnings Ratio)은 22.5배로, 1980년 이후 닷컴 버블과 팬데믹 직후를 빼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증권가 전략 보고서)

⚑ 사실 점검

"딥시크가 나왔을 때 엔비디아 주가가 하루 만에 10%씩 폭락했다 — 작년 2~3월쯤"

시기와 낙폭 모두 어긋난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R1 모델 공개는 2025년 1월 20일, 엔비디아 주가 급락은 1월 27일이었다. 낙폭은 10%가 아니라 약 17%(16.97%)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846조 원이 증발했다. 이는 미국 증시 역사상 단일 기업 최대 하루 시총 감소 기록이다. 다음 날 약 9% 반등하며 일부를 되찾았다. 큰 그림(작은 충격이 과도한 변동을 부른다는 논지) 자체는 오히려 이 사례가 잘 뒷받침한다. (한국경제·이데일리 등 2025.1)

02AI는 결국 전기처럼 된다

— 인프라가 되는 순간, 그것으로 돈 버는 방식이 바뀐다

대표가 던진 두 번째 비유가 이 인터뷰에서 가장 날카롭다. 그는 "반도체가 AI 덕분에 돈을 번다"는 통념을 전기의 역사로 뒤집는다. 전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첫 용도는 '불을 밝히는 것' 하나였다. 그러나 전기는 곧 난방·공장 동력·교통으로 번졌고, 오늘날 우리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충전하면서 전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는다.

그의 예측은 이렇다. AI도 의식하지 않고 쓰는 단계, 즉 공유 자산(인프라)이 된다. 그리고 어떤 기술이 도로·상수도·통신처럼 공유 자산이 되는 순간, 그것을 '생산하는' 기업은 더 이상 큰돈을 벌지 못한다. 전기를 만드는 한국전력이 만성 적자이고, 통신사들이 규제 속에서 박한 마진에 머무는 것이 그 증거다. 진짜 돈은 그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서비스(전기로 치면 가전·전기차, 인터넷으로 치면 앱·플랫폼)가 번다는 것이다.

비유로 풀면

1990년대에 "인터넷 회선을 까는 회사가 돈을 벌 것"이라고 본 사람과, "회선 위에서 검색·쇼핑·동영상을 파는 회사가 돈을 벌 것"이라고 본 사람이 있었다. 20년 뒤 승자는 후자였다. 대표의 주장은 AI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 지금은 '회선(반도체·데이터센터)'에 돈이 몰리지만, 다음 국면의 승자는 그 위에서 구체적 문제를 푸는 서비스라는 것.

실제로 그는 자신의 회사 사례를 든다. AI 에이전트로 약 처방 배송을 자동화한 미국의 한 회사가 직원 수십 명으로 1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넘겼다거나, 미국의 사모펀드들이 중소 회계법인 수십 곳을 인수해 업무의 절반을 AI로 자동화하고 마진율을 10% 미만에서 40%까지 끌어올린다는 식의 이야기다. 개별 수치는 검증하기 어렵지만, "AI가 전통 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인간 방식 그대로가 아니라 AI에 맞게 재설계한다"는 흐름은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관찰되는 변화다.

1단계 · 신기술 한 가지 용도 전기→조명 AI→챗봇 2단계 · 확산 전 산업 침투 생산자가 돈을 많이 버는 시기 3단계 · 인프라 공유 자산화 위에서 돌아가는 서비스가 돈을 번다 기술이 '의식하지 않고 쓰는 것'이 되기까지 전기·통신·도로가 걸어온 길 — AI도 같은 궤적을 밟는다는 가설
인프라 정착의 3단계 모형. 인터뷰의 '전기 비유'를 도식화한 것으로, 검증된 역사적 추세에 기반한 가설이다.

03가장 먼저 잘리는 건 신입이다

— 하드 스킬은 대체되고, 살아남는 건 메타 스킬이라는 진단

일자리에 대한 그의 전망은 직관과 어긋난다. 흔히 "관리자가 먼저 위험하고 젊은 실무자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반대라고 본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해고가 시작된 직군은 AI를 만들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그중에서도 경험 없는 신입(프레시맨)이 먼저 밀려났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AI를 일꾼으로 부리려면 '일을 시킬 줄 알고, 결과를 평가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건 대개 한때 실무를 해본 관리자다. 신입은 아직 AI에게 일을 시키고 검수할 역량이 없어 자리를 잃는다. 그는 개발자들이 이미 "낮에는 기획만 하고, 퇴근하며 AI 100개에 코딩을 시켜놓고, 아침에 검수한다"는 식으로 일한다고 묘사한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구분은 하드 스킬(hard skill)과 메타 스킬(meta skill)이다. 대학에서 배우는 미적분, 반도체 설계, 그림 그리기, 코딩 같은 '반복으로 숙달하는 기술'이 하드 스킬이다. 이런 것은 AI가 70~80%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 반면 살아남는 것은 두 가지를 합친 능력이다.

비유로 풀면

메타인지는 '시험 문제를 풀기 전에, 이 문제를 내가 풀 수 있는지 없는지 아는 능력'이다. AI는 데이터에 있는 패턴은 잘 다루지만,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일이 "될지 안 될지"를 미리 판단하는 데는 약하다. 로켓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믿고 실현해낸 사례처럼, '아무도 안 해본 것을 된다고 보는 판단력'이 점점 더 희소해진다는 것이다.

무엇이 대체되고, 무엇이 남는가 AI가 대체 (70~80%) 미적분 · 코딩 · 설계 암기 · 반복 업무 정답·데이터가 있는 일 = 하드 스킬 인간에게 남는 영역 문제 정의 · 팀빌딩 협상 · 신뢰 구축 '될지 안 될지' 판단 = 소프트 스킬 + 메타인지
인터뷰가 제시한 '메타 스킬' 프레임. 문과·이과의 구분보다 이 축이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 대표의 주장이다.

이 진단에는 통계적 뒷받침도 일부 있다. 다만 "AI가 일자리를 줄이기보다 기술 분야 고용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한 인사는 2025년 AI 투자가 단순 투기가 아니라 고용과 생산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생산적 투자로 작동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신입부터 대체된다'는 주장은 특정 직군(소프트웨어)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며, 전 산업으로 일반화하기엔 아직 데이터가 진행 중이다.

04미국도 이미 국가자본주의로 돌아섰다

— 중국식 경쟁-합병 모델과, 그에 맞서는 미국의 변신

대표의 분석 중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국가자본주의'다. 그는 미국과 중국 모두 사실상 국가가 자본을 진두지휘하는 체제로 이동했다고 본다. 관세, 정부의 직접 개입, 인력 구조조정까지 — 미국이 자유시장의 원칙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가 묘사하는 중국식 모델은 구체적이다. 반도체 노광장비 같은 핵심 기술이 필요하면, 정부가 여러 기업에 자금을 매칭해 동시에 경쟁시킨다. 어느 한 곳이 성과를 내면, 그 핵심 인력을 다른 기업이 스카우트하도록 정부가 보장하고, 거기에 다시 기술을 접목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게 한다. 이를 몇 년간 반복하다가, 뒤처진 3~5위 기업을 1~2위에 합병시켜 인재·공장·기술을 몰아준다. 그는 이 방식을 "민주주의·산업자본주의 체제가 이겨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한국에서 한 회사 인력을 경쟁사가 빼가면 소송과 처벌이 따른다. 중국에서는 그것을 정부가 보장하고 가속한다 — 인터뷰의 핵심 대조.

중국이 원천기술 논문·특허에서 세계 1위라는 주장은 분야와 집계 기준에 따라 갈리지만, 다수의 과학기술 지표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거나 근접했다는 분석은 실제로 여러 기관에서 나온다. 핵심은 그가 말한 '롱터미즘(long-termism)' — 미국과 중국의 의사결정권자들이 30년, 길게는 수백 년 단위로 미래를 설계한다는 관찰이다. 다만 "그들이 1,000~2,000년을 내다본다"는 표현은 수사적 과장에 가깝다.

개념 정리

국가자본주의란,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대신 국가가 자본의 흐름·투자·인수합병에 직접 개입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체제다. 핵심 기술을 '국가 대항전'으로 다루기 때문에, 단기 수익성보다 전략적 우위를 우선한다. 인터뷰는 이것이 더 이상 중국만의 것이 아니라 미국의 관세·산업정책에도 스며들었다고 본다.

05한국의 인구 시계 — 가장 검증이 필요한 대목

— "25년 후 절반이 노인"이라는 주장은 정확한가

대표는 한국의 미래를 인구로 못 박는다. 그는 "지금부터 25년 후면 한국 인구의 51%가 65세 이상이 되고, 일할 사람은 지금의 절반 이하가 된다"고 단언한다. 인구 통계는 거의 정해진 미래라는 점에서 강력한 논거지만, 이 수치는 과장이다.

한국 65세 이상 인구 비중 전망 (통계청) 50% 25% 0% 17.4 20.3 30.9 40.1 47.7 2022 2025 2036 2050 2072 인터뷰가 "51%"라 말한 2050년경 → 실제 40.1%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기준. 65세 이상 비중은 2050년 40.1%, 2072년에야 47.7%로, '50%'에 도달하는 시점은 추계 범위(2072년) 안에도 없다.
⚑ 사실 점검

"25년 후 한국 인구의 51%가 65세 이상이 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비중은 2025년 20.3%, 2036년 30.9%, 2050년 40.1%, 2072년 47.7%다. 25년 뒤인 2050년에 절반이 노인이 된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비중은 2052년 50.6%로 전망되는데, 이 '가구 기준' 수치를 '인구 기준'으로 혼동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할 사람이 절반 이하로 준다"는 방향성은 맞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0년 72.1%에서 2050년 51.9%로 줄고,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2023 장래인구추계)

⚑ 사실 점검

"합계출산율은 0.76에서 0.81로, OECD 압도적 꼴찌" / "노인·청소년 자살률 OECD 1위"

출산율은 대체로 맞다. 2023년 0.72(역대 최저)에서 2024년 0.75, 2025년 0.80으로 2년 연속 반등했으나, 여전히 OECD 38개국 중 단독 최하위다. 자살률은 한국이 2003년 이래 OECD 1위이며, 노인 자살률은 압도적 1위가 맞다. 다만 '청소년(10대) 자살률'은 일부 연령별 비교에서 아이슬란드가 1위로 나타나, 모든 연령에서 1위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통계청·보건복지부 2024~2025)

06세 갈래의 미래

— 낙원, 지옥,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

대표는 마지막으로 미래를 세 시나리오로 나눈다. 미래를 맞히는 일이 아니라, 세 가지를 모두 염두에 두고 지금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경영자와 정책결정자의 몫이라는 취지다.

① 낙원 로봇세·재분배로 생계가 보장되고 노동은 자아실현이 되는 사회 실현 난도: 매우 높음 ② 중간 국가 안에서 낙원과 지옥이 공존 · AI 충격이 예상보다 천천히 대표 전망: 2.5~2.8 ③ 지옥 '초지능 제국주의' 미·중이 이익·인재를 독식하고 나머지는 생산기지로 전락 베네수엘라 경로 위험 "낙원을 기대만 할 게 아니라, 세 시나리오를 모두 두고 의사결정해야 한다"
인터뷰가 제시한 세 시나리오. 대표 본인은 현실 경로를 2.5~2.8 사이, 즉 중간과 지옥 사이에 가깝게 본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균형 감각도 있다. 그는 AI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오픈AI가 'AGI(범용인공지능)가 거의 다 됐다'고 말하는 것은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블러핑(허세)에 가깝다"고 잘라 말한다. AGI는 빨라야 5년, 어쩌면 10년 더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끌어모은 자본이 데이터센터를 짓고 반도체 수요를 증폭시키는 — 즉 거품의 연료가 되는 — 구조를 지적한다.

마지막 통찰은 의외로 비물질적이다. "자본이 풍요로운 것이 곧 낙원은 아니다." 수백억대 자산가인 자신도, 수천억대 지인도 그 부가 곧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결국 풍요의 시대에 '낙원'을 정의하는 일 자체가 더 어려워진다는 역설로 인터뷰는 끝맺는다.


정리하면

인터뷰는 대화이지 논문이 아니다. 거친 수치와 날선 통찰이 섞여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중요한 것은 개별 숫자의 정확성보다, 그가 던진 질문의 구조다 — AI를 거품으로 볼 것인가 인프라로 볼 것인가, 인간에게 남는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국가는 그 전환기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숫자가 조금 틀려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