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상하이에서 JP모건 회장이 풀어낸 다섯 가지 화두. 그 바닥에는 "하나를 예측하지 말고 결과의 범위 전체에 대비하라"는 일관된 사고가 흐른다.
2026년 5월,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회장 겸 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이 상하이에서 열린 자사 글로벌 차이나 서밋(Global China Summit)에서 블룸버그와 마주 앉았다. 채권 금리에서 시작해 신용 사이클,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와 일자리, 뉴욕의 세금 정책, 그리고 중국까지 — 한 시간 가까운 대화는 그가 같은 해 4월 주주 서한에서 정리한 우려를 구어로 다시 풀어낸 자리였다.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이것이다. "나에게 수정 구슬은 없다."
다이먼은 미래를 단 하나의 시나리오로 고정하는 것이야말로 지적 오류라고 말했다. 침체가 인플레이션과 함께 올 수도, 없이 올 수도 있고, 집값이 40% 빠질 수도, 주가가 40% 빠질 수도 있다 — 결과의 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이다. 그가 강조한 것은 예측이 아니라 대비였다.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 모두에서 고객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회사를 준비시킨다는 것. 아래 다섯 갈래는 그 '대비'의 구체적 내용이다.
지금 채권 금리는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인데도 주식은 계속 오른다. 불안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다이먼은 금리가 '더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금리는 결코 오르지 않을 것처럼 여겼던 통념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그가 든 압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본 수요의 폭증이다. 대표 사례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다. 그는 작년 약 4,500억 달러, 올해 약 7,500억 달러, 내년 1조 달러라는 숫자를 들었는데, 이는 실제 데이터센터 자본지출(capex, capital expenditure) 추정치와 대체로 맞는다. 블룸버그NEF(BloombergNEF)는 14개 대형 사업자의 자본지출이 2025년 4,500억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에서 2026년 7,500억 달러에 근접한다고 봤고, 델오로그룹(Dell'Oro Group)은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자본지출이 1조 달러를 넘는다고 전망했다. 다만 다이먼은 이를 "미국만의" 숫자처럼 언급했는데, 같은 규모는 사실 전 세계 합계에 가깝다.
둘째, 정부의 차입 급증이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 총액은 약 36~37조 달러, 그중 시장에서 거래되는 공공 보유분이 약 30조 달러다. 다이먼이 인터뷰에서 든 "30조 달러"는 이 공공 보유분에 가깝다. 그는 기존 부채의 평균 금리가 3.5% 안팎이어서 지금은 그보다 낮은 금리로 갈아탈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한 해 미국이 낸 국가부채 이자만 약 9,700억 달러로 2022년의 두 배 수준이며, 미국 의회예산처(CBO, Congressional Budget Office)는 2036년 이자 지급액이 2조 1,000억 달러까지 늘 것으로 본다.
셋째, 끈적한 인플레이션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유지되면 장기 채권을 들고 있으려는 수요가 줄고, 그만큼 금리는 위로 밀린다.
지난 15년의 저금리는 세계에 '쓰고 남는 돈'이 넘쳐서 가능했다. 저수지의 물이 둑 위로 넘칠 만큼 많으면 누구나 싼값에 물을 끌어다 쓴다. 그런데 AI 투자와 정부 적자가 동시에 물을 퍼 가기 시작하면, 같은 둑의 수위가 빠르게 내려가고 물값(금리)은 오른다. 다이먼은 세계가 '저축 과잉'에서 '저축 부족'으로 넘어가는 중일 수 있다고 본다.
다이먼이 덧붙인 단서가 중요하다. 금리 상승 자체가 반드시 나쁜 신호는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생산적인 투자를 늘려 자본 수요가 커질 때도 금리는 올랐다. 문제는 정부 지출의 상당 부분이 미래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가 아니라 소비성 지출이라는 점이다. 그런 지출은 당장의 기업 이익은 끌어올려 주가를 떠받치지만, 미래의 생산성으로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다이먼은 지금 가격에서는 크레딧 스프레드(credit spread, 회사채 금리에서 같은 만기 국채 금리를 뺀 차이로, 기업의 부도 위험에 대한 보상)를 사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은 안 사도 되는 사치를 누리지만, 패시브 펀드(passive fund,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펀드)는 지수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사야 하고, 그 의무적 매수가 수요를 떠받친다고 봤다. 사람들이 잊고 있는 위험의 핵심은 '리파이낸싱(refinancing, 만기가 돌아온 부채를 새 부채로 갈아타는 것)'이다.
시장에는 약 5조 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론(leveraged loan,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받은 고금리 대출)이 있고, 많은 기업과 정부가 낮은 금리에 빌린 돈을 비슷한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갈아타는 값이 비싸진다. 일부는 헤지(hedge, 금리 변동 위험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를 해뒀지만, 상당수는 그러지 못해 충격을 그대로 받는다.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금리 위험을 떠안고 있는 셈이라고 다이먼은 지적했다. 참고로 미국 레버리지 론 시장 자체는 약 1.4~1.5조 달러, 사모신용(private credit, 은행을 거치지 않고 운용사가 직접 빌려주는 대출)은 약 1.7조 달러 규모로, 다이먼의 "5조 달러"는 고수익·고위험 신용 전반을 합친 어림치로 보인다.
평소에는 누구나 현금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장이 겁에 질리면 모두가 동시에 현금을 원한다. 극장에 불이 나자 관객 전원이 같은 출구로 달려가는 장면과 같다. 이때 중앙은행은 긴축하고, 은행은 발을 빼며, 패시브 펀드는 규칙대로 팔아야 한다. 정작 현금이 가장 절실한 순간에 유동성은 사라진다. 다이먼은 1973년·1982년·1994년·2000년의 충격이 모두 이런 식으로 분위기가 한순간에 뒤집히며 시작됐다고 상기시켰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경로는 이렇다. 어느 시점에 많은 기업이 더 높은 금리로 부채를 갈아타야 하고,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비용이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준다. 그것이 어렵지 않게 경기침체로 번질 수 있다. 다이먼은 침체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 사람들이 해고되는 고통은 별개다 — 이를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분류했다.
"채권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과 자본 수요를 함께 본다. 둘 다 금리를 위로 민다."
JP모건은 스스로를 "은행 일을 겸하는 기술 회사"라고 부른다. 회사의 2026년 기술 예산은 약 198억 달러로, 이 중 약 12억 달러가 AI와 시스템 현대화에 추가 배정되고, 사이버보안에도 상당액이 들어간다. 다이먼이 인터뷰에서 든 숫자는 다소 뭉개졌지만,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규모가 이 수준이다. 그는 리스크 관리, 사기 탐지, 마케팅, 디자인, 문서 관리, 영업 우선순위, 지점 입지, 헤지까지 거의 모든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일자리에 대해서는 솔직했다. AI는 일부 직무를 줄일 것이고, 회사는 연 10% 안팎의 자연감소(attrition, 퇴직·이직으로 자연스럽게 빠지는 인원) — 연 2만 5천~3만 명 — 를 통해 인력을 재교육하고 재배치하겠다고 했다. AI 인력은 더 뽑고 특정 분야 뱅커는 줄어들겠지만, 남은 사람의 생산성은 올라간다는 것이다. 아침에 누군가를 면접 볼 때 AI가 미리 자료를 정리하고 질문을 뽑아 주면, 일 자체는 같아도 훨씬 똑똑하게 처리하게 된다는 식이다.
그는 사회가 변화 속도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일부 직무는 AI·사이버처럼 국가 단위지만, 광산 도시·자동차 도시·화학 도시처럼 매우 지역적인 직무도 있다. 따라서 지역 고등학교·전문대학이 지역 기업과 손잡고 12주에서 1년짜리 자격증 과정으로 실무 인력을 길러야 한다고 봤다. 그는 향후 5년간 미국에서 연봉 10만 달러짜리 숙련직(trade jobs)이 800만 개 생긴다고 주장했는데, 이 수치는 다이먼 본인의 추정이다.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무력하지 않다, 다만 준비가 필요하다"였다.
다이먼은 뉴욕 시장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의 부유층·기업 증세안이 뉴욕의 사업 거점 지위를 더 훼손할 수 있다고 봤다. 두 사람은 인터뷰 전 실제로 만났고, 그는 JP모건이 뉴욕에서 내는 세금·고용·자선이 얼마나 큰지, 최저시급 25달러를 비롯해 직원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설명했다고 한다. 그가 강조한 틀은 도덕이나 이념이 아니라 '경쟁'이었다. 도시는 상하이·홍콩·싱가포르뿐 아니라 내슈빌과도 경쟁하며, 사람들은 발로 투표한다(vote with their feet)는 것이다.
JP모건 자신의 데이터가 그 추세를 보여준다. 회사는 4월 주주 서한에서 뉴욕시 인력을 10년 전 약 3만 명에서 약 2만 4천 명으로 줄였고, 텍사스 인력을 2015년 약 2만 6천 명에서 약 3만 2천 명으로 늘렸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다이먼이 구두로 든 "3만 5천→2만 6천, 1만 2천→3만 3천"은 서한의 공식 수치와 다소 차이가 있다. 방향은 같다.) 뉴욕시 금융기관은 9%의 법인세를 부담하는 반면, 텍사스는 변동 프랜차이즈세를 적용한다. 댈러스 시장이 수시로 전화해 무엇을 도울지 묻는다는 일화도 곁들였다.
다이먼은 1970년대 뉴욕에 포춘(Fortune) 500대 기업 본사 120곳이 있었으나 이후 약 10년 사이 60곳이 세금·범죄 등을 이유로 떠나거나 합병됐다고 회고했다. GE, IBM, 아메리칸항공 같은 큰 이름들이다. 반(反)기업 정책이 도시를 돕는다는 생각은 틀렸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더 복잡하다. 맘다니 당선 직후 오히려 맨해튼 고가 주택 거래가 늘었고, 일부 부동산 분석은 "대탈출은 신화"라고 반박한다. 숙련 인력과 초년 전문직에게 뉴욕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자료도 있다. 다이먼 본인도 "공정한 세금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공정한 몫'을 말하려면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 — 반(反)무슬림, 반(反)유대 — 에 반대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중국에 대해 다이먼은 미·중이 대만 문제처럼 실질적 차이를 안고 있지만, 반테러·핵 비확산·AI의 적절한 통제 같은 영역에서는 공통 이해가 크다고 봤다. 두 강대국은 모든 층위에서 상시 대화하며 무역 갈등을 풀어가야 하고, 그것이 양국과 세계 모두에 이롭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으로는 수출 과의존을 꼽았다. 그것이 주변국을 자극하고 있으며, 남중국해를 둘러싼 마찰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정책 당국이 이런 문제들을 알고 전략적으로 풀어 왔다는 점은 인정했다. 중국이 '안전자산'이 됐다는 시각에는 부분적으로만 동의했다. 그는 미국이 여전히 가장 안전한 투자처이자 법치가 가장 견고한 곳이라면서도, 어떤 투자자든 중국의 자동차·배터리·태양광·공작기계 역량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회는 양쪽 모두에 있다는 것이다.
다이먼의 메시지를 한 줄로 줄이면, 미래를 하나의 예측으로 못 박는 것은 오류이며 가능한 결과의 범위와 확률에 모두 대비하라는 것이다. 그는 금리와 크레딧 스프레드가 더 오르는 시나리오를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분류하면서도, 그것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준비는 어차피 해야 했던 일이고,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더라도 잃을 것이 없다는 논리다. 정작 그가 가장 무겁게 본 변수는 시장이 아니라 지정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