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소프트웨어 개발 · 분석
장인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AI 코딩 시대, 개발자 정체성 논쟁이 비워 둔 자리
2026년 4월,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 순다르 피차이는 회사 블로그에서 구글에서 새로 작성되는 코드의 75%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생성된 뒤 엔지니어의 승인을 거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2024년 가을 25%, 2025년 봄 30%, 2025년 가을 50%를 지나 1년 반 만에 세 배로 늘었다. 깃허브(GitHub)는 코파일럿(Copilot) 기능이 켜진 파일 안에서 작성되는 코드의 평균 46%를 자사 도구가 만들어낸다고 집계한다. 스택오버플로(Stack Overflow)의 2025년 개발자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4%가 AI 도구를 이미 쓰고 있거나 쓸 계획이라고 답했다.
숫자가 가리키는 사실은 분명하다. 코드를 직접 손으로 짜는 능력은 더 이상 개발자를 다른 직군과 구분하는 표지가 아니다. 구독료 몇만 원이면 누구나 작동하는(적어도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프로그램을 몇 시간 만에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코드를 쓰는 사람으로 정의되던 개발자라는 정체성에는 무엇이 남는가.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반복되는 질문이다.
장인이냐, 양산자냐
이 논쟁은 흔히 두 인물형으로 정리된다. 한쪽에는 느리지만 정교하게, 오래 가는 결과물을 깎아내는 장인(artisan)이 있다. 다른 쪽에는 조립식 가구를 빠르게 찍어내듯 속도와 양으로 승부하는 양산자(builder)가 있다. 기업이 원하는 쪽은 대체로 후자다. 지금 당장 자리에 앉아 빨리 만들어내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코딩 도구는 바로 이 양산을 누구에게나 가능하게 만들었다.
스택오버플로 블로그의 한 칼럼은 이 구도가 사실은 대립이 아니라고 본다. 인쇄기나 바퀴, 인터넷이 그랬듯 AI도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손코딩을 선택의 문제로 만들었을 뿐 장인 정신 자체를 없애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칼럼이 내놓는 결론은 장인이면서 동시에 빠르게 양산하는 사람, 곧 장인형 양산자다. 글쓴이는 자신의 글쓰기 경험을 근거로 든다. AI가 그럴듯한 문장을 누구나 뽑아내게 되자, 글쓰기의 가치는 문장을 쓰는 능력에서 읽는 이를 움직이는 이야기를 짜는 솜씨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코딩도 같은 경로를 밟으리라는 전망이다.
맞는 부분 — 가치는 이동했다
이 통합론에서 견고한 축은 가치의 이동이라는 진단이다. 피차이가 밝힌 75%라는 수치에는 "엔지니어의 승인을 거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AI가 코드를 쏟아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 가르는 관문은 여전히 사람이라는 뜻이다. 가치는 자판을 두드리는 손에서, 무엇을 왜 만들지 정하고 결과물을 검증하는 판단으로 옮겨간다.
이 판단의 무게는 신뢰의 공백에서도 드러난다. 스택오버플로 2025년 설문에서 AI가 내놓은 결과를 신뢰한다고 답한 개발자는 29%에 그쳤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6%였다. 도구를 쓰는 비율(84%)과 그 결과를 믿는 비율 사이의 간극이, 검증하는 사람의 자리를 그대로 보여준다.
빈 칸 ① — AI 코드는 정말 부실한가
통합론은 "AI 코드는 빠르게 찍어낸 조립식 가구처럼 오래 못 간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이 전제를 두고 증거는 엇갈린다.
코드 변경 데이터를 분석하는 깃클리어(GitClear)는 2020~2024년 사이 2억 1,100만 줄의 코드 변경을 분석한 2025년 보고서에서 품질 악화 신호를 짚었다. 코드를 재정비하는 리팩터링(refactoring)의 비중은 2021년 전체 변경의 25%에서 2024년 10% 아래로 떨어졌고, 복사·붙여넣기 된 코드의 비중은 8.3%에서 12.3%로 늘었다. 작성 후 2주 안에 다시 수정되는 코드(churn)는 5.5%에서 7.9%로 증가했으며, 중복 코드 블록의 출현 빈도는 한 해 만에 여덟 배로 뛰었다. 2024년에는 처음으로 복붙된 줄 수가 재사용을 위해 옮겨진 줄 수를 넘어섰다.
반대 방향의 증거도 있다. 깃허브가 5년 이상 경력의 개발자 2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 대조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에서는 코파일럿으로 작성한 코드의 가독성이 3.62%, 신뢰성이 2.94%, 유지보수성이 2.47% 개선됐고, 승인될 확률도 5% 더 높았다. 한편 2025년의 한 연구는 AI 도입 이후 경험 많은 개발자가 다른 사람의 코드를 검토하는 부담이 커지면서 자신의 본래 생산성은 19%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품질 악화 신호 ▼ GitClear 2025
- 리팩터링 비중: 25%(2021) → 10% 미만(2024)
- 복붙 코드: 8.3% → 12.3%
- 2주 내 재수정(churn): 5.5% → 7.9%
- 중복 코드 블록 출현: 한 해 만에 8배
품질 개선 신호 ▲ GitHub RCT
- 가독성 +3.62%
- 신뢰성 +2.94%
- 유지보수성 +2.47%
- 승인 확률 +5%
요컨대 "AI 코드는 부실하다"는 단정은 데이터가 받쳐주지 않는다. 누가, 어떤 맥락에서 도구를 쓰는지에 따라 품질은 갈린다. 숙련자가 검증의 고삐를 쥐면 품질이 오르고, 검증 없이 양만 쏟아내면 기술 부채가 쌓인다. 이 갈림길 자체가 통합론의 손을 들어준다.
빈 칸 ② — 장인은 어디서 오는가
통합론의 가장 큰 허점은 다른 데 있다. 그것은 경험 많은 장인이 이미 존재한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장인은 태어나지 않는다. 수없이 평범하고 때로는 부실한 코드를 직접 짜보고, 막히고, 디버깅하고, 선배의 지도를 받는 과정을 수천 번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 문제는 AI가 자동화한 영역이 바로 그 입문자의 잡일이라는 점이다.
비유로 이해하기
장인의 양성은 도제식 공방과 닮았다. 견습공은 처음에 못을 박고 나무를 다듬는 단순 작업을 맡으며 손과 눈을 길들이고, 그 반복 끝에 비로소 의자의 구조를 이해하는 장인이 된다. 그 단순 작업을 전부 기계가 대신하면 공방은 당장은 더 많은 의자를 찍어낸다. 그러나 견습공이 거칠 단계가 사라지면 다음 세대의 장인은 어디서 길러지는가. AI가 자동화한 것은 의자 자체가 아니라, 장인이 되는 길의 첫 계단이다.
이미 데이터에 흔적이 남아 있다. 22~25세 개발자의 고용은 2022년 말부터 2025년 7월 사이 약 20% 줄었고, 기술 인턴 공고는 30% 감소했다. 빅테크의 신규 졸업자 채용 비중은 2023년 9.3%에서 7%로 내려갔다. 하버드의 한 연구는 GPT-4 출시 이후 AI에 노출된 직군에서 22~25세 고용이 약 13% 감소한 반면 시니어 일자리는 늘었다고 분석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2025년 초 내놓은 연구는 쓰기 작업을 챗봇에 맡긴 성인에게서 뇌 활동과 회상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인지 부채(cognitive debt)라고 불렀다.
업계 내부에서도 경고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마크 러시노비치와 스콧 핸슬먼은 2026년 4월, AI가 주니어 개발자 파이프라인을 공동화(空洞化)시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핸슬먼은 앞의 통합론 칼럼에서, 견고하고 안전한 시스템은 결국 코드를 진짜로 아는 사람만이 만든다는 취지로 인용된 바로 그 인물이다. 전문가의 필요성을 강조한 논리가, 정작 그 전문가의 공급원이 마르고 있다는 경고와 한 사람 안에서 만난다.
이것이 끊긴 사다리(broken rung)다. 인턴에서 주니어, 미들, 시니어로 이어지던 경로의 가운데 단이 사라지고 있다. 한 시니어가 AI를 끼고 여러 주니어 몫을 해내면, 기업으로서는 주니어를 굳이 채용해 6개월씩 키울 이유가 줄어든다. 단기 생산성은 오르지만, 5~10년 뒤 시니어가 은퇴할 때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이 없다는 구조적 문제가 남는다.
빈 칸 ③ — 글쓰기 비유의 한계
통합론이 기대는 글쓰기 비유에도 한계가 있다. 코드는 산문보다 정답성의 제약이 훨씬 강하다. 글은 좋고 나쁨이 주관적이지만, 코드는 돌아가는지, 안전한지, 부하가 늘어도 버티는지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가름 난다. 그래서 코드에서의 안목(taste)은 글쓰기에서보다 검증 가능하다. 이 점은 통합론에 유리하다. 안목이 실재하고 측정 가능하다면 그것을 갖춘 사람의 가치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위험도 따른다.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판단은 그만큼 자동화하기도 쉽다. 코드의 정합성·보안·성능을 평가하는 안목 계층마저, 모델이 충분히 좋아지면 압축될 수 있다. 통합론은 판단의 자리를 사람의 영구 거점처럼 그리지만, 그것이 영구적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빈 칸은 결국 사람 문제다
장인형 양산자라는 결론은 가치가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정확히 짚는다. 다만 그 장인이 어떻게 다시 길러지는지는 비워 둔다. 여러 논평이 공통으로 지적하듯, 사다리를 부순 것은 AI라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단기 처리량을 보상하고 멘토링을 비용으로 취급하는 인센티브 설계에 가깝다. 같은 도구가 견습을 가속하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입문 경로를 끊어내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논쟁의 진짜 질문은 장인과 양산자 중 무엇이 될 것인가가 아니다. 누구나 양산자가 된 시대에 장인은 어디서 길러지는가이다. 통합론은 이 질문을 던지기 직전에 멈춰 선다. 빈 칸을 채우는 일은 더 나은 모델이 아니라, 입문자가 거칠 계단을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