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자동화 · 창업
AI 슬롭의 경제학
‘AI 에이전트 50개가 회사를 돌린다’는 서사는 왜 거짓인가 — 자동화 플랫폼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자동화 만능론을 정면으로 부정한 이유
자동화 도구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AI가 알아서 다 해 준다”는 약속을 거짓말이라고 부른다면, 한 번쯤 귀를 기울일 만하다. 검루프(Gumloop)는 비개발자가 코드 없이 업무를 자동화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매일 수백만 건의 워크플로(workflow, 업무 흐름)가 이 위에서 돌아간다. 그런데 창업자 맥스 브로되르-우르바스(Max Brodeur-Urbas)는 한 인터뷰에서 “AI 에이전트 50개가 내 회사를 돌린다”는 식의 자기과시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그가 보기에 그것은 자동화가 아니라 ‘슬롭(slop) 기계’를 만드는 일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발언이 나온 시점이다. 검루프는 2026년 3월 벤치마크(Benchmark)가 주도한 5,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Series B) 투자를 받았다. 자동화로 가장 많은 돈을 끌어모은 회사의 창업자가, 자동화를 둘러싼 가장 흔한 환상을 깨고 있는 셈이다. 이 글은 그 인터뷰가 던진 핵심 주장—‘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동화하지 마라’—을 따라가며, AI 생산성 담론의 실제 지형을 검증된 자료로 보강해 정리한다.
01 — 배경“거짓말”이라고 말한 사람의 이력
맥스 브로되르-우르바스는 라훌 베할(Rahul Behal)과 함께 2023년 중반 캐나다 밴쿠버의 한 침실에서 검루프를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출신으로 맥스는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했고, 맥스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리눅스 배포판의 패키지 통합과 보안 취약점 대응을, 라훌은 아마존에서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일한 이력이 있다. 즉, ‘코드를 모르는 사람이 자동화를 쉽게 말하는’ 부류와는 거리가 멀다.
검루프의 출발점은 2023년 한때 화제가 된 오픈소스 자동 에이전트 프로젝트 ‘오토GPT(AutoGPT)’ 커뮤니티였다. 당시 사람들은 AI(인공지능)가 스스로 문제를 푸는 모습에 열광했지만, 정작 깃허브(GitHub) 사용법이나 로컬 환경 설치 같은 기초에서 막혔다. 맥스는 이 진입 장벽을 없애는 인터페이스를 먼저 만들었고(첫 이름은 에이전트허브), 곧 ‘에이전트가 아직 신뢰할 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방향을 틀었다. 사람들이 진짜로 원한 것은 마법 같은 자율성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이었다는 것이다. 그 깨달음이 오늘의 검루프, 즉 사람이 단계별로 워크플로를 설계하고 그 안에서 AI를 ‘부품’처럼 쓰는 플랫폼으로 이어졌다.
고객 명단에는 쇼피파이(Shopify), 인스타카트(Instacart), 도어대시(DoorDash), 거스토(Gusto), 램프(Ramp), 삼사라(Samsara), 오픈도어(Opendoor) 같은 이름이 있다. 시리즈 B를 주도한 벤치마크의 에버렛 랜들(Everett Randle)은 “기업용 자동화는 기업 AI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논리로 이 투자를 자신의 첫 딜로 삼았다. 참고로 비슷한 영역의 경쟁자 n8n은 2025년 10월 25억 달러 가치로 1억 8,000만 달러를 조달했고, 시장조사기관 추정으로 에이전트형 AI 시장은 2026년 약 90억 달러에서 2034년 약 1,390억 달러 규모로 커진다(연평균 성장률, CAGR 40%대). 자동화는 분명 거대한 흐름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흐름을 파는 당사자가 “AI가 다 알아서 한다”는 말을 거짓이라 부르는 장면이 더 눈에 띈다.
02 — 핵심 구분슬롯머신이 아니라 슬롭
맥스의 진단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AI를 잘못 쓰면 ‘slot(슬롯머신)’이 아니라 ‘slop(찌꺼기·잡동사니)’을 만든다는 것이다. 영어 발음의 말장난이지만 뜻은 분명하다. 레버를 당기면 무작위 결과가 쏟아지는 슬롯머신처럼, 이해 없이 AI에 일을 통째로 맡기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신뢰할 수 없는 산출물이 무한정 나온다는 것이다.
그가 구분하는 두 부류는 이렇다. 한쪽은 AI로 증강된(AI-enabled) 사람—자기 일을 깊이 아는 사람이 반복 작업을 AI에 넘기고, 판단이 필요한 핵심에는 인간의 손을 남겨 두는 방식이다. 다른 한쪽은 AI로 대체된(AI-replaced) 사람—자기 일의 어느 한 부분도 직접 이해하지 못한 채 전 과정을 AI에 위임하는 방식이다. 맥스가 보기에 ‘가장 생산적인 사용자’는 언제나 전자였고, 후자는 미끄러운 비탈길이다.
슬롯머신 앞에서 우리는 결과의 ‘이유’를 알 필요가 없다. 그저 레버를 당기고 운에 맡길 뿐이다. 이해 없이 AI에 일을 맡기는 것도 구조가 같다. 결과가 좋으면 운이고, 나쁘면 왜 나쁜지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반대로 자기 일을 아는 사람에게 AI는 슬롯머신이 아니라 ‘성능 좋은 전동 공구’다. 망치질을 할 줄 아는 목수가 못 박는 기계를 손에 쥐면 속도가 붙지만, 목공을 모르는 사람이 같은 기계를 쥐면 더 빠르게 망가진 가구를 만들 뿐이다.
03 — 시장희망을 파는 사람들
맥스가 가장 날을 세우는 대상은 이른바 ‘강의 장사꾼(course bro)’이다. 사회관계망에는 “나는 모든 걸 자동화했고, 주말에 한 시간만 일하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1,000만 달러를 번다”는 식의 자랑이 넘친다. 맥스의 판단은 단호하다. 그 대부분은 마케팅이고, 거짓말에 가깝다는 것이다. 정작 돈을 버는 쪽은 그 ‘비법’을 강의로 파는 사람이지, 강의를 사는 사람이 아니다.
이 구조의 핵심 상품은 ‘희망’이다. 노력을 건너뛰고 곧장 결과로 직행할 수 있다는 환상. 한 번의 클릭으로 사업이 굴러간다는 ‘워너비 창업가(want-entrepreneur)’의 꿈. 맥스는 이런 환상이 잘 팔리는 이유를 하이프(hype, 과열) 사이클의 반복에서 찾는다. 암호화폐, 대체 불가능 토큰(NFT), 그리고 지금의 AI까지—새로운 거품마다 ‘무언가가 나를 지금의 처지에서 구해 줄 것’이라 믿고 싶은 취약한 계층이 생긴다. 희망은 원래 쉽게 팔린다. 만약 주말에 3만 달러를 벌게 해 주는 마법의 워크플로가 정말 있다면, 그것을 사회관계망에 공짜로 뿌릴 이유가 없다.
진짜 비법이라면 트위터에 올려 나눠 주지 않는다. ‘생산성의 환상’을 파는 사람과 생산성 자체는 다른 물건이다.
이 비판은 단순한 냉소가 아니라 검루프의 사업 논리와 맞닿아 있다. 검루프가 파는 것은 ‘버튼 하나로 끝나는 마법’이 아니라, 자기 업무를 아는 사람—마케터, 영업, 운영 담당자—이 그 업무를 직접 자동화하도록 돕는 도구다. 회사가 강조하는 사용 패턴도 ‘에이전트 50개가 알아서 회사를 굴리는’ 그림이 아니라, 한 직원이 만든 자동화를 동료가 가져다 쓰고 그것이 조직 전체로 번지는 ‘복리 효과’다. 환상을 파는 쪽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다.
‘다음 큰 것’을 미끼로 한 약속은 기술마다 형태만 바꿔 반복된다. 2017년 전후의 암호화폐, 2021년의 NFT, 그리고 2024~2026년의 AI가 같은 문법을 공유한다. 도구 자체의 실체와 ‘그 도구로 일확천금’이라는 서사는 구분해야 한다. 도구는 진짜일 수 있어도, 노력을 건너뛰게 해 준다는 약속은 거의 언제나 마케팅이다.
04 — 원칙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동화하지 마라
맥스의 작업 원칙은 단순하다. 자기가 깊이 이해하는 것만 자동화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AI에 맡기면, 그건 결국 불확실성을 양산하는 일이다. 그는 코딩을 예로 든다. 코드를 전혀 모르면서 AI로 코드를 짜면, 끝내 만들게 되는 것은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언젠가 나를 무는 멀웨어(malware, 악성 코드에 준하는 위험물)’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자연어로 의도만 던지고 AI가 짠 코드를 줄 단위로 검토하지 않은 채 받아들이는 방식—은 어느 선까지만 통한다.
이 진단은 업계 데이터와도 맞아떨어진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은 2025년 초 AI 연구자 안드레이 카르파티(Andrej Karpathy)가 만들었고, 콜린스 사전은 이를 2025년 ‘올해의 단어’로 뽑았다. 2026년에는 미국 개발자의 90% 이상이 매일 AI 코딩 도구를 쓰고, 새로 작성되는 코드의 절반 가까이가 AI 생성물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2025년 겨울 기수에서는 코드베이스의 91% 이상이 AI 생성인 스타트업이 5분의 1을 넘었다. 속도는 분명 빨라졌다.
문제는 그 속도가 ‘이해’를 동반하지 않을 때다. 흔히 인용되는 2025년 METR 연구는 역설적인 결과를 보고했다. 숙련 개발자조차 복잡한 과제에서 AI 도구를 쓸 때 체감상 더 빠르다고 느꼈지만 실제로는 약 19% 더 느렸다. 보안은 더 직접적이다. 한 코드 보안 보고서는 AI가 생성한 코드의 약 45%에서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혔고, 2026년 5월에는 보안 인증이 거의 없는 바이브 코딩 웹 앱 5,000여 개가 발견돼 그중 약 40%가 의료·금융·고객 데이터를 노출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기간 ‘AI 코드의 정확성’에 대한 개발자 신뢰도는 2024년 약 40%에서 2025년 29%로 떨어졌다.
맥스의 결론은 그래서 ‘AI를 쓰지 말라’가 아니다. 정반대다. 이미 이해하는 일을 AI로 훨씬 빠르게 처리해 시간을 벌고, 그 시간으로 더 많은 것을 배워 능력의 폭을 넓히라는 것이다. 다만 이해 그 자체를 건너뛰는 지름길로 AI를 쓰지는 않는다. 자동화의 대상은 ‘내가 직접 할 수 있고 그 작동 원리를 아는 일’이어야 한다는 선이다.
러시아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사람이 자동 번역기만 믿고 러시아어로 중요한 계약서를 보낸다고 해 보자. 번역기가 ‘무난해 보이는’ 문장을 내놓아도, 본인은 그 문장이 정중한 제안인지 모욕인지 구분할 수 없다. 오류가 있어도 알아채지 못하고, 문제가 터진 뒤에야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이해 없이 자동화한 코드와 워크플로가 정확히 이렇게 작동한다. 검토할 능력이 없는 산출물은 ‘완성품’이 아니라 ‘언젠가 터질 불확실성’이다.
05 — 전망마지막 위대한 엔지니어 세대?
여기서 맥스는 가장 도발적인 가설을 내놓는다. 지금 세대가 ‘마지막 위대한 엔지니어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논리는 이렇다. 지금까지의 엔지니어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먼저 이해해야 했던’ 시대를 거친 뒤 AI로 가속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이해 단계를 통째로 건너뛰고 곧장 AI로 가속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화면 속 결과물이 작동하기만 하면, 왜 작동하는지, 어떤 부작용이 따르는지 파고들 동기가 사라진다.
그가 그리는 미래는 ‘모두의 몰락’이 아니라 ‘분기(分岐)’다. 한쪽에는 AI를 학습 도구이자 교사로 삼아 기본기를 더 깊이 파는 소수가 있다. 멈춰 서서 문제를 이해하려 들고, 모르는 것을 AI에게 설명하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빨리 비범해진다. 다른 한쪽에는 이해를 건너뛴 다수가 있다. 표면적으로는 빠르게 무언가를 만들어 내지만, 점점 평균적인 ‘슬롭’ 쪽으로 수렴한다. 같은 도구를 쥐고도 결과는 갈리고, 그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이 가설을 과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코드베이스의 90% 이상을 AI가 생성하는 스타트업이 이미 적지 않고, 동시에 ‘바이브 코딩 숙취(vibe coding hangover)’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출시 직후 무너지는 프로젝트—설명되지 않는 버그, 확장 한계, 보안 구멍—도 늘었다. 이해를 건너뛴 속도는 부채로 돌아온다는 신호다. 맥스의 메시지는 그 부채를 피하는 길이 ‘느리게 가라’가 아니라 ‘이해한 위에서 빠르게 가라’라는 데 있다.
06 — 방법론자기 부정을 좇는다는 것
‘이해 위에서 빠르게’라는 원칙은 그의 창업 방식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맥스는 초창기에 흔한 실수를 했다고 말한다. 한 아이디어를 몇 달씩 붙들고 ‘누군가 이게 가치 있다고 증명해 주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다 정반대가 맞다는 걸 깨달았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좋은 일은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빨리 확인하는 것이다. 그것은 몇 주, 몇 달의 시간을 아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건 왜 안 될까’라는 강력한 반증을 적극적으로 사냥했고, 끝내 안 될 이유를 못 찾은 아이디어만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남겼다. 검루프 이전에 비디오 게임 검열 도구, 봇 탐지, 사기 방지 플랫폼 등 열 번 가까이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폐기한 경험이 없었다면 검루프도 없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두 번째 축은 사용자다. 초기에는 사용자가 없어서 제품을 써 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유쾌하지 않은 시기를 거친다. 하지만 “당신 제품은 별로다”라는 말이야말로 가장 값진 피드백이라는 것이다. 듣기 싫은 말을 제품 개발의 한가운데에 두는 태도다.
이 집중을 강제한 것은 뜻밖의 사건이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그만두고 밴쿠버로 돌아간 뒤, 시애틀의 옛 룸메이트를 만나러 가던 길에 국경에서 돌려보내졌다고 말한다. 이틀짜리 방문이었지만 ‘더 오래 머물 의도’로 의심받아 5년 입국 금지를 받았다는 것이다(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돌아갈 안전판이 사라지자, 그는 ‘진짜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 돈이 되는 것’을 만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후 6개월을 작은 원룸에서 코딩에만 쏟았다고 한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좋은 일은 자기가 틀렸음을 빨리 증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많은 정보를 준다.
고객을 동료로
채용 방식도 같은 결을 따른다. 검루프 초기 인력 상당수는 ‘고객’이었다. 인스타카트, 웹플로(Webflow), 쇼피파이에서 일하던 사용자들이 제품에 매료돼 직장을 그만두고 합류했다는 것이다. 이미 매일 도구를 쓰며 비전을 믿는 사람이라 합류 전환이 빠르다. 맥스는 이를 연애에 빗댄다. 누군가에게 사귀어 달라고 매달릴 수는 없듯이, 회사에 들어와 달라고 애원할 수는 없다. 대신 ‘함께하고 싶은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채용의 큰 필터도 ‘이 사람과 종일 함께 있고 싶은가’였다고 한다.
투자도, 결국 제품
펀딩에 대한 시각도 단순하다. 흔히 투자자를 만나려면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고 믿지만, 정말 뛰어난 것을 만들면 투자자가 먼저 찾아온다는 것이다. ‘당신들 없이도 성공할 것’임을 보여 주면, 기다려 달라는 메일을 받는 쪽은 오히려 투자자가 된다. 와이콤비네이터 기간 중 그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도 ‘그렇게 복잡한 일이 아니다, 그냥 훌륭한 것을 만들면 된다’였다고 한다. 네트워크는 칵테일 파티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제대로 만들면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다.
마지막 축은 그가 ‘맹목적 확신(blind confidence)’이라 부른 것이다. 창업가가 무언가를 시작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자질은 ‘내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모든 스타트업에는 안 될 이유가 수없이 많고, “해자(moat)는 뭐냐”, “대기업이 똑같이 하면 어쩔 거냐” 같은 질문에 골몰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그런 질문에 사로잡히는 대신 일단 시도하고, 안 되면 다시 시도하는 사람만이 ‘어떻게 거기까지 갔느냐’는 질문을 받는 자리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07 — 정리‘이해’라는 해자
이 인터뷰의 주장들을 하나로 꿰는 축은 결국 ‘이해’다. 슬롭과 진짜 생산성을 가르는 것도, 강의 장사꾼과 실제 가치를 가르는 것도, 비범해지는 소수와 평균으로 수렴하는 다수를 가르는 것도 모두 ‘대상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라는 한 가지 질문으로 환원된다. 맥스의 표현을 빌리면, 가장 많은 가치는 ‘깊이 이해하는 것에 AI를 적용할 때’ 나온다.
이 관점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것이 도구를 부정하는 러다이트적 태도가 아니라 도구를 파는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는 데 있다. 그는 자동화를 더 멀리 밀어붙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자동화의 대상은 ‘내가 작동 원리를 아는 일’로 한정하라고 말한다. AI 채택률·코드 비중 같은 지표는 빠르게 오르지만 신뢰도와 보안 지표는 흔들리는 현 국면에서, ‘이해’는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경쟁에서 모방하기 어려운 해자로 기능한다. 무엇을 AI에 맡기고 무엇을 인간의 손에 남길지 결정하는 능력—그 판단 자체가 깊은 이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AI가 더 많은 일을 더 빠르게 만들어 내는 시대일수록, 차별화는 ‘얼마나 많이 자동화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자동화할 만큼 이해하고 있는가’에서 갈린다. ‘AI 에이전트 50개가 회사를 돌린다’는 자랑이 거짓인 이유는, 그 문장에 정작 무엇을 자동화하는지 이해한 주체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