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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노동 · 소프트웨어 산업

AI는 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대체하지 못했는가

결정·실행·전달 ‘샌드위치’ 모델로 본 일자리 논쟁, 그리고 그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

2026년 6월 · AI 능력이 임계점을 넘으면 대량 해고가 온다는 서사를 데이터로 검증한다

2026년 들어 빅테크의 감원 소식이 줄을 이었다. 그때마다 따라붙은 설명은 비슷했다. “인공지능(AI) 덕분에 더 적은 인원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한 문장은 듣는 사람을 두 갈래로 갈라놓는다. 한쪽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직업의 종말을 걱정하고, 다른 한쪽은 “과장된 공포”라며 손사래를 친다. 양쪽 모두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은 닮았다.

프린스턴대학의 아르빈드 나라야난(Arvind Narayanan)과 사야시 카푸르(Sayash Kapoor)는 이 논쟁에 데이터를 들이댄다. 두 사람은 ‘평범한 기술로서의 AI(AI as Normal Technology)’라는 관점을 꾸준히 밀고 있는 연구자들로, 최근 발표한 글에서 “AI 능력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대량으로 잘려나간다”는 서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논리의 출발점은 이렇다. 소프트웨어는 규제 장벽이 가장 낮고 AI 도입이 가장 빠른 분야다. 그런 분야에서조차 대량 해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의료·법률처럼 규제가 두껍게 둘러싼 다른 직종은 훨씬 더 두텁게 보호받을 것이다.

이 보고서는 그들의 핵심 논지를 정리한 뒤, 그 논증이 어디까지 단단하고 어디서부터 흔들리는지를 별도의 실증 데이터로 검증한다. 결론을 미리 말하면, 진단(‘아직 대량 해고는 없다’)은 대체로 옳지만 처방(‘앞으로도 없을 것이다’)에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이 섞여 있다.

01해고의 진짜 이유 — ‘AI 워싱’

나라야난과 카푸르가 가장 공들여 해부하는 대상은 헤드라인을 장식한 해고 사례들이다. 세 건을 보자.

핀테크 기업 블록(Block, 캐시앱·스퀘어·애프터페이의 모회사)은 2026년 초 약 4,000명 감원을 발표하며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의 입을 빌려 “AI가 더 작고 평평한 팀이라는 새로운 일하기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속 보도가 그린 그림은 전혀 달랐다. 이 회사는 팬데믹 기간 인력을 세 배 이상 부풀린 뒤 막대한 재무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 데이터 과학자는 회사가 “AI를 모두의 목구멍에 억지로 밀어 넣었지만” 생산성 향상은 미미했다고 공개적으로 토로하며 75% 인상 제안을 거절하고 퇴사했다.

스냅(Snap)은 2026년 4월 약 1,000명을 줄이며 최고경영자가 감원 메모에서 AI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새 코드의 65%를 AI가 작성한다는 수치도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배경에는 비용 절감을 요구한 행동주의 투자자의 캠페인이 있었다. 스냅은 2017년 상장 이후 단 한 해도 연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회사다. 더 결정적인 단서는 감원의 ‘모양’이다. 만약 AI가 원인이라면 프로그래밍처럼 ‘AI에 노출된’ 직무가 전반적으로 줄어야 하는데, 실제 감원은 증강현실 부서의 잡다한 역할 150개처럼 특정 사업부에 몰려 있었다. 기술 대체가 아니라 사업 정리의 흔적이다.

인튜이트(Intuit)는 2026년 5월 3,000명 감원을 앤트로픽·오픈AI와의 제휴 발표와 함께 내놓았고, 언론은 둘을 엮어 ‘AI 구조조정’으로 보도했다. 흥미롭게도 이번에는 최고경영자 본인이 그 손쉬운 서사를 부인했다. 감원은 AI와 무관하며, ‘조율 업무가 많은 역할’과 과도한 관리 계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비유

‘AI 워싱’이란 무엇인가. 환경에 좋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인 척 포장하는 것을 ‘그린워싱’이라 부른다. AI 워싱은 그 사촌이다. 재무 악화나 과잉 고용을 정리하면서, 그 이유를 “AI 때문”이라고 갈아입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포장할까. 주주와 시장에 “우리는 돈이 없어 자른다”보다 “우리는 미래 기술로 더 똑똑해진다”가 훨씬 듣기 좋기 때문이다. 같은 감원도 후자로 말하면 주가가 오른다.

이것이 몇 건의 우연이 아니라는 증거는 설문에서 나온다. 미국 채용 담당자의 약 60%는 채용 동결이나 감원을 설명할 때, 재무 사정을 대는 것보다 이해관계자에게 더 잘 먹히기 때문에 AI를 앞세운다고 인정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Harvard Business Review)가 글로벌 임원 1,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는 더 흥미롭다. AI ‘도입을 예상하고 미리’ 큰 폭의 인력을 줄였다는 응답은 21%였지만, 실제 AI 구현 때문에 이미 큰 폭으로 줄였다는 응답은 2%에 그쳤다. 예상과 실제 사이에 열 배의 간극이 있다. 임원들조차 AI 서사에 휘둘려 ‘선제적으로’ 자르고 있다는 뜻이다.

WARN Act가 드러낸 것

미국 노동조정·재훈련 사전통지법(WARN Act, Worker Adjustment and Retraining Notification Act)은 100명 이상 대량 해고 시 사전 신고를 의무화한다. 뉴욕주는 이 신고서에 ‘기술 혁신 또는 자동화’ 체크박스를 처음 추가했는데, 시행 첫해에 160여 개 기업 가운데 그 칸을 체크한 곳은 단 하나(네스프레소)였다. 같은 기간 뉴욕주에서 해고된 약 2만 5,000명 중 AI 관련으로 분류된 인원은 0.2% 남짓에 불과했다.

02애초에 해고는 잘못된 신호다

두 저자가 던지는 더 날카로운 지적은 따로 있다. 설령 AI가 생산성을 높인다 해도, 그 효과는 ‘해고’가 아니라 ‘채용 둔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존 직원을 자르면 AI를 능숙하게 부리는 데 필요한 암묵적 지식과 조직 자본이 함께 사라진다. 게다가 해고는 비싸다. 퇴직금, 사기 저하, 재고용 위험이 따른다. 반면 자연 이직만으로도 몇 년이면 같은 규모 축소가 달성된다. 합리적인 기업이라면 굳이 자르지 않고 신규 채용 속도를 늦춘다.

그렇다면 해고를 넘어 전체 고용 추세는 어떨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 소속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고용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챗지피티(ChatGPT) 등장 이후, AI가 없었을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연 약 3%포인트 더 느리게 증가하는 정도다. 게다가 이 분석은 자영업과 창업을 포착하지 못하므로, 일부 둔화분이 1인 창업으로 흡수됐다면 실제 그림은 더 건강할 수 있다.

여기에 두 가지 ‘진짜’ AI발 일자리 감소가 있긴 하다. 다만 결이 다르다. 첫째, AI가 제품 수요 자체를 무너뜨리는 경우다. 숙제 도우미 처그(Chegg)나 기술 질의응답 사이트 스택오버플로(Stack Overflow)가 그 예다. AI가 그 노동자들의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의 필요 자체를 없앤다. 1950년 미국 인구조사의 270개 직업 중 자동화로 사라진 것은 엘리베이터 안내원 하나뿐이었지만, 전신 기사처럼 새 기술에 밀려 사라진 직업은 많았다. 둘째, AI를 ‘파는’ 회사의 감원이다. IBM이나 SAP가 “AI 때문에 자른다”고 할 때, 더 정확한 표현은 “돈 안 되는 부서 인력을 가장 빨리 크는 제품 라인으로 옮긴다”이다. 이는 기술이 노동자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매출 기회를 따라가는 평범한 구조조정이다.


03핵심 개념 — ‘결정·실행·전달 샌드위치’

왜 AI는 코드를 그렇게 잘 짜는데도 엔지니어를 밀어내지 못할까. 저자들의 답은 ‘샌드위치 모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세 개의 층으로 이뤄진다.

세 층 아래에는 ‘깊은 이해’가 공통의 토대로 깔려 있다. 코드베이스, 비즈니스, 환경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어느 층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결정 · Decide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명세한다 · 사람이 거의 그대로 담당 유지 실행 · Execute 설계 · 구현(코딩) — AI가 강하게 압축 AI가 압축 ↓ 두께가 얇아진 층 ↓ 전달 · Deliver 검증 · 통합 · 유지보수 · 책임 · 사람이 거의 그대로 담당 유지 토대: 코드베이스 · 비즈니스 ·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
AI는 가운데 ‘실행’ 층만 얇게 눌렀고, 위아래의 결정·전달 층과 그 토대인 이해는 거의 건드리지 못했다.

이 모델의 가장 강한 근거는 ‘코드 작성은 한 번도 병목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개발자 6,000명을 포함한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개발자가 실제로 코딩에 쓰는 시간은 전체의 9~6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회의, 디버깅, 이해, 조율에 쓰인다. 그러니 AI가 코드 작성을 아무리 빠르게 만들어도, 전체 생산성에서 차지하는 몫은 제한적이다.

깃허브(GitHub) 개발자 10만 명을 분석한 ‘코드 작성 대 코드 출시(Writing Code vs. Shipping Code)’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AI 에이전트 도입으로 작성된 코드 줄 수는 여덟 배 늘었지만, 실제 릴리스(출시)는 30% 느는 데 그쳤다. 실행 층은 거의 완전히 압축됐는데 결정·전달 층의 병목이 그대로 버틴 것이다.

저자들은 이 샌드위치가 더 압축되지 않으리라 본다. 결정 층은 사용자 욕구와 시장·조직·규제를 종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므로 자동화가 어렵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위임 가능한 결정의 범위는 넓어지지만, 그렇다고 결정 층이 얇아지지는 않는다. 일단 위임 가능해진 결정은 더는 경쟁우위가 아니게 되고, 인간 판단의 가치는 더 위로 올라간다. 소프트웨어는 갈수록 복잡해지므로 이 상승에는 천장이 없다. 전달 층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AI는 충분히 신뢰할 수 없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코드를 핵심 시스템에 그냥 출시하는 것은 회사에 실존적 위협이 된다.

비유

크레인 기사 모델. 건설 현장에서 무거운 철골을 들어 올리는 것은 크레인이다. 하지만 그 크레인을 어디로 옮기고, 무엇을 들고, 언제 멈출지를 판단하는 것은 크레인 기사다. 기사가 잠깐 한눈팔면 사고가 난다.

AI 에이전트는 인지적 중노동(코드 작성)을 대신하는 크레인이다. 엔지니어의 일은 그 크레인을 감독하고 통제 안에 두는 쪽으로 옮겨간다. 힘쓰는 일은 기계가 하지만, 책임과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흥미롭게도 이 ‘샌드위치 눌림’은 AI만의 현상이 아니다. 20여 년 전부터 미국 노동통계국은 ‘프로그래머(실행만 담당)’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샌드위치 전반을 관리)’를 따로 집계해 왔다. 프로그래머 일자리는 줄곧 줄어왔고 보수도 낮다. 순수 기술 작업이 ‘잡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AI는 이 오래된 추세를 가속할 뿐이다.

04‘바이브 코딩’과 ‘에이전틱 엔지니어링’은 다르다

혼란의 한 원인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말이 전혀 다른 두 가지를 뭉뚱그리는 데 있다.

진짜 바이브 코딩은 사용자가 AI에 시킬 일만 말하고, 실행 중에 감독하지 않고, 코드를 검토하지 않으며(검토할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결과를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눈에 띄게 망가졌을 때나 알아챈다. 반면 대다수 엔지니어가 실제로 하는 것은 ‘에이전틱 엔지니어링(agentic engineering)’이다. AI를 도구로 쓰되 사람이 통제권을 쥐고 결과에 책임진다.

오픈소스 개발자들의 에이전트 사용 기록을 모은 데이터에서, AI가 만든 코드 중 사용자 커밋까지 살아남은 비율은 44%에 그쳤고, 바이브 코딩 방식 커밋은 인간 단독 작업보다 취약점을 아홉 배 더 많이 도입했다. 또 가장 흔한 사용 의도는 새 코드 생성(13%)이 아니라 기존 코드를 ‘이해’하는 것(19%)이었다. 핵심 함의는 분명하다. 자격 없는 바이브 코더를 엔지니어 대신 고용해 운영용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수는 없다.

05미래 — 수요는 오히려 늘 수도 있다

저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AI로 소프트웨어가 싸지면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산다(소프트웨어는 가격 탄력성이 높다). 그런데 AI가 엔지니어를 대체하지 못하므로(대체 탄력성이 낮으므로), 늘어난 소프트웨어 수요는 곧 엔지니어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이를 ‘제번스의 역설(Jevons’ paradox)’로 부르기도 한다.

비유

제번스의 역설. 19세기 영국에서 증기기관의 석탄 효율이 좋아지자 석탄 소비가 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늘었다. 석탄이 싸지자 더 많은 공장이 더 많은 기계를 돌렸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도 같을 수 있다. 만드는 비용이 떨어지면, 예전엔 만들 가치가 없던 자잘한 도구까지 사람들이 마구 만들어낸다. 현대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코드가 1억 줄에 이르는 시대다. 코드 수요에 천장이 있다면, 우리는 아직 그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 패턴은 역사적이다. 미국 프로그래머 고용은 1950년 거의 0에서 오늘날 수백만 명으로 늘었다. 사람이 먹는 열량은 거의 고정돼 있어 농업 노동 수요가 기계화로 격감한 것과 정반대다. ‘민주화’ 예측, 즉 AI가 코딩 장벽을 없애 비전공자가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저자들은 회의적이다. 포트란(FORTRAN)·코볼(COBOL)·에스큐엘(SQL)이 등장할 때마다 같은 기대가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장벽은 문법 학습이 아니라, 좋은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감당할 판단력이기 때문이다.


06비판적 검토 — 모델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

여기까지가 두 저자의 논지다. 진단은 대체로 받아들일 만하다. ‘AI 워싱’ 지적은 설문과 신고 데이터로 뒷받침되고, 샌드위치 모델은 ‘코드 작성은 병목이 아니다’라는 오래된 상식과 잘 맞는다. 8배 대 30%라는 숫자도 모델에 잘 들어맞는다. 다만 글의 제목인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won’t)’라는 단정은 본문의 신중함보다 한 발 더 나가 있다. 두 가지 약한 고리와 한 가지 사각지대를 짚어둔다.

약한 고리 ① — 서로 다른 두 논증의 봉합

“샌드위치를 더 압축할 수 없다”는 주장은 사실 성격이 다른 두 논증을 한데 묶고 있다. 결정 층은 ‘AI가 능력상 못 한다’는 능력 논증이고, 전달(책임) 층은 ‘우리가 규범·법·정책으로 인간을 책임자로 붙잡아 두기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정책 논증이다. 후자는 “AI가 못 한다”가 아니라 “AI에 안 맡기기로 하자”에 가깝다. 두 논증의 결론은 같지만 뿌리가 전혀 다르다. 능력이 충분해진 미래에도 책임 층이 자동화에 저항하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며, 선택은 바뀔 수 있다. 글은 이 둘을 나란히 세워 결론을 실제보다 단단해 보이게 만든다.

약한 고리 ② — 단 하나의 가정에 매달린 낙관

‘수요가 오히려 늘 것’이라는 전망은 전적으로 ‘대체 탄력성이 낮다(AI가 엔지니어를 잘 대체하지 못한다)’는 가정에 의존한다. 제번스의 역설이 작동하려면 이 가정이 참이어야 한다. 만약 AI가 결정·전달 층까지 의미 있게 잠식한다면, 같은 가격 탄력성 논리가 정반대 결론(소수의 감독자만 남고 나머지는 줄어듦)을 낳는다. 즉 이 낙관의 무게 전부가 검증되지 않은 한 가정 위에 얹혀 있다.

사각지대 — 진입 사다리가 먼저 무너진다

샌드위치 모델의 가장 큰 빈틈은 ‘총량’과 ‘개인’을 혼동하기 쉽다는 데 있다. 전체 엔지니어 수요가 건강하다는 것과, 개별 노동자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별개다. 두 저자도 이를 인정하며 다음 글로 미뤄 두었는데, 이미 나와 있는 데이터는 그 사각지대를 꽤 선명하게 보여준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Stanford Digital Economy Lab)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연구팀은 미국 최대 급여 처리 기업의 실제 급여 기록 수백만 건을 분석해 ‘탄광 속 카나리아(Canaries in the Coal Mine?)’라는 보고서를 냈다. 핵심 결과는 이렇다. AI 노출이 큰 직종에서 22~25세 젊은 노동자의 고용은 생성형 AI 대중화 이후 상대적으로 약 13% 감소했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보면 2022년 말 정점 대비 거의 20% 줄었다. 그런데 같은 직종의 30대 이상 숙련 노동자 고용은 오히려 6~12% 늘었다.

100 85 112 2022 말 2024 2025 중반 생성형 AI 대중화 이후 (지수, 2022년 말 = 100) 숙련(30대+) +6~12% 청년(22~25세) −20%
같은 회사, 같은 시기, 같은 직종 안에서 청년 고용은 꺾이고 숙련 고용은 늘었다. 구조적 갈림이지 경기 변동이 아니다.
자료: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 ‘Canaries in the Coal Mine?’(2025, 워킹페이퍼). 추세를 단순화한 모식도임.

이 갈림은 샌드위치 모델과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델을 비극적으로 완성한다. AI가 압축한 ‘실행 층’이야말로 주니어가 코드를 짜며 ‘기술을 배우던’ 곳이다. 그 층이 사라지면 결정·전달을 맡을 미래의 시니어가 길러질 통로도 막힌다. 한 독자가 댓글에서 지적했듯, 5년 뒤에는 ‘결정하고 책임질’ 시니어 풀 자체가 마를 수 있다. 총량 수요가 건강하다는 진단과, 진입 사다리의 첫 칸이 부서지고 있다는 사실은 동시에 참이다.

반대 방향의 증거 — METR 실험

독립 연구기관 METR(Model Evaluation and Transparency Research)는 2025년 상반기,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실험(RCT)을 수행했다. 자신이 잘 아는 성숙한 저장소에서 246개 실무 과제를 AI 사용/미사용으로 무작위 배정한 결과, AI를 쓸 때 작업이 평균 19% 느려졌다. 더 놀라운 점은 개발자 본인들은 20% 빨라졌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자신이 잘 아는 코드일수록 AI 결과물을 검증·정리하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코드 생산이 곧 생산성이 아니라는 샌드위치 모델의 또 다른 방증이다.


정리

요약

두 저자의 글은 ‘임계점을 넘으면 대량 해고’라는 단순한 공포보다 훨씬 데이터에 충실하다. 단기 추세 해석과 샌드위치 모델은 받아들일 만하다. 그러나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미래형 단정과 ‘수요는 오히려 늘 것’이라는 낙관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정 위에 서 있다. 더 정확한 결론은 이 정도일 것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직업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아지고 있으며, 일의 무게중심은 코드를 ‘쓰는’ 쪽에서 결정하고 검증하고 책임지는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