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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방식 · 생산성

덜 일하기의 역설
가동률 80%가 더 높은 성과를 내는 이유

엔지니어 션 괴데케(Sean Goedecke)는 "많은 엔지니어가 일을 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드를 적게 짜라는 뜻이 아니라, 하루의 5분의 1을 의도적으로 비워두라는 것이다. 한가해 보이는 사람이 어떻게 더 큰 성과를 내는지, 그 주장이 어디까지 맞고 어디서부터 조심해야 하는지 따져본다.

2026년 6월 13일

대부분의 직장 문화는 한 가지를 당연하게 여긴다. 바쁠수록 좋다는 것이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고, 처리한 업무가 많고, 일정이 빽빽한 사람이 일을 잘한다고 본다. 션 괴데케는 이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는다. 그는 평소 자신의 가동률을 80%로 맞춘다고 말한다. 압박이 큰 프로젝트가 없는 한, 근무 시간의 20%는 컴퓨터에서 떨어져 보낸다는 것이다.

게으름을 권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한가함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한가함이 만들어내는 기회에 관한 것이다. 핵심 주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테크 기업에서 성과는 꾸준한 노력의 총합이 아니라, 드물게 찾아오는 결정적 순간을 잡았느냐로 갈린다.

▟ 쉽게 말하면

소방관을 떠올려 보자. 출동 건수로 평가하면, 평소에 가만히 대기하는 소방관은 '노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기야말로 그들의 핵심 업무다. 불이 났을 때 곧장 달려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소방관이 평소에 사무실 잡무로 100% 바쁘다면, 정작 불이 났을 때 손이 비어 있지 않다. 괴데케가 말하는 엔지니어의 '여유'도 이와 같다.

01 / 성과의 구조왜 평균이 아니라 극단값이 성과를 결정하는가

괴데케는 자신이 만든 가장 영향력 큰 변경들을 돌이켜보면, 의외로 작업량이 적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노력 점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옳은 문제를 옳은 시점에 푸는 것이다. 큰 조직에는 사소해 보이지만 회사에 수천만, 수억 달러의 가치를 만드는 작업이 늘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관찰이다.

그는 세 가지 전형적인 사례를 든다. 첫째, 회사가 큰 기업 고객과 계약을 앞두고 있을 때, 기능 하나나 버그 수정 하나가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그 기능이 대단할 필요도 없다. 구체적인 변경을 만들어낼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둘째, 장애를 초기에 막거나 완화하는 것이다. 끌 줄 알아야 할 기능 스위치 하나를 아는 것만으로도, 장애 중 잃는 매출과 떠나갈 뻔한 고객을 지킬 수 있다. 셋째, 주목받는 기능을 출시할 때, 성패는 종종 사소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변경에서 갈린다.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은 몇 시간에 끝낼 일을,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일주일을 들인다.

세 사례의 공통점

이 지점이 글 전체의 토대다. 성과가 소수의 큰 사건에 의해 좌우되는 분포—통계로 말하면 꼬리가 두꺼운 분포—에서는, 평소 처리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전략이 오히려 손해가 된다. 큰 사건이 왔을 때 받아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동률 100% 늘 바쁨 · 큰 사건이 와도 받을 손이 없다 일상 업무로 꽉 참 가동률 80% 5분의 1을 비워둠 · 결정적 순간에 뛰어들 여력 일상 업무 여유 이 공간이 기회를 잡는다
꽉 채운 일정은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시간 의존적 기회를 잡을 여력을 남기지 않는다.

02 / 가시성의 역설바빠 보일수록 좋은 일은 오지 않는다

괴데케는 항상 100% 가동되어 백로그에서 티켓을 하나씩 처리하고 다음 것을 집는 방식으로 일하면, 고임팩트 업무를 두 가지 경로로 놓친다고 말한다.

첫째, 너무 바빠서 기회를 알아채지도 못한다. 다른 일을 하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팀 업데이트를 읽거나, 진행 중인 장애를 살필 여유가 없다. 그래서 고임팩트 업무에 들어가는 가장 좋은 길—자기 전문성을 자원해서 내미는 것—을 놓친다.

둘째, 계속 바빠 보이면 매니저가 그를 투입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이 고임팩트 업무에 들어가는 두 번째로 좋은 길이다. 매니저나 PM(Product Manager, 제품 책임자)이 "아, 이 사람 여유 있으니 여기 붙이자"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왜 이 경로가 좋은가. 매니저와 PM은 지금 어떤 일이 정말 중요한지 훨씬 잘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신이 들어가지 못하는 회의에 들어가 있다.

▟ 쉽게 말하면

식당 주방을 떠올려 보자. VIP 손님이 갑자기 까다로운 주문을 했을 때, 주방장은 "지금 손이 비는 사람?"을 찾는다. 모든 요리사가 자기 앞 주문에 코를 박고 있으면, 주방장 눈에는 누구도 띄지 않는다. 반면 잠깐 한가해 보이는 요리사가 있으면 곧장 그에게 맡긴다. 여유는 단지 시간이 아니라, '나는 지금 붙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늘 바쁜 사람

티켓을 빠르게 처리해 생산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야가 자기 작업 목록에 갇혀 큰 흐름을 보지 못하고, 매니저 눈에는 '이미 꽉 찬 사람'으로 분류된다.

여유를 둔 사람

대화하고 업데이트를 읽으며 맥락을 흡수한다. 기회가 보이면 자원할 수 있고, 매니저가 결정적 업무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이 된다.

03 / 아무것도 안 하기'공백'이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메커니즘

그렇다면 분 단위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티켓을 갈지도 말고 기회만 기다리라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되는가. 괴데케의 답은 "그렇다"이다. 그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실제로 좋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스트레스가 큰 일이지만, 그 스트레스는 꾸준하지 않다. 가끔의 장애, 가끔의 고압 업무, 요즘이라면 정리해고에서 온다. 평소의 저압 업무까지 긴박하게 처리하면, 정작 고압 상황이 왔을 때 이미 지치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는 장애 대응에 처음 들어가는 엔지니어에게 서두르지 말라고 권한다. 통화에 합류하기 전, 말하기 전 몇 번 숨을 고르고, 슬로모션으로 생각하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장애는 알아서 해결되고, 다급하게 "이게 도움될지도"라며 가하는 변경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패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평균적인 엔지니어보다 나은 대응이 된다.

아무것도 없음(nothing)은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 션 괴데케

뇌에 쉴 틈을 주면 새 아이디어가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누군가 중요한 일을 건네면, 세 가지 다른 일과 저글링하는 대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바쁘지 않을 때 비로소 사물을 들여다보고 새 정보를 받아들일 여유가 생긴다.

이 통찰은 괴데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그는 프로그래밍 언어 클로저(Clojure)의 창시자 리치 히키(Rich Hickey)의 강연 '해먹 주도 개발(Hammock Driven Development)'을 자신의 큰 영향으로 꼽는다. 히키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 마음에는 '깨어 있는 마음'과 '배경 마음'이 있다. 깨어 있는 마음은 분석과 비판, 단기 판단에 능하지만 좁은 국소 최적해에 갇히기 쉽다. 반면 연결과 종합, 추상과 유추를 해내는—즉 까다로운 문제를 실제로 푸는—것은 배경 마음이다. 그런데 배경 마음은 직접 지시할 수 없고, 정보를 충분히 '먹인' 뒤 쉬게 해야만 작동한다. 히키가 "잠은 문제를 푸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말한 이유다.

▟ 쉽게 말하면

풀리지 않던 문제의 답이 샤워 중이나 산책 길에 불쑥 떠오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뇌가 멈춰 있던 게 아니다. 의식이 손을 뗀 사이 '배경 마음'이 재료를 가지고 조용히 조립을 끝낸 것이다. 단, 재료를 미리 충분히 넣어두지 않으면—문제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으면—아무리 쉬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공백은 게으름이 아니라 '재료를 넣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04 / 의도적으로 하지 않기유능한 사람일수록 빠지기 쉬운 함정

많은 엔지니어는 해야 할 일이 보이는데 안 하고 두는 것을 불편해한다. 괴데케 자신도 그렇다고 고백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데 중독되는 것은 많은 엔지니어가 공유하는 심리적 기질이며, 그 기질이 어느 선까지는 이 직업에 잘 맞기 때문이라고 그는 본다. 그래서 공백을 지키려면 때로 스스로 끼어들지 않도록 억눌러야 한다.

그가 피하라고 권하는 세 가지가 있다.

① 글루 워크(glue work)

글루 워크란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게 만들고, 자기가 주도하지 않는 일의 문서를 갱신하고, 기술 부채를 자원해서 떠안는 식의 '접착제' 같은 일이다. 괴데케의 논리는 이렇다. 이런 일은 대체로 조직이 명시적으로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우선순위였다면 누가 자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안 해도 되는 일이거나, 조직의 큰 실수이거나. 안 해도 되는 일이면 나서지 말아야 한다—시간을 낭비하고 매니저를 성가시게 할 뿐이다. 큰 실수라면, 그래도 나서지 말아야 한다—자기 경력과 정신 건강을 대가로 회사가 제 실수의 결과를 못 느끼게 막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② 보상받지 못하는 뒷채널 업무

테크 기업에는 엔지니어에게서 보상 없는 노동을 뽑아내려는 사람이 가득하다는 것이 그의 경고다. 정식 경로로 들어와 승진·보너스·급여로 보상되는 일과 달리, 뒷채널로 들어오는 일은 당신 이름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데이터 잘 다루시니 X 통계 좀 뽑아줄래요?"라는 다른 조직 PM의 메시지, "함께 페어로 작업하자"면서 결국 코드는 당신이 다 짜고 변경은 자기 이름으로 조용히 올리는 동료가 그 예다. 어느 정도 돕는 것은 괜찮지만, 거절하거나 응답을 며칠 미루는 식의 '역압(backpressure)'을 걸 수 있어야 한다.

③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일

없어질 작업에 과하게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실시간으로 마음을 바꾸는 디자이너가 오전 9시, 10시, 11시마다 헤더 디자인을 고쳐달라고 할 때, 매시간 페이지를 새로 쓰지 말고 산책이나 다녀온 뒤 오후에 최신안 기준으로 한 번만 고치라고 한다. '정치적 추진력 없는 매니저의 큰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종종 프로젝트가 취소될 때까지 시계를 흘려보내면 된다. 단 그는 단서를 단다. 프로젝트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잘못 읽으면, 게으름뱅이로 비치고 막판에 허둥지둥 납품해야 한다고.


05 / 비판적으로 읽기이 조언이 작동하는 조건과 작동하지 않는 곳

큰 줄기는 설득력이 있다. 성과가 극단값에 좌우되는 환경에서 여유를 확보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패닉하지 않는 것이 장애 대응의 기본이라는 점도 경험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이 조언이 작동하려면 글에서 다소 묻혀 있는 전제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전제 ①: 이미 신뢰를 쌓은 사람이어야 한다

"한가해 보여도 평소 생산적이면 괜찮다"는 것은 평판이 형성된 뒤의 이야기다. 같은 전략을 신입이 쓰면 그냥 '일 안 하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 글이 게시된 뒤 해커 뉴스(Hacker News) 토론에서도 "여유 시간을 쓸 때 매니저에게 찍히지 않는 법"이 쟁점이 됐고, 결국 "전반적으로 생산적이면 괜찮지만 매니저마다 편차가 크다"는 단서가 붙었다. 여유는 신뢰의 함수다. 신뢰 잔고가 없는 사람에게 같은 처방을 권할 수는 없다.

전제 ②: '아무것도 안 하기'는 사실 적극적 흡수다

고임팩트 기회를 잡으려면 한가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시스템에 대한 깊은 친숙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괴데케가 든 세 번째 사례—설정에 필드를 추가하거나 낡은 데이터 익스포트를 고치는 일이 몇 시간 대 일주일로 갈리는 것—은 평소 코드베이스를 꾸준히 만진 사람만 누리는 격차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20%의 공백은 진짜 빈 시간이 아니라, 시스템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하며 맥락을 흡수하는 '능동적 유휴(active idle)'에 가깝다. '아무것도 안 하기'라는 도발적 제목이 이 부분을 흐린다.

제목과 실제의 간극

전제 ③: 대형 테크 기업의 인센티브 구조

글루 워크를 일률적으로 회피하라는 조언은 위험하다. 조직이 명시적으로 우선순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곧 가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작은 조직이나 초기 팀에서는 글루 워크가 시스템을 굴러가게 하는 핵심이다. 괴데케의 주장은 성과가 잘 정량화되고 정치가 또렷이 작동하는 대형 조직—실제로 그가 명시한 시리즈 B/C 이상 규모—에 한정해 읽어야 한다. 그 바깥에서는 "회사가 실수의 결과를 느끼게 하라"는 조언이 단지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다른 영역으로 옮길 때

이 처방을 연구 기관이나 공공 조직에 그대로 이식하면 결이 달라진다. 그런 곳에서는 시간 의존적 아웃라이어 기회보다 누적된 결과물과 평판이 평가를 좌우하고, '글루 워크'에 해당하는 조직 운영·기획·관계 유지가 오히려 직접 보상받는 경우가 많다. 핵심 통찰—여유를 확보해 결정적 순간에 집중력을 쏟는다—은 보편적이지만, 구체적 처방은 특정 인센티브 구조에 맞춰진 것이다. 도구를 빌리되 설계도까지 빌릴 필요는 없다.

괴데케의 글이 겨냥하는 진짜 표적은 '바쁨을 성실함으로 착각하는 문화'다. 그는 80% 가동률로도 충분히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고, 오히려 더 쉽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사소한 실수가 줄고, 큰 보상을 주는 고임팩트 업무에 뛰어들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00%로 갈아 넣지 말라는 건 아니다. 그는 일 년에 두세 번, 보상이 정말 클 때만 그렇게 한다고 했다. 나머지 시간은 비교적 느긋하게.

읽는 사람이 가져갈 질문은 분명하다. 나는 지금 바쁜가, 아니면 바빠 보이려 애쓰는가. 그리고 정말 중요한 순간이 왔을 때, 거기에 뛰어들 여력이 내게 남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