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 히말라야의 만년설. 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들이 녹으면 단순히 바닷물이 불어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잠들어 있던 탄소와 미생물이 깨어나고, 바다의 순환이 멈추며,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의 경계가 다시 그려진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다섯 갈래로 짚어 본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 가운데 약 97.5%는 바닷물이고, 나머지 2.5%만이 소금기 없는 담수다. 그런데 그 담수의 대부분, 약 70%가 액체가 아니라 빙하의 형태로 얼어 있다.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의 거의 전부가 얼음으로 보관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 보관 창고가 지금 빠르게 비어 가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 바닷물이 좀 늘어나는 정도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결과는 훨씬 복잡하고 연쇄적이다. 얼음은 단순한 물의 저장고가 아니라,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는 거울이자, 바다 순환을 움직이는 펌프이며, 수만 년 전의 대기를 봉인한 타임캡슐이고, 고대의 탄소와 미생물을 가둬 둔 냉동고이기 때문이다. 얼음이 사라진다는 것은 이 모든 기능이 동시에 무너진다는 의미다.
남극 빙하의 평균 두께는 약 3km다. 63빌딩(약 250m) 열두 채를 쌓아 올린 높이의 얼음이 한반도의 약 60배에 달하는 대륙 위에 통째로 얹혀 있는 셈이다. 가장 두꺼운 곳은 4km를 넘는다. 이 얼음이 전부 녹으면 전 지구 해수면은 약 58m 상승한다.
최근 위성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제트추진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은 1985년부터 2022년까지 약 1조 톤의 얼음을 추가로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추정치보다 약 20% 더 많은 손실로, 좁은 피오르 안쪽에서 빙하가 후퇴하며 떨어져 나간 양이 그동안 계산에서 누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 대상 빙하 207개 중 179개가 뚜렷하게 후퇴했고, 단 한 개만 미미하게 전진했다.
약 5,600만 년 전, 지구에는 빙하가 거의 없었다. 이른바 '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PETM, Paleocene-Eocene Thermal Maximum)'라 불리는 시기로, 당시 지구 평균기온은 지금보다 5~8도가량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북극권에도 야자수가 자랄 만큼 따뜻했고, 적도 지역은 생명이 견디기 어려운 온도였을 것으로 본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45억 년에 걸친 지구의 긴 역사를 놓고 보면, 지금처럼 극지방에 거대한 빙상이 존재하는 '추운' 시기는 오히려 드문 편이다. 지구는 대부분의 시간을 훨씬 따뜻한 상태로 보냈고, 우리는 그 긴 역사 중 비교적 서늘한 간빙기(빙하기 사이의 따뜻한 기간)에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빙하기조차 현재보다 평균 5도 정도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얼음을 지켜야 하는가. PETM처럼 한번 따뜻해진 지구가 어떤 임계점을 넘으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극단적 사례가 바로 금성이다. 금성은 과거 강이 흐르는 행성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지금은 표면 온도가 460도를 넘는 죽음의 행성이 되었다.
'폭주 온실효과(runaway greenhouse effect)'는 마치 욕조에서 배수구가 막히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평소에는 지구가 받은 햇빛 에너지를 바다가 흡수하고 수증기로 순환시키며 적절히 식힌다. 그런데 기온이 임계점을 넘어 바닷물이 통째로 증발해 버리면, 식혀 줄 배수구가 사라진다. 일단 바다가 마르면 땅만 남아 햇빛을 계속 흡수하고, 온도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다. 금성이 바로 이 길을 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가 금성처럼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그러나 PETM 같은 과거 사례는, 지구 기후가 부드럽게 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급격히 다른 상태로 '점프'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빙하는 그 점프를 막아 주는 거대한 완충 장치다. 얼음을 지킨다는 것은 곧 지금의 살 만한 지구를 지킨다는 뜻이다.
빙하는 단순히 '차가운 덩어리'가 아니라, 따뜻한 지역과 차가운 지역을 가르는 거대한 경계선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온도 경계가 뚜렷할수록 강력한 폭풍(스톰)이 만들어진다. 폭풍은 보통 나쁜 날씨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지구의 열을 재분배하는 필수 장치다. 차가운 공기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따뜻한 공기를 위로 올려, 지구의 '체온'을 골고루 유지해 준다.
적당한 폭풍이 주기적으로 지나가는 것은 압력솥의 밸브가 김을 조금씩 빼 주는 것과 같다. 에너지가 그때그때 해소되면 극단적인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밸브가 작동하지 않아 에너지가 한곳에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 순간 한꺼번에 터진다. 얼음이 사라져 온도 경계가 무너지면 이 자연스러운 해소 리듬이 깨지고, 극단적 폭염·폭우·한파가 몰아서 발생하기 쉬워진다.
북대서양에서 관측되는 이상 현상이 좋은 사례다. 전 세계 바다가 전반적으로 더워지는데,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남쪽 한 지점만 거꾸로 차가워지고 있다. 이 구역은 1900년 이래 약 1도가량 냉각됐다. '워밍홀(warming hole)' 또는 '콜드블롭(cold blob)'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한때 지구온난화 회의론의 근거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인은 정반대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차가운 담수가 대량으로 흘러들면서 그 지점이 식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 장에서 다룰 더 큰 문제, 즉 해류 순환의 약화와 직결된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것이 '물 공급'의 역설이다. 빙하가 녹으면 당장 물이 많아지니 오히려 좋아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다.
고산지대의 빙하와 눈은 겨울 내내 물을 얼려 저장해 두는 천연 물탱크와 같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 물탱크가 조금씩 녹으며 식수와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그런데 온난화로 빙하가 빨리 녹으면, 봄철에 한꺼번에 콸콸 흘러 바다로 빠져나가 버린다. 일시적으로는 물이 넘쳐 보이지만, 정작 물이 가장 필요한 한여름에는 탱크가 비어 극심한 가뭄이 닥친다.
히말라야 산맥은 황허강, 양쯔강, 갠지스강, 인더스강, 메콩강 등 아시아의 주요 하천에 물을 대는 '아시아의 급수탑'이다. 극지방을 제외하면 지구상 최대의 육상 빙하 지대로, 수십억 명의 식수와 농업이 여기에 기대고 있다. 21세기 들어 히말라야 빙하가 녹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고, 봄에는 물이 넘치지만 여름 내내 가뭄에 시달리는 패턴이 해마다 반복되며 심화되고 있다.
빙하가 녹은 차가운 물은 하천 생태계의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예컨대 연어는 차가운 물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 산란한다. 만약 빙하가 사라져 하천이 충분히 차가워지지 않으면 연어가 살 수 없게 되고, 연어를 먹이로 삼는 곰을 비롯한 상위 포식자, 나아가 숲 전체의 생태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거대한 댐을 지어 물을 가둘 수는 있어도, 빙하처럼 물을 '차갑게' 유지하는 기능까지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얼음과 영구동토층(permafrost, 여러 해 동안 얼어 있는 땅)은 수만 년 전의 세균과 바이러스를 봉인한 거대한 냉동고이기도 하다. 이 냉동고가 녹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것은 공상이 아니라 이미 일부 관찰된 현실이다.
2014년, 프랑스 연구진은 시베리아의 약 3만 년 된 영구동토층에서 고대 바이러스를 발견해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피토바이러스 시베리쿰(Pithovirus sibericum)'이라 명명된 이 바이러스는 길이가 약 1.5마이크로미터로 일반 바이러스보다 10~15배 커서 광학현미경으로도 보일 정도였다. 3만 년을 잠들어 있었음에도, 배양액에 넣자 아메바를 감염시키며 여전히 살아 있는 번식력을 입증했다. 이후 같은 연구진은 2022년 발표에서 시베리아 일곱 곳의 표본으로부터 형성 시점이 약 2만 7천 년 전에서 4만 8,5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여러 종의 고대 바이러스를 추가로 되살렸다.
되살아난 바이러스들은 모두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만 감염시킨다. 연구진이 안전을 위해 일부러 인체에 무해한 종을 골라 실험한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이를 '대리 지표'로 본다. 아메바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수만 년 뒤에도 살아 있다면, 다른 종류의 고대 바이러스 역시 동토층 어딘가에 살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2016년 여름, 시베리아 야말반도에서 이상 고온이 동토층을 녹이며 70여 년 전 탄저병으로 죽은 순록의 사체를 드러냈다. 그 안에 잠들어 있던 탄저균 포자가 깨어나 확산됐고, 약 2,300마리 이상의 순록이 떼죽음을 당했으며 12세 아동 한 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입원했다. 그 지역에서 70여 년 만에 재발한 사건이었다. 탄저균은 흙 속에서 100년 넘게 포자 상태로 생존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탄저균 같은 세균성 질병은 대체로 국지적 패턴에 머물러, 코로나19나 1918년 인플루엔자처럼 대륙을 넘나드는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본다. 또한 동토층에서 주로 발견되는 것은 인체에 위해성이 낮은 원생생물이 많다. 그러나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미생물이 다량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된다.
온난화의 위협은 고대 미생물에만 있지 않다. 기온이 변하면 야생동물은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찾아 서식지를 옮긴다. 원래 한 지역에만 머물렀다면 그 안에서 돌다 끝났을 감염병이, 동물의 이주를 따라 새로운 지역의 다른 동물과 사람에게 전파될 통로가 열린다.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약 4.7% 늘어난다고 밝힌 바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과학자들은 미생물의 '감염' 위험보다 미생물이 '내뿜는 탄소'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는 다음 장의 핵심 주제와 직결된다.
꽁꽁 얼어 있어야 할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늪지대로 변하고 있다. 늪에서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의 정체가 바로 메탄이다. 산소가 차단된 환경에서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 이산화탄소가 아닌 메탄 형태로 탄소가 빠져나온다.
메탄은 대기 중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에 견주어 100년 기준 약 28배, 막 배출된 직후의 20년 기준으로는 80배 이상 강력한 온실효과를 낸다. 대신 수명이 짧아 수십 년 안에 분해된다. 즉 '단기 충격'이 매우 큰 온실가스다. 동토층이 녹아 메탄이 새어 나오면, 그 메탄이 다시 지구를 데우고, 더워진 지구가 동토층을 더 녹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그 규모가 문제다. 지표면에서 깊이 3m까지의 북극권 영구동토층에만 약 1,000기가톤(1조 톤) 이상의 탄소가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대기 중에 있는 탄소보다도 많은 양이다. 깨어난 미생물들이 이 탄소를 분해해 메탄과 이산화탄소로 뿜어내기 시작하면, 인간의 배출량과 별개로 지구를 데우는 추가 동력이 된다.
더 깊은 곳에는 또 다른 위협이 있다. 바다 밑 퇴적층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라는 물질이 얼어 있다. 메탄이 물 분자에 갇혀 얼음처럼 굳은 형태다. 앞서 5위에서 언급한 PETM 시기에는, 깊은 바다의 온도가 올라가며 이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대량으로 녹아 '메탄 폭탄'처럼 터졌고, 그 결과 지구 온도가 급격히 치솟았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당시 5천억~3천 기가톤 규모의 탄소가 수천 년에 걸쳐 방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2위로 꼽고 싶은 또 하나의 위협은 해류 순환의 정지다. 4위에서 본 북대서양의 '차가운 지점'은 바로 이 거대한 순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적도의 따뜻한 바닷물은 해류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간다. 위도가 높아지며 차가워진 물은 무거워져 가라앉고, 깊은 바다를 통해 다시 적도로 돌아온다. 이 거대한 순환을 '대서양 자오면 순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이라 부른다. 사람의 혈액순환에 빗대면 심장박동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린란드 빙하가 녹은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문제가 생긴다. 빙하 녹은 물은 소금기가 없어 가볍기 때문에, 마치 기름이 물 위에 뜨듯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한다. 가라앉아야 할 물이 가라앉지 못하면 순환이 멈추고, '심장박동'이 느려진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는 이 순환이 실제로 약해지고 있다는 정황을 제시한다. 북대서양 '차가운 지점'을 분석한 한 국제 연구팀은, 이 냉각이 표면을 통한 열 손실이 아니라 해류가 북쪽으로 열을 덜 운반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여러 모델 비교 연구는 21세기 중반 무렵을 정점으로 순환이 임계점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정확한 시점과 강도는 여전히 과학계 내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불확실한 영역이다.
순환이 멈추면 적도는 더 더워지고 고위도는 더 추워지며, 영화에서나 보던 급격한 이상기후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건기와 우기의 리듬이 깨지면 동물들이 적응할 시간을 얻지 못해 멸종 속도가 빨라지고, 농작물이 한꺼번에 말라 죽는 상황도 가능하다. 기후가 천천히 변하는 것은 견딜 수 있어도, 급격히 변하는 것은 생태계가 따라가지 못한다.
가장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위협은 결국 해수면 상승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많은 물을 품고 있는 남극 대륙의 빙하를 떠올려 보자. 평균 두께 3km, 가장 두꺼운 곳은 4km에 달하는 이 얼음이 전부 녹으면 전 지구 해수면은 약 58m 상승한다. 그린란드 빙상까지 더하면 약 7m가 추가된다.
물론 이런 완전 융해는 인간의 시간 척도에서 단기간에 일어날 일은 아니다. 다만 부분적인 상승만으로도 충격은 막대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을 경우 2100년까지 해수면이 수십 cm에서 1m 안팎, 최악의 경우 그 이상 오를 수 있다. 빙상이 급격히 붕괴하는 시나리오를 반영하면 2100년까지 2m를 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남극에는 '둠스데이 글레이셔(Doomsday Glacier)', 즉 종말의 날 빙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빙하가 있다. 정식 명칭은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로, 면적이 약 19만 2천 km²에 달해 영국 본토에 견줄 만한 규모다. 이 빙하 자체가 전부 녹으면 해수면은 약 65cm 상승한다.
스웨이츠 빙하의 진짜 위험은 그 자체의 부피가 아니라 '방파제' 역할에 있다. 옆으로 기울인 와인병을 떠올려 보자. 코르크 마개가 막고 있으면 와인은 쏟아지지 않는다. 스웨이츠 빙하가 바로 그 코르크 마개다. 지금은 서남극의 거대한 얼음이 바다로 흘러내리지 못하게 막고 있지만, 이 마개가 빠지면 뒤에 있던 얼음이 한꺼번에 바다로 쏟아질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따뜻한 물이 빙하 밑으로 계속 파고들면서, 스웨이츠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융해하는 빙하 중 하나가 됐다. 해저면과 빙하가 맞닿는 '접지선'은 1992년 이후 14km나 후퇴했다. 만약 스웨이츠를 비롯한 서남극 빙상 전체가 무너지면, 장기적으로 해수면은 약 3.3m 상승할 수 있다. 해수면이 5m만 올라도 현재 세계 인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7억 7천만 명의 주거지가 바닷물에 잠긴다는 경고가 있다.
이 위기를 한 나라가 막을 수는 없다. 영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독일, 스웨덴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이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극지 연구 기관도 남극과 북극 빙하 변화를 함께 추적하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해발고도가 4.5m를 넘는 곳이 거의 없을 만큼 지표면이 낮다. 해안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투발루는 국가의 정체성과 기록을 디지털 공간에 남기겠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라가 물에 잠겨도 문화와 정체성만은 보존하겠다는 절박한 선택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심각한 기후난민 이슈로 오히려 북아프리카·중동 지역을 꼽기도 한다. 식량 생산과 수입에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나라들이, 곡창지대의 장기 가뭄으로 식량 위기에 내몰리고, 그 결과 대규모 인구 이동이 발생하는 식이다. 빙하가 줄고 식수가 마르면 사람이 살 수 있는 땅 자체가 좁아지므로, 기후난민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만든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에 극단적 수치를 입력하면, 한반도에서는 부산·인천 같은 해안 대도시가 상당 부분 물에 잠기는 결과가 나온다. 다만 이런 결과는 수십 m 단위의 극단적 가정을 넣었을 때의 모식적 시뮬레이션이며, 금세기 안에 일어날 현실적 전망과는 구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IPCC가 가정하는 현실적 시나리오 범위인 1~1.5m 상승만으로도 해안 저지대의 침수 위험은 충분히 심각하다.
여기까지 읽으면 절망스럽지만, 빠뜨려서는 안 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빙하가 가진 또 다른 가치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쥐고 있는 실질적 지렛대다.
과학자들이 빙하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빙하 코어(ice core)'를 채취하면, 그 안에는 수백만 년 전부터 오늘까지 지구의 대기 성분이 기포 형태로 봉인되어 있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각 층마다 그 시대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대기 상태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인류가 일으킨 온난화를 입증한 80만 년치 이산화탄소 농도 데이터도 바로 이 빙하 코어 분석에서 나왔다.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지구 기후를 연구할 유일무이한 사료(史料)가 영영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편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뱃길, 즉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기존에 유럽으로 가려면 좁고 지정학적으로 불안정한 해협을 거쳐야 했지만, 북극을 가로지르면 한국에서 유럽까지 항해 거리가 약 40% 줄어든다는 추정이 있다. 다만 얼음과 얼음 사이 간격이 넓어질수록 파도가 거세지고, 떠다니는 유빙이 항해 위험을 키운다. 기회인 동시에, 정교한 극지 기상 예측이 뒷받침되어야 활용할 수 있는 만만찮은 항로다.
한번 무너진 빙하는 수천 년, 수만 년의 세월을 거쳐야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수명 범위인 100년 안에 다시 만들어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것이다. 현재 약 420ppm까지 올라온 농도를 노력으로 끌어내리는 것만이, 느리더라도 빙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국제 사회가 마음먹으면 환경 문제를 되돌릴 수 있다는 증거가 이미 있다. 1980년대 프레온가스를 비롯한 오존층 파괴 물질이 큰 문제가 되자, 1987년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전 세계가 이를 규제하기로 합의했다. 그 결과 오존층 구멍은 꾸준히 줄어들어, 수십 년 안에 대부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 문제 역시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지만, 국제적 공조가 작동하면 방향을 바꿀 수 있다.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 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와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이 함께 설립한 IPCC를 중심으로, 195개국이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묶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지만, 방향은 정해져 있다.
우리는 대부분 육지에 살기 때문에 바다와 빙하의 변화를 평소 체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지구에서 가장 빠르고 심각하게 진행되는 변화가 바로 그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원인은 다름 아닌 우리의 경제활동 방식이다.
지구는 우리가 영구히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오래된 말이 있다. 빌린 것이라면, 더 나쁘게가 아니라 적어도 받았을 때만큼은 온전하게 다음 세대에 돌려주는 것이 도리다. 지금 우리가 쌓아 올린 빚을 우리 세대 안에서 갚아 나가는 일, 그것이 얼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분명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