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읽기 · 창업
사람이 이끄는 AI — 스케일AI 창업자가 말하는 인간의 자리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떠올릴 때 터미네이터나 블랙 미러 같은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야심 찬 AI 프로젝트를 직접 만드는 사람의 생각은 정반대다. 그는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는커녕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든다고 말한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그 데이터는 결국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스크린 속 미래는 늘 인간 대 기계의 대결로 그려진다. 그러나 정작 그 기계를 만드는 현장에 있는 사람의 말은 다르다. 그는 AI가 "인간을 강화하고 심지어 슈퍼차저처럼 끌어올린다"고 말한다. 이 주장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프로그래머가 되었고, 왜 데이터 회사를 세웠으며, AI가 가장 먼저 자동화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짚으며 같은 결론으로 돌아온다. AI는 결코 사람을 떼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01과학자의 집에서 자란 프로그래머
그가 AI 회사를 세운 데에는 자라 온 환경이 깊게 배어 있다. 그의 부모는 로스앨러모스에서 일한 뛰어난 과학자였다. 아버지는 물리학자, 어머니는 천체물리학자로, 각각 플라스마 유체역학과 우주의 기원이라는 영역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 "그들의 과학적 작업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인식하는 방식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래서 그가 품은 욕심은 단순했다. 부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세상에 영향을 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 길로 그가 택한 것이 프로그래밍이었다. "세상에 변화를 만들 수 있도록 프로그래머가 되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프로그래머로 자라면서 그는 컴퓨터의 한계를 빠르게 깨닫는다. "프로그래밍은 단순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컴퓨터에 명확한 기계적 지시를 내리는 기술이다. 모든 것이 흑과 백이고, 회색 지대는 없다." 컴퓨터는 강력하지만 판단과 지능이 없었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바로 AI였다.
02흑백 영화에서 컬러로 — AI가 연 회색 지대
MIT에서 AI를 공부하면서 그는 점점 더 흥분했다. 컴퓨터에 지능을 입히는 일, 그래서 더 미묘한 문제를 풀게 하는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 수업 과제가 그 전환점이었다. 사람의 표정 사진을 찍어, 얼굴에 스치는 아주 미세한 신호로부터 그 감정과 의도를 읽어 내는 프로젝트였다.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AI를 써서 의도를 80% 정확도로 감지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우리는 그게 정말 자랑스러웠다." 컴퓨터로 전에 없던 일을 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는 이때 깨달았다고 말한다. AI가 판단과 지능이 필요한 모든 회색 지대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코딩이 흑백 영화 같았다면, 이건 마치 천연색으로 보는 것 같은 깨달음이었다."
그가 보기에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AI에는 개별적인 가치를 가르치고, 사려 깊은 결과를 찾도록 떠밀고, 인간의 의도와 가치가 AI와 어긋나지 않게 맞춰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AI가 삶 속의 반복을 걷어 내 준다면,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더 중요해지고, 결국 우리는 더 인간다워진다고 그는 봤다.
03냉장고 속 카메라 — 데이터라는 병목을 발견하다
다만 AI를 작동시키려면 강력한 데이터가 필요했고, 2016년 MIT 시절에는 그게 특히 구하기 어려웠다. 그는 학교 밖에서 AI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MIT 학생이 뭔가를 안 만드는 건 드문 일이다. 기계공학과는 잔디밭에서 투석기를 만들고, 전기공학과는 로봇을, 컴퓨터공학과는 친구들이 쓸 앱을 만든다. 그런데 AI로는 아무도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있었다."
왜일까. 데이터가 병목이었다. 그는 이 사실을 개인적인 실험으로 직접 체감한다. 냉장고 안에 카메라를 넣어, 언제 장을 봐야 하고 무엇을 사야 하는지 알려 주는 데이터를 모으려 한 것이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혼자 힘으로는 알고리즘을 제대로 돌릴 만큼의 데이터를 도무지 만들어 낼 수 없었다. (대신 그 카메라는 룸메이트가 자기 음식을 훔쳐 먹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경험이 스케일을 세운 동력이 되었다. "나쁜 데이터나 데이터 부족은 나쁜 AI로 이어진다. 데이터를 나중 문제로 다뤄선 안 된다." 신뢰할 수 있는 AI 결과를 내는 양질의 데이터에는 사람의 통찰과 안내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04알고리즘은 데이터를, 데이터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는 AI의 핵심 구조를 한 줄로 요약한다. "알고리즘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데이터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가 정확하려면 전문가인 사람이 있어야 한다. 맥락과 미묘함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제대로 주석 달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왕이 거듭 말하는 AI의 구조. 사람이 데이터를 가르치고, 결과가 나오면 다시 사람이 가치를 점검하는 고리에서 인간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알고리즘에 무엇을 할지 가르치는 존재이자 결정을 내리는 존재다. "어떤 일이 생기면 이렇게 하라"고 안내하면 AI가 그것을 배우고 복제한다. 우리는 AI에 개별적인 가치를 가르치고, 사려 깊은 결과를 찾도록 떠민다. "기계는 실수한다. 우리가 진실을 말하도록 가르치고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가 가장 무겁게 강조하는 단어가 정렬(alignment)이다. AI를 인간의 의도에 끊임없이 맞추는 일에는 언제나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 문제의 긴 꼬리, 그리고 늘 존재하는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들 때문에, 사람이 AI 개발의 생애주기에서 완전히 빠지는 일은 결코 없다. 그는 2016년 챗봇을 예로 든다. 대화의 경로가 너무 많아 완전 자동화는 불가능했고, 결국 사람이 한 번 결정을 내려 주면 챗봇이 그것을 반복했다.
05AI가 가장 먼저 자동화하는 것 — 날씨와 데이터
AI가 먼저 자동화하는 일은 사람들의 예상과 다르다. 그가 든 뜻밖의 예는 날씨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날씨를 예측하는 법을 풀려 애써 왔다. 기상학자에게 특히 어려운 이유는 아주 작은 요소들이 거대한 영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비 효과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예상 밖의 방식으로 반응한다."
날씨에는 어떤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입력이 영향을 준다. 그래서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를 분석해 더 정확하고 미묘한 해석을 내놓을 AI가 필요하다. 실제로 AI는 이미 중요한 폭풍과 홍수를 포함한 단기 예측에서 대단히 정확한 결과를 낸다.
"사람이 가장 단순하다고 여기는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많은 데이터가 있는 곳을 AI가 먼저 자동화한다."
의료도 그가 꼽는 사례다. 미국의학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에 따르면, 미국은 2034년까지 의사가 3만 8천 명에서 12만 4천 명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 AI가 반복적인 업무에서 의사의 시간을 아껴 주면, 의사는 더 많은 환자를 보고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 환자가 아플 때 쏟아지는 혈액 검사, 영상, 엑스레이 같은 데이터를 AI가 먼저 훑어 과거 사례와 대조하고, 이상이 보이면 의사보다 한참 앞서 그것을 짚어 의사에게 알린다. "AI는 진단을 더 빨리 찾도록 슈퍼차저처럼 끌어올린다." 신약 개발에서도 실험 데이터와 단백질 시뮬레이션 같은 복잡한 데이터를 다뤄 질병 해결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06전쟁의 최전선 — 위성 데이터가 하는 일
그가 더 구체적인 예로 든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AI는 위성 영상을 초인적인 속도와 정밀도로 분석해 우크라이나군이 더 빨리 대응하도록 돕는다. 스케일은 전쟁 피해 지역의 손상 평가에 자사 플랫폼을 썼다.
면적 (제곱킬로미터)
(기존 자료엔 없던 것 다수)
학생 시절 알고리즘 정확도
그들은 2천 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을 빠르게 분석해 37만 개가 넘는 구조물을 식별했고, 그중 상당수는 다른 데이터셋에 없던 것이었다. 키이우(Kyiv), 하르키우(Kharkiv), 드니프로(Dnipro)에 집중했고, 일부 데이터는 정부 사용자에게 직접 제공했으며 나머지는 더 넓은 AI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위성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은 더 있다. 비행기나 탱크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는지를 AI가 분석하는 것 — 이른바 변화 감지(change detection)다.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감시하다가 움직임이 포착되면 사람에게 알려 추가 조사를 하게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농지를 추적해 농업 피해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세계의 주요 식량 공급원인 만큼, 그 영향을 이해하는 일은 결정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07사람을 더 인간답게 — 슈퍼차저로서의 AI
그가 도달하는 결론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AI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더 잘 이해해야 할 도구이며, 우리 삶을 더 낫게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 AI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능력 밖에 있던 방대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하게 해 준다.
그렇게 자동화된 영역에서 풀려난 사람은, 정작 사람만이 가장 잘하는 일로 옮겨 간다. 정보를 받아 맥락 속에 놓고, 민감하게 전략을 세우며, 제때 행동하는 일이다. "AI가 인간보다 나아질 때, 그것은 인간을 더 낫게 만든다." 반복적이고 판단이 필요 없는 일을 AI가 걷어 가면, 우리는 더 신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좇을 자유를 얻는다.
그래서 그가 내건 기치는 분명하다. 사람이 이끄는 AI(human-led AI)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그는 우리 모두를 그 미래로 안내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발언을 맺는다.
왕이 말하는 AI는 아주 똑똑한 신입 종업원과 같다. 일은 빠르고 지치지 않지만, 가게의 가치와 단골의 취향은 사장이 하나하나 가르쳐 줘야 안다. 한 번 제대로 배우면 그 일을 끝없이 반복하지만, 새로운 상황이 오면 다시 사람이 "이럴 땐 이렇게 하라"고 일러 줘야 한다. 그래서 가게에서 사장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가 세운 회사는 그 종업원을 가르칠 교재를 만드는 곳이다. 냉장고에 카메라를 넣어 보고서야 깨달았듯, 좋은 교재(데이터) 없이는 아무리 똑똑한 신입도 헛똑똑이가 된다. 알렉산더 왕이 평생 매달린 일은 'AI를 대신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배울 좋은 교재를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