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영상 읽기
역사상 가장 큰 사업 — 그리고 1985년 파인만이 남긴 각주
한 유튜브 채널의 최신 영상 다섯 편을 나란히 놓고 읽었다. 네 편은 "역사상 가장 큰" 무언가를 짓겠다는 오늘의 빌더(builder,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그리고 다섯 번째는 1985년의 리처드 파인만이 "지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미리 적어 둔 각주다. 우연히 한자리에 모인 이 다섯이, 뜻밖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같은 채널의 영상을 한 편씩 보면 그저 각각의 인터뷰다. 그런데 최근 올라온 다섯 편을 연달아 보면,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단어가 반복된다. "역사상 가장 큰(the biggest in history)", "절반의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수십조 달러", "1000배". 로켓을 쏘는 사람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사람도, 스킨케어 브랜드를 판 사람도, 소프트웨어를 짓는 사람도 모두 거대한 규모를 말한다.
그 네 편 사이에, 시점이 41년 전으로 튀는 한 편이 끼어 있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이 1985년에 한 강연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다. 이 글은 다섯 영상을 따로 요약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을 한 장 위에 겹쳐 놓고, 네 빌더가 외치는 "가장 큰"이라는 말과 파인만이 그 위에 미리 그어 둔 밑줄을 함께 읽는다.
01같은 단어를 외치는 네 사람 — "역사상 가장 큰"
네 영상의 화자는 서로 다른 산업에 있지만, 사업을 설명하는 문법은 거의 같다. 규모를 먼저 말하고, 그 규모로 모든 것을 정당화한다.
스페이스X 영상에서 머스크는 회사를 "역사상 가장 큰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 주식을 시장에 처음 파는 일)"로 소개받는다. 정작 그 자신은 과거를 이렇게 회고한다. "사람들이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했다면, 나는 '너 좋은 거 했구나'라고 했을 거다. 나는 이 회사가 망할 거라 생각했다. 성공 확률을 10%도 안 준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시도한 이유는 단 하나, "새로운 회사가 우주에 들어가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진정한 우주 문명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표는 소수의 우주비행사가 아니라 "바로 당신"을 달과 화성에 데려가는 것이다.
피규어의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은 더 직접적이다. "로봇 공학의 메타문제(metaproblem)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푸는 것이다. 이걸 풀면 세계에서 가장 큰 사업을 압도적 격차로 짓게 된다. 전 세계 GDP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부분이 인간 노동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 시장을 매년 30조~40조 달러로 추산하고, 기술 기업의 통상 배수(매출의 10~20배)를 곱해 "수십조 달러 매출의 사업"이 된다고 계산한다.
나발 팟캐스트에서 베르셀(Vercel) 창업자 기예르모 라우치(Guillermo Rauch)와 나발 라비칸트(Naval Ravikant)는 사람의 규모를 말한다. "예전엔 10배(10x) 엔지니어가 있다는 말도 논쟁거리였다. 지금은 분명히 100배, 1000배 엔지니어가 있다." 라비칸트는 한 발 더 나간다. "무엇을 만들지 옳게 고른 사람과 잘못 고른 사람의 차이는 10배가 아니라 무한대다."
심지어 가장 '소비자 친화적'으로 보이는 헤일리 비버(Hailey Bieber)의 인터뷰조차 규모의 언어를 쓴다. 그는 자신의 스킨케어 브랜드 로드(rhode)를 화장품 대기업 e.l.f.에 최대 10억 달러에 매각했는데, 그 숫자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입 밖으로 내는 말을 정말 믿는 사람이다. 아주 초기 대화에서 '숫자를 얼마로 하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반드시 이 숫자여야 한다, 그 아래로는 안 간다'고 했다. 그게 내가 모래 위에 그은 선이었다."
스페이스X 초기 성공 확률
(애드콕 인터뷰 언급)
(비버 인터뷰)
엔지니어 간 생산성 격차
02화려한 비전 아래의 진창
그런데 같은 사람들이, 규모를 말한 바로 다음 문장에서 진창을 고백한다. 비전은 크게 말하지만 일 자체는 작고 끔찍하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안다.
애드콕은 인터뷰 내내 "가장 큰 사업"을 말하다가, 가장 큰 위험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휴머노이드는 그냥 너무 어렵다. 설명조차 잘 못 하겠다. 오늘 보여 준 것들을 로봇이 하게 만드는 일이 나를 거의 죽일 뻔했다." 그는 회사를 "끝없는 문제의 도시(problem city)", "문제로 가득 찬 유령의 집"이라 부른다. 핵심 기준은 화려하지 않다. "로봇을 집에 두고, 사람 개입 없이 매일 7~10시간을 고장 없이, 영원히 일하게 하는 것. 아무도 그걸 보여 준 적이 없다."
그가 드는 구체적 장면이 이 진창을 잘 보여 준다. 초기 모델 '피규어 1'은 한 시간쯤 돌면 고장 났다. '피규어 2'는 하루 한 번꼴, '피규어 3'은 일주일에 몇 번. 그런데 함대가 커지자 역설이 생긴다. "고장 비율은 줄어도, 로봇 수가 늘면 고장의 절대 숫자는 오히려 늘어난다." 비전은 "절반의 GDP"인데, 실제 일은 일주일에 몇 번 쓰러지는 로봇을 한 대씩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비버의 진창은 종류가 다르지만 결은 같다. 그는 초기 대표 상품이던 입술 제품에서 "오돌토돌한 질감" 문제가 터졌을 때를 회상한다. "사람들이 로드 제품을 뜨거운 물에 담가 오돌토돌함을 녹이고 있었다. 나는 무너졌다. 누군가 힘들게 번 돈을 그들에게 가치 없어지는 것에 쓰게 하는 게 가장 화가 난다." 10억 달러짜리 브랜드의 실제 작업은, 입술 크림 하나의 질감을 두고 고객 불만을 한 줄씩 읽는 일이었다.
비전은 마이크에 대고 외치고, 일은 아무도 보지 않는 작업장에서 한 번에 하나씩 한다.
머스크의 "10% 미만"도 같은 자리에 있다. 거대한 비전(우주 문명)과 냉정한 자기 평가(거의 망할 줄 알았다)가 한 사람 안에 공존한다. 네 빌더의 공통점은 '큰 꿈'이 아니라, 큰 꿈을 말하면서 동시에 그 아래 진창을 정직하게 인정한다는 데 있다.
03희소해진 것은 노동이 아니라 판단
그렇다면 이 진창에서 무엇이 일을 진전시키는가. 네 영상이 입을 모으는 답은 뜻밖에 한 단어다. 판단(judgment), 또는 취향(taste).
나발 팟캐스트의 핵심 주제가 바로 이것이다. 라우치는 엔지니어의 일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예전엔 네가 직접 결과물 B를 만들었다. 지금 내가 너를 평가하는 기준은, B부터 Z까지 결과물을 곱셈으로 찍어 내는 '공장'을 네가 만드느냐다." 이른바 소프트웨어 공장(software factory) 개념이다. 그리고 그 공장을 돌리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모델에 대해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의 블레이크 숄(Blake Scholl)은 이렇게 정리한다. "모델은 기본적으로 그 분야에서 네가 가진 만큼 똑똑하다. 유능한 개발자에겐 강력하고, 주니어에겐 주니어처럼 군다. 모델은 사용자가 가져오는 판단을 그대로 비춰 준다."
그래서 그들은 "토큰(token, 인공지능이 글을 처리하는 최소 단위, 곧 사용량)을 아끼지 마라"고 말한다. 숄의 표현은 "토큰을 낭비하고 시간을 벌어라(waste tokens, save time)"다. 비싸 보여도 사람보다 싸니, 입력·출력 토큰 수를 세지 말고 최종 결과물과 내 시간만 보라는 것이다. 모델이 싸구려 코드를 쓰면, 나중에 토큰을 더 던져 다시 쓰게 하면 된다. 희소한 자원은 계산력이 아니라, '무엇을 시킬지 아는 판단'이다.
비버는 같은 말을 화장품의 언어로 한다. "훌륭한 브랜드는 고객의 말을 듣는 것이다. '나한테는 맞지만, 모두에게 맞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애드콕의 '수직통합(vertical integration, 부품부터 두뇌까지 직접 만드는 전략)'도 결국 판단을 외주 주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위에서 아래까지 전체를 이해해야 내 운명을 통제할 수 있다. 부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코드를 이해하는지, 고칠 수 있는지가 남의 손에 달리면 안 된다."
041985년 파인만의 각주
여기서 다섯 번째 영상이 끼어든다. 1985년 9월 26일, 리처드 파인만은 "기계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보다 똑똑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그의 대답은 41년 뒤 오늘의 열기를 식히는 각주처럼 읽힌다.
첫째, 기계는 우리처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비유는 유명하다. "치타처럼 달리는 기계를 만들 수도 있지만, 바퀴를 다는 게 더 쉽다. 비행기는 날지만 새처럼 날지는 않는다. 날개를 퍼덕이지 않는다." 기계는 인간을 흉내 내는 대신, 자기 재료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택한다. 산술도 마찬가지다. "기계는 우리와 다르게, 그러나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한다. 인간의 산술은 느리고 번거롭고 오류투성이다."
둘째, 그럼에도 인간이 끝내 더 잘하는 것이 있다 — 인식(recognition)이다. 파인만은 1985년에 이미 이렇게 짚었다. "누군가 걷는 모양만 보고 '제인'인 줄 안다. 멀리서 머리 뒤통수만 봐도 '잭'인 줄 안다. 패턴을 알아보는 일을 우리는 아직 분명한 절차로 만들지 못했다." 사진을 다 넣어 비교시키려 해도 "조명이 다르고, 거리가 다르고, 고개 각도가 다르다." 그가 41년 전 "기계에게 가장 어렵다"고 한 바로 그 문제(현실의 무한한 변이 속에서 패턴을 알아보기)가, 오늘 애드콕이 "로봇이 처할 수 있는 상태의 수가 너무 많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하는 문제와 정확히 같다.
셋째, 그리고 가장 통렬한 대목. 파인만은 더글러스 레넛(Douglas Lenat)의 학습 프로그램 '유리스코(Eurisko)'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프로그램은 캘리포니아의 전략 게임(거대 함대를 예산 안에서 설계해 겨루는 '트래블러 TCS' 대회)에서 우승했다. 첫해엔 아무도 생각 못 한 '거대 전함 한 척'으로, 규칙이 바뀐 이듬해엔 '값싼 소형 함정 수만 척'으로 또 우승했다. 영리하게 들리지만, 파인만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 프로그램의 '버그'들이다.
파인만의 결론은 이렇다. "이 두 가지가 모두 지능을 보여 준다. 지능적인 기계를 만들면, 노동을 회피하는 온갖 미친 방법들이 나온다. 우리는 지능적인 기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것들은 지능의 필연적인 약점을 함께 보여 준다." 다시 말해, 지능이란 신비로운 무엇이 아니라 영리한 지름길과 자기기만이 뒤섞인 것이며, 그 약점은 똑똑해질수록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함께 자란다.
05다섯 편을 겹쳐 읽으면
이제 다섯 편이 하나의 문장으로 모인다. 네 빌더는 "역사상 가장 큰" 무언가를 향해 달리지만, 그들이 실제로 다루는 것은 거대한 비전이 아니라 고장 나는 로봇, 오돌토돌한 입술 크림, 망할 거라 믿었던 회사, 싸구려 코드를 비추는 모델이다. 그리고 1985년의 파인만은, 그 모든 '지능적인' 시스템이 결국 영리한 지름길과 약점의 묶음이라는 것을 미리 적어 두었다.
그래서 이 채널의 최신 다섯 편이 함께 가리키는 교훈은, '꿈을 크게 가져라'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 큰 비전은 마이크용이고, 실제 가치는 진창에서 판단을 내리는 손에서 나온다는 것. 머스크의 10%, 애드콕의 '문제의 도시', 비버의 입술 크림, 나발의 '토큰을 낭비하라'는 모두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그리고 파인만은 그 자리에 41년 전 이렇게 써 두었다. 지능은 마법이 아니라, 약점을 안고 일하는 영리함이라고.
네 빌더의 인터뷰는 식당 간판 같다. "세계 최대 레스토랑", "전 세계 입맛의 절반을 잡겠다"는 거대한 간판이 거리에 번쩍인다. 그런데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실제 일은 오늘도 소금을 한 꼬집씩 맞추고, 손님이 "국이 짜다"고 적은 쪽지를 한 장씩 읽는 것이다.
파인만은 그 주방을 41년 전에 미리 다녀온 노련한 주방장이다. 그는 말한다. "요리 잘하는 기계? 만들 수 있다. 근데 그놈은 자기가 게으름 피울 꾀부터 낼 거다. 사람이든 기계든, 똑똑하다는 건 원래 그런 잔꾀와 약점이 섞인 거야." 간판(비전)은 손님을 부르고, 맛(가치)은 주방의 잔손질에서 나온다 — 다섯 영상이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