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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100만 달러를 말하는 사람 — 코인베이스 브라이언 암스트롱의 셈법

코인베이스(Coinbase) 공동창업자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은 비트코인이 2030년에 100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한다. 공급은 고정돼 있고 수요는 늘어나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셈이다. 토큰화로 누구나 우량 자산에 접근하고, AI 에이전트가 사람 대신 결제하며, 한때 자기를 죽이려던 규제 당국과는 법정에서 맞붙어 이긴 사람. 내성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서 5,000명 회사의 수장이 되기까지, 그가 보는 10년 뒤 금융의 풍경에 관하여.

2026년 6월 14일

크립토(crypto, 암호화폐) 세계에서 "겨울이 오느냐"는 질문은 거의 의례에 가깝다. 가격이 한 번 출렁일 때마다 기자들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업계 사람들은 같은 표정으로 답을 피한다. 이 인터뷰에서도 진행자는 그 단골 질문을 꺼낸다. 하지만 암스트롱의 대답은 출렁이는 가격이 아니라 10년 단위의 그림으로 곧장 넘어간다. 그가 보기에 비트코인의 한 주, 한 달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더 긴 흐름이다.

먼저 정리 화자는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이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영상에서 코인베이스를 시작하기 전엔 누구도 관리해 본 적 없는 내성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지금은 약 5,000명 규모의 회사를 이끈다고 말한다. 본문의 인용은 모두 영상 속 그의 발언을 옮긴 것이다.

01"2030년 100만 달러" — 공급이 고정된 자산의 셈법

암스트롱은 단기 예측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못 박는다. 2026년에 비트코인이 얼마가 될지 묻자 그는 "누가 알겠느냐"며 발을 뺀다.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인기투표 기계이고 장기적으로는 무게를 다는 저울이라는 오래된 비유를 끌어온다. 자기는 하루하루 사고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서 오래 들고 가는 쪽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시간 지평을 10년으로 넓히면 그의 어조가 달라진다. 그는 "비트코인이 2030년이면 100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해 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근거는 화려하지 않다. 법정화폐(fiat)와 달리 비트코인에는 "돈 찍어 내는 기계"가 없다는 것. 공급이 고정돼 있고 유한하다는 것. 그 위에서 크립토를 쓰는 사람이 늘면 수요는 커지는데 공급은 그대로이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단순한 논리다.

지난 10년간 비트코인이 가장 수익률 높은 자산군이었다는 점, 작년에 사상 최고가 12만 5천 달러를 찍은 점도 그가 든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같은 방을 향해 이렇게 경고한다. "순자산의 최소 5퍼센트라도 비트코인에 넣어 두지 않았다면, 아마 꽤 슬퍼지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미 기회를 놓쳤지만, 그가 보기엔 여전히 초기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암스트롱의 두 발언을 막대로 비교한 도식. 왼쪽은 작년 사상 최고가 12만 5천 달러, 오른쪽은 2030년 100만 달러 전망. 공급은 고정이고 수요는 증가하므로 가격이 오른다는 그의 논리를 시각화

암스트롱이 직접 말한 비트코인 숫자 두 가지. 이미 찍은 사상 최고가(약 12.5만 달러)와, 그가 2030년에 가능하다고 보는 100만 달러. 그 사이를 메우는 중간 가격은 그가 말하지 않았으므로 비워 두었다.

02토큰화 — 4십억 명이 갇혀 있는 문을 여는 일

암스트롱이 가장 힘주어 설명하는 단어는 토큰화(tokenization)다. 그는 이것을 요즘 유행어이지만 실제로 중요한 흐름이라고 말한다. 핵심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가치를 달러 등에 고정한 코인)에서 이미 벌어진 일이 이제 주식·채권 같은 모든 자산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한 장을 토큰으로 만들었더니 전 세계 누구나 빠르고 싸게 결제할 수 있게 됐듯, 같은 일이 주식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드는 숫자가 인상적이다. 지금 세상에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이 약 40억 명 있다는 말은 들어 봤겠지만, 우량 자산에 투자할 길이 막힌 사람도 약 40억 명이라고 그는 말한다. 미국 기술 기업이든 유명 운용사의 펀드든, 그들에게는 닿을 방법이 없다. 토큰화는 단지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닫힌 문을 여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자본과 노동의 오래된 불균형을 짚는다. 노동으로만 소득을 버는 사람은 우량 자산에 자기 돈을 굴려 부를 키우는 엔진에서 자주 배제된다. "우리가 모든 자산군의 토큰화로 하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 접근을 민주화하는 것. 베네수엘라처럼 금융 서비스 접근이 가장 막힌 신흥 시장에서 채택이 빠른 것도 그래서지만, 그는 인도·튀르키예·나이지리아가 1인당 채택률에서 앞서가는 한편 미국에서도 5,200만 명이 이미 크립토를 써 봤다고 덧붙인다.

03"모든 것의 거래소" — 월급도, 주식도, 예측 시장도 한 앱에서

암스트롱이 그리는 코인베이스의 미래는 단순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코인베이스를 점점 주거래 금융 계좌처럼 쓰고 있다고 말한다. 월급을 입금하고, 크립토를 거래하고, 주식도 사고, 예측 시장(prediction market)과 원자재까지 거래하고, 전 세계 어디로든 즉시 송금하고, 필요하면 대출까지 받는다.

그는 이것을 "모든 것의 거래소(the everything exchange)"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모든 자산군을 한 플랫폼에서 거래한다는 뜻이다. 그가 보기에 이것은 신흥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코인베이스는 미국에서 시작했고, 여전히 매출 대부분이 미국에서 나온다.

이 그림을 지탱하는 것이 그가 "자산 축적 전략(asset accumulation strategy)"이라 부르는 것이다. 가장 신뢰받는 브랜드라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자산을 맡기고, 코인베이스에는 이미 약 5천억 달러의 자산이 쌓여 있다. 자산은 잘 움직이지 않는 끈끈한(sticky) 성질이 있어서, 거기에 거래·대출·카드 같은 제품을 더 많이 연결할수록 고객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더 많이 수익을 내고, 그 돈을 다시 신뢰를 쌓는 데 투자하는 선순환이라는 것이다.

04AI 에이전트에게는 지갑이 필요하다

코인베이스 안에서 AI는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암스트롱은 코드의 약 50퍼센트가 AI로 작성되고(물론 사람의 검토와 강한 보안 통제를 거친다), 고객 지원 문의의 약 60퍼센트를 AI가 답한다고 말한다.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같은 일부 후방 업무도 자동화하고 있다. 회사에서 AI를 쓰지 않는 개발자는 해고된다는 말이 도느냐는 질문에는, 적어도 모두가 시도는 하고 있고 그게 자기가 바라는 전부라고 답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AI와 크립토가 사실은 서로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점점 세상에서 실제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거기엔 결제가 포함된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의 모든 규칙은 그 계좌에 연결된 사람을 식별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분명하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AI 에이전트는 자기만의 지갑이 있어야 결제하러 나갈 수 있다. 우리는 스테이블코인과 크립토 지갑이 AI 에이전트의 기본 결제 수단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는 언젠가 AI 에이전트가 사람보다 더 많은 거래를 매일 일으킬 것이라고 본다. 이미 코인베이스는 세금 손실 수확이나 포트폴리오 재조정 같은, 과거에는 고액 자산가에게나 열려 있던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Coinbase Advisor'라는 AI 에이전트 시제품을 내놓았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AI 에이전트는 자기만의 지갑이 있어야 결제하러 나갈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크립토 지갑이 그들의 기본 결제 수단이 될 것이다."

05연방 규제 당국을 고소한 사람 — 그리고 이겼다

암스트롱은 자신이 가장 크게 성장한 순간을, 옳다고 믿지만 논란이 될 줄 알면서 밀어붙인 결정들로 꼽는다. 첫 번째는 회사 사명을 담은 초기 블로그 글이었다. 사회 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 그는 "직장 안에서 정치 활동을 하지 않고 우리 사명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당시엔 엄청난 논란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두 번째는 더 무거운 결정이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부당하게" 크립토 산업을 죽이려 들었을 때, 코인베이스는 규제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주변에서는 모두 말렸다. "상장 회사가 연방 규제 기관을 고소한다고? 끔찍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산업 자체가 죽을 것이라 봤고,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소송했고, 이겼다.

세 번째는 바로 지난주의 일이라며 그가 든 사례다. 그는 한 시장 구조 법안(market structure bill)의 초안을 직접 읽고 "이건 잘못됐다, 미국 소비자에게 해롭다"고 판단했다.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 기존 사업자가 규제를 자기 입맛대로 써서 경쟁을 막는 것 — 이 일어나는 것은 비미국적이고 비윤리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은행 로비스트가 몇 명이든 상관없다. 기존 사업자를 못 박고 경쟁을 금지하려는 법안은 용납하지 않겠다." 일부 사람을 화나게 했지만, 그것이 자기가 세상에 보이고 싶은 리더십이라고 그는 말한다.

06은행 사이와 해커 사이 — 번역하는 사람

다보스(Davos) 같은 자리에서 암스트롱의 위치는 묘하다. 탈중앙화를 외치는 크립토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는 다른 누구보다 은행과 정치인에 가깝다. 어떻게 이 충돌하는 두 세계를 동시에 다루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는다. 어떤 날은 정부 인사·은행 CEO와 이야기하고, 같은 날 해커들이 모인 크립토 모임에 가면 "왜 은행원처럼 차려입었느냐"는 핀잔을 듣는다고 한다.

그가 자신을 설명하는 단어는 번역가(translator)다. 돈의 대부분은 여전히 전통 금융 시스템 안에 있으니, 그것을 크립토 세계로 끌어와 모든 것을 더 효율적이고 값싸게 만들려면 두 세계를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 "나는 은행 말도 조금 하고 해커 말도 조금 한다. 그 둘 사이를 통역하려 애쓴다."

이 모든 것의 끝에서 그가 그리는 10년 뒤는 이렇다. 크립토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도 자기도 모르게 혜택을 받는 세상. 돈에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싼 금리로 대출받고, 해외 가족에게 11퍼센트 수수료 없이 즉시 송금하고, 부동산이나 영화 프로젝트를 위해 10~11퍼센트를 떼 주는 대신 곧장 온체인(on-chain)에서 자금을 모으는 세상. "크게 개선되고 새로워진 금융 시스템 — 우리가 그 한가운데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 그리고 짧게 덧붙인다. "달까지(to the moon)."

비유

암스트롱의 비트코인 셈법은 한정판 우표 같은 것이다. 더는 찍어 내지 않기로 못 박힌 우표가 있다고 해 보자. 그 우표를 모으는 사람이 매년 늘어나는데 새로 찍히는 건 한 장도 없으니, 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그가 비트코인을 "돈 찍는 기계가 없는 자산"이라 부르며 100만 달러를 말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토큰화는 고급 백화점의 회원 전용 매장을 동네 누구나 들어가는 편의점으로 바꾸는 일에 가깝다. 지금까지 미국 기술주나 유명 펀드는 회원증 가진 사람만 들어가는 매장이었다. 자산을 토큰으로 쪼개 진열대에 올리면, 회원증 없던 40억 명도 한 칸씩 사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계산대에서는 머잖아 사람뿐 아니라 자기 지갑을 가진 AI 점원도 카드를 긁게 된다는 것이 그의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