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obhan.me

인터뷰 읽기 · 투자

성당과 카지노 — 은퇴한 버핏이 처음 꺼낸 이야기

버크셔 해서웨이의 경영을 후임에게 넘긴 워런 버핏이 사임 후 처음으로 공식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3,5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깔고 앉아 "시장은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 현금이라는 요새, 도박을 권하는 나라, 핵의 그림자, 그리고 600억 달러를 기부한 사람이 지키는 침묵에 관하여.

2026년 6월 14일

물러난 사람의 말은 종종 더 솔직하다. 더 증명할 것도, 다음 분기에 보여줄 것도 없기 때문이다.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온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이 사임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앉았다. 인터뷰 내내 그는 흥분하지 않는다. 시장이 조정에 들어갔다는 말에도, 핵전쟁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도 같은 톤이다. 그 평탄한 목소리 안에 그가 평생 지켜 온 사고법이 들어 있다.

먼저 정리 화자는 워런 버핏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직만 유지하며, 일상 경영은 후임 그렉 아벨(Greg Abel)에게 넘겼다. 이 대화는 그 사임 이후 처음으로 응한 공식 인터뷰다. 본문의 인용은 모두 영상 속 버핏의 발언을 옮긴 것이다.

01현금이라는 요새 — 3,500억 달러를 깔고 기다린다

버핏은 버크셔가 들고 있는 현금이 "현금과 국채를 합쳐 3,500억 달러가 넘는다"고 말한다. 이번 주에만 국채(T-bill)를 170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버크셔는 국채 최대 보유자이고, 아마 최대 응찰자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1월 3일에는 옥시덴탈(Occidental) 화학 지분을 97억 달러어치 매입했다. 그러나 그는 곧장 김을 뺀다. 이건 흥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이 5~6% 싸졌다고 해서, 우리가 5~6% 벌자고 여기 있는 게 아니다."

워런 버핏이 은퇴 인터뷰에서 밝힌 금액들 — 버크셔 현금성 자산 3500억 달러, 게이츠 재단 보유액 960억 달러, 2006년 이후 누적 기부 600억 달러, 주간 국채 매입 170억 달러, 옥시덴탈 지분 매입 97억 달러

버핏이 인터뷰에서 직접 언급한 금액들(단위: 10억 달러). 현금성 자산이 다른 모든 항목을 압도한다.

그가 사는 것은 종이쪼가리가 아니라 사업이다. "우리 돈의 3분의 2 이상은 우리가 소유한 사업체에 들어가 있다." 한번 사면 무기한 보유가 원칙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30년, 코카콜라를 거의 40년째 들고 있다. 애플은 "너무 일찍 팔았다"고 인정하면서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 그럼에도 애플은 여전히 버크셔의 단일 최대 투자다. (그는 버크셔가 가진 철도 사업이 애플 지분보다 더 값이 나간다고 무심하게 덧붙인다.)

시장이 더 떨어지면 그 현금을 풀겠냐는 질문에 그는 조건을 분명히 한다. "큰 폭락이 오면 투입할 것이다. 하지만 주식이나 사업이 매력적이어서 사는 것이지, 다음 주에 팔려고 사는 게 아니다." 옥시덴탈을 살 때도 "50년을 내다본다"고 그는 말한다.

02"나는 시장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다우와 나스닥이 모두 조정 국면에 들어갔고 4년 만에 최악의 분기라는데, 이제 주식이 싸 보이냐는 질문에 그는 짧게 답한다. "아니다." 그가 버크셔를 맡은 이래 시장은 세 번이나 50% 넘게 빠졌다. "2008년 무렵이 최악이었지만, 어느 월요일엔 하루에 21%가 빠진 적도 있다. 지금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3번
버핏 재임 중
시장이 50% 넘게 하락
-21%
하루 최대 낙폭을
본 어느 월요일
~40년
코카콜라를
보유해 온 기간

그의 투자론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나는 사업이 얼마짜리인지는 안다. 하지만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다른 누구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시장의 향방을 떠벌리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그가 든 비유는 신랄하다. "뒷마당에서 금을 발견한 사람이 TV에 나와 '내 뒷마당 여기에 금이 있어요'라고 외치지는 않는다. 그렇게 떠드는 사람은 뭔가를 팔려는 것이다."

03성당과 카지노 — 도박을 권하는 나라

버핏은 미국 경제를 "지금껏 본 적 없는 대성당, 모든 성당 중의 성당"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성당에 카지노가 붙어 있고, 사람들은 둘 사이를 마음대로 오간다." 그는 사람들이 도박을 좋아한다고 거듭 말한다. 승산이 자기에게 불리한데도 기꺼이 건다는 것이다.

그는 1952년 신혼여행을 떠올린다. 숙모의 차를 빌려 길을 나섰다가 라스베가스를 지났는데, 잘 차려입고 비행기로 먼 길을 날아온 사람들이 손잡이를 당기며 "수학적으로 멍청한 짓"에 돈과 시간을 쏟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여기는 기회의 땅이구나. 우리는 부자가 되겠구나."

주식시장도 다르지 않다고 그는 본다. 그냥 주식 하나를 사서 진득하게 50년을 들고 있으면 결과는 좋다. 미국 자본주의는 작동하고, 하우스에 맞서 베팅하는 일은 통하지 않는다. "문제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는 것이다. 도박꾼이니까."

"복권은 멍청함에 매기는 세금이다. 하지만 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화가 난 게 아니다. 정부가 자기 국민을 호구로 삼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부가 도박을 권하는 흐름을 강하게 비판한다. 복권, 스포츠 도박, 예측 시장의 합법화. "한 번 열어 주면 멈출 수 없다." 한 주(州)가 복권으로 1달러당 60센트씩 거둬들이는 걸 본 다른 주들이 줄줄이 따라 했다는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이 이를 반기는 이유도 그는 짚는다. 가난한 사람의 주머니에서 세수가 나오면, 그만큼 부자에게 매길 세금이 줄기 때문이다. 정작 그가 분노하는 대상은 도박하는 개인이 아니라, 그것으로 이문을 챙기는 정부다. "정부가 국민을 봉으로 만드는 건 냉소적인 일이다."

04태양은 45억 년, 지구는 500년 —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화제가 중동과 핵으로 옮겨 간다. 버핏은 평생 핵 위협을 자선의 첫 번째 우선순위로 삼아 왔다. 그가 든 대비가 인상적이다. "학교에 다닐 때, 태양이 45억 년 뒤에 꺼진다고 배웠다. 그건 꽤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제 핵을 가진 나라가 아홉이고, 북한의 그 사람까지 있다. 내가 보기에 지금 지구의 기대수명은 500년이 안 된다."

그는 1939년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핵물리학자 레오 실라드(Leo Szilard)는 자기 힘으로는 대통령에게 말을 전할 수 없자 아인슈타인의 서명을 받았고, 그 편지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기 한 달 전 루스벨트에게 닿았다. "우리는 그 뒤로 80년을 살아냈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순간이 정말 많았다."

이란의 핵 문제 — 바로 앞 순서에 나온 니키 헤일리(Nikki Haley)가 "대통령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 것 — 에 대해 그는 똑부러진 답을 피한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한다. "어떤 식으로든, 앞으로 100년 아니 200년 안에 그것이 쓰이게 만들 무언가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 거기 있는 것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존재는 명확하다. 스스로 죽어 가거나 엄청난 굴욕에 몰려, 방아쇠에 손을 얹은 자.

05600억 달러를 준 사람의 침묵 — 기부와 엡스타인의 그림자

버핏은 2006년부터 600억 달러 가까이를 기부했고, 그 대부분이 게이츠 재단으로 갔다. 그런데 인터뷰는 가장 민감한 곳을 건드린다 — 엡스타인 파일에 등장하는 빌 게이츠(Bill Gates) 관련 이메일이다.

그는 신중하다. 자신은 재단 이사 셋 중 하나였지만 1년에 한 번 만났을 뿐이고 "캐묻지 않았다"고 말한다. "내가 캐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애초에 그 돈을 거기 두지 않았을 것이다." 파일이 공개된 뒤 그는 한 달도 안 돼 이사직을 사임했다. 빌 게이츠와는 그 이후로 연락하지 않는다. 이유는 담담하다. "증인석에 설 처지가 되고 싶지 않다."

기부를 계속할 거냐는 질문에 그는 즉답을 피한다. "매년 6월 말쯤 해 왔다. 이번엔 어떻게 펼쳐지는지 지켜보고 결정하겠다." 게이츠 재단은 현재 96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그가 빌 게이츠, 멀린다와 함께 만든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서약 — 에는 250명이 넘는 억만장자가 이름을 올렸다. 피터 틸(Peter Thiel)이나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 같은 이들이 "워크하다"며 반발했다는 데 대해 그는 무심하다. "누구도 그 서약 '때문에' 덜 기부하지는 않을 거라는 데, 나는 큰돈을 걸 수 있다."

방송 종료를 알리는 진행자에게 그는 미국을 이렇게 정리한다. "세계의 경이다. 동시에 당신과 똑같은 인간들이 수없이 많다. 그래도 작동해 왔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 민주당이냐 공화당이냐 — 에 답하며 인터뷰는 끝난다. "1960년엔 공화당 후보로 투표용지에 올랐다. 아버지가 골수 공화당이었으니까. 그러다 민주당으로 갔고, 지금은 무소속이다."

비유

버핏의 현금 3,500억 달러는 가뭄을 대비해 가득 채워 둔 거대한 물탱크와 같다. 비가 언제 올지는 그도 모른다고 말한다. 다만 언젠가 가뭄이 닥치면, 탱크를 채워 둔 사람만이 밭에 물을 댈 수 있다. 그가 평생 한 일은 '비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탱크를 채워 두는 것'이었다.

그가 본 미국은 웅장한 성당 옆에 카지노가 붙은 건물이다. 성당(자본주의)은 진득하게 머무는 사람에게 보상하고, 카지노(투기·도박)는 들락거리는 사람의 주머니를 턴다. 버핏은 평생 성당 쪽 의자에 앉아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