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읽기 · 인생
어차피 한 번인데, 맘대로 사세요 — 화장실 변기칸에서 시작된 어느 강연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안전한 직장'에 들어간 한 남자가, 일하기 싫어 회의 중에 화장실 변기칸에 숨었다가 셔츠도 없이 회사 전체 앞에서 발각된다. 그날의 달리기에서 그는 평생 자신을 끌고 갈 '두 번째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고 말한다. 못을 뽑는 일, 에너지를 따라가는 일, 그리고 지금 올인하는 일에 관하여.
가장 좋은 인생 조언은 대개 가장 멋없는 실패담에서 나온다. 더 잃을 게 없는 사람이 더 솔직해지기 때문이다. 이 강연도 그렇다. 성공한 투자자가 무대에 올라 점잖은 격언을 읊는 대신, 그는 자기가 스물일곱 살에 회사 화장실 변기칸에 숨어 있던 장면부터 꺼낸다. 그 우스꽝스러운 도망에서 그가 들은 한 줄기 목소리가, 이후 22년의 삶을 바꿔 놓았다는 것이다.
01변기칸에 숨은 스물일곱 살 부사장
이야기는 위버가 졸업 후 들어간 '안전한 직장'에서 시작한다. 그는 그 일에 별 흥미가 없었고, 잘하지도 못했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입사 1년쯤 되었을 때 회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Napa)에서 사흘짜리 워크숍을 열었다. 슬라이드 한 장에 단어가 여든일곱 개씩 적힌 옛날식 발표를, 발표자가 0.5배속으로 한 단어 한 단어 읽어 내려가는 자리였다. 그는 그 시간을 "끔찍했다"고 표현한다.
하루 반쯤 지났을 때 그는 탈출 계획을 짠다.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양복 상의 안에 수첩을 숨기고, 오전 휴식 시간에 맨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칸에 숨는다. 모두 나갈 때까지 3분을 기다리고, 안전을 위해 5분을 더 기다린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고 그는 회상한다. "나는 스물일곱 살 부사장이다. 그런데 지금 남자 화장실 변기칸에 앉아 내 회사 사람들로부터 숨어 있다."
그는 결국 뒷계단으로 빠져나가 방으로 올라가서 양복을 벗고 러닝복으로 갈아입는다. 빨간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셔츠는 찾지 못한 채, 근처의 실버라도 트레일(Silverado Trail)로 달리러 나간다. 날은 화씨 75도, 셔츠 따위는 상관없었다. 도망치듯 시작한 그 달리기가, 정작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 된다.
02달리기에서 들은 두 번째 목소리
달리는 동안 그는 이른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상태에 빠진다.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레이엄, 너는 이러지 않아도 돼. 이건 네가 아니야. 이건 네가 할 일이 아니야." 전에도 가끔 들렸던 목소리였지만, 그날은 유독 강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진실'이라는 걸 깨달았고, 달리기를 마칠 무렵 묘한 평온이 몸을 감쌌다. 그 목소리를 따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런데 결말은 영화처럼 끝나지 않는다. 달리기 막바지에 그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 로키 3편의 주제가 'Eye of the Tiger' — 트레일 옆 긴 유리 건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 그는, 두건을 두르고 땀에 젖은 상반신을 보며 영락없는 로키라고 느낀다. 거울 삼아 권투 동작을 흉내 내기 시작한다. 그러다 유리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걸 본다.
몸에서 힘이 쭉 빠진다. 두 시간 동안 달리는 사이 회의는 끝났고, 사람들은 포도밭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자리를 옮긴 뒤였다. 몰래 회의장에 복귀하려던 그의 계획은, 회사 전체 앞에서 웃통을 벗고 권투 흉내를 내는 장면으로 끝나 버린다. 그가 이 강연에서 가장 크게 웃음을 끌어낸 대목이다. 그러나 그 우스꽝스러움 뒤에 진짜 교훈이 있다. 그날 그는 그 목소리를 평생 따르겠다고 자신과 약속했고, 그 첫 실천이 바로 "그 직장을 떠나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이었다.
03우리 안에서 싸우는 두 목소리
강의해 온 기간
창업가 수
말하는 지금 나이
22년간 학생들을 만나면서 그가 깨달은 것은, 누구에게나 두 힘 사이의 갈등이 있다는 점이다. 첫 번째는 생존 본능이다. 수천, 어쩌면 수만 년을 인간과 함께한 이 본능은 덤불 속의 소리가 나를 죽일지 모른다고 경고하던 힘이다. 그것은 두려움과 의심, 걱정과 불안을 우리에게 주입한다. 위버는 이를 "공포의 목소리, 내면의 비평가"라고 부른다. 이 목소리는 크고, 늘 머릿속에서 떠든다.
두 번째 목소리는 다르다.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직관, 근원, 신, 우주, 영혼, 진짜 나, 내면의 지혜 같은 여러 이름으로 불러 온 목소리다. 이 목소리는 더 조용하고, 머리가 아니라 몸에서 — 가슴과 직감으로 — 나타난다. 문제는 첫 번째 목소리가 워낙 시끄러워서 두 번째 목소리를 자주 묻어 버린다는 데 있다.
"공포의 목소리는 당신을 너무 작은 인생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그걸 알고 있다."
위버는 우리가 너무 작은 일을 하고 있을 때 느끼는 불협화음과 긴장이 바로 그 증거라고 말한다. 이 한 번뿐인 인생에서 온전한 힘에 닿으려면, 답은 두 번째 목소리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 목소리 안에 꿈과 길과 에너지가 들어 있고, 자신이 누구인지 부정하기를 멈추는 순간 이룰 수 있는 일에는 끝이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강연의 나머지는, 그 조용한 목소리에 접속하기 위한 세 가지 약속으로 이어진다.
강연의 뼈대. 두 목소리에서 세 가지 약속으로, 그리고 '풀 파워'로 — 결국 단 하나의 결정으로 수렴한다.
04약속 하나 — 머릿속의 못을 뽑아라
첫 번째 약속은 '못을 뽑는' 일, 즉 멈춰 서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위버는 한 영상을 예로 든다. 한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두통이 심하고 잠을 못 잔다고 호소하는데, 화면을 돌려 보면 그녀의 이마에 못이 박혀 있다. 남자친구가 "못을 빼면 되지 않겠냐"고 하자, 그녀는 "이건 못에 관한 문제가 아니야"라며 정작 자신을 멈춰 세운 그것만 빼고 다른 모든 얘기를 하려 한다.
위버는 우리도 대부분 머리에 못을 박은 채 걸어 다닌다고 말한다. 그 못은 네 가지 통으로 나뉜다. 잠재력을 가로막는 나쁜 습관, 오래전에 묻어 두고 처리하지 않은 해결되지 않은 과거,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야 한다"는 식의 스스로 만든 규칙과 가정, 그리고 우리를 옭아매는 두려움이다. 그의 경우엔 싫었지만 떠나기가 두려워 머물렀던 그 직장이 못이었다.
못을 빼기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우리가 못이 박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불면증을 앓던 친구 이야기를 든다. 의사가 "잠들기 한 시간 전에 와인을 네다섯 잔 마시는 걸 끊으라"고 하자, 그녀는 "끔찍한 생각"이라며 다른 의사 넷을 더 찾아갔고, 결국 약장 가득한 약과 규칙으로 못 주위에 보호용 헬멧만 더 단단히 씌웠다. 못을 뽑는 첫걸음은 자기 진실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둘째 이유는, 못을 빼면 삶이 먼저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변화는 늘 처음엔 불편하다. 그러나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은 '먼저 나빠짐'의 반대편에 있다."
05약속 둘 — 열정 말고 에너지를 따라가라
두 번째 약속에서 위버는 흔한 졸업 축사 조언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거의 모든 연사가 "열정을 따르라(follow your passion)"고 말하지만, 그는 그것이 해로운 조언일 수 있다고 본다. 그 말은 마치 당신에게 열정이 딱 하나 있고, 스물여덟 살에 그게 뭔지 이미 알아야 하며, 그것을 앞으로 40년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중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알파인에서 투자한 500명이 넘는 성공한 창업가 가운데 그 길을 그대로 밟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그가 권하는 것은 '에너지'를 따르는 일이다. 그는 '아홉 개의 삶(Nine Lives)'이라는 연습을 제안한다. 아홉 개의 평행 우주에 사는 자신을 상상하되, 규칙은 둘이다. 모든 삶은 반드시 오늘에서 시작해야 하고(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각각은 침대를 박차고 일어날 만큼 설레는 무언가여야 한다. 그의 예로는 창업자, 스탠퍼드 교수, 깨달음을 얻는 수도승, 라스베이거스의 DJ, 작가 같은 삶들이 등장한다.
"에너지는 영혼의 언어다. 그 두 번째 목소리는 말이 아니라 당신의 몸 전체로, 당신이 에너지를 느끼는 것들을 보여 주며 말을 건다."
이 연습은 두 가지로 쓸 수 있다. 하나는 지금 걷는 길(첫 번째 삶) 위에서 다른 삶의 한 조각 — 기타, 운동, 글쓰기, 강의 같은 것 — 을 끌어와 불씨를 댕기는 것이다. 그러면 그 에너지가 삶 전체로 번진다. 다른 하나는 더 강력하다. "실패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면, 나는 아홉 중 어느 삶을 택하겠는가?" 이 질문은 공포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가장 소중한 꿈에 곧장 닿게 한다. 인간의 영혼에는 희망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06약속 셋 — 지금, 전부를 걸어라
세 번째 약속은 '지금 올인하라'다. 위버는 가장 큰 함정이 '한 발만 걸친' 상태라고 말한다. 한 발은 들여놓고 한 발은 뺀 채, "들어갈까 말까, 이 직장이 맞나, 이 관계가 맞나, 언젠가 분명해지겠지" 하며 머뭇거리는 상태. "전념하기 전까지는 늘 망설임이 있다"는 한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며, 슬프게도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 이 자리에 머문다고 그는 짚는다. 절반만 들어간 채로는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강의 데뷔 실패담을 꺼낸다. 스물아홉 살에 자신에 관한 케이스(사례 연구)의 초청 게스트로 강단에 섰지만, 그는 완전히 망쳤다. 내면의 비평가가 "넌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데 무슨 가르침이냐"고 두들겨 댔고, 수업 정리 시간에 교수가 꼽은 교훈은 "사업을 시작하는 데 카리스마나 언변이 필요하지는 않다"였다. 그는 그게 사실이라 더 뼈아팠다고 웃으며 말한다.
그 비평가의 결정타는 "절대 못 한다"가 아니라 "지금은 아니야(not now)"였다. 20년 더 경험을 쌓고, 모든 게 완벽해진 다음에 하라는 것. 위버는 이것이 또 다른 형태의 두려움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를 다시 일으킨 건 사라(Sarah)라는 학생이었다. 사라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이겼느냐"고 물었고, 위버는 그녀에게 두려움을 종이에 적게 했다. 두려움은 잠재의식 깊은 곳에 있을 때 가장 큰 힘을 갖기 때문이다. 사라는 한 달 뒤 회사를 차리고 첫 투자를 유치했다.
학생에게 조언하면서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조언하고 있었음을 깨달은 그는, 강의에 올인하기로 한다. 5분짜리 마무리 코멘트 하나에 60시간을 쏟았다. 1년에 한 번 가르치던 케이스는 세 번, 다섯 번, 일곱 번으로 늘었고, 그가 망쳤던 바로 그 수업을 지금은 그가 가르친다. 올인하자 정체성이 바뀌었다. "가르칠까 말까" 흔들리던 사람에서 "나는 교사다"로. 두 목소리의 갈등은 잦아들었다. "번아웃은 오래 일해서 오는 게 아니라, 마찰과 어긋남에서 온다. 에너지는 사랑과 같아서, 쓸수록 더 생긴다."
07결국 단 하나의 결정
강연 막바지, 위버는 사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2년 전 아들 체이스(Chase)가 대학에 갔을 때, 누군가 가슴을 도려낸 것 같았다고 한다. 갓 태어난 체이스를 안았던 순간, 말을 배우기 전 수어로 '더(more)'를 표현하던 모습, 처음 걷던 날, 자전거와 운전을 가르치던 시간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둘째 아들 블레이크(Blake)도 올해 졸업해 떠난다. 중요한 무언가가 새로운 시작 없이 끝나는 듯한 감각, 삶의 유한함이 그를 일종의 실존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그는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강화한다. 멕시코의 시골과 코스타리카의 정글을 찾고, 명상 수련과 독서에 몰두한다. 그가 좋아하는 철학자들 — 예수, 아리스토텔레스, 부처, 소크라테스, 앨런 와츠(Alan Watts) — 이 내놓은 답들을 읽는다. 이웃을 사랑하라, 신을 섬기라, 고통 속에서도 현재에 머물라, 진리를 구하라. 위대한 답들이지만, 하나로 모이지는 않았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삶의 의미는, 당신이 당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찾은 자신의 답은 "이 한 번뿐인 인생에서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내며 사는 것(live at full power)"이었다.
그 힘은 이미 우리 안에 있고, 그것에 닿는 길은 두 번째 목소리라고 그는 말한다. 그 목소리는 힘에 닿는 길일 뿐 아니라, 그 힘을 어디에 쏟아야 가장 큰 영향을 낼지도 알려 준다. 무언가가 당신을 계속 멈춰 세우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면, 그건 못이 박혀 있다는 신호다 — 못을 뽑겠다고 약속하라. 그 목소리가 에너지의 언어로 말을 건다면, 그 에너지를 향해 가겠다고 약속하라. 특히 '실패하지 않는다면 할 일'을 향해.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목소리는 당신이 지금 올인하기를 원한다.
52년을 살아 보니 인생에는 수백만 가지 결정이 있는 게 아니더라고 그는 말한다. "이 한 번뿐인 인생에서 온전한 힘을 느끼며 살고 싶다면, 사실 결정은 단 하나뿐이다." 그가 졸업생들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이자, 이 영상의 제목이 가리키는 바로 그 질문이다. 당신은 어느 목소리를 들을 것인가.
위버가 말한 '머릿속 못'은 방 한가운데 놓인 무거운 가구와 같다. 사람들은 그 가구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도, 정작 가구를 치울 생각은 않고 동선만 요리조리 바꾸며 산다. 와인을 끊으라는 말에 의사를 네 명 더 찾아간 친구처럼, 우리는 못을 뽑는 대신 못을 피해 다니는 데 평생의 에너지를 쓴다.
그가 말한 '에너지를 따르라'는 것은 여러 콘센트가 달린 멀티탭 앞에 선 사람과 같다. 어느 구멍에 코드를 꽂아야 불이 들어올지는, 머리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직접 꽂아 봤을 때 몸이 환해지는 느낌으로 안다. '아홉 개의 삶'은 그 멀티탭의 구멍을 하나씩 눌러 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