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obhan.me

인터뷰 읽기 · 창업

낙서에서 표준으로 — 두들린 이태규가 푼 채용 문제

대학생 여섯이 모여 시작한 채용 솔루션 '그리팅'은 5년 만에 159억 원의 투자와 6,000곳이 넘는 고객사를 모았다. 반에서 28등이던 창업자가 학벌 사회의 틈을 파고든 방법, 그리고 열아홉 개의 카피를 이겨낸 단 하나의 무기에 관하여.

2026년 6월 14일

이름부터가 선언이다. '두들린(Doodlin)'은 낙서를 뜻하는 두들링(doodling)에서 왔다. 마구 끄적이는 낙서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뜻이다. 대학생 창업으로 출발한 이 회사의 대표 이태규는, 정말로 낙서 같던 시작을 채용 시장의 한 표준으로 키워 냈다.

먼저 정리 화자는 이태규, 채용 관리 솔루션 그리팅(Greeting)과 채용 플랫폼을 만드는 두들린의 대표다. 그리팅은 지원자 정보를 한곳에 모아 관리·평가·면접 일정까지 처리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ATS, 지원자 추적 시스템)다. 창업 5년 차에 누적 투자 159억 원, 고객사 6,000곳 이상을 확보했다. 본문의 인용은 영상 속 이태규 대표의 발언을 옮긴 것이다.
159억
누적 투자 유치액
(알토스벤처스 등)
6,000+
고객사 수
5,000만
첫 투자금(원)
"대학생에겐 큰돈"
19개
뒤따라 생긴 카피
대부분 소멸

01악당인 줄 알았던 사업가

이태규는 원래 문학소년이었다. 책과 콘텐츠를 좋아했는데, 거기서 사업가는 늘 악당으로 그려졌다. 그래서 한동안 그는 사업가를 악당이라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누구보다 세상을 바꾸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결국 사업가더라." 우리나라 대기업을 일군 회장들의 자서전을 읽어 보면 한결같이 같은 이야기뿐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어떻게 세상의 문제를 풀 것인가, 어떻게 외화를 벌고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그에게 창업은 그래서 '세상을 좋아지게 하는 일'이 됐다. 본인의 표현으로는 이렇다. "나는 지는 게임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게임을 해 왔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세상의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건 너무 기분 좋은 일이다."

02반에서 28등이던 아이의 문제의식

그가 채용 시장을 택한 데는 개인적인 뿌리가 있다. 그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다. "집에서 전교 등수를 한 번도 못 해 본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30명 반에서 늘 28등쯤이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물었다. 왜 공부를 잘해야 하느냐고. 답은 합리적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면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있는 '티켓'이 생긴다는 것.

그런데 대학에 가고 취업할 나이가 되자, 그 티켓이 허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공부를 잘했던 친구도, 못했던 친구도 스무 살 무렵엔 다들 똑같았다.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아무도 모른 채, 점수 맞춰 진학하고 취업을 위해 수험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좋은 대학이 좋은 직장을 보장한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조금만 찾아봐도 학벌만으로 평가하는 직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기업은 좋은 경험과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 그런데 구직자에겐 그게 현실로 보이지 않으니, 불안해서 그냥 기성세대의 방정식을 따라간다."

그의 가설은 이랬다. 기업의 채용 문제를 제대로 풀면, 취업과 교육의 문제까지 풀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을 학벌만으로 판단하는 건 누가 봐도 비합리적인데, 여전히 한국에서는 모두가 학벌로 매겨진다. 학벌이 좋지 않았던 그가, 바로 그 격차를 푸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03돈 내는 건 신입뿐 — B2C에서 B2B로

첫 제품은 구직자를 향했다. 스물여섯, 친구들이 모두 면접을 준비하던 시기였으니 자연스러웠다. 인공지능으로 면접을 준비해 주는 소프트웨어.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곧 벽에 부딪힌다. 무언가에 돈을 내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신입뿐인데, '신입'이라는 지위는 한 번 취업하면 사라진다. 들어오면 나가고, 또 들어오면 나가고 — 고객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다. 큰 변화를 만들려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구직자 한 명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기업이 채용을 잘하도록 돕는 도구. 그렇게 나온 것이 그리팅이다. 지원자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평가는 한 화면에서 빠르게, 면접 요청은 카카오톡으로, 어떤 경로의 지원자가 가장 합격률이 높은지는 데이터 대시보드로 — 채용 담당자의 일을 단순하게 만들어 주는 제품이었다.

04열아홉 개의 카피, 그리고 단 하나의 무기

그리팅이 잘되자 카피가 쏟아졌다. 그가 기억하기로 2~3년 사이에 비슷한 ATS가 열아홉 개나 생겼다. 어떤 건 대학 연구실에서, 어떤 건 경진대회 발표를 그대로 베껴서 만들었다. "겉모습이 똑같았다. 차별점이 뭐냐고 물으면, 없다고 할 만큼 똑같았다." 정성껏 쓴 문구 하나까지 통째로 복사당했을 때는 속이 많이 상했다고 그는 솔직히 말한다.

그런데 카피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이유를 그는 '맥락'에서 찾는다. 따라 한 사람들은 어떤 기능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고객 피드백이 쌓여 그 모양이 되었는지를 모른다. 그러니 비슷하게 만들어도 에러가 많고, 다음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반면 그리팅의 무기는 단순했다. 병적인 고객 집착이다.

생존이 걸린 문제였기에 그들은 고객 한 명의 불편에 새벽에도, 주말 저녁에도 전화를 받았다. 어떤 기능은 요청을 받고 4분 만에 반영하기도 했다. 코드 정리는 나중에 하더라도 일단 고객의 문제부터 풀었다. 첫 고객이 된 어느 채용 팀장에게는 요청받은 14개 항목을 단숨에 만들어 보여 줬고, 그 팀장은 결국 쓰던 해외 서비스를 그리팅으로 바꿨다. 훗날 그가 이직할 때, 이태규는 그를 자사의 HR 디렉터로 모셔 왔다.

그가 좋아하는 한 경영서에는 미국 스타트업 스퀘어(Square)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마존이 똑같은 제품을 훨씬 싼값에 내놓으며 시장을 압박했지만, 결국 아마존이 사업에서 철수하며 스퀘어가 시장을 지켜 낸 일화다. 따라 하기만 한 쪽은 고객의 맥락을 쌓지 못해 대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태규는 같은 논리를 자기 시장에서 본다. "지금 ATS를 만드는 분들, 영업 굳이 안 하셔도 된다. 그분들이 영업해 주신 고객은 어차피 나중에 그리팅으로 돌아온다."

05159억과 6,000개사, 그리고 여전히 영업 현장으로

첫 투자금은 5,000만 원이었다. 당시 대학생들에게는 "다들 까무러치게 놀랄" 큰돈이었다. 거기서 시작해 누적 159억 원, 고객사 6,000곳 이상으로 자랐고, 팀은 60~70명 규모가 됐다. 경쟁 ATS는 거의 다 사라졌다.

그러나 그가 가장 경계하는 건 고객과 멀어지는 일이다. 고객사가 많아지면 목소리 큰 고객, 돈을 가장 많이 내는 고객의 말만 듣게 되기 쉽다. 그래서 그는 팀이 60~70명이 된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영업 현장에 나간다. "고객지향적인 회사가 되어야 하니까. 고객이 뭘 불편해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직접 알아야 한다." 낙서처럼 시작했지만, 그 낙서를 작품으로 만든 손은 여전히 책상 앞이 아니라 고객 앞에 있다.

비유

두들린의 무기인 '고객 집착'은 돋보기와 같다. 햇빛을 한 점에 모아야 종이가 타는데, 열아홉 개의 카피는 빛을 넓게 흩뿌리기만 했다. 그리팅은 새벽 통화와 4분 만의 기능 반영으로 한 점에 빛을 모았고, 그 점에서 불이 붙었다.

카피가 그리팅을 못 이긴 건, 레시피만 베낀 요리와 같다. 똑같은 재료와 순서를 적어도, 왜 소금을 그 타이밍에 넣는지 모르면 맛이 안 난다. 그 '왜'가 두들린이 고객에게서 쌓은 맥락이고, 베낀 쪽에는 그 맥락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