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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읽기 · 인공지능

잠든 사이 발명된 세계 — 에릭 슈미트가 그린 AI의 현재 위치

구글을 이끌던 사람이 트랜스포머와 TPU, 알파폴드가 태어나던 자리에 있었다. 그 에릭 슈미트가 무대에 올라 지금 우리가 선 위치를 짚는다. 재귀적 자기개선이라는 다음 관문, 진짜 병목인 전력, 적이 아니라 경쟁자인 중국, 그리고 작은 체르노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서늘한 예언에 관하여.

2026년 6월 14일

화자 소개 무대에 앉은 사람은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다. 2001년부터 약 10년간 구글(Google)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이후 회장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트랜스포머, TPU(텐서 처리 장치), 단백질 구조 예측 알파폴드가 모두 그의 재임기에 구글 안에서 태어났다. 질문을 던지는 진행자는 그를 무대로 부른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이며, 대화는 풍요 운동(abundance movement)을 표방하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본문의 인용은 모두 영상 속 슈미트의 발언을 옮긴 것이다.

01우리는 이 변화의 10~15% 지점에 서 있다

슈미트는 지금을 "역사적 순간"이라고 부르는 디아만디스의 말을 받아 거리를 좁혀 말한다. "우리는 이 충격의 10~15% 지점에 와 있다. 눈에 보이고, 피부로 느껴진다." 어떤 일은 곧 벌어지고 어떤 일은 더 걸리겠지만, 변화의 방향 자체는 이미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구분하는 것은 '지금 가진 것'과 '아직 없는 것'이다. 아직 없는 것은 사람처럼 행동하는 완전한 인공 에이전트다. "1~2년 안에 인간 같은 컴퓨터 에이전트를 갖게 되리라고 스스로를 설득하기는 쉽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그 과학이 없다." 반면 이미 가진 것은 추론 시스템(reasoning systems)이다.

그래서 그는 단언한다. "설령 오늘 멈춘다 해도 — 멈출 수 없고 어떤 정부도 개인도 기업도 통제할 수 없지만 — 이 추론 에이전트들만으로도 인류는 이미 한 단계 올라섰다." 지금 손에 쥔 것만으로도 판은 이미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02샌프란시스코 컨센서스 — 2~3년 안의 초지능

그는 이것을 "샌프란시스코 컨센서스"라 부른다. 그 도시에서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이 같은 믿음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에이전트의 해'이고, 에이전트와 추론의 사용량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다는 것. "다들 하드웨어가 동났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붐이고, 나는 경력에서 이런 붐을 서너 번 겪었다."

핵심은 재귀적 자기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이다. 시스템이 스스로를 개선하기 시작하면, 지능이 제 힘으로 학습하며 인간보다 빠르게 나아간다. 인간은 생물학적 한계에 묶여 있지만 AI 연구 에이전트는 그렇지 않다. "먹이지 않아도 되고, 집도 필요 없고 — 샌프란시스코엔 집도 없다 — 인사부도, 월급도 필요 없다. 전기만 먹이면 된다. 그래서 몇 명을 둘 수 있나? 어쩌면 100만 명이다."

그래서 그래프의 기울기가 꺾여 올라간다. 사람을 더하고, 에이전트를 더하면 곡선은 수직으로 선다. 그것이 본질적으로 초지능이라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믿음으로는 이 일이 2~3년 안에 일어난다." 그가 든 증거는 도구가 아니라 그 밑의 모델이다. "클로드 코드(Claude Code)가 몇 달 전에 나왔다. 예전엔 사람이 80, 기계가 20이었는데 이젠 20대 80으로 뒤집혔다. 내 분석으로는 클로드 코드 그 자체가 아니라, 밑에 깔린 거대 언어 모델(LLM)이 더 깊이, 더 오래 생각하게 된 덕이다."

10~15%
슈미트가 본
현재 변화의 진척도
2~3년
샌프란시스코가 보는
초지능 도래 시점
100만
전기만 먹이면 둘 수 있는
AI 연구 에이전트 수

03저녁을 먹고 자는 사이, 세계가 발명된다

슈미트는 스물한 살에 베이 에어리어로 옮겨 와 프로그래머로 이 흐름을 지켜본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꽤 괜찮은 프로그래머였다고 자부하면서도 인정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그것이 못 하는 건 없다. 러스트(Rust)로 C 컴파일러를 짜는 걸 보고 나는 끝났구나 싶었다." 만드는 사람들조차 자기 기술이 줄어드는 걸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그래머의 자리는 '코드를 짜는 사람'에서 '프로그래밍 시스템을 지휘하는 감독'으로 옮겨 간다. 역설적으로 최상위 프로그래머의 가치는 더 커진다. "맨 위 프로그래머는 늘 바로 아래 사람보다 10배쯤 뛰어났다. 이 시스템들은 아직 인간의 통제를 받아야 하므로, 그런 사람들은 덜 귀해지는 게 아니라 더 귀해진다." 그 결과 그는 한 가지 산업 구조를 예언한다. 아주 큰 회사 소수와, 아주 작은 회사 다수. 사람이 그만큼 덜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그가 든 일화가 이 변화를 압축한다. 그가 관여하는 한 스타트업의 젊은 프로그래머는 이렇게 일한다고 했다. 원하는 것의 명세를 적고, 시험 함수와 평가 함수를 적은 뒤 — 아내와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잠은 잘 잡니까?" "아주 잘 잡니다." 작업은 새벽 네 시쯤 끝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이 발명되었는지 확인한다.

"평가 함수를 정의할 수 있고, 그냥 돌려 둘 수 있고, 하드웨어가 충분하다면 — 당신은 세계를 발명하고 있는 것이다."

슈미트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 백스테이지에서 노트북 뚜껑을 닫지 못했다고 했다. 여섯 개의 작업을 클라우드에 막 올려 둔 참이었고, 뚜껑을 닫으면 작업이 끊기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내려가면 내가 던진 여섯 개 문제를 풀어 놨을 것이다." 두 달 전 다보스에서 만났을 땐 코드를 자동 완성으로 거들어 주던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무대에 선 그 순간에도 기계가 혼자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04진짜 병목은 칩도 사람도 아닌 전력이다

그렇다면 이 폭발적 성장의 제약은 무엇인가. 슈미트는 데이터센터 회사를 직접 차린 사람으로서 답한다. 의회 증언에서 그는 "지금부터 2030년 사이 미국에 92기가와트(GW)의 전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소 한 기가 약 1.5GW이니, 부족분은 원전 약 60기에 해당한다. 진짜 자원 제약은 칩도, 사람도, 돈도 아닌 전기라는 것이다. "우리에겐 대학도, 똑똑한 사람도, 경제도, 그리고 가능성 하나에 수십억 달러를 던지는 미친 금융가들도 있다."

에릭 슈미트가 의회 증언과 인터뷰에서 제시한 미국 전력 수요 규모 비교 — 표준 신축 데이터센터 1동 0.4GW, 원자력 발전소 1기 1.5GW, 2030년까지 미국 전력 부족분 92GW, 미국이 노리는 AI 전력 목표 100GW

슈미트가 든 숫자로 본 전력의 규모(단위: 기가와트). 2030년 부족분 92GW와 AI 전력 목표 100GW가 원전 한 기·데이터센터 한 동을 압도한다.

그는 돈의 한계도 셈한다. "1GW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를 합쳐 약 500억 달러어치다. 그러면 100GW는 5년간 5조 달러. 미국이 그걸 모을 수 있나? 그렇다, 그게 미국의 힘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이미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를 차지하고, 머지않아 미국 전기의 10%를 데이터센터가 쓰게 된다고 그는 본다.

그가 묘사하는 한 동의 데이터센터는 산업 시설에 가깝다. "표준 신축 데이터센터는 400메가와트(MW) 규모에, 길이가 약 800미터, 폭이 150미터쯤 된다. 본질적으로 공기를 빨아들였다가 내보내는 거대한 송풍 기계다." 엔비디아(Nvidia) 칩 하나가 2킬로와트의 열을 내뿜어 물로 식혀야 한다며 그는 덧붙인다. "이건 미친 짓이다. 이것들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효율이 좋아지면 전력이 덜 든다는 반론에는 단호하다. "효율이 좋아질수록 새로운 쓸모가 발견되어 더 많은 전력과 더 많은 컴퓨터가 필요해진다. 인간은 지수함수에 약하다."

05바둑에서 단백질로 — 딥마인드 인수의 뒷이야기

화제가 구글로 돌아가자 슈미트는 딥마인드(DeepMind) 인수 비화를 꺼낸다. 그 무렵 인수가는 6억 달러쯤으로 알려졌고, 사람들은 "바둑이나 두는 매출 0인 AI에 왜 6억 달러를 버리느냐"고 했다. 그런데 몇 년 뒤 반전이 드러났다. "그 AI로 데이터센터 냉방을 더 효율적으로 제어했더니, 인수 비용 전체가 그것만으로 회수됐다. 그리고 바로 그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 결정의 공은 바둑을 공부했던 래리 페이지(Larry Page)에게 돌린다.

2016년 한국에서 열린 바둑 대국 현장의 묘사가 생생하다. 한쪽 방에는 한국인들이 "이 컴퓨터를 박살 내겠다"며 들떠 있었고, 건너편 구글 방은 조용했다. 모니터엔 승률 예측 장치가 50대 50에서 시작해 51%, 52%로 올라갔다. "설계자인 데이비드가 '우리는 그냥 무한대까지 가도록 짜 뒀다'고 했다. 그게 풍요 이론이다. 그냥 쭉 올라간다." 결국 인간들은 무너졌고, 그제야 그는 딥마인드 사람들의 천재성을 이해했다고 말한다.

그다음 장면이 더 인상적이다. 같은 팀은 바둑에 싫증을 내고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로 옮겨 갔다. "바둑과 생물학 전체를 누가 연결하겠나. 하지만 단백질 접힘은 완벽한 문제였다. 명확한 끝점이 있었으니까." 다만 슈미트는 한 가지 단서를 단다. "사람들은 AI에 흥분하지만, 이것들에겐 아직 상식이 없다. 그래서 무엇이 옳은지 검증해 주는 평가 함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끝점이 분명하고 검증할 수 있는 문제 — 그것이 AI가 가장 잘 푸는 문제라는 것이다.

06우주에 데이터센터를 — 무한 전력이라는 유혹

대화는 우주 데이터센터로 옮겨 간다. 슈미트는 자신이 한 로켓 회사의 공동 소유주라고 밝히며, 디아만디스가 자신보다 이 분야를 훨씬 잘 안다고 치켜세운다. "로켓 과학은 괜히 어렵다고 하는 게 아니다. 정말 정말 어렵다. 나는 로켓은 잘 모르지만 기술 인력을 다루는 법은 안다."

그가 보는 우주 데이터센터의 매력은 분명하다. 무한에 가까운 전력이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우주엔 산소가 없어 열을 빼내기가 어렵고, 방사선 문제도 있다." 그래도 그는 기술적으로는 대체로 이해된 문제라고 본다. "열 방출도, 방사선도 원리는 알려져 있다. 내게 이건 사업의 문제다.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둘 것인가."

지상에는 광섬유가 있고 흔들림이 적은 안정성이 있다. 반면 우주는 다른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무한 전력이라는 압도적 이점이 있다. "에너지 논리로만 따지면 우주가 압도적으로 이긴다. 냉각이 큰 과제지만, 이젠 대체로 해결됐다고 본다." 어린 시절 달과 화성을 꿈꾸던 자신이, 그 꿈이 데이터센터로 연료를 얻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그는 덧붙인다.

07적이 아니라 경쟁자 — 중국이라는 거울

슈미트는 중국을 부를 때 단어를 고른다. "미국의 경쟁자는 적이 아니라 경쟁자인 중국이다. 이 구분이 중요하다." 중국에는 돈이 있고,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있으며, 노동 윤리는 미국과 같거나 더 강하고, 핵심 산업들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특히 아프게 짚는 것은 전기차다. "우리는 어쩐 일인지 그들이 전기차 산업을 장악하도록 내버려 뒀다. 이건 분명히 실수였다."

이제 그는 같은 일이 로봇에서 되풀이될까 두려워한다. 로봇은 본질적으로 액추에이터, 즉 작은 스텝 모터들의 집합인데, 전기차 산업이 바로 그 모터와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저비용 영역에서는 적어도 중국이 이길 것이다. 전기차 혁명을 저가 영역에서 내준 것처럼, 로봇 혁명을 잃고 싶지 않다." 지금의 로봇은 강아지를 대신하는 장난감 수준이지만, 한 달 전 공개된 유니트리(Unitree) 로봇이 사람과 춤추는 영상을 보라고 그는 권한다.

그가 본 중국의 진짜 힘은 경쟁의 밀도와 수직 계열화다. "중국엔 이사회 만찬이 없다. '투어 미팅' 하고 곧장 일로 돌아간다. 안부도 묻지 않는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기가팩토리가 모든 것을 수직 계열화하는 것도 같은 논리라고 그는 본다. "공급사가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풍요로 가는 길은 가격을 끌어내리고 수직 계열화하는 것이고, 일론이 미국에서 그 길을 개척했다."

08작은 체르노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대화는 AI 안전으로 향한다. 슈미트는 예전에 여러 번 했던 말을 다시 확인한다. "AI 안전을 위해, 세상이 깨어나려면 체르노빌급의 작은 사망 사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만 그는 곧장 못을 박는다. "분명히 해 두자. 나는 그것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바라는 게 아니라 그저 그렇게 될 거라고 묘사하는 것이다." 진짜 위험은 생물학적·핵 공격처럼 이 기술이 촉발할 수 있는 것들이며, 그런 비극이 — 부디 작은 것이 — 세계를 깨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지금 당장 선을 그어야 한다고 보는 문제는 더 구체적이다. "어떤 시점엔 일자리 충격이 온다. 소프트웨어와 일부 고객 서비스에서 이미 보인다." 그리고 한 가지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3세 아이가 거대 언어 모델 때문에 자살하는 일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한다." 호환되지 않는 여러 벤더의 에이전트를 묶었을 때 생기는 예측 불가능한 효과도 그가 오래 걱정해 온 문제다.

그럼에도 그의 결론은 비관이 아니다. 그는 미국이 AI 경쟁에서 이기길 원하고, 그러기 위해 똑똑한 이민자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그 시스템은 미국의 가치 — 자유,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 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도 늦추자는 게 아니다. 다듬자는 것이다. 미국의 천재성을 망치지 않으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지 않도록." 속도를 줄이는 게 아니라 방향을 잡는 것 — 그것이 물러난 적 없는 이 기술 경영자의 마지막 당부다.

비유

슈미트가 본 AI는 밤사이 혼자 돌아가는 공장과 같다. 사람은 무엇을 만들지 명세서를 적고 합격 기준만 정해 두고 잠자리에 든다. 새벽이면 공장은 주문한 적도 없는 물건들을 쌓아 둔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도, 설레어하는 것도 바로 이 '잠든 사이의 생산'이다.

그래서 그가 짚는 진짜 병목은 머리가 아니라 콘센트다. 아무리 똑똑한 기계라도 결국 전기를 먹는다. 100GW를 모으는 일은 멀티탭을 몇 개 더 꽂는 게 아니라, 원전 60기를 새로 짓는 규모의 공사다. 슈미트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 이 경쟁의 승부는 누가 더 큰 발전소를 먼저 세우느냐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