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obhan.me

인터뷰 읽기 · 투자

왜 자산 가격은 이토록 강한가 — 하워드 막스의 고점론

나쁜 소식이 쌓이는데도 주가는 떨어지지 않는다.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는 그 이유를 "16년째 제대로 된 조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는 경보를 울리지 않는다. 다만 조금, 수비를 두텁게 할 때라고 말한다. 시장 사이클과 군중 심리, 그리고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그늘에 가려진 493개의 주식에 관하여.

2026년 6월 14일

강세장의 한가운데서 신중함을 말하는 일은 인기가 없다. 모두가 오르는 쪽에 베팅할 때 "조금 조심하자"고 말하면, 흥을 깨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그 말을 한다. 그는 흥분하지 않는 사람이다. 시장이 비싸다고 진단하면서도 곧 무너진다고 단정하지 않고, 더 비싸질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싸다는 사실 자체는 놓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 균형 잡힌 어조 안에, 그가 평생 다듬어 온 사고법이 들어 있다.

먼저 정리 화자는 하워드 막스다. 세계적인 부실채권·신용 투자 운용사 오크트리 캐피털(Oaktree Capital)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으로,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투자 비망록 '메모(memo)'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대화는 그의 최신 메모를 두고 진행된 인터뷰이며, 본문의 인용은 모두 그 자리에서 막스가 한 발언을 옮긴 것이다.

0116년 동안 무너지지 않은 시장

인터뷰는 막스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서 시작한다. 당신이 보기에 순(純) 부정적인 흐름들이 쌓이고 있는데, 왜 자산 가격은 이토록 강한가? 그는 먼저 솔직하게 전제를 깐다. "이건 전부 느낌과 의견일 뿐, 사실(fact)이 아니다." 그렇게 한 발 물러선 뒤에야 진단을 내놓는다. 주식은 자신이 펀더멘털, 혹은 현실이라 부르는 것에 비해 비싸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이유로 그가 꼽는 것은 시간이다. "16년 동안 심각한 시장 조정이 없었다." 그 긴 평온 속에서 사람들은 조정이라는 것을 떠올리는 습관 자체를 잃어버렸다. 떨어질 수 있다는 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막스는 그 망각이야말로 위험의 씨앗이라고 본다.

02투자자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

그는 오래 고민해 온 질문을 꺼낸다. 투자자가 저지르는 단 하나의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인가. 그가 도달한 결론은 이렇다. "지금의 상태가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질 것이라고, 지금까지 벌어진 일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훨씬 더 자주 일어나는 일은 평균으로의 회귀(reversion to the mean)다.

지난 16년 동안은 모든 것이 잘 통했다고 막스는 인정한다. 주식 투자자가 되는 일이 잘 통했고, 빚을 내어(레버리지) 하면 더 잘 통했으며,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것도 결과가 좋았다. 투자자는 본성적으로 낙관적이고, 그 낙관은 좀처럼 죽지 않는다. 문제는 잘 통했던 그 경험이 사람들에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착각을 심는다는 데 있다.

"시장의 등락은 대부분 심리의 등락과 맞물려 있다."

03좋아함이 거품이 되는 계단

막스는 거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한 줄로 묘사한다. 사람들의 마음이 중립에서 출발해 한 칸씩 올라간다는 것이다. "주식을 좋아하게 되고, 많이 좋아하게 되고, 엄청 좋아하게 되고, 너무 좋아하게 된다." 그 마지막 단계의 연속이 거품을 만든다. 그리고 그는 지금이 그 계단의 초입, "초기 단계"일 것이라고 본다.

하워드 막스가 묘사한 투자 심리의 다섯 단계 — 중립에서 시작해 좋아함, 많이 좋아함, 엄청 좋아함을 거쳐 너무 좋아함에 이르면 거품이 된다는 계단형 도식

막스가 묘사한 심리의 사다리. 한 칸씩 올라가다 마지막 칸에 이르면 거품이 된다. 그는 지금을 아직 "초기 단계"로 본다.

비교 대상으로 그가 떠올리는 시기는 1997년 무렵이다. 당시 시장은 기술주와 사랑에 빠져 있었고, 인터넷이 열어 줄 기회에 대한 낙관이 극에 달해 있었으며, 누구도 밸류에이션의 높이를 걱정하지 않았다. 바로 그 무렵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은 그 유명한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을 경고했다.

그런데 막스가 굳이 1997년을 고른 이유가 흥미롭다. 그린스펀이 과열을 우려한 뒤에도 시장은 2년 반에서 3년을 더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한 것이다. 지금은 위태롭고 미친 밸류에이션이 아니다." 경보를 울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조만간 조정이 올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핵심은 이것이다. "비싸다는 사실, 그것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더 비싸질 수도 있지만, 비싸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04매그니피센트 세븐의 그늘에 가린 493개

기술이 시장을 감싼 분위기에 기여한다고 막스는 말한다. 많은 이들이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 아마존(Amazon)과 알파벳(Alphabet)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 — 을 거론한다. 이 일곱 종목이 상승에 불균형하게 큰 몫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달러 기준 상승분이 S&P 500 전체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500개 중 단 7개가 말이다."

그러나 막스의 칼끝은 의외의 곳을 향한다. 이 일곱은 위대한 기업들이고, 밸류에이션이 높긴 해도 "과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그는 본다. 정작 그가 더 불안하게 여기는 것은 나머지 493개 종목이다. 매그니피센트 세븐만큼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누구도 이 493개가 그 일곱과 같은 품질의 회사라고 말하지 않는다.

"예외적인 기업에 예외적인 밸류에이션이 매겨지는 것보다, 평범한 기업에 높은 밸류에이션이 매겨지는 쪽이 더 불안하다."

탁월한 회사가 비싼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평범한 회사까지 비싸진다면, 그것은 개별 기업의 가치가 아니라 시장 전체를 감싼 분위기가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신호다. 막스가 정말로 경계하는 지점이 여기다.

05자기 편의 논리만 아는 사람은 그것조차 모른다

막스는 이번 메모에 한 인용을 끌어들였다. 19세기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이 1859년에 남긴 말이다. "자기 쪽 입장만 아는 사람은, 그 입장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자기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반대편의 논리까지 모두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막스는 메모 안에서 "시장이 과대평가된 것이 아니다"라는 강세론(bull case)을 일부러 정리해 둔다. 반대편의 가장 강한 논리를 스스로 적어 보는 것, 그것이 자기 일의 일부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양쪽을 다 살핀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단정적이지 않다. "경보를 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은 신중할 때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그는 솔직한 단서를 단다. 월가에서 말하는 이른바 "자기 책 띄우기(talking your own book)" —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권하는 것 — 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오크트리가 주로 하는 일은 기업의 빚을 사는 일, 즉 신용(credit)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논지는 분명하다. 빚은 본질적으로 주식보다 방어적이다. 약속된 지급이 있고, 이자와 원금을 약속대로 갚는 한 —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한다 — 내 수익이 얼마일지 미리 알 수 있다.

06약속된 7.5%, 그리고 더 두터운 수비

그렇다면 신용 시장도 비싸진 지금, 그것이 여전히 방어적일 수 있는가.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 회사채가 국채보다 더 주는 추가 수익)가 1998년 이래 가장 좁아졌다는 지적에 막스는 차분히 답한다. 약속된 계약상 수익률이 역사적 평균만큼 높지 않은 것은 맞다. 국채 대비 더 주는 폭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7.5%를 약속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16년
심각한 시장 조정이
없었던 기간
7 / 500
S&P 상승분 절반 이상을
책임진 종목 수
7.5%
신용이 약속하는
계약상 수익률

7.5%의 약속에서 수수료를 떼고, 가끔 신용 손실을 만나더라도, 그는 향후 10년간 누적으로 60%대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계약으로 보장에 가까운 60%대의 수익. 그것이 밸류에이션이 한껏 높아진 주식 시장에 머무는 것보다 더 방어적이라는 것이 그의 요지다. 1998년 당시의 좁은 스프레드에서 고수익 채권에 투자했더라도, 지난 27년을 돌아보면 결과는 괜찮았다고 그는 덧붙인다. 주식은 밸류에이션이 높을 때 "괜찮음에 못 미칠" 상당한 확률을 안고 있는 반면, 신용은 "괜찮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포트폴리오에 수비를 조금 더 넣을 때다.

07비싼 명차와 값싼 보통 차

방어적 투자의 무대로서 미국은 여전히 최선인가. 막스는 메모에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고 썼다. 미국을 예외적으로 만드는 것들 — 혁신의 정신, 자유 시장, 법치, 자본 시장, 성장과 역동성, 위대한 기업들 — 은 지금도 여전히 사실이다. 다만 그는 한 마디를 덧붙인다. "우리는 여전히 최선의 장소다. 그러나 예전만큼 최선은 아닐지도 모른다." 투자 환경으로서 미국은 근본적으로 조금 나빠졌고, 세상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며, 그는 거기에 반박할 수 없다고 인정한다.

그러면 더 나은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막스의 대답은 그다운 비유로 마무리된다. "미국은 비싼 값이 붙은 훌륭한 차다." 세상에는 우리 차만큼 훌륭하진 않아도 더 싼 차들이 있다. 더 싼 보통의 차냐, 더 비싼 명차냐 —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세계의 다른 곳들은 미국만큼의 역동성을 갖지 못했고, 미국에 비해 과도하게 규제된 곳도 많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미국 대비 할인된 값에 나와 있다면, 일부를 담아 두는 것도 불합리한 일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비유

막스가 말한 심리의 사다리는 놀이공원의 분위기와 닮았다. 한 사람이 줄을 서면 옆 사람도 따라 서고, 줄이 길어질수록 "이건 분명 재밌을 거야"라는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처음엔 그냥 좋아함이던 것이 어느새 너무 좋아함이 되고, 줄이 가장 길어진 순간이 바로 거품이다. 막스는 "지금 줄이 막 길어지기 시작한 초입"이라고 말한다. 아직 정점은 아니지만, 줄이 길다는 사실 자체는 기억해 두라는 것이다.

주식과 신용의 차이는 복권과 정기예금으로 바꿔 볼 수 있다. 주식은 당첨되면 크지만 얼마가 될지 아무도 약속해 주지 않는 복권에 가깝고, 신용(채권)은 "10년 뒤 이만큼 드립니다"라고 종이에 적어 주는 예금 증서에 가깝다. 모두가 복권에 줄을 선 지금, 막스는 예금 증서 쪽으로 한 발 옮겨 두라고 권한다. 흥분이 아니라 약속을, 그것이 그가 말하는 수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