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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더 똑똑해질 수 있게 — 노션 이반 자오가 도구를 짓는 법
노션(Notion)이 포브스의 인공지능 유망 기업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창업자 이반 자오(Ivan Zhao)는 노션을 "생산성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60년대의 한 컴퓨팅 논문에서 시작된 생각의 연장으로 설명한다. 종이처럼 자유로운 도구, 레고 블록처럼 내가 짜 맞추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도구가 사람의 사고를 키운다는 오래된 믿음에 관하여.
유튜브와 틱톡에는 "노션 사용법", "노션으로 미치지 않고 일하는 법"을 설명하는 영상이 수천 개씩 올라와 있다. 같은 도구를 두고 이렇게나 많은 사용법이 갈라져 나오는 소프트웨어도 드물다. 포브스(Forbes)의 기자 켄드릭 카이(Kendrick Kai)가 던진 첫 질문도 거기서 출발한다. 그래서 노션은, 그 모든 것의 밑바닥에서, 대체 무엇인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이반 자오의 대답은 기능 설명이 아니라 한 권의 책으로 돌아간다.
01노션은 "생산성 앱"이 아니라 60년대 논문에서 시작됐다
노션은 흔히 "일과 삶의 모든 것을 처리하는 생산성 소프트웨어"로 통한다. 사람들은 문서를 쓰고, 메모를 정리하고, 회사의 지식을 모아 두고, 할 일과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데 노션을 쓴다. 그런데 자오는 노션이 이토록 자유롭게 변형되는 이유를 "우리가 처음부터 생산성 소프트웨어로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책상에는 초기 컴퓨팅 개척자 더글러스 엥겔바트(Douglas Engelbart)의 초상이 놓여 있다. 대학 마지막 해에 자오는 엥겔바트가 60년대에 쓴 논문 인간 지능의 증강(Augmenting Human Intellect)을 읽었다. 엥겔바트는 사람이 컴퓨터를 써서 일과 삶의 거의 모든 일을 해내는 모습을 멋진 시연으로 보여 주었다. 자오는 말한다. "그것이 노션을 만들도록 나를 움직였다. 노션은 소프트웨어의 레고다. 사람들이 일에서든 삶에서든 온갖 다른 일에 쓸 수 있는."
여기서 핵심은 노션의 출발점이 "더 좋은 메모 앱"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도구를 만들 수 있게 하자"는 오래된 컴퓨팅의 꿈이었다는 점이다. 기능은 그 꿈을 사람들 손에 쥐여 주기 위한 껍데기에 가깝다.
02"종이처럼 만들 수는 없을까" — 시제품도 없이 한 투자 설득
창업 이전, 시제품조차 없던 시절에 자오는 퍼스트 라운드 캐피털(First Round Capital)의 조시 코펠만(Josh Kopelman)을 만났다. 보통 창업자는 시연이나 시제품, 적어도 화면 한 장을 들고 투자자를 찾아간다. 그런데 자오는 빈손으로 와서, 오로지 종이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자오가 종이에서 본 것은 두 가지다. 종이는 놀랄 만큼 자유자재로 변형되고(malleable), 동시에 누구에게나 친근하다. 무엇이든 적을 수 있고, 복사기만 있으면 똑같은 것을 수백 장 찍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자오는 정색하고 말한다. "오늘날의 소프트웨어로는 그걸 할 수 없다. AI를 이야기하는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매일 쓰는 소프트웨어는 종이만큼 자유롭지도, 다가가기 쉽지도 않다."
그래서 노션의 목표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어떻게 하면 소프트웨어를 종이처럼 만들 수 있을까." 정보를 담는 그릇이 되고, 크게도 작게도 늘었다 줄었다 하며, 유치원의 아이부터 사업을 굴리는 공무원까지 똑같이 손볼 수 있는 무언가. 코펠만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바로 그 질문이었다고 자오는 회고한다. "누군가는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03일본 여행에서 깨달은 것 — 도구를 "위장"하기로 했다
2013~2014년, 자오는 여러 엔젤 투자자와 초기 벤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았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2015년 무렵 회사가 거의 자금 바닥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그는 공동창업자 사이먼(Simon)과 함께 2015년 말에서 2016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일본을 다녀온다. 그리고 2016년 여름 노션 1.0을 내놓았을 때, 갑자기 사용자가 붙고 사람들이 제품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바뀐 걸까.
자오가 든 깨달음은 뼈아프지만 정확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내 프로젝트 도구를 만들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눈앞의 문제를 풀고 싶을 뿐이고, 그래서 이미 만들어진 도구(off-the-shelf)를 집어 든다. 손보는 것은 한참 나중의 일이다.
그래서 노션은 방향을 틀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줄 수 없으니, 노션을 평범한 생산성 도구로 위장하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이 매일 쓰는 문서 도구, 표(스프레드시트), 프로젝트 관리 도구의 얼굴로. 그렇게 노션에 익숙해진 사람이 "어, 이게 사실은 레고 조각으로 만들어졌네"라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때부터는 아이가 처음 받은 레고 세트를 자기 식대로 바꾸듯, 도구를 손보기 시작한다. 자오는 이 두 번째 철학으로 제품을 다시 지었고, 그것이 입소문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한다.
왼쪽: 정해진 도구에 내 일을 맞추는 기성 소프트웨어와, 블록을 짜 맞춰 도구를 내 일에 맞추는 노션의 대비. 아래: 엥겔바트의 60년대 논문에서 노션으로 이어지는 한 줄기의 생각.
04노션 속 AI의 세 가지 쓰임 — "더 이상 다 읽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노션에서 AI를 쓰는 방식은 크게 셋이다. 자오의 설명은 단순하다. 첫째는 가장 인기 있는 쓰임인 글쓰기다. 노션은 문서 편집기이므로, AI 채팅 제품으로 갔다가 내용을 복사해 다시 문서로 돌아올 필요 없이, 글을 쓰는 바로 그 자리에서 초안을 받고 문장을 다듬고 번역까지 해결한다.
둘째는 데이터베이스다. 노션은 표·데이터베이스 제품이기도 해서, AI가 그 안의 정보를 알아서 갱신하고 정리해 준다. 셋째는 가장 최근에 내놓은 AI 질문·답변(Q&A)이다. 노션은 지식 저장소이기도 한데, 검색으로 관련 문서를 찾아 읽고 답을 추려내는 대신, 노션이 곧장 답을 준다.
자오는 이 변화가 자기 자신이 노션을 쓰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일단 노션에 던져 넣어 두면,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휴대폰으로 물어 바로 답을 받는다. 깔끔하게 정리해 둘 필요도 없다. "그것이 바로 언어 모델의 힘이다. 당신이 넣어 둔 것을 진짜로 이해한다. 요약해 주고, 핵심을 짚어 준다. 더 이상 모든 걸 다 읽지 않아도 된다." 자오는 이 경험을 "정말 마법 같다"고 표현한다.
05'반(反)벤처캐피털' 평판의 진짜 이유 — 작게, 모두가 모든 걸
노션은 2021년 100억 달러 가치로 마지막 투자를 받았다. 그 전 몇 년간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오에게 "반(反)벤처캐피털(anti-VC)"이라는 평판이 따라붙었다. 자오는 이 평판이 억울하다고 말한다. "나는 벤처캐피털에 반대하지 않는다. 사실 내 약혼자도 벤처 투자자다."
오해의 진짜 뿌리는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에 있었다. 자오와 사이먼은 많은 일을 직접 해낼 수 있었다. 둘 다 프로그래머이자 디자이너였고, 자오는 마케팅과 브랜드까지 했다. 그래서 노션은 늘 회사를 아주 작게 유지하고, 모두가 모든 일을 하고, 사람을 신중하게 천천히 뽑았다. 팀이 작으니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고, 빠르게 흑자로 돌아섰다. "일단 흑자가 되면, 당신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쥐게 된다."
작은 팀은 더 고되지만 더 재미있고 창의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디자이너 대부분이 코드를 짤 줄 알고, 엔지니어는 디자인에 자부심을 가진다. 디자인이 막히면 설계(엔지니어링 구조)를 바꾸고, 만들기가 어려우면 디자인을 바꾼다. 자오의 비유가 정확하다. "공기 방울을 가장 쉬운 구석으로 밀어내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 여러 관점이 동시에 있을 때, 더 나은 결정을 더 빨리 내리고 더 창의적인 답을 찾는다는 것이다.
"공기 방울을 가장 쉬운 구석으로 밀어내는 것과 같다 — 한 사람이 여러 관점을 동시에 쥐고 있으면, 더 나은 결정을 더 빨리 내린다."
06오래 가는 것을 만든다 — 알토의 가구처럼
마지막으로 자오는 디자인 철학을 묻는 질문에 가장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보기에, 우리가 일과 삶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느냐 — 즉 가치(value)로 돌아온다. "우리가 이 세상에 무엇을 더 가져다 놓고 싶은가." 그 질문이 도구를 짓는 근본이라는 것이다.
그가 이어받은 가치는 두 갈래다. 하나는 엥겔바트 같은 초기 컴퓨팅 개척자들의 소망 — 컴퓨터로 인간의 지능을 키우려는 뜻. 다른 하나는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알바르 알토(Alvar Aalto) 같은 사람들이 만든 "세월을 타지 않는 가구"다. 자오는 노션으로도 그처럼 오래 가고 아름다운 소프트웨어를 짓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가치는 컴퓨터 안에만 있지 않다. "역사에서, 예술에서, 과학에서, 영화에서 — 온갖 곳에서 훔쳐 와도 된다. 그렇게 해서 당신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나머지 인류에게 무엇을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자오가 노션에서 짓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다음 세대를 위한, 어디에나 있는 도구.
기성 소프트웨어는 이미 모양이 정해진 그릇과 같다. 국그릇에는 국을, 밥그릇에는 밥을 담아야 한다. 그릇이 내 식탁을 정한다. 반면 노션은 레고 블록 한 통이다. 같은 조각으로 누군가는 메모장을 짓고, 누군가는 회사의 일정표를 짓는다. 도구가 내 일을 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도구를 내 일에 맞춰 짜 맞춘다.
자오가 종이를 부러워한 이유도 같다. 한 장의 백지는 유치원생의 그림판도, 회사의 결재 서류도 될 수 있다. 그가 평생 한 일은 "더 좋은 그릇"을 파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그릇을 빚을 수 있는 찰흙 한 덩이를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건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