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읽기 · 창업
아이디어를 정하지 않고 고객에게 물었다 — 97년생 제시 장이 데카곤을 키운 법
하버드를 1년 일찍 떠나 첫 회사를 구글 계열사에 판 1997년생 창업자가, 두 번째 회사에서는 처음부터 만들 것을 정해 두지 않았다. 대신 하루를 통째로 고객 미팅으로 채우고 밤새 시제품을 만들기를 몇 주간 반복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AI 고객 서비스였고, 그 회사 데카곤은 1년이 안 돼 15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았다.
요즘 어느 회사나 AI 에이전트(사람 대신 일을 처리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고 한다. 말은 많지만 정작 그게 무엇을 한다는 건지는 흐릿하다. 제시 장(Jesse Zhang)은 그 흐릿한 시장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몇 안 되는 창업자다. 그가 만든 회사 데카곤(Decagon)은 항공사나 은행 같은 큰 기업의 고객 문의를 AI가 대신 받게 한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회사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투자가 어떻게 먼저 찾아왔는지, 그리고 똑똑한 사람과 사업가의 차이가 무엇인지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01AI 에이전트가 실제로 하는 일 — 컨시어지를 24시간 두는 것
"AI 에이전트"라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구체적인 예부터 든다. 큰 항공사와 일한다고 해 보자. 그러면 그 항공사를 이용하는 모든 손님이 가장 먼저 만나는 창구가 AI 에이전트가 된다. "컨시어지에게 전화를 걸거나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과 똑같다"고 그는 말한다. 항공편을 예약해 주고, 좌석을 업그레이드해 주고, 적립 포인트에 관한 질문에 답한다.
지금 이 일이 가능해진 이유를 그는 분명히 짚는다. "AI가 이제 충분히 똑똑해져서 그냥 사람처럼 느껴진다." 24시간, 어떤 언어로든 응대할 수 있고, 온갖 일을 대신 처리한다. 그래서 그는 데카곤의 핵심을 고객 서비스가 아니라 더 넓은 무언가로 본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잘하게 된 것은 대화다. 데카곤은 대화형 AI 엔진이다." 가장 똑똑하고, 가장 사람 같고, 가장 공감 능력이 뛰어난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그는 말한다. 고객 서비스는 그 시작점일 뿐이고, 결국에는 먼저 말을 거는 대화, 사람을 더 끌어들이는 대화로 넓혀 가겠다는 것이다.
02만들 것을 정하지 않고 시작했다 — 고객 우선 탐색 루프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을까. 그의 답은 의외로 "추측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와 공동 창업자 애슈윈은 회사를 시작하는 방식이 비슷하다고 한다. "큰 기술 변화가 오면 — 이번엔 AI다 — 그 문이 수많은 회사에게 열린다. 하지만 정말 좋은 아이디어의 수는 대개 아주 적다." 창업자의 일은 그 적은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가능하면 사이클의 맨 앞에서 알아내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추측 말고는 하나뿐이라고 한다. 고객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초기에 두 사람은 하루를 통째로 미팅으로 채웠다. 테크 기업, 은행, 소매점 가릴 것 없이 만나 "사람들이 무엇을 유용하게 여기는지, 투자 대비 효과를 어떻게 보는지"를 탐색했다. 낮엔 미팅, 밤엔 무언가를 뚝딱 만들고, 다음 날 다시 들고 가 "이거 쓸 만한가요"라고 물었다. 이 과정을 몇 주간 반복했다.
제시 장이 설명한 데카곤의 시작 방식. 만들 것을 먼저 정하는 대신 고객과의 대화를 반복하며 할 일을 찾아냈다.
그 반복 끝에 신호가 잡혔다. 많은 기업이 여러 활용처에 흥미를 보였지만 정작 돈을 쓸 진짜 투자 기회는 없다고 느꼈는데, 한 가지만은 달랐다. 그들이 두 사람을 계속 한쪽으로 밀었다. "이 활용처도 도움은 되겠지만, 사실 여기 우리 콜센터에 1,000명이 일하고 있어요. 거기서 뭔가 해 주면 정말 좋겠는데요." 그렇게 데카곤이 시작됐다.
03차별점 — 엔지니어 없이도 쓸 수 있게 만들었다
경쟁 제품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한마디로 정리한다. "우리는 에이전트를 비기술 사용자가 훨씬 쉽게 쓸 수 있게 만들었다." 보통 AI는 복잡한 영역이라 엔지니어가 들어와 모델을 설정하고 손봐야 원하는 일을 시킬 수 있다. 데카곤은 반대로 갔다. "AI 모델의 아름다운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그것을 쓰는 방식을 민주화했다는 것이다. 대화하기가 아주 쉽고 직관적이다."
이 철학은 영업 방식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데카곤이 큰 기업과 거래할 때는 거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결정이 된다고 그는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이건 "AI 전환의 기회"이자 큰 베팅이기 때문에, 경영진과 방향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엔지니어를 이 모든 일에 묶어 두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영진은 좋아했다. 재주문 처리든 무엇이든, AI가 배워야 할 행동을 가르치는 일을 현업의 일반 직원이 직접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모델을 직접 만드느냐는 질문에는 "둘 다 섞는다"고 답한다. 데카곤은 기술 단계에서 가장 위쪽,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푸는 응용 계층(application layer)에 있다. 이 자리에서는 특정 모델에 매이지 않아야 해서 앤트로픽(Anthropic), 오픈AI(OpenAI), 구글의 모델을 두루 쓴다. 그러면서도 자체 모델을 만드는 이유는 속도다. "음성 에이전트를 만들 때 — 전화를 걸면 사람처럼 들리고 즉각 답해야 한다 — 지연이 정말 중요하다. 그럴 때 자체 모델을 쓰게 된다."
04투자가 먼저 찾아왔다 — 15억 달러 가치, 그러나 별생각 없이
데카곤은 2억 3,100만 달러를 15억 달러 가치에 투자받았다. 큰돈이다. 어떻게 된 거냐는 질문에 그의 답은 담담하다 못해 의외다. "솔직히 말하면, 회사를 시작할 때 투자받는 걸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자금을 구하러 나선 적이 없다."
투자받은 누적 금액
인정받은 회사 가치
제시 장의 출생
그와 애슈윈은 운 좋은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전에 회사를 만들어 매각한 경험이 있어 투자자들을 개인적으로 잘 알았다. 그래서 모든 라운드가 먼저 제안받는 형태(preempted)였다. 투자자가 찾아와 "이 가격에 돈을 주고 싶다"고 하면, 보통은 "지금은 별로"라고 답했다. 그러다 사업이 자라면서 "이제 다음 라운드를 받을 때다" 싶을 때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AI가 지금 아주 뜨거운 시대의 한 단면"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잠재력을 보고 돈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흐름이 양날의 칼임을 안다. "결국 진짜 세대를 대표하는 회사는 아주 적은 수뿐이다. 정의상 그렇다. 그런데 그게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너무 일러서 알 수 없다." 돈이 넘치니 라운드 받기는 쉬워졌지만, 그래서 창업자는 더 절제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할 수 있다고 해서 가치를 마구 부풀려서는 안 된다."
05첫 회사와 출신 — 콜로라도, 수학 경시대회, 하버드 중퇴
두 번째가 이렇게 매끄러웠다면 첫 번째는 어땠을까. 그는 대학을 1년 일찍 떠나 곧장 창업했다. "새내기 졸업생이고 어리면 자기가 뭘 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2년 동안 그냥 이리저리 헤맸다. 오르내림이 많았고, 무엇을 만들지 알아내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 회사가 로키(Loki)다. 게임 화면을 고성능으로 녹화해 편집하고 공유하게 해 주는 서비스로, 그는 "가상 경험을 위한 스냅챗"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사는 포켓몬 고를 만든 나이앤틱에 인수됐다.
인물 자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하버드에서 컴퓨터 과학을 공부했고, 콜로라도주 볼더에서 자랐다. 부모는 중국계다. "되돌아보면 아주 행복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꽤 하드코어했다." 수학 경시대회에 많은 시간을 쏟으며 그저 일하는 데 시간을 보냈고, 그것이 지금 데카곤의 문화에도 스며 있다고 한다. "우리는 비슷한 성장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많이 뽑는다. 비전을 믿고, 일하기를 좋아하고, 오랜 시간을 쏟는다."
그는 일찍부터 이론보다 응용 쪽을 택했다. 친구 중 상당수는 수학 교수, 컴퓨터 과학 교수 같은 이론의 길로 갔지만, 그는 고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더 응용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확신이 있었다. 경시대회에서 알게 된 형뻘 친구들이 회사를 차려 성공하는 걸 보면서 창업은 신화 속 일이 아니게 됐다. "투자받을 곳도 있고, 참여할 프로그램도 있다. 그렇게 이 길에 들어섰다."
06똑똑한 것과 사업하는 것은 다르다 — 학교가 안 가르치는 감각
기술이 뛰어난 것과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별개라는 지적에 그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가 자주 생각하는 주제라고 한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만난 똑똑한 사람들이 쓰는 문제 해결 능력은 창업에서 쓰는 능력과 사실 같다. "모호한 문제가 계속 나타나고, 결국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답을 찾을지를 풀어내야 한다." 그래서 학창 시절 뛰어났던 사람들이 사업 세계에서도 잘 쓰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가 "상업적 감각(commercial sense)"이라 부르는 것이다. "영업은 어떻게 하나? 고객은 어떻게 찾나? 어떤 상업적 기회가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판단하나? 이건 학교에서 안 가르친다. 경영대학원에서도 안 가르친다고 본다. 경험으로 배우거나, 누가 가르쳐 줘야 한다."
그래서 그는 여기에 거대한 미개발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수학이나 컴퓨터 과학에 아주 강하지만 상업 쪽 훈련이 부족한 사람들 말이다. 자신은 좋은 스승과 멘토를 많이 만난 덕을 봤다고 한다.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알리(Ali)를 가장 좋아하는 창업자 중 하나로 꼽고 — "역사상 최고의 사업 중 하나이고, 가장 깔끔하고 날카로운 실행 스타일을 가졌다" — 베인(Bain) 출신의 이사회 멤버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아무리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해도, 경험을, 성공과 실패를 직접 본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없다."
07나인-나인-식스와 경쟁 — 강하게 하되, 강요하지 않는다
데카곤은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큰 사무실에 전원 출근하는 문화다. 시장에 나가는 직원은 조금 일찍 오고, 엔지니어는 조금 늦게 와 늦게까지 남는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떤다. 이른바 '9-9-6'(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생활을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솔직하다. 부모가 중국계라 그런 환경을 직접 봤고, "적어도 이 새로운 AI 세계에서 많은 회사가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저쪽(중국)은 또 한 단계 위"라고 한다.
그러나 그는 시간을 강제하는 데는 회의적이다. "나는 시간 같은 걸 강요하는 걸 믿지 않는다. 할 일이 있으면 밀어붙여 잘 해내는 팀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데카곤은 주 5일 출근이고 주말에 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강한 문화를 위해 강한 문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이 사명을 믿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는 데카곤에서 일한 모든 사람이 훗날 이 시기를 "내 커리어의 하이라이트, 정말 많은 걸 해낸 시기"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경쟁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실리콘밸리가 살벌하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떤 커리어든 경쟁적"이라고 답한다. "경쟁은 재미있다. 자신과 팀에게 불을 지피려면 경쟁이 필요하다." 데카곤의 원칙 중 하나가 "승자의 마음가짐"이고, 사람들은 이기려고 여기 모였다는 것이다. 이 역시 경시대회를 하며 자란 팀의 배경에서 온다고 그는 본다. "측정 가능한 결과가 있으니, 하는 일에 조금 더 의미가 생긴다."
"대부분의 조언은, 대부분의 이야기는 약간 각색된 버전이다. 그리고 애초에 당신에게 그다지 들어맞지도 않는다. 다른 회사, 다른 단계, 다른 창업자니까."
08남의 조언을 무시하라 — 그리고 AI가 가져갈 일자리
젊은 창업자에게 줄 실용적 조언을 묻자 그는 역설적인 답을 내놓는다. "가장 관련 있는 건, 자기 강점과 약점이 어디 있는지를 정말로 이해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바깥의 조언 대부분을 무시하라는 것이다." 그가 본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좋게 들리도록 발라 놓은 부분이 있어서 진실 그대로가 아니라고 한다. 첫 회사 때 그는 팟캐스트와 뉴스 기사에 빠져 배운 것을 적용하려 애썼지만 "완전히 다른 종류의 사업, 완전히 다른 단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론은 하나다. "집중하고, 자기 자신과 팀을 이해하고, 거기서 출발하라."
창업 여정 내내 지켜 온 신조 하나를 꼽아 달라는 말에 그는 "항상 고객을 가장 먼저 둔다"고 답한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데카곤은 이를 아주 공격적으로 한다고 한다. 무엇을 만들지조차 고객과의 대화에서 길어 올린다. 그리고 둘째는 높은 수준의 경쟁심과 강도다. "그저 일을 해내는 불, 그게 팀에도 스며 있다."
마지막 질문은 모두의 두려움이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느냐. 그는 분명히 답한다. "AI는 분명히 일자리를 가져갈 것이다. 하지만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기술의 물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고객 서비스에서 가장 쉬운 '1단계(tier one)' 문의는 AI가 더 빠르고 일관되게, 24시간 처리한다. "기업이라면 당연히 AI에게 맡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사람을 덜 필요로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 사업에는 늘 더 많은 성장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본 현장에서는 1단계 문의를 하던 인력이 점차 다른 역할로 옮겨 갔다. "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회사들도 사람을 무더기로 해고하지는 않았다." 원래 이런 직무는 이직률이 높아 자연스레 다른 역할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제시 장의 창업법은 요리를 먼저 정하지 않고 시장에 나가 보는 셰프와 같다. "오늘은 파스타를 만들겠다"고 정해 두는 대신, 손님들과 며칠을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진짜 돈 내고 먹고 싶어 하는 게 뭔지"를 찾아낸다. 그러다 한 손님이 "우리 식당에 1,000명이 줄 서 있어요"라고 말하면, 바로 그 줄을 위한 요리를 만든다. 그가 만든 데카곤은 그렇게 손님의 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가 보는 AI와 일자리의 관계는 세탁기가 들어온 집안일과 비슷하다. 손빨래(가장 단순한 1단계 문의)는 기계가 가져가지만, 그래서 사람이 할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손이 가는 다른 일로 옮겨 간다. 가져가는 것과 비우는 것은 다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