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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게 제일 쉬웠어요" — 루시 구오가 말하는 위험과 학습
초등학교 2학년 때 게임 사이트에 봇을 심어 용돈을 벌던 아이는, 스무 살에 스케일AI를 공동창업하고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가 됐다. 루시 구오는 무대 위에서 담담하게 말한다 — 위험은 대부분 진짜 위험이 아니고,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배움이라고.
억만장자의 기원담은 대개 한 편의 신화처럼 들린다. 그러나 루시 구오(Lucy Guo)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그녀가 들려주는 출발점은 거대한 비전도, 운명적 깨달음도 아니다. 그저 갖고 싶은데 살 수 없는 것이 있었고, 그래서 돈을 버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냈다는 것이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자신을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로 소개받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에 별로 들뜨지 않는다. 그녀가 거듭 강조하는 단어는 따로 있다. 위험, 그리고 배움이다.
01초등학교 2학년의 봇 — 빼앗기지 않는 돈
루시 구오는 자신이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랐고, 부모가 교육과 돈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중에서도 유독 "돈" 쪽을 흡수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고 싶은데 살 수 없거나, 사는 것이 허락되지 않은 물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루트비어 같은 것을 사는 게 금지되자, 그녀는 스스로 돈 버는 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운동장에서 포켓몬 카드와 색연필 같은 것을 팔았다.
그러다 그녀는 인터넷이라는 신대륙을 발견한다. "부모님이 벌로도 빼앗을 수 없는 인터넷 머니"가 거기 있었다. 그녀의 표현 그대로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네오펫(Neopets)에 봇을 만들었고, 자기만의 가상 펫 사이트와 아케이드 게임 사이트를 만들었다. 광고를 붙일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었다고 한다. 3학년 무렵에는 워드프레스(WordPress)로 웹사이트를 찍어 내며 그 위에 온갖 성가신 광고를 빼곡히 붙였다. 노출(impression)당 돈을 받는 구조였다.
가장 영리했던 수법은 5~6학년 때 나왔다. TV 시청이 금지되자 그녀는 인터넷으로 방송을 봤고, 거기서 사업 기회를 발견한다. 인기 드라마 — '프리티 리틀 라이어스', '뱀파이어 다이어리' 같은 — 의 제목으로 도메인을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에피소드의 예고편을 찾아, 그 위에 포토샵으로 가짜 재생 버튼을 얹고 광고를 붙인 뒤 온갖 스트리밍 서비스에 등록했다. 존재하지 않는 에피소드를 찾아 들어온 사람들의 클릭이 곧 그녀의 수익이 됐다. 어린아이가 "수요는 있지만 공급은 없는 지점"을 정확히 찌른 셈이다.
인터뷰에서 그녀가 직접 언급한 단계만 따라 그린 타임라인. 초등학생의 광고 사이트에서 스케일AI 공동창업까지, 돈 버는 방식이 한 단계씩 진화한다.
02"그건 사실 위험이 아니다" — 잃을 게 적다는 무기
어린 시절의 잔머리에서 그녀가 끌어낸 첫 번째 교훈은 의외로 묵직하다. "모든 것이 위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위험이 아니다." 대학을 중퇴할 때가 그랬다. 또래도, 가족도 그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 계산은 달랐다. 최악의 경우 잃는 것은 "몇 년" 정도이고, 언제든 받아 둔 일자리 제안을 수락하거나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잃을 게 적다는 사실 자체가 무기였다.
그녀는 같은 논리를 더 밀어붙인다. 무언가가 "인생을 바꿀 정도의 돈"이 아니라면 — 즉 테이블 위에 인생이 걸린 액수를 두고 떠나는 게 아니라면 —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설령 다음 도전에서 큰돈을 못 벌어도, 거기서 얻은 지식은 미래에 값어치를 한다. 게다가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의 자리는 늘 비어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회사는 그런 사람을 기꺼이 다시 받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잦은 이직은 변덕이 아니라, 매번 "더 배울 수 있는 쪽"을 고른 결과였다.
부모님은 어땠을까. 진행자가 묻자 그녀는 솔직하다. 교육은 부모에게 인생의 모든 것을 준 통로였고, 그래서 자신이 대학을 그만두는 것을 부모가 "그들의 희생을 내던지는 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한다. 다만 부모는 그녀가 학교를 떠나기 전에 이미 어떤 일자리 제안들을 받아 둔 상태인지 잘 몰랐다. 시간이 지나 부모는 "대학 학위 말고도 성공에 이르는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이제 이해한다"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03아이라는 것, 그 자체가 자산
두 번째 교훈은 "어림"을 약점이 아니라 강점으로 뒤집는 시각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누군가에게서 이런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벤처 투자자(VC)에게 콜드 이메일을 보내면, 네가 아이라서 오히려 답장을 더 잘 받을 거야. 다들 아이를 도와주고 싶어 하니까." 실제로 그랬다. 어린 그녀가 보낸 무작정 이메일에는 답장이 왔다. 그녀는 지금의 자신이 같은 콜드 이메일을 보냈다면 답을 받았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아이가 가진 자원은 또 있다. 시간과 가벼움이다. 아이에게는 책임질 가족이 없고, 실험에 쓸 시간이 넘친다. 가족과 아이가 생기면 "몇 년을 덜 벌며 보내는 일"이 큰 부담이 되지만, 아이에게는 그 비용이 거의 없다. 그녀는 자신의 20대 초반을 이렇게 회상한다. 남의 집 소파를 전전하며(couch surfing) 자고, 두유 같은 것을 마시고, 여러 VC 행사에서 공짜 음식을 챙겨 먹는 법을 익혔다고 한다. "침대도, 집도, 가족도 필요 없었다. 소파에서 자는 것도 괜찮았다." 그녀에게 그 시절은 궁핍이 아니라 자유였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강조하는 자산은 대학이라는 인맥의 밀도다. 그녀는 대학을 1~2년이라도 다니라고 권한다. "인생에서 그토록 똑똑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고, 모두가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시기는 그때뿐"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모두가 새 삶을 시작하며 아직 아무도 친구가 없다. 그래서 누구나 서로를 알고 싶어 한다. 이 대목은 다음 장의 핵심 복선이 된다.
04쿼라와 스냅 — 두 회사가 가르쳐 준 정반대의 운영
스케일AI를 세우기 전, 그녀는 실리콘밸리에서 두 회사를 거쳤다. 질의응답 서비스 쿼라(Quora)와 스냅챗을 만든 스냅(Snap)이다. 그녀는 이 둘이 너무나 다른 방식으로 굴러갔고, 그 대비가 자기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결정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쿼라의 철학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제품은 이미 완벽하다. 우리가 할 일은 깔때기(funnel)의 모든 단계를 A/B 테스트해서 최적화하는 것뿐이다." 가입을 늘리려면 가입 화면을 시험하고, 질문과 답변을 늘리려면 관련 기능을 시험한다. 플라이휠이 돌면 회사가 자란다는 논리다. 반면 스냅에는 A/B 테스트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 오직 제품 혁신뿐이었다. 그녀는 첫 출근 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창업자 에반(Evan)이 구글,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과 정면으로 경쟁하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스냅이 그런 회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에반은 훨씬 더 비전형 창업자였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양극단이 아니라 그 사이다. 깔때기의 어떤 부분은 반드시 최적화해야 한다. 그녀는 가입 화면에서 단어 하나를 바꾸자 전환율이 30%나 움직이는 것을 보고 지금도 놀랍다고 말한다. 작은 변화가 숫자에 극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크게 생각하고 비전을 품는 것도 중요하다. 측정과 비전, 둘 다 필요하다는 균형 감각이 그녀가 두 회사에서 길어 올린 답이었다.
바꿨을 때의 전환율 변화
쿼라와 스냅
최적화와 비전 사이
05공동창업자의 가장 큰 응원단장이 되지 못한다면
스케일AI는 2016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AI(인공지능)의 세계에서는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는 시점이다. 그러나 그녀는 잘 알려진 대로 공동창업자와 갈라섰고, 몇 년 뒤 회사를 떠났다. 진행자가 그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묻자, 그녀는 한 가지 원칙으로 답한다.
"공동창업자의 가장 큰 응원단장이 될 수 없다면, 애초에 그의 공동창업자가 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녀의 설명은 이렇다. 회사에서는 늘 일이 틀어지고, 그 과정은 언제나 롤러코스터다. 결정에서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다. 그때 한쪽이 그 결정에 대해 앙금을 품으면(bitter) 결국 충돌하고 갈라선다. 머리를 맞부딪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회사의 다른 구성원들이 두 창업자가 내리는 결정을 지켜볼 때, 한쪽이 다른 쪽 옆에 서 주지 못하면 — 설령 내부적으로는 이견이 있더라도 — 그것이 곧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의견이 달라도 겉으로는 서로의 가장 큰 응원단장이어야 한다는 그녀의 결론은, 갈라선 사람의 입에서 나왔기에 더 무겁게 들린다.
06크리에이터가 곧 브랜드다 — Passes와 새로운 부의 공식
지금 그녀가 짓고 있는 것은 크리에이터가 자기 브랜드를 수익화하도록 돕는 인프라, Passes다. 이 사업의 영감은 크리에이터들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급 회사를 직접 세우는 광경에서 왔다고 한다. 그녀가 든 예시는 구체적이다. 미스터비스트(Mr. Beast)의 식품 브랜드 피스터블스(Feastables), 로건 폴(Logan Paul)의 프라임(Prime), 제이크 폴(Jake Paul) 등이다. 그녀는 미스터비스트의 높은 순자산이 사실상 이 브랜드 덕분이라고 본다.
그녀가 읽는 흐름은 분명하다. 카일리(Kylie)가 립스틱 브랜드를 키운 이후,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곧 브랜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창업자들 역시 깨닫는 중이다. 크리에이터와 손을 잡으면 고객을 끌어오는 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을 따로 쓸 필요가 없다 — 크리에이터 자체가 전환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두 자릿수 퍼센트의 지분을 기꺼이 내준다고 한다.
다만 그녀가 그리는 미래는 한 겹 더 정교하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그림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운영을 맡는 사람이 크리에이터와 파트너를 이뤄, 크리에이터는 일종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처럼 브랜드의 마케팅과 창의적 입력을 담당하는 구조를 그녀는 예상한다. 그리고 많은 크리에이터가 자기 벤처 펀드를 만들고 회사 지분을 쥐기 시작했다고 덧붙인다. 모두가 대대로 물려줄 부(generational wealth)를 원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지금 크리에이터들이 기술에 그토록 관심을 쏟는 이유라는 것이다. "새로운 돈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그들이 목격하고 있다."
07억만장자의 새벽 5시 반, 그리고 우버이츠 할인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억만장자가 된 소감을 묻자, 그녀의 답은 김이 샐 만큼 평범하다. "거의 그대로다." 여전히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운동을 가고, 출근한다. 그녀의 회사는 매일 사무실에 나와 일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하루는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이 전부다. 억만장자라는 칭호가 일상을 바꾸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녀는 또한 지독하게 검소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버이츠(Uber Eats)에서 할인을 받으려 애쓰는 식이다. 그렇게까지 아낄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웃으며 답한다. "그건 게임 같은 거예요. 할인이나 공짜를 얻으면 신이 나요. 저는 공짜를 정말 좋아해요." 절약이 더는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즐거움의 영역이 된 셈이다. 어린 시절 "빼앗기지 않는 인터넷 머니"에 열광하던 아이가, 억만장자가 되어서도 같은 종류의 짜릿함을 우버이츠 할인에서 느낀다는 것은 묘하게 일관적이다.
08마지막 교훈 — 배움에 최적화하고, 그냥 물어보라
인터뷰의 끝에서 진행자는 단 하나의 교훈을 청한다. 그녀의 답은 두 갈래다. 첫째, 배움에 최적화하라(optimize for learning). 그리고 늘 기꺼이 남을 도우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심 없이 도운 사람에게는 결국 카르마(karma)가 되돌아온다고 믿는다고 한다. 성공한 뒤에는 생태계에 다시 투자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녀는 요즘 자신이 좋아하는 제품과 믿는 사람들을 찾아 재투자한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교훈은 더 단순하고 더 어렵다. "그냥 물어보라." 사람들은 거절이 무서워 묻기를 너무 망설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보기에 대부분의 경우 "예"라는 답이 돌아온다. 누군가는 시간을 내줄 것이고, 누군가는 돈을 줄 것이다. 최악의 결과라고 해 봐야 "아니오"를 듣는 것뿐이다. 그녀는 말한다. "가장 나쁜 일이 뭔가요? 살짝 따끔할 뿐이죠. 그리고 첫 번째 '예'는 당신의 인생을 바꿀 겁니다."
돌아보면 그녀의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진다. 위험을 다시 계산하고, 잃을 게 적은 시기를 무기로 쓰고, 매번 더 배울 수 있는 쪽을 고르고,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물어보는 것. 초등학교 2학년의 봇에서 스케일AI까지, 그리고 우버이츠 할인까지 — 그녀를 관통하는 것은 거창한 야망이 아니라, 위험을 정확히 재고 배움을 끝까지 쥐는 태도였다.
루시 구오가 말하는 "위험"은 물이 얕은 수영장과 같다. 멀리서 보면 다이빙대 아래가 까마득해 보이지만, 막상 재 보면 발이 닿는 깊이다. 그녀는 늘 물 깊이를 먼저 재고 뛰어든 사람이다 — 잃을 게 "몇 년"뿐이라는 걸 확인한 다음에야 대학을 그만뒀다.
그녀에게 직장과 도전은 도서관의 책장 같은 것이다. 한 칸에서 읽을 책을 다 읽으면(더 배울 게 없어지면), 수백만 달러가 그 자리에 남아 있어도 미련 없이 다음 칸으로 옮겨 간다. 그녀가 진짜로 챙긴 것은 책장에 꽂힌 돈이 아니라, 머릿속에 쌓인 책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