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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고 빼앗기는 돈 — 화폐 가치와 비트코인을 보는 세일러의 셈법

팬데믹의 어느 봄, 금리는 순식간에 0으로 내려갔고 자산값은 몇 주 만에 회복됐다. 마이클 세일러는 그 장면을 "조용한 초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가 왜 진짜 물가가 아닌지, 왜 매년 7%씩 돈이 불어났는지, 그리고 그 셈법이 가리키는 결론은 무엇인지에 관하여.

2026년 6월 14일

위기는 누군가에게 기회다.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는 2020년 봄을 그렇게 회상한다. 팬데믹이 덮치자 정치권의 대응은 금리를 0으로 내리고 자산을 사들이는 것, 한마디로 돈을 찍는 것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입을 모았다. 인플레이션은 없다. 세일러의 이야기는 바로 그 한 문장을 뜯어보는 데서 시작한다. 정말 인플레이션이 없었을까, 아니면 우리가 잘못된 곳을 보고 있었을까.

먼저 정리 화자는 마이클 세일러다.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현 Strategy)를 창업해 이끌었고, 회사 금고를 비트코인(Bitcoin)으로 채운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글은 화폐 가치와 인플레이션을 주제로 한 그의 인터뷰 발언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를 권하는 글이 아니다. 인용은 모두 영상 속 그의 발언을 옮긴 것이다.

01"인플레이션은 없다"는 말의 함정

세일러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팬데믹 때 경제의 한쪽은 봉쇄됐다. "무언가를 사는 것이 불법이거나,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했다." 식당도 가게도 닫혔으니 수요가 생길 수가 없었고, 그러니 그 영역에서는 당연히 물가가 오르지 않았다. "수요가 나타날 수 없는데 인플레이션이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금리를 0으로 내리자 장기 채권의 값이 즉시 부풀었다. 세일러는 30년물 스왑 금리가 한때 72bp(0.72%)까지 떨어진 장면을 든다. 금리가 떨어지면 이미 발행된 장기 채권의 값은 그만큼 치솟는다. "채권 시장은 그 금융 결정이 내려진 지 몇 분 만에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는 것이다. 자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메인 스트리트(실물 경제)는 멈췄지만 월 스트리트(자산 시장)는 6주 만에 전부 회복했다. 인플레이션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자산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다.

그는 케이스-실러(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를 든다. 전형적인 주택값이 1년 만에 19.2% 올랐다. "생애 첫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인플레이션은 19%인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공식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9%로 발표됐다. 세일러의 결론은 날카롭다. "원하는 인플레이션 수치는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묶느냐, 그 바스켓을 어떻게 짜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02장바구니를 바꾸면 물가가 사라진다

그렇다면 정부가 말하는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세일러의 설명은 이렇다. 정부 기관이 일반 소비자가 살 법한 물건들 — 화장지, 식료품, 토스터, 냉장 가전 같은 것들 — 을 골라 대표 바스켓(장바구니)을 만든다. 그리고 그 바스켓의 가격이 오르는 속도를 인플레이션이라 부른다. 문제는 그 장바구니가 합성된 지표라는 데 있다. 누군가 임의로 정한 것이고, 그래서 권력을 쥔 사람이 손볼 수 있다.

그가 든 예는 구체적이다. 1970년에는 1,000제곱피트(약 28평) 아파트가 표준이라고 정했다 치자. 그런데 2020년이 되어 아파트값이 50% 올랐다. 이때 "텔레비전이 작아졌고 가전이 효율적으로 바뀌었으니, 이제는 700제곱피트면 충분하다"고 기준 자체를 낮춰버린다. 이런 조정을 헤도닉 조정(hedonic adjustment, 품질을 반영한 가격 보정)이라 부른다. "보통 사람이 누려야 할 기준을 내가 깎아내렸기 때문에, 집값이 올랐는데도 인플레이션은 없는 게 된다."

콘서트도 마찬가지다. 3년 전엔 "1년에 콘서트 열 번"이 기준이었는데 티켓값이 한 장 200달러로 올라 연 2,000달러가 들게 됐다. 그러면 인플레이션 계산을 맡은 사람이 기준을 바꾼다. "당신의 연간 여가 할당량은 이제 넷플릭스 스트리밍 콘서트 여덟 편입니다." 비용은 0에 가까워지고 인플레이션도 사라진다. 다만 당신은 진짜 콘서트를 보지 못한다. 세일러는 경제학자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간다. 인플레이션을 "물건값이 오르는 속도"라는 본래 뜻으로 보지 않고, 정부가 발표하는 CPI나 PCE, PPI 같은 지표와 곧장 동일시해버린다는 것이다. "그것은 애초에 물건값이 오르는 속도가 아니었다. 정부가 추적하고 싶어 하는 합성 바스켓이 오르는 속도일 뿐이다."

03더 큰 문제 — 자산은 인플레이션에서 빠져 있다

장바구니를 계속 바꾸는 것은 첫 번째 문제일 뿐이다. 세일러가 더 심각하다고 보는 두 번째 문제는 따로 있다. 자산은 아예 인플레이션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이 뭔가. 집, 애플(Apple) 주식 한 주, 채권, 비트코인, 피카소(Picasso) 그림. 먹어 치우는 사과가 아니다. 소비재가 아니다." 소비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산값은 인플레이션 추적 대상에서 빠진다. "자산을 추적 대상에서 버리면, 나는 그 인플레이션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그가 드는 고전적인 예가 채권이다. 금리가 5%일 때 100만 달러짜리 채권은 매년 5만 달러의 무위험 소득을 준다. 물가가 싼 곳이라면 그 5만 달러로 은퇴해 살 수 있다. 즉 5%의 세계에서 "은퇴라는 목표의 가격"은 100만 달러다. 그런데 2020년 3월 위기 때 10년물 금리가 50bp(0.5%)로 떨어졌다. 같은 5만 달러의 소득을 얻으려면 이제 1,000만 달러어치 채권이 필요하다. "은퇴의 비용이 1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10배가 됐다. 그게 초인플레이션이다."

19.2%
케이스-실러 기준
주택값 1년 상승률
7.9%
같은 시기
공식 CPI 발표치
10배
금리 5%에서 0.5%로
내릴 때 은퇴 비용 증가

그런데 통념은 이걸 문제로 보지 않는다. "채권값이 올랐으니 좋은 일 아니냐, 우리가 그 채권을 갖고 있으니까." 집값이 19% 오른 것도 "자산 가치가 늘어 사회가 더 부유해졌다"고 해석된다. 세일러는 여기에 빠진 것을 짚는다. 그 상승이 끔찍한 문제인 사람들이 있다. 첫 직장을 잡고 집을 사려 저축하는 스물두 살, 막 사회에 나온 사람에게는 재앙이다. 통념은 그 고통을 지표 안에 담지 못한다.

04지표가 가리는 고통, 그리고 부의 이동

세일러는 한 발 더 나아간다. CPI 중심의 인플레이션 관점은 "노동 계층에 가해지는 인간적 고통을 과소평가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통계 착시가 아니라 거대한 부의 이동이라고 그는 본다. "노동 계층에서 자산 계층으로의 막대한 부의 이동이고, 자유 시장에서 통제된 시장으로의 권력 이동이며, 국민에게서 정부로의 권력 이동이다."

지난 100년간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얼마였는지, 그는 자기 집의 등기로 답한다. 모퉁이를 돌면 1930년에 거래된 이 집의 등기가 걸려 있는데, 거기 적힌 금액은 10만 달러다. 그리고 부동산 사이트 질로(Zillow)의 추정가는 3,050만 달러다. 92년 동안 집값이 305배가 됐다는 뜻이다. "역산해 보면 92년간 매년 약 6.5%씩 오른 셈이다." 그는 덧붙인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이 "우리 목표는 2%지만 아직 거기 못 미친다"고 말하던 그 시절에도, 진짜 화폐 가치 하락은 그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달러의 인플레이션이 연 7%였다고 인정할 정부 인사나 주류 경제학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CPI라는 통념은, 정치 계급이 노동 계급에 가하는 인간의 고통을 과소평가한다. 그것은 노동 계층에서 자산 계층으로의 거대한 부의 이동이다."

그가 인용하는 사람은 『비트코인 표준(The Bitcoin Standard)』을 쓴 사이페딘 아모스(Saifedean Ammous)다. 아모스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까지 통화 공급은 평균적으로 연 7% 정도씩 불어났다. 세일러의 집값 계산과 거의 같은 숫자다. 우연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돈이 매년 7%씩 늘면, 그 돈으로 값을 매기는 자산들도 대체로 그만큼 부풀기 때문이다.

0510%처럼 보이는 부, 실제로 늘어난 부

여기서 세일러의 셈법이 가장 선명해진다. 그는 세 개의 숫자를 나란히 놓는다. 첫째, 통화 공급은 100년간 연 7%씩 늘었다. 둘째, 희소하고 탐나는 주식들을 묶은 S&P 지수는 연 약 10%의 수익을 냈다. 셋째, 그렇다면 실제 경제는 얼마나 자랐을까. "경제학자에게 물어보면, 모든 기술과 인간의 독창성을 다 합쳐도 GDP 기준으로 연 2~3% 정도 나아진다고 한다."

통화 공급 연 7퍼센트, S&P 지수 연 10퍼센트, 실물 경제 연 2.5퍼센트의 30년 복리 곡선을 비교한 개념도. 자산 가격은 크게 오르지만 실제 성장분은 작고, 그 차이가 통화 팽창분임을 보여준다.

세일러가 든 세 가지 연 성장률(통화 공급 약 7%, S&P 약 10%, 실물 경제 약 2~3%)을 출발점 100에서 시작하는 복리 곡선으로 옮긴 개념도. 두 곡선 사이의 간격이 "돈을 더 찍어낸 만큼"에 해당한다.

그의 결론은 이렇게 정리된다. "100만 달러어치 주식을 들고 매년 10%를 벌었다면, 그중 7%는 통화 공급이 팽창한 것이고, 가장 좋은 경우에도 실제 이득은 2~3%뿐이다." 뒤집어 말하면, 만약 통화 공급이 연 7%씩 늘지 않았다면 S&P의 수익률은 10%가 아니라 3% 정도였어야 맞다는 것이다. 10%라는 숫자는 부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돈의 단위가 작아진 결과다.

여기서 그는 한층 불편한 질문으로 넘어간다. 내가 10억 달러를 3% 이자로 빌려, 7~10%씩 불어나는 환경에서 10% 수익을 냈다고 하자. 이건 공정한가. 그리고 내가 그렇게 벌 수 있도록 누가 대신 손해를 봤는가. "돈의 양만 부풀리고 자산의 양은 그대로 두면, 모든 자산값은 통화 공급에 어느 정도 비례해 오르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자산들 사이의 차이는 어디서 날까. 세일러의 답이 마지막 열쇠다. 그 자산이 얼마나 희소하고 탐나는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더 만들어낼 수 있는가, 정말로 공급이 한정돼 있는가.

06희소함이라는 마지막 변수

세일러의 긴 논증은 결국 한 점으로 모인다. 돈은 계속 불어나고 자산값은 그에 비례해 오른다면, 살아남는 가치 저장 수단을 가르는 기준은 단 하나 — 공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다. 더 찍어낼 수 있는 것은 통화 팽창에 휩쓸려 함께 묽어지고, 진짜로 한정된 것만이 그 묽어짐을 견딘다.

그가 비트코인을 오래 이야기해 온 맥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이 인터뷰에서 그는 무엇을 사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가 펼치는 것은 하나의 렌즈다. 발표되는 물가지수가 진짜 물가가 아닐 수 있고, 매년 조용히 줄어드는 화폐의 구매력이 지표 밖에 숨어 있으며, 그래서 "현금을 들고 가만히 있는 것"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는 관점. 세일러의 셈법을 받아들이든 않든, 그것은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숫자들을 한 번 더 의심하게 만든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그의 주장이다. 통화 공급과 자산 가격이 그렇게 단순하게 비례하는지, 자산을 인플레이션 지표에 어떻게 반영해야 옳은지는 경제학 안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세일러가 던진 질문만큼은 또렷하다. 우리가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들을 때, 그 안정은 누구의 장바구니를 기준으로 한 것인가.

비유

세일러가 말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는 눈금을 몰래 바꾸는 자(尺)와 같다. 키가 자라 옷이 작아졌는데, 자의 1센티미터를 슬쩍 늘려 재고는 "키가 그대로네"라고 말하는 셈이다. 자(장바구니)를 쥔 사람이 눈금을 손보면, 실제로는 값이 올랐어도 장부상으로는 "물가 안정"이 된다. 그가 화내는 건 키가 자란 것이 아니라, 자를 슬쩍 늘린 손이다.

그가 든 7%와 10%의 차이는 물에 풀리는 진한 음료로도 풀린다. 컵에 음료를 더 부으면(자산값 상승) 양은 늘어 보이지만, 동시에 누군가 물을 7%씩 타고 있다면 실제 맛은 거의 그대로다. 진짜로 진해진 부분은 2~3%뿐이다. 그래서 그는 묻는다. 물을 아무리 타도 묽어지지 않는 것, 더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은 무엇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