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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읽기 · 사고법

거꾸로 생각하라 — 찰리 멍거의 잔재주 보따리

워런 버핏의 평생 파트너 찰리 멍거는 자신이 천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그는 남들이 잘 쓰지 않는 사고의 잔재주들을 일찌감치 손에 넣었다. 조종사를 살리려고 "어떻게 하면 그들을 죽일까"부터 물었던 사람, 문제를 늘 거꾸로 뒤집는 사람의 이야기.

2026년 6월 14일

위대한 투자자들은 대개 복잡한 공식을 말할 것 같지만, 찰리 멍거(Charlie Munger)의 말은 의외로 소박하다. 그는 자신의 비결을 "할아버지 같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몇 가지 기본적인 잔재주"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잔재주의 목록을 하나씩 펼쳐 보면, 그것이 평범한 사람을 꽤 괜찮은 결과로 데려다주는 단단한 사고의 도구임을 알게 된다. 이 글은 그가 직접 들려준 일화를 따라가며 그 도구들을 살펴본다.

먼저 정리 화자는 찰리 멍거다. 투자자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오랜 동업자이자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의 부회장을 지냈다. 그는 여러 학문의 핵심 모델을 머릿속에 격자처럼 갖추는 격자형 정신 모델(latticework of mental models)과, 문제를 거꾸로 뒤집어 보는 역발상(invert, always invert)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본문의 인용은 모두 이 대화 속 멍거의 발언을 옮긴 것이다.

01"어떻게 하면 이 조종사들을 죽일까"

멍거의 사고법은 한 장면에서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군 항공대(air corps) 시절 기상 예보관이었다. 한밤중 격납고에서 홀로 기상도를 그리는, 그의 표현으로는 "엑스레이를 읽는 의사처럼 고독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그림 한 장이 실제 조종사들의 생사를 갈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면 예보를 잘할까"를 물었을 것이다. 멍거는 정반대로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이 조종사들을 죽일 수 있을까?" 그는 덧붙인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죽이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래야 그걸 피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거꾸로 따져 들어가자 답은 단순해졌다. 조종사를 죽이는 길은 둘뿐이었다. 비행기가 감당 못 할 정도로 날개에 얼음이 끼게 만들거나(착빙), 착륙할 공항이 모두 막힌 곳으로 보내 연료가 바닥나게 하는 것. 멍거는 "그 두 가지 위험을 피하는 데 광적으로 매달렸다"고 말한다. 잘하는 법은 끝이 없지만, 피할 것 두 가지는 또렷했다.

02기슭 가까이서 헤엄쳐라 — 할아버지의 한 마디

이 "거꾸로 보기"의 뿌리를 멍거는 할아버지에게서 찾는다. 어린 멍거가 물놀이를 하면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원하는 만큼 오래 헤엄쳐라. 다만 기슭 가까이에 있어라."

웃을 수도 있는 조언이지만, 멍거는 "그분은 아주 지혜로운 사람이었다"고 잘라 말한다. 핵심은 헤엄을 잘 치는 비법이 아니라, 빠져 죽을 자리를 미리 피하는 태도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기 전에, 무엇을 하면 끝장나는지를 먼저 본다. 멍거의 표현을 빌리면 "상황의 반대편에 있는 위험을 보고,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실용적인 셈법으로 본다. "대수(algebra)의 수많은 실제 문제와 같다. 뒤집으면 쉽게 풀리고, 뒤집지 않으면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는 이 잔재주를 아주 일찍 손에 넣었고, 그 덕을 평생 보았다고 말한다.

같은 문제를 정방향으로 물을 때와 거꾸로 뒤집어 물을 때 풀이가 어떻게 갈라지는지, 그리고 여러 학문의 핵심 모델이 격자로 짜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도식

위: 같은 문제도 "잘하는 법"이 아니라 "망하는 법"부터 물으면 길이 또렷해진다. 아래: 한 분야가 아니라 여러 학문의 모델을 격자로 짜 두는 멍거의 사고 틀.

03한 발은 길게, 한 발은 짧게 — 포탄으로 배운 셈

멍거의 잔재주 보따리에는 인도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 같은 거창한 물음도 들어간다. 그조차 그는 뒤집어 푼다. "사람들은 인도를 어떻게 도울지 묻겠지만, 나라면 거꾸로 접근한다. 인도를 가장 쉽게 망칠 방법이 무엇일까를 묻고, 그 방향을 피한다." 취약한 지점을 먼저 보는 것, 그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잔재주는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받은 학생군사교육단(ROTC) 시절에 얻었다. 거기서 그는 박격포와 야포 쏘는 법을 배웠다. 방식은 이렇다. 한 발은 목표 너머로 길게, 한 발은 목표 앞으로 짧게 쏜다. 그러면 그 사이 어딘가가 정답이다. 그다음 "쾅" 명중이다.

멍거는 실제로 포탄을 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 셈법을 평생 써먹었다"고 한다. 무언가의 크기를 정할 때, 일부러 너무 큰 쪽과 너무 작은 쪽을 잡아 본 뒤 그 사이를 좁혀 가는 것이다. 한쪽 극단과 다른 쪽 극단을 먼저 더듬어 정답을 가두는 이 방법 역시, 곧장 정답을 맞히려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거꾸로 보기의 친척이다.

04신은 우리에게 3차원을 주셨다 — 60만 달러짜리 통찰

젊은 변호사 시절의 일화는 멍거의 또 다른 도구, 즉 늘 기본으로 돌아가는 습관을 보여준다. 그에게는 남부 캘리포니아 외곽에 구릉지 목장을 가진 의뢰인이 있었다. 전력회사 에디슨(Edison)이 그 땅에 새 송전 지역권(easement)을 내려 했고, 의뢰인은 이미 오렌지 카운티 최고의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둔 상태였다.

의뢰인은 그 지역권 값으로 25만 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만하고 나이 많고 점잖은" 그 최고 평가사는 단호했다. "미안하지만, 당신 목장에서 그 가치는 12만 5천 달러뿐이오." 의뢰인은 멍거를 찾아와 "이 노평가사를 좀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다.

$250,000
의뢰인이
바라던 보상
$125,000
최고 평가사의
2차원 감정가
$600,000
3차원으로 본
멍거의 결과

멍거가 들여다보니, 평가사는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문제를 2차원으로만 풀고 있었다. 비슷한 거래 사례에서 평당 가격을 뽑고, 면적을 곱하고, 남은 땅의 손해를 조금 얹는 식이었다. 멍거는 그에게 말했다. "이건 3차원으로 풀어야 합니다. 신은 우리에게 3차원을 주셨잖아요."

송전탑 같은 큰 철탑이 들어서면 땅의 경사(grade)를 고정시켜 버린다. 구릉지를 개발하는 합리적인 방식은 언덕 꼭대기를 깎아 골짜기를 메우는 것인데, 철탑이 박히면 그 작업이 막혀 막대한 손해가 난다. 평면도만 보던 평가사에게는 보이지 않던 손해였다. 그가 끝내 한 글자도 고치지 않으려 하자, 멍거는 의뢰인에게 그를 해고하라 권하고 "생각할 줄 아는 평가사"를 새로 붙였다. 결과는 60만 달러. 멍거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다. 에디슨 쪽에는 3차원으로 생각할 줄 아는 거의 엔지니어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으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정신적 잔재주만 갖추면 된다. 그건 꽤 기본적인 통찰이다."

05잔재주 하나가 아니라, 격자 한 채

여기서 멍거의 사고법이 단순한 역발상 하나에 그치지 않음이 드러난다. 그는 기상학, 대수, 포술, 기하, 위험 회피, 그리고 인간 심리까지 — 서로 다른 분야에서 끌어온 잔재주들을 한데 모아 둔다. "나는 그런 잔재주를 한 보따리 가지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한 분야의 도구만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다른 칸에서 꺼낸 도구로 다시 두드려 보는 것이다.

평가사 일화가 좋은 예다. 그것은 부동산 지식 문제가 아니라 기하 문제였다. 멍거 자신은 "나는 부동산 평가사가 아니다, 그는 평가사다"라고 인정하면서도, 다른 칸에서 꺼낸 3차원이라는 도구 하나로 전문가가 놓친 답을 찾았다. 그는 이렇게 정리한다. "기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자기 일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기본기는 끈질김이다. "나는 가능성들을 빙빙 돌려 보고, 문제를 세게 흔든다. 풀리지 않으면, 그건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 곧장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억지로 닫지 않고, 격자 위에 잠시 걸어 둔 채 다른 각도를 기다리는 것이다.

06천재가 아니어도 괜찮은 결과를 얻는 법

멍거가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은 끝까지 겸손하다. 그는 자기 방법이 "그저 잔재주 보따리"이며, 그것이 "비범하지 않은 사람도 꽤 괜찮은 결과를 얻게 해 준다"고 말한다. 화려한 천재성이 아니라, 일찍 손에 넣은 올바른 도구 몇 개가 평생을 받쳐 주었다는 것이다.

그가 든 잔재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정답을 맞히는 법"보다 "오답을 피하는 법"에 가깝다. 조종사를 살리려 죽이는 법을 묻고, 잘 헤엄치려 익사할 자리를 피하고, 정답을 좁히려 일부러 빗나간 두 발을 먼저 쏜다. 멍거에게 현명함이란 모든 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끝장날 자리를 먼저 알아보는 능력이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에 자신을 이렇게 비춘다. 비범하지 않은 한 사람이, 거꾸로 묻는 잔재주 하나와 여러 칸으로 짜인 격자 한 채로, 평생 좋은 판단을 쌓아 올렸다는 것. 비행기를 그가 몰았다면 지금도 살아 있었을 거라던 그 조종사처럼, 우리도 같은 잔재주를 빌려 쓸 수 있다.

비유

멍거의 "거꾸로 보기"는 운전 학원에서 사고 영상을 먼저 보여주는 것과 같다. "운전 잘하는 법"은 책 백 권으로도 끝이 없지만, "이렇게 하면 박는다"는 단 몇 가지뿐이다. 그 몇 가지만 피하면, 잘하지 않아도 무사히 집에 간다. 멍거가 조종사를 살린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 살리는 법 대신, 죽이는 두 가지를 외워 두고 피한 것.

그의 "격자형 정신 모델"은 공구함과 닮았다. 한 칸에는 드라이버만, 다른 칸에는 망치와 줄자가 들어 있다. 평범한 사람은 망치 한 자루만 들고 모든 못을 치려 하지만, 멍거는 부동산 문제 앞에서 부동산 칸이 아니라 '기하' 칸을 열어 3차원이라는 줄자를 꺼냈다. 칸이 많은 공구함을 가진 사람이, 결국 더 많은 문제를 고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