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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채워진다 — 두로프가 20년 지킨 절제의 규칙

세계 최대급 메시징 앱을 만든 사람이 휴대폰을 거의 쓰지 않는다. 술도, 담배도, 커피도, 약도 입에 대지 않은 지 20년이 넘었다. 파벨 두로프는 그것을 희생이라 부르지 않는다. 가장 값진 도구인 뇌를 지키고, 비운 자리에 깊은 생각을 채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2026년 6월 14일

연결이 곧 능력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알림이 빠를수록, 접속이 끊기지 않을수록 유능해 보인다. 그런데 텔레그램(Telegram)을 만든 파벨 두로프는 정반대로 산다. 그는 휴대폰을 멀리하고, 아침의 조용한 시간을 지키고, 20년 넘게 중독성 물질을 완전히 끊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그 선택들이 어떤 하나의 원칙으로 이어지는지를 차분히 풀어 놓는다. 핵심은 단순하다. 무엇을 머릿속에 들일지 스스로 정한다는 것이다.

먼저 정리 화자는 파벨 두로프(Pavel Durov)다. 메시징 앱 텔레그램을 만든 창업자이며, 그 전에는 러시아에서 큰 소셜 네트워크를 세웠다. 그는 20년 넘게 술·담배·커피·약·불법 약물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고, 휴대폰도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대화에서 그는 그 절제의 이유와, 비운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는지를 이야기한다. 본문의 인용은 모두 영상 속 두로프의 발언을 옮긴 것이다.

01"왜 가장 값진 도구를 망가뜨리는가"

두로프가 술을 끊은 이유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됐다. 열한 살 때 생화학 선생님이 『낙원의 환상(The Illusion of Paradise)』이라는 책을 건넸다. 작은 물질 하나가 몸에 들어왔을 때 일어나는 생물학적·화학적 과정을 다룬 책이었다. 주로 불법 약물에 관한 내용이었지만 알코올도 그 중독성 물질의 하나로 다뤄졌다.

그가 책에서 읽은 장면은 이렇다. 술을 마시면 뇌세포가 마비된다. "말 그대로 좀비가 된다." 그리고 파티가 끝난 다음 날, 일부 뇌세포는 죽어 다시는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여기서 그의 질문이 나온다. "뇌가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길에서 가진 가장 값진 도구라면, 왜 단기적 쾌락을 위해 그 도구를 망가뜨리는가?" 그에게 술은 몸속에 들이는 독에 가깝다.

그래서 그는 글로 남긴 원칙을 그대로 산다. "온전한 잠재력에 닿고 맑은 정신을 지키고 싶다면, 중독성 물질을 멀리하라. 나의 성공과 건강은 20년 넘는 완전한 절제의 결과다." 단기적 쾌락은 미래만큼 값지지 않다는 것이다.

02마시고 싶다면, 숨기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활기찬 사교 생활을 위해 술을 빌린다. 어떤 자리에서는 어울리려면 마셔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술 없이 사회생활이 가능하냐고 묻는 이들에게 두로프는 두 가지를 말한다.

첫째, 소수 의견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자기만의 규칙을 세우라. 둘째,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거기엔 숨기려는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마주할 준비가 안 된 어떤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 두려움을 직면해야 한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다가가기가 두렵다면, 그 두려움을 없애고 다가가서 연습하라고 그는 말한다. 다시, 또다시. 진부하게 들리지만 통하는 조언이라는 것이다.

그는 술을 영혼의 진통제에 빗댄다. 사람들은 삶에서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려고 술을 마신다. 마음이 무언가 값진 것을 말해 주려 하는데, 그것을 직면하는 대신 술로 잠재운다. "진통제는 잠시만 듣는다. 그러고 나면 이자까지 붙여 빚을 갚아야 한다." 바닥까지 내려가 보면 거기엔 거의 언제나 두려움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03부족에서 쫓겨날까 하는 2만 년 전의 두려움

수많은 모임과 파티에서 거절하기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두로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답한다. "무언가 옳지 않다고 느낄 때 내 자리를 지키고 '아니다'라고 말할 준비가 늘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이 다수에 얼마나 쉽게 휘둘리는지를 짚는다.

이유는 오래된 본능에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간은 부족에서 배제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것은 수천 년 전엔 굶어 죽는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수가 강요하는 것에 순순히 동의하려는 성향과 의식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다수가 하는 많은 일들이 실제로는 자신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파티에서 남들과 다른 사람, 즉 무리에서 튀는 사람이 되는 두려움 — 그것이 직면해야 할 두려움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비합리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2만 년 전에는 말이 됐다. 오늘날엔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모두가 하는 것을 똑같이 하면 아무런 경쟁우위가 없고,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도 두드러진 존재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04한 분야의 세계 1인자가 되는 법

두로프가 성공에 관해 거듭 강조하는 말은 "다르게 다르라"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영역, 즉 누구도 하지 않는 틈새를 찾아 온 힘을 쏟아 통달하라는 것이다.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려면 값진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똑같이 한다면 그 가치는 어디 있겠냐고 그는 되묻는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인간은 온갖 정보에 둘러싸여 있고, 그 정보는 우리가 보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정보 출처를 직접 골라 다듬는 일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이 무엇이 중요한지 정해 주는 대로 휘둘리는 사람이 되어선 안 된다." 그러면 결국 모두와 똑같은 정보, 똑같은 밈, 똑같은 뉴스를 소비하게 된다.

대신 능동적으로 움직이라는 것이다. 탐구할 목표와 영역을 의도적으로 정하고, 그 분야에 관련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라. "그러면 언젠가 그 분야에서 세계 1인자가 될 수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그는 덧붙인다. 그저 꾸준하기만 하면 된다. 아무도 그렇게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들 같은 뉴스를 읽고 같은 뉴스를 이야기하느라 경쟁우위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다수는 인공지능 추천 시스템의 노예가 된다. 모두에게 같은 콘텐츠가 주어지고, 우리는 모두 똑같아진다."

05휴대폰 없는 아침, 침대에서 떠오르는 생각들

두로프는 휴대폰을 거의 쓰지 않는다. 텔레그램의 기능을 점검할 때 가끔 들여다볼 뿐이다. 한 인터뷰어는 그와 2주를 함께 지내는 동안 그가 다른 사람들처럼 소셜 미디어를 위해 휴대폰을 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전한다. 두로프는 휴대폰이 꼭 필요한 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 시절엔 휴대폰이 없었고, 처음 갖게 된 뒤로도 전화 통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 "늘 비행기 모드나 무음으로 두었다. 방해받는다는 생각 자체가 싫었다."

철학은 단순하다.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정하고 싶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나 회사, 온갖 조직이 오늘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정해 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휴대폰은 바로 그 일을 한다. 방해 거리를 던지고, 무엇을 봐야 할지 어디를 봐야 할지 안내한다. "마음을 고요하게 하라. 어떤 것을 마음 안에 들일지 스스로 골라라."

그래서 그는 잠과 아침의 고요한 시간을 지킨다. 잠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배정하는데, 가령 11시간, 12시간을 잡아도 그만큼 자지는 않는다. 그러면 그는 침대에 누워 생각한다. 누군가는 수면제를 먹으라 하지만 그는 약을 먹지 않는다.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에 침대에 누워 있으면 멋진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일어나면 휴대폰 없이 샤워를 하고, 아침 운동과 일과를 보낸다.

그의 경고는 분명하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휴대폰을 열면, 그날 하루 무엇을 생각할지 지시받는 존재가 된다." 밤늦게 소셜 미디어로 뉴스를 소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아침에는 가능한 한 오래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고,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두로프의 절제 구조 도식 — 왼쪽 빨강 패널은 20년 넘게 끊은 것(알코올, 담배, 커피, 약, 불법 약물)과 휴대폰 알림, 오른쪽 파랑 패널은 그 대신 채운 것(조용한 아침 시간, 오래 누워 생각하기, 수면에 충분한 시간 배정, 한 분야 세계 1인자 되기, 정보 출처 직접 고르기, 소수 의견 두려워 않기), 가운데 화살표는 맑은 정신

두로프가 영상에서 직접 말한 것들. 왼쪽을 비워 만든 자리에 오른쪽을 채운다 — 그 사이를 잇는 것이 맑은 정신이다.

06연결될수록 덜 생산적이다

두로프 스스로도 이 태도가 직관에 어긋난다는 것을 안다. 그는 세계 최대급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메시징 앱을 만든 사람이다. 누구보다 연결되어 있어야 마땅한 자리다. 그런데 그가 일찌감치 도달한 결론은 반대였다.

"더 많이 연결되고 더 쉽게 닿을 수 있을수록, 덜 생산적이 된다." 온갖 정보에 끊임없이 둘러싸여 있다면, 게다가 그 정보의 대부분이 자신이 만들려는 것의 성공과는 무관하다면, 어떻게 그 일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냐고 그는 되묻는다.

이것이 그의 절제가 하나로 모이는 지점이다. 술을 끊는 것도, 휴대폰을 멀리하는 것도, 아침의 고요를 지키는 것도, 결국은 같은 행위다. 머릿속에 무엇을 들일지 스스로 통제하는 것. 그렇게 비워 둔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사회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고, 그것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20년+
술·담배·커피·약·약물을
완전히 끊은 기간
11세
절제를 결심하게 한
책을 건네받은 나이
11~12h
잠을 위해 배정하는
(다 자지는 않는) 시간
비유

두로프의 절제는 책상 위를 싹 비우는 일과 같다. 술·담배·커피·약은 책상 위에 어질러진 잡동사니이고,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 알림은 누군가 옆에서 계속 말을 거는 것과 같다. 그것들을 다 치우면 책상이 텅 빈 듯 허전해 보이지만, 바로 그 빈자리에 그는 깊은 생각과 한 분야의 몰입을 펼쳐 놓는다.

휴대폰을 가장 먼저 여는 아침은, 출근하자마자 남이 써 준 오늘의 할 일 목록을 받아드는 것과 같다. 두로프는 그 목록을 받지 않는다. 대신 조용한 아침에 자기 손으로 목록을 쓴다 — 무엇을 생각할지, 무엇을 만들지를 남이 아니라 자신이 정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