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읽기 · 투자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 — 레이 달리오가 보는 채권과 빚의 시간
채권시장이 다시 무대 한가운데 섰다.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 동시에 멈출 줄 모르는 주식시장. 세계 최대 헤지펀드를 일군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금리는 더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고,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맞느냐를 맞히는 게 아니라 양쪽 모두에 미리 대비해 두는 일이라는 것이다. 빚의 무게, 자본을 향한 수요, 그리고 그가 더 무섭다고 말한 지정학에 관하여.
인터뷰는 한 가지 모순에서 출발한다. 채권 금리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데, 주식시장은 멈추지 않고 오른다. 그러니 우리는 긴장해야 하는가, 아닌가. 레이 달리오의 대답은 양쪽 다 끌어안는다. "긴장하는 건 언제나 합리적"이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01"금리는 안 오른다"는 생각이 틀렸다 — 양쪽에 대비하는 회사
달리오는 지금의 환경을 한마디로 정리한다. 곳곳에 전쟁이 벌어지는 지정학 위험이 있고, 채권 금리는 오르고 있으며, 물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조금 더 높다. 그런데도 그는 놀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금리는 오를 수 있다. 금리가 절대 오르지 않는다는 생각, 그게 틀린 생각이었다."
그가 이끄는 회사의 태도는 여기서 갈린다. 그는 자신들 같은 회사는 "금리가 더 오르는 경우와 더 내리는 경우 양쪽 모두에 대비한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 올지를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어느 쪽이 와도 버티도록 준비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한 가지 가능성을 덧붙인다. 금리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높다는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사람들을 방심하게 만드는데, "여기서 진짜 놀라운 일은 금리가 오늘보다 훨씬 더 오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02저축이 넘치던 세상에서, 저축이 모자란 세상으로
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걸까. 달리오의 설명은 큰 흐름의 전환을 가리킨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는 코로나(COVID)와 금융위기의 짧은 구간을 빼면 거대한 강세장이었고, 가장 오래, 가장 강력하게 금리가 낮은 시대였다. 그런데 "세상은 변한다." 그는 우리가 저축이 남아도는 세상에서, 저축이 모자란 세상으로 넘어왔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숫자가 따라붙는다. 인공지능(AI) 투자만 해도 미국에서만 작년에 약 4,500억 달러, 내년에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전 세계 재정적자는 사상 최고치이고, 미국을 포함한 정부들은 내년에 올해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 돈을 향한 수요가 사방에서 동시에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채권을 가진 사람들은 두 가지를 함께 본다. 물가가 오를 가능성, 그리고 자본을 향한 수요가 커질 가능성. 둘 다 금리를 밀어 올린다. "지금은 물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돈을 빌리려는 수요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달리오가 직접 입에 올린 '돈의 규모'들. 새로 빨려 들어가는 돈(AI 투자)도, 갚거나 다시 굴려야 할 빚도 한꺼번에 불어난다. 30조 달러의 정부 부채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0330조 달러의 빚 — "언젠가 닥친다, 다만 언제인지 모른다"
달리오가 정말 무겁게 보는 것은 빚이다. 세계 곳곳의 정부가 너무 많은 빚을 졌고, 그 수준이 점점 높아진다. "어느 시점엔가 이건 닥친다. 닥친다." 그는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한다.
숫자로 옮기면 이렇다. 미국 정부의 빚은 30조 달러, 평균 금리는 3.5% 수준이다. 그래서 오늘이라면 그보다 낮은 금리로 다시 빌릴 여지가 아직 있지만, 올해 안에 또 2조 달러를 갈아끼워야 한다. 문제는 시점이다. "우리는 언제인지 모른다. 세상이 이 문제를 두고 너무 겁먹게 되는 그 순간이 언제일지 모른다." 물가가 사람들을 장기 채권에서 손 떼게 만드는 순간, 빚의 무게가 한꺼번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지출의 성격도 꼬집는다. 역사를 보면 돈을 향한 수요가 너무 커서 금리가 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좋은 이유" 때문일 때가 있다. 사람들이 미래에 보탬이 되는 생산적인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지출은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정부 지출은 훨씬 더 소비에 가깝다. 미래의 생산성을 키워 주지 않는다." 다만 그런 지출조차 당장은 기업 이익을 밀어 올리고, 그래서 주가가 잘 버티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04예측은 지적 오류다 — 가능성의 범위로 생각하라
그렇다면 결국 어떻게 될 것인가. 인터뷰어가 "수정 구슬(crystal ball)을 들여다봐 달라"고 청하자, 달리오는 정면으로 거부한다. "수정 구슬 이야기는 아주 경계한다. 누구도 수정 구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가 하는 일은 가능한 모든 결과를 펼쳐 놓는 것이다. 물가를 동반한 경기 침체, 물가 없는 경기 침체, 집값이 40% 떨어지는 경우까지 — 결과의 폭은 아주 넓다. 그는 이 점에서 단호하다. "사람들이 '이게 우리의 전망이고, 바로 이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지적인 오류다."
달리오에게 올바른 사고법은 단 하나의 미래를 맞히는 게 아니라, 결과의 범위와 가능성과 확률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경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 회사의 이익이 줄거나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작 그가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다. "나는 인류의 미래를 두고 지정학을 걱정한다. 내 마음속에서 그게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하나의 전망을 정답이라 믿는 것, 그게 지적인 오류다. 결과의 범위와 확률로 생각하고, 모든 경우를 감당하도록 준비하라."
05"나는 신용 스프레드를 사지 않는다" — 다시 빌릴 때의 충격
그가 다른 이들과 갈리는 자기만의 견해는 분명하다. "금리는 얼마든지 더 오를 수 있고, 신용 스프레드도 더 벌어질 수 있다." 신용 스프레드란 안전한 국채보다 위험한 빚에 얼마나 더 높은 이자를 물리는지를 가리키는 폭이다. 이 폭이 벌어진다는 건, 위험을 떠안는 값이 비싸진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은 "내가 진 빚을 비슷한 금리로 다시 빌릴 수 있다"고 막연히 가정한다. 달리오는 거기에 균열을 낸다.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빚을 다시 빌려야 하는 사람과 기업과 정부는 더 많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시스템에 압력을 주고, 경기 침체 비슷한 것을 부를 수 있다. 그는 침체 자체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해고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상처가 된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못 박는다.
그래서 그의 개인적 태도는 선명하다. "나는 지금 가격에 신용 스프레드를 사는 사람이 아니다. 이 수준에서는 사지 않겠다." 그는 자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사야만 하는 처지가 아닌 호사"라고 표현한다. 패시브 펀드(지수를 그대로 따라 사는 펀드)는 어쩔 수 없이 사야 하고, 지수를 맞춰야 하는 이들도 사야 한다. 사야만 하는 이유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의무에서 자유롭다.
06잠잠하던 것이 바뀌는 순간 — 1973, 1982, 1994, 2008
그 많은 수요의 정체는 무엇일까. 인터뷰어가 "방심(complacency) 아니냐"고 묻자 달리오는 "그렇다"고 답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주 잊는 것을 끄집어낸다. 바로 심리(sentiment)다. "수요는 변한다. 사람들은 심리를 잊는다."
그는 역사의 장면들을 나란히 세운다. 1973년의 폭락, 1982년의 폭락, 1994년의 채권시장, 2008년의 붕괴 직전 — 그때도 지금처럼 모든 게 멀쩡해 보였다. 그러다 상황이 바뀌었다. 그가 보기에 결정적인 변화는 늘 심리에서 시작된다. 사정이 어려워지면 심리가 돌아서고, 사람들은 더 많은 현금을 원하게 된다.
그다음은 연쇄적이다. 유동성에 대한 요구가 달라지고, 통화량이 변하고, 중앙은행이 움직이고, 은행들이 발을 뺀다. "그 모든 것이 가장 나쁜 바로 그 순간에 시장의 유동성을 빨아들인다. 현금이 필요할 때, 사람들은 위험한 자산을 판다." 그러니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예측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예측은 아니라고 답한다.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나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의 메시지는 처음으로 돌아온다. 어느 쪽이 올지를 맞히려 하지 말고, 어느 쪽이 와도 견디도록 준비해 두라는 것.
달리오의 태도는 일기예보를 믿지 않는 등산객과 같다. 그는 "내일 비가 온다"거나 "맑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대신 비옷과 선크림을 둘 다 배낭에 넣는다. 어느 쪽이 와도 산을 내려올 수 있게. 금리가 오를지 내릴지 맞히는 대신, 양쪽 모두에 대비하는 그의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빚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30조 달러 빚은 매달 돌려 막는 카드값과 비슷하다. 지금은 낮은 이자로 갈아끼우니 버틴다. 하지만 어느 날 카드사가 갑자기 이자를 올리면(=금리 상승), 돌려 막기가 통하지 않는다. 달리오가 "언젠가 닥친다, 다만 언제인지는 모른다"고 한 건, 그 카드사가 변심하는 날이 정확히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