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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읽기 · 연구

당신과 당신의 연구 — 해밍이 평생을 걸어 알아낸 것

왜 어떤 과학자는 시대를 바꾸는 업적을 남기고, 똑같이 똑똑한 다른 이는 평범하게 끝나는가. 벨 연구소에서 그 차이를 30년 넘게 관찰한 수학자가, 강연 단상에서 마치 부흥회 설교자처럼 외친다. "당신도 나만큼, 아니 더 위대해질 수 있다."

2026년 6월 14일

리처드 해밍(Richard Hamming)은 디지털 시대의 바닥돌을 놓은 사람이다. 오류를 스스로 잡아내는 해밍 코드(Hamming code)를 만들었고,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과 같은 시대에 벨 연구소(Bell Labs)에서 일했다. 이 강연에서 그가 다루는 주제는 정작 수학이 아니다. 위대한 업적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평생 옆에서 천재들을 지켜본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담을 직설적으로 풀어놓는 이유부터 분명히 한다.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당신도 최소한 나만큼, 아니 더 위대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나는 그리 나쁘게 살지 않았다."

먼저 정리 화자는 리처드 해밍이다. 벨 연구소의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의 개척자로, 데이터 오류를 자동으로 바로잡는 해밍 코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글은 그가 남긴 전설적 강연 "당신과 당신의 연구(You and Your Research)"의 내용을 옮긴 것이며, 본문의 인용은 모두 그 강연 속 실제 발언이다.

01운(運)이라는 변명을 거두며 — 준비된 마음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 앞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그건 운이었다"는 것이다. 해밍은 이 변명을 정면으로 받는다. 그가 즐겨 인용하는 격언은 이것이다. "행운은 준비된 마음을 좋아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한 해에 고전이 된 논문 다섯 편을 쏟아낸 것은 운인가? 그는 답한다. "운이기도 하고, 운이 아니기도 하다."

차이는 평소에 있다. "당신은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준비한다. 성공할 준비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그래서 번개가 칠 때 — 결정적 기회가 올 때 — 준비된 사람만이 그것을 붙잡는다. 준비되지 않았다면 번개는 그냥 비껴간다. 해밍은 아이작 뉴턴(Isaac Newton)과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을 끌어온다. 뉴턴은 "다른 사람들도 나만큼 깊이 생각했다면 같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 했고,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땀과 1%의 영감"이라 했다. 해밍의 결론도 같다. "상당 부분, 그것은 끊임없는 노력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흥미로운 반례도 그는 빼놓지 않는다. 위대한 인물이 어려서부터 비범했던 것은 아니다. 뉴턴은 케임브리지에 들어오기 전까지 누구의 눈에도 특별해 보이지 않았고, 그의 수학 실력은 산수 수준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박사 학위를 받고도 7년간 특허청 말단으로 지냈을 뿐 대학에는 자리가 없었다. 높은 지능지수(IQ)는 도움은 되지만 필수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02자신을 믿는 일, 그리고 섀넌의 용기

해밍이 위대한 인물들에게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들은 자신이 위대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못을 박는다. "스스로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당신은 결코 그것을 해내지 못한다. 그만큼 단순한 일이다." 물론 지나친 자만은 재앙이다. 강한 의지와 고집스러움 사이에는 가느다란 선이 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너무 일찍 버리는 사람도, 나쁜 아이디어에 너무 오래 매달리는 사람도 숱하게 보았다. 둘 다 어려운 문제다.

용기의 표본으로 그가 꺼내는 사람이 정보 이론의 아버지 클로드 섀넌이다. 섀넌은 무작위 부호(코드)들을 전부 평균 내어 그 평균이 충분히 좋다는 것을 보였고, 그렇다면 좋은 부호가 적어도 하나는 반드시 존재한다고 증명했다. 해밍은 감탄한다. "거의 무한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는가."

그가 섀넌에게서 배운 또 하나는 체스판에서 나왔다. 한동안 섀넌은 오전 열 시쯤 출근해 체스를 두다가 두 시쯤 집에 가곤 했다. 그의 체스 방식은 이랬다. 공격받으면 방어하지 않고 되받아 공격한다. 판이 점점 복잡하게 엉키면, 한참을 골똘히 생각한 뒤 퀸을 내던지며 외친다. "에라 모르겠다(I just scared nothing)." 그러면 판 전체가 무너지며 이기든 지든 결판이 났다. 해밍은 이 한마디를 자기 것으로 삼았다. "막혀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면 나는 중얼거렸다. '섀넌에게 좋았으면 해밍에게도 좋다.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 그렇게 그의 스타일을 일부러 흉내 내다가 성공한 적이 여러 번이다."

03탁월함을 향한 비전 — "일류로 해내겠다"

해밍은 무슨 일을 하든 잘하려는 욕망을 강조한다. 다만 아버지의 말 "할 가치가 있는 일은 잘할 가치가 있다"에는 단서를 단다. 어떤 일은 차라리 빨리 치워버리는 게 낫다. "서류에 서명만 하면 되는 일이라면, 굳이 가장 아름다운 필체로 쓰려 애쓰지 말고 그냥 서명하고 끝내라." 힘을 쏟을 곳과 흘려보낼 곳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일에서는 다르다. "당신이 무엇이 되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품고,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 그가 스스로에게 건 주문은 이랬다. "나는 일을 아주 잘 해낼 것이다. 그저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일류로 해낼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경고를 덧붙인다. 당신이 "괜찮다"고 여기는 수준이, 사실은 당신에게 어울리는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기준을 낮춰 잡는 함정을 경계하라는 말이다.

04결함을 자산으로 — 문제를 뒤집는 기술

해밍이 든 가장 생생한 일화는 컴퓨터 초창기에서 나온다. IBM 701 컴퓨터로 작업하던 시절, 프로그래밍은 절대 이진수(binary)로 직접 짜야 했다. 좋은 컴퓨터들은 대부분 서부 항공기 회사들에 흩어져 있었다. 그는 컴퓨팅의 최전선에 서고 싶었지만, 벨 연구소가 그에게 코드를 짜 줄 인력을 무더기로 붙여 줄 리는 없었다. 막다른 길처럼 보였다.

그때 그가 던진 질문이 모든 것을 바꿨다. "기계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왜 기계가 프로그래밍을 하게 만들지 않는가?" 결함처럼 보이던 것 — 사람을 못 쓴다는 한계 — 을 뒤집자, 그는 단숨에 프로그래밍 연구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기계가 우리 대신 프로그래밍을 하게 할까?" 이것이 그의 새 문제가 되었다.

"결함처럼 보이던 것이, 문제를 뒤집자 자산이 되었다."

해밍은 이것이 한 번의 우연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일이 잘못되어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문제를 거꾸로 뒤집으면 큰 성공으로 바꿀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여러 번 해냈다." 컴파일러의 할머니로 불리는 그레이스 호퍼(Grace Hopper)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럿 들려주었다고 그는 덧붙인다.

05성공을 연구하라 — 실패가 아니라

해밍은 위대해지는 법을 배우기 위해 위대한 사람들을 연구했다고 말한다. 그가 거듭 강조하는 원칙은 직관과 어긋난다. "실패를 연구하지 말고, 성공을 연구하라." 이유는 명쾌하다. "성공을 연구하면, 당신의 때가 왔을 때 어떻게 성공하는지를 알게 된다. 실패를 연구하면, 어떻게 실패하는지를 알게 될 뿐이다."

그래서 그는 트랜지스터 연구가 왜 그토록 성공적이었는지를 거듭 곱씹었다. 갈릴레오(Galileo)는 왜 그 일을 해냈는가, 뉴턴은 어떻게 했는가. "다른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연구하라.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성공의 요소가 무엇이었는지, 그중 어떤 것을 당신의 성격에 맞게 가져올 수 있는지." 핵심은 모방이 아니라 변환이다. "당신은 다른 누구도 될 수 없다.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공을 연구하는 것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아주 좋은 길이다."

06옳은 문제를, 옳은 때에, 옳은 방식으로

이 강연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 여기서 나온다. "경주는 가장 빠른 자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도 아니다. 옳은 문제를, 옳은 때에, 옳은 방식으로 푸는 사람이 이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해밍은 자신의 강의 전체가 바로 그 감각 — 어떤 문제가 옳은지, 언제가 옳은 때인지,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직감 — 을 길러 주려는 것이라 말한다.

그가 실천한 방법은 구체적이다. 그는 자기 시간의 10%를 "내 분야에서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썼다. 그 시간은 금요일 오후였다. "월요일 아침에 하지 말라. 곧바로 방해받는다. 금요일 오후에 하면 주말 내내 생각이 이어진다." 전 세계의 친구들이 알 정도였다. 금요일 오후는 해밍의 '큰 생각' 시간이었다. 무엇을 묻는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 밑바탕에 깔린 근본은 무엇인가." 방향을 알아야 한 곳으로 줄지어 나아가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술 취한 뱃사람처럼 비틀거리다 아무 데도 못 간다.

해밍이 든 위대한 연구의 열 가지 습관이 모여 큰 업적으로 이어지는 관계도, 그리고 그저 열심히만 하는 사람과 옳은 문제를 옳게 푸는 사람의 결과 대비 도식

위: 해밍이 든 열 가지 습관이 하나의 큰 업적으로 모인다. 아래: 같은 노력도 방향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10%
중요한 문제를 묻는 데
쓴 시간의 비율
금요일
오후
그가 정해 둔
'큰 생각'의 시간
10~20개
위대한 학자가 머릿속에
품고 있는 문제 수

07모호함을 견디는 능력, 그리고 '중요한 문제'의 정의

해밍은 이 통찰을 깨닫는 데 15년에서 20년이 걸렸다고 고백한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모호함을 견딘다(tolerance of ambiguity). 그들은 이론을 믿으면서 동시에 믿지 않는다. 보통 사람은 어떤 것이 참이거나 거짓이거나 둘 중 하나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위대한 과학자는 이론을 작업을 계속할 만큼은 믿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챌 만큼은 의심한다. "이론이 옳다고 완전히 믿어버리면, 다음 단계로 큰 도약을 하지 못한다. 그저 옛 이론을 다듬고 늘릴 뿐이다. 그러면 좋은 과학자는 되어도 위대한 과학자는 못 된다."

그가 정의하는 '중요한 문제'도 통념과 다르다. 벨 연구소 시절, 물리학의 3대 난제로 꼽히던 시간 여행, 순간 이동, 반중력에는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경제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데도 말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문제를 중요하게 만드는 것은 결과의 크기가 아니라, 공략할 방법이 있느냐다." 공격할 길이 보이지 않으면, 아무리 결과가 클 일이라도 지금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위대한 학자는 머릿속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 10~20개를 늘 품고 다니다가, 공략의 실마리가 보이는 순간 다른 일을 제쳐두고 그 문제로 달려든다.

08스타일, 전달력, 그리고 변화를 끌어안기

해밍은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했느냐가 차이를 만든다고 말한다. "특수 상대성 이론을 보라. 사실 다른 이들도 그 재료를 다 가지고 있었다. 강연까지 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그것을 옳은 방식으로, 깔끔하고 명료하게 해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인슈타인만 기억한다." 처음 무언가를 해낼 때는 대개 엉클어진 상태다. 그것을 남에게 전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또렷하게 다듬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다. 그는 침대에 누워 "이걸 어떻게 조에게 설명하지?"를 되뇌었다고 한다.

그래서 전달력이 따라온다. 말, 글, 그리고 일상의 대화 — 세 층위에서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회의 도중 벌떡 일어나 "그건 이런 이유로 틀렸다"고 또박또박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중에 보고서를 쓰겠다"며 미루면, 그사이 결정은 내려지고 당신이 무엇을 하든 소용없어진다. 배우는 법도 그가 일러 준다. 강연을 들을 때마다 내용만이 아니라 스타일을 보라. 어떤 강연이 효과적인가, 왜 그런가, 그중 무엇을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는가. "남의 강연을 비평할 줄 알게 되면, 자기 강연을 비평할 기준이 생기고, 그제야 좋은 강연을 할 수 있다."

마지막은 변화다. "진보가 변화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진보에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과 조직은 변화를 싫어하고 거부한다. 그래서 진보하려면 변화를 환영하고 끌어안아야 한다. 그가 택한 방식은 단순하다. "어떤 부서가 10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일해 왔다면, 이제는 다른 방식을 찾아볼 때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 모르는데, 같은 자리에 머물러서는 결코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강연 끝에서 그는 소크라테스(Socrates)를 불러온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당신에게 주어진 삶은 하나뿐인데, 어째서 그저 일어나는 대로 흘려보내려 하는가. "노년에 이르러 '나는 그냥 즐겁게 살았다'고 말하고 싶은가, 아니면 '나는 적어도 내가 중요하다고 여긴 무언가를 해냈다'고 말하고 싶은가." 그는 자신을 부흥회 설교자에 빗댄다. "게으른 길을 회개하고, 무언가 될 만한 사람이 되라." 그리고 강연의 마지막 문장. "아무도 내게 이런 것들을 말해 주지 않았다. 나는 혼자 알아내야 했다. 이제 내가 당신에게 다 말해 주었으니, 당신이 나보다 못할 핑계는 없다."

비유

해밍의 가르침은 '문 닫고 일하기'와 '문 열어 두고 일하기'의 차이로 그려 볼 수 있다. 문을 닫아건 사람은 오늘 처리할 일에만 골몰해 당장은 더 많은 일을 끝낸다. 하지만 복도에서 무슨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지 끝내 모른 채, 술 취한 뱃사람처럼 그날그날만 분주하다. 문을 열어 둔 사람은 잠깐씩 방해를 받지만, 어떤 문제가 정말 중요한지를 흘려듣고 결국 그쪽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가 말한 '준비된 마음'은 가득 채워 둔 멀티탭과 같다. 번개(기회)는 예고 없이 친다. 평소 콘센트를 여러 개 꽂아 둔 사람만이 그 전기를 받아 쓸 수 있고, 빈 벽만 있는 사람에게 번개는 그냥 스쳐 지나간다. 해밍이 평생 한 일은 번개를 예측한 것이 아니라, 매일 콘센트를 하나씩 더 꽂아 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