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읽기 · 기술
구글이 다시 정상권으로 돌아왔다 — 순다르 피차이가 말하는 제미나이 3 이후의 경쟁
제미나이 3(Gemini 3)이 나왔고, 경쟁사 오픈AI(OpenAI)는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code red)"를 외쳤다는 말이 돈다. 구글은 정말 예전의 기세를 되찾았을까.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우리는 정상권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면서도 한 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다고 한다. 풀스택(full stack)이라는 구조적 강점,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내놓는 새 에너지, 그리고 기술 역사상 가장 치열하다는 경쟁에 관하여.
다보스(Davos) 세계경제포럼의 인터뷰는 첫 질문부터 정곡을 찌른다.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느껴지는가. 제미나이 3이 나왔고, 오픈AI가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비상 상황 선언)를 걸었다는 말까지 들린다. 구글이 다시 예전의 기세(mojo)를 되찾은 것 같은가. 피차이는 "내가 말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서면서도, 곧장 인정한다. "아주 좋은 한 해를 보냈다."
01"정상권으로 돌아왔다" — 그리고 빠르게 내놓는 새 에너지
피차이가 꼽는 올해의 성과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 자체를 다시 최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는 이것이 "정말 고된 일이었다"고 두 번 강조한다. "모델을 다시 정상권(state of the art)으로 되돌리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제미나이 3, 특히 그리고 이미지 쪽의 나노바나나(Nano Banana)로 우리는 그걸 해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정상권"이란 여러 평가 기준(벤치마크)에서 업계 최고 자리에 다시 올라섰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피차이는 구글이 "아주 빠르게 내놓는 이 새로운 세상에 적응했다"고 말한다. 큰 회사답지 않게, 스타트업의 에너지를 일에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거대 기업은 보통 신중함을 핑계로 느려지지만, 구글은 의도적으로 그 반대를 택했다. 빠르게 만들고, 위험을 감수하고, 곧장 세상에 내놓는다.
사람들이 구글을 과소평가했거나 뭔가 잘못 봤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피차이는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한다. "우리는 늘 이 분야의 맨 앞에 설 재료(ingredients)를 갖고 있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구글과 딥마인드(DeepMind)가 함께 현대 AI 산업이 기대는 돌파구의 대부분을 발명했다고 말한다. 가장 유명한 트랜스포머(Transformer)부터, 알파고(AlphaGo)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까지. 가진 재료를 한데 모아 올바르게 조직하는 일, 그것을 지난 몇 년 사이에 해냈다는 것이다.
02풀스택을 가진 유일한 조직 — 구조에서 나오는 강점
구글의 강점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오래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 피차이는 "모든 것은 연구에서 시작된다"고 답한다. 구글과 딥마인드를 한 조직으로 합쳤을 때 가장 먼저 집중한 것도 바로 그 연구, 즉 여러 평가 기준에서 최고가 되는 모델이었다고 한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구조(structure)"다. 피차이는 구글이 "풀스택(full stack)을 가진 유일한 조직"이라고 말한다. 풀스택이란 맨 아래 칩부터 맨 위 제품까지, 한 회사가 전 층을 통째로 쥐고 있다는 뜻이다. 그가 직접 나열한 다섯 층은 이렇다 — 자체 설계한 칩 TPU와 하드웨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사업, 프런티어 연구소, 그리고 검색·Gmail·크롬 같은 수십억 사용자 제품. 이 마지막 제품들은 AI가 곧장 얹히기에 자연스러운 자리다.
피차이가 구글의 강점으로 든 다섯 층. 맨 아래 자체 칩에서 데이터센터·클라우드·연구소를 거쳐 맨 위 수십억 사용자 제품까지, 한 회사가 전 층을 통째로 쥔다는 "풀스택" 구조.
그래서 피차이의 결론은 단호하다. "구조적으로, 근본 원리에서 출발하면 우리는 아주 잘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앞으로 더 치고 올라갈 여지(headroom)가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인다. 강점이 일시적 운이 아니라 회사의 뼈대에서 나온다는 자신감이다.
03한 번도 편한 적 없다 — 주 100시간, 50주의 강도
최첨단 AI 기업의 CEO는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가장 깊이 생각한다는 말이 사실이냐고 인터뷰어가 묻는다. 안에서는 늘 코드 레드 상태인가, 마음 편한 적은 있는가. 피차이의 답은 짧고 분명하다. "아니다, 결코 편하지 않다."
코드 레드는 정말 특별한 상황에만 거는 것이지만, 일상의 강도 자체가 살인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지난 3, 4년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도가 높았다. 주 100시간, 1년에 50주, 그게 표준이다." 이 빠르게 움직이는 기술의 맨 앞에 서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경쟁을 "기술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경쟁"이라고까지 부른다. 걸려 있는 판돈(stakes)도 어마어마하다. 상업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그리고 범용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뜻하는 모든 것까지.
그런데 잠 못 드는 이유가 압박감 때문만은 아니다. 피차이는 AI로 과학적 발견 자체를 가속하는 일을 자신의 평생의 꿈이자 열정이라고 말한다. "잠들기 어렵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들여다보고 밀어붙이고 싶은 흥미진진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이기도 하다." 압박과 설렘이 같은 무게로 그를 깨어 있게 한다.
04로봇은 18개월 뒤 — 막는 것은 알고리즘과 사람의 손
피차이는 지난 한 해 로봇 기술(robotics)을 아주 깊이 들여다봤다고 말한다. 그의 진단은 "우리는 물리적 지능(physical intelligence)의 돌파 순간 직전에 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18개월에서 2년쯤 남았고,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선을 긋는다. 그래도 제미나이 같은 기반 모델(foundation model)이 길을 보여 준다고 본다. 제미나이를 처음부터 여러 감각을 함께 다루는 멀티모달(multimodal)로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안경이나 휴대폰에 들어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보편 비서를 만들기 위해서였고, 또 하나가 바로 로봇이었다.
그렇다면 물리적 세계에서의 "그 순간"이란 무엇인가. 피차이는 "로봇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일을 안정적으로 해내는 것"이라고 답한다. 그것을 막는 걸림돌은 둘이다. 하나는 알고리즘이 아직 충분히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 그리고 디지털 세계의 모델과 달리 로봇은 학습에 쓸 데이터를 인공으로 만들어 내기가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 특히 팔과 손이다. 로봇을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는 사람 손에 대한 새로운 경외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진화가 사람의 손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했는지, 그 안정성과 힘과 손재주를 따라잡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도 흥미로운 진전은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와 새로운 협력을 발표했고, 현대(Hyundai)와는 자동차 제조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1, 2년 안에 키워 낼 만한 인상적인 시연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05딥시크는 과장됐다, AGI는 2030년 50% — 신중한 시계추
1년 전 중국의 딥시크(DeepSeek)는 서구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1년이 지난 지금, 중국 경쟁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느냐고 묻자 피차이는 고개를 젓는다. "애초에 그게 재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서구의 엄청난 과잉 반응이었다." 인상적이긴 했고 중국 선도 기업들이 매우 유능하다는 것을 보여 줬지만, 적게 썼다던 연산량 주장 일부는 과장이었고, 서구 모델에 일부 의존하고 그 출력으로 미세조정(fine tuning)한 것이라 완전히 처음부터 만든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그가 보기에 중국 기업들은 최전선을 따라잡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최전선을 넘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AGI 시점에 대해서도 피차이는 자신의 시계추를 유지한다. 2030년까지 도달할 확률 50%라는 예측을 그대로 두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다. 다만 그의 기준(bar)은 꽤 높다. "AGI는 인간이 가진 모든 인지 능력을 보여 주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아직 거기서 분명히 한참 멀다." 특히 과학적 창의성 — 단지 풀린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가설과 질문을 떠올리는 능력 — 이 빠져 있다고 본다. "올바른 질문을 찾는 것이 답을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때가 많다." 끊임없이 배우는 능력(continual learning)처럼, 그가 보기에 중요한 능력 몇 가지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올바른 질문을 찾는 것이 답을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때가 많다 — 지금의 시스템에는 그 능력이 분명히 없다."
06일자리, 그리고 일하는 문화 — 균형을 잡는 사람
구글이 큰 투자자로 있는 앤트로픽(Anthropic)의 다리오(Dario)는 AI가 5년 안에 사무직 신입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의하느냐는 물음에 피차이는 자신의 시계추는 그보다 더 길다고 말한다. 올해 신입 일자리나 인턴십에서 그 시작의 조짐이 보일지 모른다고 인정하면서도, 한 가지 큰 벽을 든다. "나는 그것을 들쭉날쭉한 지능(jagged 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어떤 일은 아주 잘하지만, 어떤 일은 형편없다." 작업 하나를 통째로 맡기려면 95%만 잘해서는 안 되고, 전체를 다 잘해야 "맡겨 놓고 잊을(fire and forget)"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일관성이 갖춰지기 전까지 큰 혼란은 오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그 혼란이 결국 오기는 올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이를 산업혁명에 빗대며 "10배 더 크고 10배 더 빠를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럼에도 거기에는 거대한 기회가 함께 온다고 믿는다. 인간의 마음은 매우 일반적(general)이어서, 수렵채집인의 머리로 현대 문명을 지어 올렸듯 다시 적응할 것이라는 낙관이다. 아이들에게는 이 새 도구에 능숙해지고 그것과 함께 자라라고 권하겠다고 한다. "그건 거의 초능력을 주는 것과 같다. 예전이라면 10명이 했을 일을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구글 내부의 문화를 묻자, 피차이는 자신이 잡으려는 균형을 설명한다. 한쪽에는 빠르게 내놓고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트업의 에너지가 있고, 다른 쪽에는 3개월 안에 제품으로 내놓을 것만이 아니라 멀리 보는 탐색적 연구를 지킬 공간이 있다. "그 모든 요소를 함께 균형 잡으려 한다." 그는 지난 한 해가 잘 풀렸고 올해 더 잘할 수 있다고 보며, 자신의 궤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업계 누구보다 가장 가파른 개선과 진보의 궤적이라고 생각한다."
피차이가 말하는 구글의 강점은 밭부터 식탁까지 다 가진 식당과 같다. 남들은 채소를 사 오고 그릇을 빌려 쓰지만, 이 식당은 직접 농사짓는 밭(자체 칩 TPU), 큰 주방(데이터센터), 배달망(클라우드), 요리 연구소(프런티어 연구소), 그리고 이미 매일 손님이 줄 서는 가게(수십억 사용자 제품)를 통째로 쥐고 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우리가 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다고 한다. 주 100시간씩 50주를 달리는 그의 일상은, 1등이라도 잠시 멈추면 따라잡히는 쉬지 못하는 마라톤에 가깝다. 제미나이 3로 선두에 다시 섰지만, 그에게 결승선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