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권력과 미디어
실리콘밸리는 40년에 걸쳐 한 가지 특수한 자산을 쌓았다. 사람들이 그들을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여기게 만든 신뢰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업계의 리더들은 이 신뢰를 다른 자산 — 관심 — 으로 바꿀 수 있음을, 그것도 꽤 좋은 환율로 바꿀 수 있음을 발견했다. 문제는, 비유동 자산을 한 번 청산하고 나면 되사려 할 때가 되어서야 진짜 가격을 알게 된다는 점이다.
2026년 6월 초, 피터 틸(Peter Thiel)이 공동 설립한 벤처캐피털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가 유튜브와 X에 영상 시리즈 하나를 공개했다. 제목은 MAFIA the GAME. 첫 회의 부제는 "테크 전설들은 거짓말쟁이를 찾아낼 수 있을까?"였다. 테크 업계의 거물 열두 명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피아'라는 사교 게임 — 거짓말과 추리로 서로를 솎아내는 파티 게임 — 을 한다. 출연진에는 오픈AI(Open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Sam Altman), 자율 무기 기업 안두릴(Anduril)의 공동 창업자 파머 러키(Palmer Luckey), 바이오해킹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 피그마(Figma) 최고경영자 딜런 필드(Dylan Field), 암호화 메신저 시그널(Signal)의 창업자 막시 말린스파이크(Moxie Marlinspike)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진행은 파운더스 펀드의 최고마케팅책임자이자 자사 미디어 매체 파이럿 와이어스(Pirate Wires)의 편집장인 마이크 솔라나(Mike Solana)가 맡았다.
촬영 장소는 샌프란시스코의 토스카 카페(Tosca Café)였다. 우연이 아니다. 정확히 같은 곳에서 2007년 포춘(Fortune)은 페이팔 출신 창업자·투자자 열세 명을 모아 갱스터처럼 분장시킨 표지 사진을 찍었다. 트랙수트와 가죽 재킷, 굵은 금목걸이, 시가와 위스키 —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라는 이름이 거기서 붙었고, 사진 한가운데에는 피터 틸이 있었다. 19년 뒤 같은 자리에서, 같은 펀드가 이번에는 '거짓말 게임'을 촬영했다. 자기신화화의 고리가 닫힌 셈이다.
이 글은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는 필자가 발표한 에세이 「What the Fuck Happened to Nerds」가 던진 질문 — 그 매력적이던 괴짜들은 어디로 갔는가 — 에서 출발한다. 그 글의 핵심 골격을 빌리되, 사실관계를 직접 검증하고 자료를 보강해 다시 정리했다.
테크 업계가 오랫동안 누려 온 신뢰는 특수한 종류였다. 그 신뢰는 거창한 동기가 아니라 오히려 지루한 동기에서 나왔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기술자는, 제품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차고에서 기계를 만지작거리고, 디테일에 집착하고, 세상의 화려한 죄악보다는 자기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 그가 우리의 관심을 굳이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그를 믿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업계의 리더들은 이 신뢰가 환전 가능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신뢰는 곧장 현금이 되지는 않지만, '관심(attention)'으로는 빠르게 바꿀 수 있다. 그리고 2020년대의 주의력 경제에서 관심은 곧 돈이고 힘이다. 환율은 좋아 보였다. 진중한 기술자라는 평판을 헐어 인플루언서의 도달률로 바꾸는 거래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남는 장사처럼 보인 것이다.
신뢰는 비유동 자산이다. 시세를 매일 확인할 수 있는 주식이 아니라, 좀처럼 거래되지 않는 미술품이나 비상장 지분에 가깝다. 평소에는 장부상으로만 존재하고, 실제 가격은 팔려고 내놓는 순간에야 드러난다.
창업자가 자기 평판을 관심으로 환전하는 일은, 이 미술품을 헐값에 처분해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을 손에 쥐는 것과 같다. 거래 당시에는 환율이 좋아 보인다. 진짜 문제는 나중에 그 신뢰를 다시 사들이려 할 때 발생한다. 그제야 시장은 진짜 가격을 부르고, 보통 그 값은 처음 받은 현금보다 훨씬 비싸다. 한 번 잃은 신뢰는 잃을 때보다 되찾을 때 몇 배의 비용이 든다.
신뢰는 잃기는 가장 쉽고 되찾기는 가장 어려운 것이다.
이것이 MAFIA the GAME 같은 영상이 단순한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설령 단기적으로 조회수를 얻더라도, 거짓말과 기만을 소재로 한 게임에 행성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둘러앉은 장면은 훗날의 약점이 된다. 이들 중 누군가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급 스캔들에 휘말리는 날, 사람들은 이 영상을 가리키며 "거짓말에 능한 게 여기 다 나와 있다"고 말할 것이다.
'유능한 괴짜가 돈을 번다'에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농담이 붙는 테크 과두'로 넘어온 과정은, 크게 세 국면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핵심은 시간이 갈수록 화면의 중심이 제품에서 창업자 개인으로, 다시 창업자의 부·권력·명성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창업자는 미디어에 등장했지만, 보도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그가 만든 것이었다. 차고에서 반짝이는 기계에 둘러싸여 사진을 찍고, 키노트와 잡지 인터뷰를 했지만, 그들은 늘 제품과 회사의 둘레를 돌았지 자기 자신을 무대 한가운데 세우지 않았다. 등장의 간격도 적당히 떨어져 있어 대중은 '포위당했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 시기의 악역이던 빌 게이츠(Bill Gates)조차 모든 잡지 표지를 장식했지만, 우리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경쟁적이고 책을 많이 읽는다는 정도였다 — 사실 그건 거의 모든 최고경영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당시 대중의 머릿속 모델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와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이었다. 잡스는 야망에 거칠고 디테일에 비타협적이었지만, 그의 가혹함은 고객 경험과 회사의 유산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읽혔다. 워즈니악은 그 반대편 증거였다. 세기의 산업적 전환의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유명해지려 안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충분한 돈을 벌고 배운 것을 나누면 된다는 것. 둘이 함께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당신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은 최악의 경우 완벽주의자 괴짜이고, 최선의 경우 점잖은 몰두자이며, 어느 쪽이든 그들의 관심은 대체로 세상이 아니라 자기 일에 가 있다.
TED 강연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인기 있는 방식이 되고, 영화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가 흥행하고,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를 통해 창업이 하나의 커리어 경로가 되면서 '창업자'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문화의 주류에 스며들었다. 제품은 여전히 창업자에게 따라붙었지만, 이제 문화적 초점은 창업자 자신에게 옮겨갔고 제품은 그가 우리의 감탄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증거로 기능했다. 창업자를 주인공으로 삼는 서사가 업계 전체의 인재 모집 깔때기가 된 시기다.
2026년의 디지털 공유지는 사기꾼들로 정의된다. 그러니 테크가 '빠르고 부도덕하게 부자가 되는 통로'처럼 비치는 것이 온전히 테크만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의 여러 '간판들'이 이 흐름에 한껏 올라탄 것은 분명히 그들의 선택이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가장 극단적인 사례이지만, 그는 자기 홍보와 관심 갈망에서 거의 별도의 등급에 있어 비교 대상으로 삼기조차 어렵다.
머스크를 빼고 보면, 더 의미심장한 신호가 보인다. 오픈AI는 2026년 4월 창업자 서킷 토크쇼 TBPN(Technology Business Programming Network)을 수억 달러대로 인수했다. AI 연구소가 토크쇼를 사들인 것이다. 인수된 TBPN은 오픈AI의 전략 조직, 정치 전략가 크리스 르하인(Chris Lehane) 산하로 들어갔다. 파운더스 펀드는 자사 최고마케팅책임자를 자기네 미디어 매체의 편집장 자리에 앉혔고, 이제는 게임쇼 진행자로까지 세웠다. 기존 매체에 광고를 사는 것보다 스스로 미디어 회사가 되는 편이 더 싸고 효율적이라는 계산이다 — 기존 매체는 그나마 저널리즘이라는 제약에 묶여 있으니까.
비평가들은 MAFIA the GAME의 출연진을 두고 "최악의 조합"이라 불렀다. 한 비평은 그 형식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확히 짚었다. 리얼리티 TV는 30년 묵은 세탁 기술이라는 것이다. 평소라면 거리를 두고 싶은 인물을, 낯섦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당신의 거실에 거듭 초대해 단골손님으로 만든다.
1980년대 헤비메탈 가수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은 무대에서 박쥐의 머리를 물어뜯어 악마적 이미지로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MTV가 그를 리얼리티 쇼에 출연시켜 리모컨조차 제대로 못 다루는, 어리바리하고 사랑스러운 아빠로 그려내자 그의 호감도는 크게 올라갔다. 영상 편집자와 홍보팀이 후반 작업에서 똑똑하게 컷을 자르면, 누구든 꽤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
이 기법을 테크 거물 캐스팅에 적용하면 효과는 같지만 의미는 섬뜩해진다. 한 명은 행성에서 가장 중요한 AI 연구소를 운영하고, 다른 한 명은 펜타곤에 자율 무기를 납품한다. 이들이 쥔 것은 자본과 무기 계약, 그리고 백악관으로 이어지는 선이다. 쇼의 기능은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그들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영리한 캐스팅은 막시 말린스파이크다. 그는 우리의 미래를 그만큼 명시적으로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며, 가장 존경받는 프라이버시 엔지니어 중 한 명이다. 그가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 모든 것이 떳떳해 보인다. 음악 페스티벌 포스터에 올라간 사랑받는 인디 밴드와 같은 역할이다. 그런 인물이 형식상 꼭 필요하다는 점이야말로, 제작진이 이 콘텐츠의 진짜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증거다. 이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에서 '매력 공세(charm offensive)' — 매력으로 수행하는 공세다.
관심으로의 환전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청산의 대상인 신뢰 자체가 이미 오랫동안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PR 기업 에델만(Edelman)의 신뢰도 지표(Trust Barometer)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술 산업에 대한 신뢰는 2012년 약 78%에서 2021년 57%로, 10년 새 24%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techlash(테크 반발)'는 2018년 옥스퍼드 사전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오를 만큼 일상어가 되었다. AI 기업으로 좁히면 하락은 더 가파르다. 미국에서 AI 기업에 대한 신뢰는 2019년 50%에서 35%로 떨어졌다.
요컨대 신뢰라는 잔고는 이미 줄고 있었다. 거기에 거짓말 게임쇼와 미디어 회사 인수 같은 '관심 환전'을 더하는 것은, 줄어드는 통장에서 출금 속도를 높이는 일에 가깝다. 단기적으로는 샘 올트먼을 응원하던 일부에게 "테크 최고경영자는 멋지다"고 설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머지 다수는 적어도 나중에 돌이켜볼 때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창업자가 공적 인물로 남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공개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 있다. 원문 에세이의 필자가 제시하는 처방은 단순하다. 자기가 누구인지 기억하라는 것이다. 흔히 혼자였던 똑똑한 아이, 하드웨어나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 하고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 보고 싶어 했던 그 사람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목표에 투명하라. 사람들을 '알아 가게' 돕는 척하며 리얼리티 쇼를 띄우는 것은, 평판을 훼손한 인물들을 도파민으로 코팅해 은밀히 인간화하려는 기만이다. 홍보나 자기 이야기가 목적이라면 그냥 솔직하게 그렇다고 하는 편이 낫다. 둘째, 자아의 균형을 지켜라. 끊임없이 과시하려는 충동을 누르라는 것이다. 유튜버들이 그렇게 해서 조회수를 얻더라도, 그것은 오래가지 못하는 값싸고 얄팍한 관심이다. 제품 결정과 사업 판단, 고객 가치로 존경을 얻는 더 느리고 어려운 길이 결국 더 멀리 간다. 셋째, 부와 권력에 대한 집착 대신 핵심 가치를 전면에 두라. 틈새 관심사에 대한 열정, 기술적 탐구에 대한 몰두, 배움과 호기심, 그리고 스포트라이트에 대한 깊은 겸손과 회의 — 애초에 테크를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만든 바로 그 너드의 가치들이다.
관심은 빠르게 들어오지만 빠르게 빠진다. 신뢰는 느리게 쌓이지만 오래 남는다.
이 구도는 실리콘밸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창업자와 오너가 미디어를 직접 소유하거나 스스로 콘텐츠가 되는 흐름은 어디서나 진행 중이다. 매체가 가장 가느다란 실로 버티는 시대에, 끝없이 부유하고 강력한 기술 기업들이 주의력 경제의 점유율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면, 객관성이라는 환상은 더 빠르게 마모된다. 그 결과 창업자의 관심은 — 대중의 눈에 — 신성해 보이던 '괴짜의 작업'에서 부·권력·명성을 향한 노골적 추구로 옮겨갔다. 한 번 그렇게 읽히기 시작한 평판을 되돌리는 비용은, 처음 그것을 헐어 얻은 관심보다 훨씬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