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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창발, 그리고 지능이라는 유틸리티

샘 올트먼이 스탠퍼드 강단에서 풀어낸 스케일의 과학과 그 끝에서 갈라지는 두 갈래 미래

출처: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과학 강좌 CS 153 「Frontier Systems」의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최고경영자) 초청 강연 (진행: 강좌 공동 책임교수). 영상 링크 — youtu.be/F_7M4Hc-usM. 강연은 2026년 봄학기(3~6월) 중 진행됐으며, 강연 중 “어제” 공개됐다고 언급한 Erdős 추측 반증이 5월 20일 발표된 점으로 미루어 5월 하순으로 추정된다. 아래 글은 강연 내용을 필자가 요약·재구성하고 외부 자료로 사실을 검증·보강한 것이다.

들어가며“스스로를 얼마나 크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과제

CS 153 「Frontier Systems」는 에너지와 반도체부터 기반 모델, 응용 서비스, 보안, 정책까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술 스택 전체를 한 학기에 훑는 스탠퍼드의 화제 강좌다. 매주 각 층위를 대표하는 인물이 연사로 나서며, 수강 인원이 60명에서 500명 규모로 불어 대기자까지 생겼다. 강좌의 기말 과제 이름은 ‘1인 프런티어 랩(The One-Person Frontier Lab)’이다. 한 사람이 알맞은 AI 도구를 손에 쥐면 과거 조직 전체가 하던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학생들에게 “10주 동안 스스로를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 보라”고 요구한다.

이 무대에 오른 올트먼은 2014년 자신이 스탠퍼드에서 가르쳤던 창업 강좌(CS 183)를 회고하며, “지금이라면 그 강의 전체를 다시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당한 토큰(token) 비용만으로 100명 규모의 뛰어난 엔지니어링 팀이 하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되면서, 한 사람이 품을 수 있는 야심의 크기와 일을 진행하는 속도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강연 전체를 관통하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그것은 규모(scale)다.

01 · 핵심 명제규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짐승이다

올트먼은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건들이 거의 예외 없이 창발(emergent property)과 관련이 있었다고 말한다. 무언가의 규모를 키웠을 때, 통념이 예상한 한계를 훌쩍 넘어 계속 보상이 나오는 현상이다. 그는 “왜 그런지 만족스러운 이론은 없다”고 솔직히 덧붙이면서도, 경험적으로는 분명히 그렇다고 강조했다. AI 모델의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이 대표적이지만, 그가 보기에 이 현상은 더 넓게 나타난다. 한 문제에 똑똑한 사람을 더 많이 모았을 때,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얻을 때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가 든 구체적 사례는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 초기 스타트업 보육 기관) 시절의 일이다. 당시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와이 콤비네이터가 너무 커졌으니 배치(batch)당 회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회사는 어차피 눈에 띄고 나머지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와이 콤비네이터를 작동시킨 마법의 상당 부분은 배치 내부의 네트워크 효과였고, 이는 그 규모로 스타트업을 보육해 본 사람이 없었기에 그전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창발적 속성이었다. 규모를 100분의 1로 줄였다면 아예 존재하지 않았을 무언가가, 규모 덕분에 생겨난 것이다.

통념이 예측한 천장 실제로 관측된 곡선 통념이 “멈추라”고 말하는 규모 규모(scale) → 유용성 · 창발적 성질 →
작은 규모에서 이미 흥미롭게 작동하던 무언가를,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규모로 밀어붙이면 통념의 천장을 넘어 새로운 성질이 솟아오른다 — 올트먼이 말하는 창발의 도식.
이해를 돕는 비유 — 창발이란

물 분자 하나에는 ‘젖음’이라는 성질이 없다. 분자 둘, 셋이 모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분자가 충분히 많이 모이면 개별 분자 어디에도 없던 ‘젖음’이라는 새 성질이 나타난다. 부분의 단순한 합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 도약이 창발이다.

올트먼의 주장을 이 비유로 옮기면 이렇다. “모델 하나, 사람 하나, 회사 하나를 들여다봐선 보이지 않던 성질이, 규모를 충분히 키우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임계점이 어디인지는 직접 키워 보기 전에는 알기 어렵다.”

02 · 시스템 설계왜 사람들은 충분히 크게 하지 않는가

규모를 키우면 흥미로운 일이 생기는데도 사람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않는 이유를, 올트먼은 시스템 설계의 문제로 분해한다. 첫째, 규모가 커질수록 시스템은 가속적으로,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깨진다. 무언가를 정말로 키우려 하면 그것은 늘 어딘가 조금씩 고장 나 있고, 그 곁에는 “너무 야심 부리지 말라, 더 작게 해 보자”고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항상 있다.

둘째, 인간은 지수(exponential)를 직관적으로 다루도록 진화하지 못했다. 스케일링 법칙이 지수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점, 매출이 지수적으로 늘 수 있다는 점, 조직이 지수적으로 불어나는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은 상상하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왜 그것이 가능한지를 제1원리(first principles)에서부터 함께 따져 보는 데 많은 시간이 든다.

올트먼이 제시한 처방은 단순하다. 어려운 영역, 혹은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하나하나 분리해 차례로 해결하는 것이다. 모델을 키우기로 했을 때 그가 마주한 반대 이유는 세 갈래였다. 기술적으로 1만~10만 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 GPU)에 걸친 학습이 가능한가, 그만한 자본과 사업성이 나오는가, 그리고 “컴퓨팅 자원이 생기면 여러 프로젝트에 나눠 써야지 왜 한 곳에 몰아넣느냐”는 연구 문화의 저항이었다. 그는 이 각각을 따로 떼어 다뤘다.

그 위에 필요한 것이 명확한 목표와 계획, 그리고 의사결정 방식이다. “딥러닝 스케일링에 베팅한다. 틀리면 실패하겠지만 우리는 이것을 한다. 성공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가 우리가 믿는 바다.” 이런 식의 분명한 선언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03 · 제품의 발견챗GPT는 ‘좋은 종류의 비상사태’였다

강연의 백미는 챗GPT(ChatGPT)가 발견된 경위다. 2020년, 오픈AI는 GPT-3를 만들었지만 그것으로 무슨 제품을 만들지 알아내지 못했다. 흥미로운 데모였으나 그 주위에 무엇을 지을지 몇 번을 시도해도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제품을 못 찾겠으니, 다른 누군가가 찾기를 바라며” 그해 여름 GPT-3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API)로 공개했다.

처음엔 반응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약 한 달 뒤 어느 날, 몇몇 개발자가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트위터(현 X)에 올리면서 같은 날 갑자기 바이럴이 됐다. 다만 모델 자체는 형편없었다. 올트먼은 “지금 GPT-3나 3.5를 다시 써 보면, 당시 일으킨 흥분에 비해 모델이 얼마나 나빴는지 놀랄 것”이라고 했다. API로 의미 있게 작동한 사업은 사실상 카피라이팅(copywriting, 광고 문구 작성) 하나뿐이었다.

결정적 단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많은 사람이 API를 자기 사업에 붙이지는 못하면서도, API 키를 받아 그저 모델과 대화하는 데 쓰고 있었다. “사용자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보고 그것을 하라”는 와이 콤비네이터의 원칙대로, 오픈AI는 이미 완성해 둔 GPT-4 대신 그사이에 내놓을 새 모델 3.5를 챗봇으로 감쌌다. 마침 지시를 잘 따르도록 만드는 새로운 사후학습(post-training) 기법도 확보한 참이었다.

1 GPT-3 완성 — 그러나 만들 제품을 못 찾음 데모는 흥미로웠지만 주위에 무엇을 지을지 풀리지 않았다 2 API로 공개 (2020년 여름) “우리가 못 찾으니 다른 누군가가 제품을 찾기를 바라며” 3 약 한 달 뒤, 트위터에서 갑자기 바이럴 개발자들이 재미있는 결과를 올리자 사용량이 번졌다 4 핵심 단서 — 사람들이 API 키로 ‘그냥 대화’만 했다 사업에 붙이진 못해도, 모델과 채팅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5 GPT-3.5 + 지시 따르기 기법 → 챗봇으로 포장 이미 만든 GPT-4가 아니라, 중간 모델을 연구 데모로 출시 6 출시 후 폭발적 성장 — 5일째 “이건 된다” 매일 더 높은 정점을 찍자, 거품이 아님을 확신했다 7 “좋은 종류의 비상사태” — 회사와 제품을 동시에 짓다 수익모델은 나중에, 우선 컴퓨팅 비용이 바닥나지 않게 과금
챗GPT는 기획된 제품이 아니라, “사용자가 사랑하는 것을 보고 따라간” 발견의 산물이었다. 가장 결정적인 신호는 사람들이 API를 ‘대화’에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출시 직후 5일 동안 트래픽은 치솟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누군가는 “그저 과대광고 주기”라고 말했지만, 다음 날이면 더 높은 정점에 닿았다. 닷새째, 올트먼은 와이 콤비네이터에서 배운 법칙 하나를 떠올렸다. 어떤 것이 별로 좋지 않은데도 정말로 성장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확실한 대박이라는 것이다. 그는 모두를 모아 말했다. “이것은 비상사태다. 좋은 종류의 비상사태이지만, 우리는 회사와 제품을 한꺼번에 지어야 한다.” 수익모델은 뒤로 미루고, 당장은 컴퓨팅 청구서가 바닥나지 않게 사용료만 받기로 했다 — 그리고 그것마저도 그대로 작동했다.

한편 코덱스(Codex, AI 코딩 도구)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사실 챗GPT 이전의 본래 계획은 코드에 ‘올인’하는 것이었다. 당시 오픈AI의 내부 믿음은, 코드는 모델이 디지털 세계의 사물을 제어하는 손발(actuator)이고 로봇은 물리 세계를 제어하는 손발이라는 것이었다. 충분히 똑똑한 모델에 코드 작성과 로봇 구동이라는 두 손발을 달아 주면, 그 지능이 실제로 세상에서 일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올트먼은 코덱스가 올해 초 정말 좋아졌고, GPT-5.5에서 진짜 변곡점을 봤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코덱스로 지금 놀라운 일들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04 · 파이프라인현재의 학습 절차는 곧 다시 쓰일 것이다

오늘날 모델 개발은 사전학습(pre-training)·중간학습(mid-training)·사후학습(post-training)에 이어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RL)과 지도 피드백 루프로 이어지는, 연구 그룹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표준화된 파이프라인을 따른다. 올트먼은 이것이 분명 ‘현재의’ 파이프라인이라면서도, 그 자체가 최적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며 머지않아 크게 재작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무엇이 최적인지는 “AI들이 풀어야 할 연구 문제”라고 답을 미뤘다. 흥미롭게도 그는 현재의 구조만으로도 AI가 놀라운 작업을 해내는 선을 넘을 것이라 본다.

2026년 9월
수십만 개 GPU 위에서 돌아가는 ‘자동 AI 연구 인턴’ 확보 — 강연에서 올트먼은 약 50만 개의 A100 환산 GPU 규모를 언급했다.
2028년 3월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를 처음부터 설계해 내는 ‘완전 자동 AI 연구자’ 확보. 이 두 목표는 2025년 10월 올트먼이 공개적으로 밝힌 내부 목표와 일치한다(달성 실패 가능성도 함께 언급).

05 · 새로운 유틸리티‘지능’을 어떻게 팔 것인가 — 전기의 교훈

올트먼은 지금 벌어지는 일을 새로운 유틸리티(utility)의 탄생으로 본다. 전기, 인터넷, 수도처럼 사회 전체가 기대어 쓰는 기반재가 새로 생기는 사건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를 세상에 어떻게 설명할지에 관한 좋은 비유도 거의 없다. 그가 참고한 사례가 전기가 유틸리티가 되던 시기다.

당시 전기 회사들은 ‘전기’를 팔지 않았다. 전기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아무도 몰랐고, 집 안으로 들어와 끔찍한 방식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무섭고 낯선 무언가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판 것은 ‘밤의 빛(light at night)’이었다. “우리가 드리는 것은 전기가 아니라 밤을 밝히는 빛입니다. 참고로 같은 것으로 다른 일도 할 수 있고요.” 사람들이 “언젠가 빨래도 해 줄 것”이라는 말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밤의 빛’이라는 구체적 효용은 통했다.

이해를 돕는 비유 — ‘밤의 빛’ 화법

새로운 기반 기술은 추상적 본질(전기, 지능)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효용(밤의 빛)으로 팔린다. 올트먼은 오픈AI가 아직 “우리는 지능을 팝니다”에 해당하는 설득력 있는 화법을 못 찾았다고 인정한다. ‘지능을 판다’는 말이 사람들에게 좀처럼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이렇다. 누구나 ‘오픈AI 토큰 구독’ 같은 것을 모든 곳에 꽂아 쓰는 세상, 늘 곁에서 돌아가며 일을 처리해 주는 지능의 수도꼭지. 다만 그 수도꼭지에 붙일 ‘밤의 빛’에 해당하는 한마디는 아직 찾는 중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같은 강좌의 다른 연사인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과의 미묘한 차이도 짚었다. 황은 컴퓨트(연산, 곧 칩)를 유틸리티로 본 반면, 올트먼은 지능(토큰) 쪽을 유틸리티로 본다. 그의 정리에 따르면 소비자나 기업은 하드웨어가 어디 있고 무슨 칩인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층위는 추상화되고,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은 “많이 쓸 수 있는가, 싼가, 일을 잘하는가”다. 휴대전화 요금을 낼 때 기지국의 칩이 무엇인지 따지지 않고 ‘통화 시간과 데이터’를 떠올리듯, 지능도 토큰(또는 그보다 한 단계 위)으로 소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06 · 병목프런티어 랩은 모두 ‘추론 회사’가 되어야 한다

강연 말미, 올트먼은 ‘1인 프런티어 랩’ 과제를 맡은 학생들에게 지금 자신이라면 어디에 매달릴지를 답했다. 학습(training) 아이디어에는 똑똑한 사람이 이미 많고, 그래서 “무엇을 하든 우리는 곧 놀라운 모델을 갖게 될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정작 투자가 부족한 곳은 따로 있다. 막대한 양의 값싼 지능을 대규모로 ‘전달(deliver)’하는 일, 곧 추론(inference) 단계다. 그는 “모든 프런티어 랩이 상당한 정도로 추론 회사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진단은 지금의 컴퓨트 부족과 맞닿아 있다. 강연에서 진행자는 H100·블랙웰(Blackwell) 같은 고성능 GPU의 장기 예약가와 현물(spot)가 사이 격차가 크게 벌어졌고, 올해 물량은 사실상 동났다고 짚었다. 올트먼은 일부 수치는 다소 누그러졌을 수 있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거대한 컴퓨트 부족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이 문제를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드웨어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지만, 수요의 쓰나미가 그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는 비유 — 가격이 수요를 만든다

전 세계 전력 수요를 ‘가격’ 없이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전기 값이 10분의 1로 떨어지면 사람들이 쓰고 싶어 하는 양은 폭발하고, 10배로 오르면 움츠러든다. 올트먼은 AI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모델을 충분히 똑똑하고 충분히 싸게 만들 수 있다면 수요는 사실상 무제한에 가깝다. 그래서 발전이 이어지는 한, 어떤 의미에서는 부족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 똑똑한 개인 에이전트 10명, 100명을 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한.

07 · 회의론“LLM은 막다른 길”이라는 주장에 답하다

한 청중이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은 막다른 길”이라는 얀 르쿤(Yann LeCun, 메타의 AI 과학자)류의 견해를 물었다. 올트먼은 이 모델들이 어떤 면에서는 이미 인간 지능을 한참 넘어섰고 다른 면에서는 한참 못 미친다고 전제했다. 특히 긴 시간 지평에서 높은 판단력이 필요한 과제에는 여전히 약하다.

그러나 그는 강력한 반례를 들었다. 강연 “어제”, 오픈AI의 한 모델이 오랫동안 똑똑한 학자들이 매달려 온 추측 하나를 반증했다는 것이다. 외부 자료로 확인해 보면 이는 1946년 폴 에르되시(Paul Erdős)가 제기한 평면 단위거리 추측(planar unit distance conjecture)으로, 2026년 5월 20일 오픈AI가 “내부 모델이 이를 반증했다”고 발표했다. 80년 가까이 ‘정사각 격자가 사실상 최적’이라 믿어졌던 통념을 깨고 더 나은 점 배치의 무한 계열을 제시했으며, 수학 전용이 아닌 범용 추론 모델에서 나왔다는 점이 주목됐다. 필즈상 수상자 팀 가워스(Tim Gowers)를 포함한 외부 수학자들이 증명을 검증하고 동반 논문을 작성했다. 올트먼의 결론은 분명하다. 지금 시점에 LLM 스케일링에 반대로 베팅하는 것은 상당히 빗나간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일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식론적 교훈을 끌어냈다. 자신의 정체성을 “이것은 된다/안 된다”는 특정 믿음에 묶어 버리면, 경험적 결과가 그 믿음을 뒤집어도 정체성에 매여 진실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경고가 양쪽 방향 모두에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 무비판적 낙관에도, 완고한 회의에도.

교육에 관해서는 솔직한 예측 오류를 인정했다. 챗GPT 출시 당시 그는 “학생들이 1년쯤 부정행위로 별로 배우지 못하다가 교육 시스템이 스스로 재설계될 것”이라 봤다. 그러나 3년 반이 지나도록 교육 현장의 의미 있는 구조적 변화를 짚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글쓰기처럼 ‘생각하는 법’을 길러 주는 일부 기술은 기계가 더 잘하더라도 계속 가르쳐야 한다면서도, 평가와 학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비판적 사고 능력의 위축이 올 것이라 경고했다.

08 · 갈림길집중이냐 민주화냐 — 올트먼이 본 두 갈래 미래

강연 후반, 진행자는 올트먼을 ‘예측 엔진’에 빗대어 향후 10년의 가장 가능성 높은 분기와 각각의 확률을 물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꼽은 갈림길은 이 기술이 얼마나 널리 민주화되느냐, 아니면 소수 기업에 집중되느냐였다. 그는 기본값(default)은 소수 기업으로의 집중이라고 봤다. 그렇게 되면 몇몇 기업이 지구 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는 명백히 끔찍하며 정렬(alignment) 실패와 취약한 세계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능 기술의 확산 약 20% 약 80% 소수 기업에 집중 부의 쏠림 · 정렬 실패 · 취약한 세계 유틸리티로 광범위 민주화 모두가 접근 · 주체성 · 가치의 분산
올트먼은 민주화 경로의 확률을 약 80%로 추정하면서도, 안전·안정을 명분으로 한 집중의 인력(引力)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민주화 경로에 닿을 확률을 약 80%로 봤다. 세상이 그렇게 흘러가는 데 워낙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다만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사람들과, 안전과 안정을 명분으로 한 강한 반대 논리가 존재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자기 인식이다. 오픈AI 자신이 ‘집중하는 소수 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음에도, 그는 기술을 소수의 손에 묶어 두는 위험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기술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야말로 모두가 이기고 모두의 가치가 대표되는 세계로 가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이다.

노동에서 자본으로 — ‘시민 부 펀드’라는 구상

두 번째 분기는 경제 모델이었다.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이냐, 모두가 모든 기업의 지분을 조금씩 갖는 방식이냐, 아니면 자본주의 그대로냐는 논쟁이다. 올트먼은 직접 큰 규모의 UBI 연구를 후원한 적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고정된 월 현금 배당보다 일정한 ‘소유 지분(ownership stake)’을 갖는 쪽이 인간 심리에 훨씬 잘 맞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보이는 반응을 지켜본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다.

그가 바라는 그림은 일종의 ‘시민 부 펀드(citizens wealth fund)’다. 세상에서 지렛대가 노동에서 자본으로 옮겨 가는 흐름이 계속될 것이므로, 국가나 세계 차원에서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한 조각’을 직접 소유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깊이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지 않다고 그는 봤다. 진행자가 든 노르웨이 국부펀드(전 세계 상장기업의 약 1.5%를 보유)나 사실상의 기본소득 사례처럼, 이미 존재하는 제도를 이 시대에 맞게 다시 구현하는 일에 가깝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단기 일자리에 관해서는 과거보다 덜 비관적이 됐다고 했다 — 사람은 늘 새로운 할 일을 찾아왔다는 낙관이다.

정작 그가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변수는 컴퓨트의 분배 방식이다. 지금도 컴퓨트 부족이 심각한데 이것이 훨씬 악화돼 컴퓨트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유틸리티가 된다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크게 깨질 경우 “컴퓨트를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 것인가”라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맺으며“그저 계속 나아갈 것이다”

‘가장 도발적인 견해’를 묻는 질문에, 올트먼은 의외로 평범하게 들리는 답을 골랐다. AI는 그저 지수 곡선을 따라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명제다. 그는 이것이 아직 널리 믿어지지 않는다고 봤다. 만약 진짜로 널리 믿어졌다면 지금 사회 곳곳에서 훨씬 큰 파장이 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챗GPT 이후 3년 반 동안 걸어온 궤적을 앞으로 3년 반만 더 이어 가도,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완전히 달라진다.

강연을 관통하는 논리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규모를 충분히 키우면 통념의 천장 너머에서 새로운 성질이 솟아오르고(창발), 그 성질을 제품으로 빚어내는 일은 기획이 아니라 사용자가 사랑하는 것을 좇는 발견이며(챗GPT), 그 끝에서 지능은 전기 같은 유틸리티가 되어 누구나 수도꼭지처럼 쓰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다만 그 수도꼭지가 모두의 것이 될지 소수의 것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올트먼은 학생들에게 바로 그 분기에 자신의 주체성을 쓰라고 당부하며 강단을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