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워크플로우 · 현장 노트
앤트로픽(Anthropic)에서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코워크(Cowork)의 디자인을 이끄는 메건 최(Meaghan Choi)가 뉴욕의 디자인 행사에서 공개한 12분짜리 실무 시연을 정리한다. 등장한 도구와 개념은 모두 앤트로픽의 공개 문서·보도로 교차 검증했다.
코드를 더 빨리 짜는 요령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개의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돌리고, 코딩이 아닌 업무까지 통째로 넘기면서 일의 단위 자체가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2026년 6월 초 공개된 짧은 시연 영상에서, 발표자는 앤트로픽의 메건 최다. 그는 클로드 코드와 코워크의 디자인을 총괄하며, 이전에는 메타(Meta)와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에서 개발자·신기술 경험을 다뤘다. 무대는 뉴욕에서 열린 디자인 커뮤니티 다이브 클럽(Dive Club)의 라이브 행사였다.
시연의 캔버스는 오픈소스 화이트보드 도구 엑스칼리드로(Excalidraw)의 저장소였다. 발표자는 거기에 자동완성 기능 하나를 실시간으로 붙여 나가면서, 앤트로픽 내부에서 인기 있는 작업 방식들을 차례로 펼쳐 보였다. 설계 명세도, 별다른 사전 준비도 없이 “자동완성을 넣고 싶다, 어떻게 보일지 보자” 정도의 지시로 시작했다는 점이 시연의 성격을 압축한다.
맥락을 위해 한 가지 숫자를 덧붙인다. 클로드 코드는 2025년 5월 정식 출시된 뒤 2026년 2월 기준 연환산 매출 약 25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됐고, 그 수치는 2026년 들어 다시 두 배 넘게 늘었다고 알려졌다. 이 시연은 그 성장의 배후에 깔린 내부 작업 방식을 엿보게 하는 자료다.
발표자는 자신의 모든 워크플로우가 세 가지 전제 위에 서 있다고 밝혔다. 도구보다 이 전제들이 더 중요하다. 도구는 바뀌어도 전제는 한동안 유효하기 때문이다.
대형 언어 모델은 아직 디자인을 잘 못한다
따라서 craft(완성도)와 의사결정의 루프 안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어야 한다. 영원히 그러리라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 그의 워크플로우 대부분은 “무엇이 실제로 제품에 들어갈지는 내가 정한다”는 원칙을 중심에 둔다.
자동화의 대상은 코드만이 아니다
코딩은 이미 자동화되지만, 그는 코딩이 아닌 업무를 훨씬 많이 에이전트에 넘긴다. 이를 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을 절반만 쓰는 셈이다. ‘AI 자동화’를 떠올릴 때 코드 너머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배포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이 배포돼야 하는 건 아니다
모두가 코드에 접근하고 프로덕션에 푸시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확장 가능한 품질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기능이 늘수록 이 구분은 중요해진다.
운전 보조 장치에 가깝다. 차선 유지와 가감속은 시스템에 맡기되, 차선을 바꿀지 말지는 운전자가 결정한다. 디자인에서의 ‘차선 변경’이 곧 무엇을 제품에 넣을지에 관한 판단이고, 그 판단은 아직 사람의 몫이다.
시연 전체를 관통하는 첫 번째 도구는 워크트리(worktree)다. 발표자는 “작업은 항상 워크트리에서 시작하라”를 1번 요령으로 꼽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컴퓨터에 저장소 사본 하나만 두고 여러 클로드를 동시에 돌리면, 에이전트들이 같은 파일을 서로 덮어쓰며 충돌하기 때문이다.
워크트리는 저장소의 격리된 사본을 만든다. 작업 디렉토리는 따로 두되 깃(git) 이력은 공유하는 방식이라, 여러 작업을 병렬로 진행해도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명령은 claude --worktree(짧게는 -w)이며, 실행하면 새 브랜치가 자동으로 체크아웃된 채 격리 디렉토리에서 세션이 열린다. 이 기능은 클로드 코드의 네이티브 지원으로 공개 문서와 여러 가이드에서 확인된다.
주방 하나에서 요리사 다섯 명이 같은 도마와 냄비를 공유하면 곧 엉킨다. 워크트리는 각 요리사에게 독립된 미니 주방을 내준다. 식재료 창고(깃 이력)는 함께 쓰되, 조리대(작업 파일)는 따로 두는 셈이다.
두 번째 레버는 오토 모드(auto mode)다. 위험한 동작이 일어나는지 판별하는 분류기를 두어, 사용자가 매 단계 “예, 예, 예”로 승인하지 않아도 되게 한 모드라고 발표자는 설명했다. 앤트로픽 내부에서는 사실상 기본값처럼 쓴다고 한다. 승인 대기가 사라지니 작업이 한결 빨라진다.
발표자는 시연을 빠르게 넘기기 위해 빠른 모드(fast mode)와 100만 토큰 컨텍스트의 오푸스(Opus)를 상시 사용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조직에 따라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기능은 아니다”라고 두 번 못 박았다. 같은 워크플로우라도 어떤 요금제·조직에 있느냐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진다는 단서다. 도구를 따라 하기 전에 짚어둘 대목이다.
발표자가 자동완성 기능을 붙이며 보여준 프롬프트에는 몇 가지 습관이 녹아 있었다. 먼저 그는 /prototype라는 자작 스킬을 호출했다. 기능 하나에 대해 서로 다른 구현을 여러 개(기본 다섯 개) 만들고, HTML 파일로 미리보기한 뒤, 몇 차례 다듬게 하는 스킬이다. 옵션 개수와 기능 내용을 인자로 넣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스킬을 손으로 코딩해 만든 게 아니라 클로드에게 시켜 만들었다는 것이다. 발표자는 “요즘 스킬을 손으로 쓰는 사람은 없다. 손으로 쓴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스킬조차 프롬프트로 생성하는 시대라는 관찰이다.
프롬프트에 그가 일관되게 넣는 지시는 세 가지였다.
네가 먼저 골라라옵션을 다 만든 뒤 “네가 무엇을 택할지 정하고, 이유를 말하라”고 시킨다. 사람이 모든 것을 고르던 방식에서, 에이전트가 먼저 판단을 내리고 근거를 대게 하는 쪽으로 옮겨갔다.온라인을 조사해도 좋다오픈소스 시연에선 웹 조사로 충분하다고 봤다. 사내 프로덕션 코드였다면 슬랙(Slack)·구글 문서·논의 기록·빅쿼리(BigQuery)까지 뒤져 최선을 찾으라고 지시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스크린샷 붙인 PR로 올려라가장 중요한 지시다. 그는 더 이상 클로드의 원본 출력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구현된 기능의 녹화가 첨부된 풀 리퀘스트(PR)를 검토한다. 검토 지점이 ‘코드 줄’에서 ‘결과물’로 이동했다.여기에 루프(Loop)가 더해진다. “끝날 때까지 계속하라”는 지시로, 완전히 끝날 때까지 같은 작업을 반복시키는 표준 프롬프트다. 공개 문서상 /loop는 세션 안에서 프롬프트를 정해진 간격으로 반복 실행하는 기능으로 확인된다. 배포 완료를 확인하거나, 긴 빌드를 지켜보거나, 작업이 끝날 때까지 에이전트를 돌려두는 용도다.
사람이 보는 것은 더 이상 코드의 한 줄 한 줄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만들어 올린 결과물 한 덩어리다.
시연의 무게중심은 여기였다. 코드를 짜는 일이 아니라, 코드 주변의 일들 — 검토, 병합, 자잘한 다듬기, 점검 — 을 어떻게 통째로 넘기는가다.
발표자는 앱을 쓰다 눈에 띄는 사소한 다듬기(폴리시) 수정 수백 건을 ‘웹의 클로드’로 처리한다. 새 세션을 열 가치도, 전용 시간을 들일 가치도 없는 변경들이다. 그냥 계속 흘려보내다, 가끔 엔지니어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면 클로드에게 하나의 PR로 합치게(squash) 시킨다. 사소한 CSS 변경은 검토 없이 자동 승인되기도 한다. 공개 자료상 ‘웹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 on the web)’는 앤트로픽 관리 클라우드(claude.ai/code)에서 작업이 도는 기능으로, 2025년 가을 연구 프리뷰로 공개됐다.
아이디어가 완성된 뒤로는, 발표자는 CI(지속적 통합) 화면을 보지도, 병합까지 코드리뷰 코멘트에 일일이 대응하지도 않는다. 전부 자동이다. 그가 쓰는 명령은 다음과 같다.
simplify · code review큰 코드 변경 전에 코드베이스를 정리·점검하는 위생 점검. 사내 도구지만, AI를 쓰는 엔지니어 팀이라면 등가물이 있을 것이라며 “팀에 어떤 스킬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권했다.commit push PR사내 검사 묶음을 한 번에 돌리는 명령. 커밋·푸시·PR 생성과 점검을 함께 처리한다.프론트엔드 변경에는 ‘크롬의 클로드(Claude in Chrome)’를 쓴다. 시연 중에도 클로드가 직접 크롬을 열어 기능이 동작하는지 테스트했다. 발표자는 프론트엔드 작업이라면 이 방식이 클로드가 스스로 결과를 검증하게 하는 최선이라고 권했다. 공개 자료상 크롬의 클로드는 실제 브라우저 확장 형태로 존재하며, 작업을 일정에 맞춰 반복 실행하는 기능도 갖췄다.
발표자가 가장 인상적인 사례로 꼽은 것은 예약 루틴(scheduled routine)이다. 클로드 코드의 예약 작업 기능으로, 그는 다음과 같은 루틴 하나를 돌린다. 모든 저장소를 훑어 누군가 구현한 프론트엔드 변경을 찾고, 슬랙·구글 미트 전사·구글 문서 등 접근 가능한 자료를 뒤져 그 변경에 디자이너가 참여했는지 판별한다. 디자이너가 참여하지 않았으면 ‘디자이너 없이 배포됨’이라고 플래그를 세운다. 그다음 대안(adversarial) 디자인을 PR 초안으로 미리 만들어, 해당 기능을 배포한 엔지니어에게 DM을 보내 디자이너와 함께 다듬으라고 권한다.
실제로 그는 이 DM 기능을 몇 번 시험한 뒤 꺼야 했다고 털어놨다. 클로드가 만든 대안 디자인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전제 — “클로드는 아직 디자인을 못한다” — 가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공개 자료상 ‘루틴(Routine)’은 2026년 4월 발표된, 일정이나 이벤트에 따라 클라우드에서 도는 클로드 코드 작업으로 확인된다.
야간 경비 로봇에 가깝다. 매일 밤 건물들(저장소)을 돌며 점검표(디자이너 참여 여부)를 채우고, 이상이 보이면 보고서 초안(대안 디자인 PR)까지 미리 써둔다. 다만 보고서 품질이 아직 낮아, 당사자에게 바로 전달하지는 않고 사람이 먼저 한 번 거른다.
발표자가 강조한 태도가 하나 있다. 자동화를 ‘첫 단계’에서 멈추지 말고 ‘다음 단계, 그 다음 단계’까지 설계해, 최종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밀어붙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모델이 부족해 실패하더라도, 전 과정을 적어두면 다음 모델이 나왔을 때 곧바로 켜서 검증할 수 있다. 위 예약 루틴의 DM 기능도 지금은 꺼두었지만, 다 적어두었기에 더 나은 모델이 나오면 다시 올려 시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산업 전체가 아직 이런 워크플로우를 실험하는 단계라, 실패에 관대한 지금이 토대를 쌓을 적기라는 관점이다. 그가 처음 이 루틴을 돌렸을 때 결과가 나빴지만 사람들이 너그럽게 받아준 일을 예로 들었다.
다른 자리에서 그는 이 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적이 있다. 모든 개인 기여자가 이제 ‘에이전트 떼를 거느린 미니 매니저’가 됐다는 것이다. 방향을 정하고, 산출물을 검토하고, 궤도를 수정하는 관리 기술이 더 이상 관리자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기본 작업 방식이 됐다는 진단이다.
도구 목록보다 중요한 변화는 두 가지의 이동이다. 첫째, 일의 단위가 옮겨갔다. 한 사람이 한 작업을 직렬로 처리하던 데서, 한 사람이 여러 에이전트를 병렬로 돌리는 쪽으로. 워크트리·오토 모드·웹과 크롬의 클로드·예약 루틴은 모두 이 병렬화를 떠받치는 장치다. 둘째, 검토 게이트가 옮겨갔다. 사람이 보는 것은 코드의 한 줄 한 줄이 아니라, 스크린샷과 녹화가 붙은 결과물이다.
동시에 두 가지 단서를 남긴다. 하나, 발표자가 거듭 강조했듯 대형 언어 모델은 아직 디자인과 완성도를 책임지지 못한다. 자동화의 끝에는 무엇을 내보낼지 정하는 사람의 결정이 남는다. 둘, 상시 빠른 모드, 100만 토큰 컨텍스트, 잘 정비된 사내 스킬 묶음 같은 일부 레버는 요금제와 조직에 따라 접근성이 갈린다. 같은 워크플로우를 그려도 출발선은 같지 않다.
요컨대 이 시연은 ‘클로드를 빠르게 쓰는 법’이 아니라 ‘에이전트 여러 대를 관리하는 법’의 한 사례다. 코딩의 자동화는 그 출발점일 뿐이고, 검토·병합·점검 같은 코드 주변의 일을 어디까지 넘기느냐가 실제 레버리지를 가른다는 점을 보여준다.
/loop 등)과 클로드 코드 매출·출시 시점은 앤트로픽 공개 문서 및 관련 보도로 교차 검증했다. 영상의 발언은 그대로 옮기지 않고 핵심 논지를 요약·재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