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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 기술과 경제 리포트

임계점의 한 주: AI 비용, 쿠바의 전환, 가상 부모, 그리고 노화 역전

서로 무관해 보이는 네 가지 소식이 한 흐름으로 읽힌다. 오래 작동하던 시스템이 저마다의 한계에 부딪혀, 떠밀리듯 방향을 바꾸는 장면이다.

다루는 주제 · 인공지능 지출의 효율성 전환 / 쿠바의 시장경제 개혁 / 중국 청년의 ‘가상 부모’ 현상 / 세포 역분화 기반 항노화 임상


하나‘토큰을 얼마나 쓰는가’에서 ‘얼마나 남기는가’로

지난 몇 해 동안 기업이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을 도입하며 던진 질문은 “얼마나 많이 쓰는가”였다. 2026년 들어 그 질문이 바뀌었다. “쓴 돈만큼 실제로 성과가 나오는가.” 표면적으로는 사소한 어휘의 차이지만, 그 사이에 시장의 무게중심이 통째로 옮겨갔다.

규모부터 보면 변화의 압력이 어디서 오는지 분명해진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는 2026년 전 세계 AI 지출을 약 2조 5,9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47% 증가한 수치이며, 단일 기술 분야에 대한 연간 투자로는 기록적인 규모다. 항목별로 보면 모델을 실제로 구동하는 데 드는 ‘모델 소비’ 지출이 한 해 만에 110% 늘어날 것으로 잡혔는데, 전체 항목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 번 묻고 답하면 끝나던 챗봇에서, 목표를 주면 검색·코딩·문서작성·검증을 스스로 반복하는 ‘에이전트’로 사용 방식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는 한 과업을 처리하는 동안 토큰을 수십 배 더 소모한다.

2.59조$
2026년 전 세계 AI 지출 전망
+47%
전년 대비 증가율
+110%
모델 소비 지출 증가 전망

역설적인 점은, 한 번 모델을 호출하는 ‘단가’ 자체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분석들을 종합하면 지난 3년간 토큰당 비용은 약 98% 하락했다. 그런데도 총비용은 오른다. 단가가 싸지자 사람들이 더 펑펑 쓰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기업의 AI 지출이 300% 넘게 늘었다는 추정도 있다. 비용은 자율성과 사용량에 비례해 불어나고 있다.

비유로 이해하기

전기요금이 단위당 싸졌다고 해서 가정의 전기료가 줄지는 않는다. 값이 싸지면 에어컨을 더 오래 틀고, 가전을 더 들이기 때문이다. AI도 같다. 한 번 호출하는 값은 내려갔지만, ‘알아서 일하는’ 에이전트가 밤새 혼자 돌아가며 토큰을 태우니 청구서는 오히려 두꺼워진다.

현장의 의심: 개인은 빨라졌는데, 회사는 그만큼 벌었는가

정작 경영진의 체감은 지출만큼 따라오지 못한다. 가트너 역시 같은 진단을 내놓았다. 지금까지 AI 지출을 끌어온 주체는 빅테크와 클라우드 사업자였고, 일반 기업의 도입은 대부분 ‘어느 팀이 써 보니 좋더라’ 수준의 전술적 시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사업 구조를 통째로 바꾸는 전환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최고정보책임자(CIO, Chief Information Officer)들은 “AI에 투자해 어떤 성과를 냈는가”를 증명하는 데 애를 먹는다.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유가 보인다. 개인 단위에서는 효율이 분명히 오른다. 한 사람이 하루 30분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회사 전체 매출로 이어졌는지는 입증하기 어렵다. 실제로 AI 비용을 관리하는 실무자의 73%가 “AI 지출이 애초 책정한 예산을 초과했다”고 답했다는 조사도 있다. 개인 효율과 조직 성과 사이의 이 간극이, 2026년을 ‘체험의 해’에서 ‘마진을 남겨야 하는 냉혹한 실행의 해’로 바꿔 놓았다.

그런데 절감 효과는 확실하다는 정반대 연구

같은 시점, 정반대로 들리는 연구가 나왔다. 검색형 AI로 알려진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연구진과 함께 2026년 6월 8일 공개한 분석이다. 동일한 사용자가 사실상 같은 요청을, 단순 대화형 검색 제품과 자율 실행 에이전트 제품에 각각 시킨 약 1만 쌍의 세션을 비교했다.

같은 과업 1만 쌍 비교: 에이전트형 대 검색형 동일 과업을 검색형과 에이전트형에 각각 시켰을 때의 세션당 작업시간과 효율 변화 비교 같은 과업 1만 쌍 비교: 에이전트형 대 검색형 동일 사용자가 사실상 같은 요청을 두 방식으로 수행한 결과 (2026) 검색형 (대화형 답변) 33초 세션당 자율 작업 시간 에이전트형 (자율 실행) 26분 세션당 자율 작업 시간 한 과업당 효율 변화 (에이전트형 기준) 과업 완료 시간 −87% 토큰 비용 −94% 사용자 불만족 −55% 비용 절감폭이 시간 절감폭보다 큰 것은 직무별 임금이 효과를 증폭하기 때문
에이전트는 한 세션에 26분간 혼자 일했고, 검색형은 33초 만에 답하고 멈췄다. 그럼에도 같은 과업을 끝내는 데 든 시간은 87%, 비용은 94% 줄었고 사용자 불만족도 55% 낮아졌다.

요약하면 이렇다. 에이전트는 한 번 받으면 단계별로 약 26분을 혼자 일했고, 검색형은 한 번에 33초만 일하고 끝냈다. 그런데 같은 결과에 이르기까지 검색형은 수십 번을 다시 시켜야 했던 반면, 에이전트는 한두 번 만에 끝냈다. 결국 과업당 시간은 87%, 토큰 비용은 94% 줄었다. 흥미롭게도 사용자의 불만족률은 오히려 55% 낮아졌다. 빨라지면서 정확해진 것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면 ‘일의 범위’ 자체가 바뀐다. 영업만 하던 사람이 마케팅과 디자인을 겸하고, 관리직이 본래 전문가에게 맡기던 일을 직접 한다. 단순 조회를 넘어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내는 비율도 늘었다. 무엇보다 이 연구는, 에이전트 사용자의 23%가 검색형에서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코딩이나 디자인처럼 도구가 없으면 엄두를 못 내던 영역—을 새로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읽을 때 유의할 점

이 연구는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전 논문이고, 네 명의 저자 중 셋이 퍼플렉시티 소속이며, 비교 대상도 모두 자사 제품이다. 비용·시간 절감 수치도 임금·요금 가정을 모델로 추정한 값이다. ‘우리 제품이 우리 제품을 이겼다’는 구조이니, 절감폭의 절대값보다 ‘과업 단위에서 에이전트가 효율적이더라’는 방향성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안전하다.

두 연구는 다른 층위를 본다

“성과가 안 보인다”는 진단과 “94%를 아꼈다”는 연구는 모순이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를 본 것이다. 효율 연구가 측정한 것은 ‘한 과업, 한 팀’ 단위다. 그 단위에서는 분명히 빨라졌다. 그러나 조직 전체로 확대하면 효과가 그만큼 비례해서 나오지 않는다.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 Boston Consulting Group)의 분석에 따르면, 코딩 도구는 개별 작업량은 크게 늘려 주지만 프로젝트나 출시 단위로 가면 효율 상승이 확 꺾인다. 사람이 병목이 되기 때문이다. A가 에이전트로 아무리 빨리 만들어 넘겨도, 그것을 받아 처리할 B가 속도를 못 따라가면 흐름은 거기서 막힌다.

경계 밖의 일에서도 한계가 드러난다. 자기 전문 영역에서는 AI로 성과가 올랐지만, 새로 시도한 ‘낯선 일’에서는 회사 안 다른 전문가만큼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일의 전체 흐름을 어떻게 다시 설계하느냐, 개인의 역량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이냐로 옮겨간다. 조직 전체의 과제가 된 셈이다.

‘토큰 맥싱’과 그 부작용

비용이 불어나면서 실리콘밸리에는 기이한 유행어가 돌았다. ‘토큰 맥싱(token-maxxing)’—누가 토큰을 더 많이 태웠는지를 능력처럼 자랑하는 문화다.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는 “연봉 50만 달러를 받는 엔지니어가 25만 달러어치 토큰도 안 쓴다면 깊이 우려스럽다”고 공언했고, 일부 기업은 사내에 직원별 토큰 사용 순위표를 띄워 경쟁을 부추겼다.

비유로 이해하기

시험 성적을 ‘연습장을 많이 쓴 사람’으로 매긴다고 해 보자. 처음엔 열심히 푼 사람이 1등을 하겠지만, 곧 공부는 안 하고 종이만 빼곡히 채워 순위를 올리는 사람이 나타난다. 토큰 사용량을 생산성 지표로 삼으면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많이 태우는 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 의미 없이 에이전트를 돌리는 낭비가 보상을 받는다.

실제 사례가 잇따랐다. 차량호출기업 우버(Uber)는 약 5,000명의 엔지니어에게 코딩용 에이전트를 배포했다가 한 해 예산을 넉 달 만에 소진했다. 엔지니어 1인당 월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비용이 500~2,000달러에 달했고, 사내 순위표가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썼는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우버는 코딩 에이전트당 월 1,500달러로 지출 상한을 걸었다. 한 컨설턴트가 언론에 전한 바로는, 사용 한도를 두지 않은 어떤 기업은 한 달 AI 요금이 5억 달러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일부 사업부는 내부 코딩 도구 라이선스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 흐름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 준 곳이 메타(Meta)다. 한 직원이 사내 인트라넷에 8만 5,000명이 넘는 직원의 토큰 사용량을 집계해 상위 250명을 줄 세운 순위표를 만들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모델 이름을 따 ‘클로드오노믹스(Claudeonomics)’라 불린 이 순위표는 ‘토큰 레전드’ 같은 칭호로 경쟁을 부추겼다. 결과는 엉뚱했다. 순위를 올리려 몇 시간씩 의미 없이 에이전트를 돌리는 직원이 속출했다. 최근 30일간 순위표에 찍힌 토큰은 약 60조 개. 공개 단가로 환산하면 최소 수억 달러어치를 한 달 동안 사실상 무의미하게 태운 셈이다. 비판이 일자 메타는 순위표를 내렸고, “단순 토큰 사용량은 성과 지표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효율화로 방향을 틀었다.

5,000명
우버가 코딩 에이전트를 배포한 엔지니어 수 — 연간 예산을 4개월에 소진
60조 개
메타 사내 순위표 30일 토큰 합계
85,000명+
순위에 집계된 메타 직원 수

가격 상승 압력은 모델 공급 쪽에서도 감지된다. 앤트로픽이 내놓은 최상위급 모델 페이블 5(Fable 5)와 미사스 5(Mythos 5)는, 2026년 6월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지침에 따라 외국인 접근이 차단되며 전 고객 대상으로 갑작스레 중단됐다. 강력한 사이버 보안 역량과 그에 따른 안보 우려가 배경이다. 만약 이런 최상위 모델이 정상 출시돼 더 비싼 요금제로 자리 잡았다면, 지금보다 한층 무거운 청구서가 현실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2026년은 토큰을 ‘많이 태우는 해’에서, 그 토큰으로 마진을 ‘남겨야 하는 해’로 넘어갔다.


쿠바, 60년 만에 시장경제로 떠밀리다

서반구의 마지막 공산주의 국가로 꼽히던 쿠바가, 1959년 혁명 이후 가장 큰 폭의 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2026년 6월 중순, 쿠바 의회는 총리 마누엘 마레로(Manuel Marrero)가 제시한 176개 조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핵심은 그동안 국가가 강하게 통제해 온 경제 영역을 민간과 외국 자본에 여는 것이다. 런던의 한 쿠바 경제학자는 이를 “혁명 이후 가장 근본적인 개혁”이라 평했다.

내용은 광범위하다. 에너지·농업·대외무역·금융·부동산 등 23개 핵심 분야에 걸쳐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더 이상 국영기업과 합작할 의무가 없고, 직원 1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형 민간기업이 처음으로 합법화된다. 그동안 존재하지 않던 민간 은행 설립이 가능해지고, 국영기업은 지분을 가진 상업 회사로 전환될 수 있다. 내·외국인이 국영 자산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도, 정부 승인 없이 외화 계좌를 여는 것도 허용된다. 패스트푸드 체인의 진출까지 길이 열렸다.

176개
의회를 통과한 경제 개혁 조치
23개
개편 대상 핵심 분야
195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개혁

그러나 쿠바 정부는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못 박았다. 미겔 디아스카넬(Miguel Díaz-Canel) 대통령은 표결 직전 연설에서 이번 개혁을 “미국의 오랜 봉쇄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 설명했고, 회기를 카스트로의 구호 “사회주의가 아니면 죽음을!”로 맺었다.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하되 경제에는 시장 원리를 들이는, 중국·베트남식 경로를 밟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유로 이해하기

물이 새는 댐을 두고 “댐을 허무는 게 아니라 수문 몇 개를 연 것뿐”이라고 설명하는 상황에 가깝다. 정부의 표현은 ‘체제 유지’이지만, 한 번 연 수문으로 물길이 어디로 흐를지는 정부도 온전히 통제하기 어렵다.

왜 지금인가: 봉쇄와 정전, 무너지는 일상

배경에는 한계에 다다른 경제난이 있다. 소련 붕괴로 최대 후원국을 잃은 뒤 만성적 어려움을 겪어 온 쿠바 경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석유 공급을 강하게 조이면서 결정적으로 흔들렸다. 기름이 부족하면 차량 운행은 물론 발전소가 멈추고 물류가 막히며 관광까지 타격을 받는다. 식량·의약품·연료 같은 필수 물자가 끊기고 정전이 일상이 됐다. 유엔 산하 기구(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위원회)는 2026년 쿠바 국내총생산(GDP)이 6.5% 감소하고, 2020년 이후 누적으로는 약 26%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공식 환율 기준 평균 월급이 20달러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생활은 무너졌다.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치솟아,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급격히 줄었다. 달러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평등을 표방해 온 사회주의 국가에 ‘두 계층 경제’가 형성됐다. 통화가치 하락도 가파르다. 쿠바 페소의 비공식 환율은 2026년 2월 달러당 약 500페소에서 6월 685페소 안팎으로 떨어졌다.

시민의 반응: 희망보다 회의

정작 쿠바인들의 반응은 복잡하다. 기대보다 회의가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정말 시행될까’라는 불확실성이다. 정부는 큰 방향만 발표했을 뿐,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누가 혜택을 보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176개 조치를 실제로 굴리려면 148개가 넘는 법령을 손봐야 한다. 시민 인터뷰에서는 “우선 정말 시행되는지부터 봐야 한다”는 냉담한 목소리가 주를 이뤘고, 정전 탓에 개혁 소식조차 늦게 접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은행이 생기고 부동산 시장이 열려도 “참여할 자본이 없다”는 불평도 나온다.

쿠바는 사회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역설적 실험에 나섰다. 성공하면 중국·베트남의 길을 걸을 수 있겠지만, 실패하면 체제와 경제가 더 깊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변화로 얻을 몫이 자기에게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없는 한, 개혁은 종이 위에 머물기 쉽다는 점을 시민의 회의가 일러 준다.


중국 청년이 ‘가상 부모’에게 위로받는 이유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상 부모’ 영상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중년 부부가 카메라를 보고 “요즘 일하고 공부하느라 힘들지, 너무 무리하지 마, 엄마 아빠는 네가 얼마나 견뎌왔는지 알아”라고 말하는 식의 짧은 영상이다. 어느 부부는 팔로워가 200만 명에 가깝고, 댓글에서 젊은 시청자들은 이들을 실제 부모처럼 ‘엄마·아빠’라 부른다. 일상을 털어놓고, 생일 축하를 청하고, 힘든 일에 위로를 구한다. ‘가상 부모(虚拟父母)’라는 말은 2024년 무렵 중국 인터넷에 등장해 빠르게 퍼졌고, 비슷한 채널이 잇따라 생겨났다.

왜 실제 부모가 있는 사람들이 낯선 이에게서 위로를 구할까. 답은 단순하다. 현실의 부모에게서 들어본 적 없는 말을 그곳에서 듣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한 30대 정보기술(IT) 직장인은 식사 때마다 가상 부모 영상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한다. 현실의 부모는 “무리하지 마라, 충분히 잘하고 있다” 같은 말을 한 번도 건넨 적이 없다는 것이다. 별것 아닌 한마디 같지만, 늘 경쟁과 평가에 시달리는 청년에게는 크게 와닿는다.

비유로 이해하기

편의점 도시락에 가까운 위로다. 영양이 가득한 집밥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따뜻한 밥이 당장 없을 때 손이 간다. 시청자들도 이 영상이 회사와 계약해 대량 생산된다는 것을,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좋은 말을 듣는 게 더 쉽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조금의 따뜻함이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식으로 그것을 택한다.

결핍이 아니라 어긋남

흥미롭게도 이 청년들은 실제 부모와 매주 통화하기도 한다. 단절이 아니라 어긋남이 문제다. 통화는 늘 스트레스다. 부모는 “IT 회사 그만두고 공무원이 안정적이다”, “여자친구는 언제 데려오느냐”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한 조사에서는 중국 청년 1,200명 중 가족·친척과 꾸준히 연락한다고 답한 비율이 30%에 그쳤다. 열 명 중 일곱은 가족과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는 셈이다.

골이 깊어진 근본 원인은 세대 간 경험의 차이에 있다. 부모 세대는 대기근과 격변, 가난과 급격한 사회 변화를 통과해 왔다. 이들에게는 자녀에게 안정적인 길을 권하는 것이 곧 사랑이다. 공무원 시험을 보라거나 빨리 결혼하라는 말도 걱정의 표현이다. 반면 더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젊은 세대에게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고 실패의 압박도 커졌다. 코로나 이후 경기 둔화로 청년 실업률은 수년째 15% 안팎을 맴돌았다. 여기에 한 자녀 정책이 더해지며 교육·취업·결혼·부양의 기대가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그래서 부모의 조언은 사랑이 아니라 통제처럼 느껴지고, 가상 부모 콘텐츠가 바로 그 틈을 파고든다.

전문가들은 양가적이다. 가상 부모가 정서적 공백을 메워 주는 면은 있지만, 현실 감각을 흐리고 가족 간 균열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가족 안에서 풀려야 할 문제가 온라인 콘텐츠로 대체되는 한, 본질은 해결되지 않는다. 이 현상은 결국 중국 청년의 외로움, 가족 관계의 균열, 과열된 경쟁 사회의 피로감을 비추는 한 장면이다. 그리고 그 정서적 공백을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메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음 장의 이야기와 조용히 맞닿는다.


노화를 ‘되감는’ 첫 인체 시험

인류의 오랜 꿈이던 회춘이 공상과학의 영역에서 임상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세포의 나이를 거꾸로 되돌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실제 환자의 몸에서 시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스턴의 생명공학 기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Life Biosciences)는 2026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고, 6월 9일 첫 환자에게 투약했다고 밝혔다. 약물의 이름은 ER-100이다.

핵심 기술은 ‘세포 역분화’, 정확히는 부분적 후성유전 재프로그래밍이다. 다 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으면, 그 세포는 ‘내가 어떤 세포였는지’에 대한 후성유전적 기억을 일부 지우고 더 젊은 상태로 되돌아간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의 연구가 출발점이다. 그가 발견한 네 가지 인자(야마나카 인자) 가운데 ER-100은 세 가지(OCT4·SOX2·KLF4)만 쓴다.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한 인자(c-Myc)를 의도적으로 뺀 것이다.

비유로 이해하기

녹음이 군데군데 손상된 오래된 테이프를 떠올려 보자. 테이프 자체(세포의 정체성)는 그대로 두고, 마모된 부분만 깨끗하게 ‘되감아’ 처음 녹음 품질에 가깝게 복원하는 작업이다. 테이프를 완전히 백지로 지워 버리면(완전 역분화) 무엇이든 다시 쓸 수 있는 빈 상태가 되지만, 원래 무슨 곡이었는지는 사라지고 통제 불능으로 덧녹음될 위험—즉 암으로 변할 위험—이 생긴다. 그래서 ‘끝까지’가 아니라 ‘적당히’ 되감는 것이 기술의 정수다.

부분 역분화의 원리 세포의 후성유전 나이를 일부만 되감아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젊게 만드는 부분 역분화 개념도 세포 나이를 되감되, 끝까지 되감지 않는다 부분 역분화(partial reprogramming)의 핵심 아이디어 완전 역분화: 0세(만능세포)까지 — 정체성 소실·암 위험 부분 역분화: 30세 수준까지만 — 세포 정체성 유지 0세 (배아 수준) 30세 (목표) 70세 (손상된 현재) 안전장치: 독시사이클린(항생제)을 먹는 동안에만 역분화 유전자 ON 약을 끊으면 OFF — 되감기가 과도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스위치로 제어
70세 수준으로 손상된 세포를 0세까지 완전히 되돌리면 암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30세 수준까지만 ‘부분적으로’ 되감아 세포의 정체성은 유지한다. 독시사이클린이라는 약으로 켜고 끄는 안전 스위치가 핵심이다.

왜 눈에서 시작했나

첫 시험 대상은 시신경이 손상되는 녹내장 등 안과 질환 환자다. 시신경은 한 번 죽으면 피부나 간처럼 스스로 회복되지 않기에, 이를 되살릴 수 있다면 의미가 크다. 이 연구의 출발점이 된 동물 실험에서는, 2020년 늙은 쥐의 손상된 시신경에 역분화 유전자를 넣자 시신경이 재생되고 시력이 회복됐다. 이후 영장류 실험을 거쳐 사람에게 온 것이다.

눈을 첫 부위로 고른 데는 안전상의 이유가 있다. 눈은 공간이 좁아 한쪽만 시험할 수 있고, 약물을 눈 안에 직접 주사하므로 문제가 생겨도 전신으로 번질 위험이 낮다. 간이나 심장에서 부작용이 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과 대비된다. 안전장치도 더했다. 역분화 유전자가 계속 켜져 있으면 암 위험이 생기므로, 환자가 항생제 독시사이클린을 복용할 때만 유전자가 작동하고 약을 끊으면 꺼지도록 ‘스위치’를 달았다. 시신경에서 효과가 확인된다면 간·심장·근육 같은 다른 장기로 확장하리라는 기대가 뒤따른다.

회춘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기간’

노화 기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ER-100처럼 노화 자체를 되돌리는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질병을 미리 예측하는 방향이다. 후자는 AI와 유전체 분석으로 암·심장병·치매·당뇨 같은 질환의 위험을 수년에서 수십 년 앞서 예측한다. 사람이 했다면 수년이 걸렸을 분석을 AI가 빠르게 처리하면서, 신약 개발과 노화 연구 전반에서 AI가 사실상 가속기 역할을 하고 있다. 억만장자들의 자금이 이 분야로 몰린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 ‘장수 산업’이라는 말은 150세, 200세를 떠올리게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간 수명이 120세 안팎을 크게 넘기기는 어렵다고 본다. 감염병과 암 치료가 이미 크게 발전해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앞으로 추가로 늘어나는 폭은 예전만큼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 더 현실성 있게 돈이 되는 쪽도 화려한 ‘불로장생’이 아니라 조기 진단·맞춤 검진 같은 건강 예측 분야다. 일정 나이가 넘은 사람들의 욕구 역시 ‘오래’보다 ‘건강하게’로 모인다. 관건은 수명이 아니라 건강수명이다.

그리고 이 기사의 가장 뜻밖의 결론은, AI도 신약도 줄기세포도 풀지 못하는 변수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외로움이다. 고령층에서는 질병 못지않게 사회적 관계가 생존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많다. 가족·친구와 교류하고 사회적으로 연결된 사람이 더 오래 산다. 회춘 기술이 새로운 문을 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오래 잘 산다’는 문제는 끝내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문제로 돌아온다.


네 장면이 가리키는 한 방향

네 이야기는 서로 다른 영역에 있지만 같은 형태의 사건이다. 어떤 시스템이 한계에 부딪혀, 떠밀리듯 방향을 바꾸는 장면. AI 지출은 ‘많이 쓰기’의 한계에 부딪혀 효율과 마진으로 돌아섰고, 쿠바의 통제경제는 붕괴 직전에서 시장으로 수문을 열었다. 중국의 가족은 기대와 통제의 한계에서 정서적 대체물을 찾았고, 인간의 생물학은 노화라는 한계 앞에서 세포의 시계를 되감는 첫 시도를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한계들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이다. AI는 노화 연구를 가속하는 동시에, 동료와의 대화를 줄이고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동반한다. 가상 부모의 위로와 회춘의 마지막 변수가 똑같이 ‘외로움’으로 수렴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술과 제도가 각자의 한계를 밀어내는 동안, 정작 풀리지 않은 채 남는 문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자리라는 사실을 네 장면이 함께 일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