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군사 표적을 정하는 방식을 규정한 교리에서 한 문장이 조용히 바뀌었다. “인간이 행동을 개시한다”가 “인공지능이 행동을 개시하고 인간이 감시한다”로 옮겨가는 길이 열린 것이다. 표적화의 작동 원리에서 출발해,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짚는다.
2026년 4월, 미국 국방부는 군대가 전장에서 무엇을 공격할지 정하는 절차를 규정한 합동표적화 교리(JP 3-60 Joint Targeting, 합동표적화)를 개정하였다. 공개 발표는 없었다. 기밀로 분류되지는 않았으나 외부에 배포되지도 않은 이 문서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장차 전시(戰時)의 생사 결정에 더 깊이 관여하도록 길을 터놓았다.
바뀐 핵심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현행 관행은 “인간이 행동을 개시하는” 체계다. 개정 교리는 이를 “AI가 행동을 개시하고 인간이 감시하는” 체계로 진화할 것을 상정한다. 미래의 표적화를 다룬 새 장(章)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 전쟁의 속도와 적국의 AI 발전이 미군으로 하여금 완전 자율 시스템의 채택을 요구할 수 있다고까지 적었다. 동시에 그 문서는 AI에만 의존하는 것이 “심각한 도덕적·법적 딜레마”를 낳는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표적화(targeting)는 군대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타격할지를 결정하는 일련의 절차를 가리킨다. 흔히 네 단계의 연쇄로 설명된다. 센서와 정찰로 무언가를 탐지하고, 수집한 정보를 융합해 그것이 무엇인지 식별하며, 그것을 칠지 말지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타격한다. 군사용어로는 탐지에서 타격까지의 시간 간격을 ‘sensor-to-shooter cycle’(탐지-타격 주기)이라 부른다.
AI가 약속하는 것은 바로 이 주기의 단축이다. 알고리즘은 사람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규모와 속도로 정보를 분석한다. 여러 플랫폼이 모은 표적 데이터를 순식간에 대조해 신뢰성을 따지고, 정보의 공백을 메우며, 자료 흐름을 자동화한다. 그 결과 더 빠른 추천, 더 빠른 승인, 더 많은 표적이 절차를 통과한다. 개정 교리의 표현을 빌리면, AI는 ‘작전 템포’를 끌어올린다.
표적화 주기는 사냥과 닮았다. 사냥꾼은 짐승을 발견하고(탐지), 그것이 사슴인지 사람인지 가리고(식별), 쏠지 말지 정한 뒤(결심), 방아쇠를 당긴다(타격). AI는 이 모든 단계를 사냥꾼 대신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해 준다. 문제는 가릴 때 잘못 가리면, 방아쇠도 그만큼 빨리 당겨진다는 데 있다.
자율무기를 둘러싼 논의는 흔히 인간이 결정의 고리(loop) 어디에 서 있느냐로 갈린다. 세 단계로 나뉜다. 인간이 표적을 직접 고르고 공격을 개시하면 ‘고리 안의 인간(human-in-the-loop)’이다. AI가 행동을 개시하되 인간이 이를 지켜보며 필요할 때 멈출 수 있으면 ‘고리 위의 인간(human-on-the-loop)’이다. 인간이 아예 빠지고 기계가 표적 선택과 교전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면 ‘고리 밖의 인간(human-out-of-the-loop)’, 곧 완전 자율이다.
개정 교리가 명시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첫 번째에서 두 번째로의 이동이다. 인간이 개시하던 자리를 AI가 넘겨받고, 인간은 감시자로 물러선다. 완전 자율은 아직 ‘미래에 필요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만 언급되지만, 한 칸의 이동이 다음 칸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자동차의 운전 보조 기능을 떠올리면 쉽다. 차선 이탈 경고만 울리고 운전대는 사람이 잡는 단계가 ‘고리 안의 인간’이다. 차가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조절하되 운전자가 손을 얹고 지켜보는 단계가 ‘고리 위의 인간’이다. 운전석을 비워도 차가 알아서 가는 단계가 ‘고리 밖의 인간’이다. 다만 자동차의 실수는 한 대의 사고로 끝나지만, 무기의 실수는 그렇지 않다.
교리가 바뀐 배경에는 속도 경쟁이 있다. 국방부는 6월에도 정보를 지휘관용 선택지로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압축하는 AI 도구를 전장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 시스템이 표적을 스스로 고르거나 타격하지는 않으며, 지휘관에게 더 빠른 판단 근거를 제공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문서가 절차를 뒤따라가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미군은 이미 드론 영상 분석에서 출발한 표적화 프로그램 ‘프로젝트 메이븐(Project Maven)’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를 떠받치는 핵심 소프트웨어는 팰런티어(Palantir)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이다. 안두릴(Anduril)은 육군과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계약 틀을 맺었고, 실드AI(Shield AI)의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하이브마인드(Hivemind)’는 무인기 두뇌로 시험되고 있다. 돈의 흐름은 교리가 조달을 따라잡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가장 선명한 사례는 이란전(戰)에서 나왔다.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xAI가 만든 챗봇 그록(Grok)의 정부용 버전 ‘그록 거브(Grok Gov)’가 프로젝트 메이븐 안에서 표적화를 보조했다. 국방부 최고디지털·AI책임자(CDAO, Chief Digital and AI Officer) 캐머런 스탠리(Cameron Stanley)는 선서 진술에서, ‘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 동안 미군이 96시간 만에 2,000개의 서로 다른 표적에 2,000발 이상의 탄약을 투발했다고 밝혔다. 이 진술이 세상에 드러난 통로는 뜻밖이었다. 한 시민단체가 xAI 데이터센터의 가스터빈 배출을 문제 삼은 환경 소송에서, 정부가 그 데이터센터를 국가안보 시설로 변호하며 제출한 법정 서류를 통해서였다.
군사용 AI가 더 이상 실험이나 시범이 아니라 실전의 일부임을 이보다 분명히 보여 주는 장면은 드물다. 일부 의원들은 우려를 표했다. 한 상원의원은 무력 사용처럼 결과가 중대한 결정에서 인간의 감독 없는 대형언어모델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며, 가장 중대한 결정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 내려야 한다고 못 박았다.
AI가 압축하려는 그 절차가 어긋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첫날,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Minab)의 샤자레 타예베(Shajareh Tayyebeh) 여자 초등학교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떨어졌다. 학교는 연달아 여러 발을 맞았다. 사망자는 보도에 따라 108명에서 180명 사이로 집계되며, 다수가 7세에서 12세 사이의 여학생이었다. 개전 초기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큰 민간인 피해였다.
미군의 예비 조사는 자국 책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중부사령부(CENTCOM) 기획관들은 국방정보국(DIA, Defense Intelligence Agency)이 제공한 오래된 정보로 표적 좌표를 만들었다. 그 학교 건물은 본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해군기지의 일부였으나, 늦어도 2016년경에는 담장으로 분리되고 별도 출입구를 갖춘 민간 학교로 바뀌어 있었다. 정보는 그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고, 시스템은 학교를 여전히 군사 표적으로 분류했다.
옛 주소로 부친 택배를 떠올리면 된다. 이사 간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배송 시스템에 옛 주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택배는 지금 그 집에 사는 엉뚱한 사람에게 도착한다. 미나브의 비극은 정보가 현실보다 10년 뒤처진 채로 좌표가 생성된 결과였다. AI는 이 좌표 생성 절차를 더 빠르게 돌리겠다고 약속하는데, 빠르게 돈다고 해서 바탕이 된 정보가 최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흐름 한복판에서 한 기업은 선을 그었다.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은 자사 모델 클로드(Claude)를 미국 정부 기밀망에 처음으로 배치한 회사였고, 국방·정보 분야에 가장 널리 쓰인 프런티어 모델을 제공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국방부가 요구한 ‘모든 합법적 용도’의 무제한 접근에 두 가지 예외를 고집했다. 완전 자율무기와 미국인에 대한 대량 감시였다. 그의 논거는 윤리만이 아니었다. 오늘의 프런티어 AI는 완전 자율무기를 맡기기에 충분히 신뢰할 수 없으며, 그것은 미군과 민간인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었다.
대가는 컸다. 2025년 7월 국방부는 앤트로픽·구글(Google)·오픈AI(OpenAI)·xAI에 각각 최대 2억 달러의 계약을 안겼는데, 합의가 결렬되자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모든 연방기관에 앤트로픽 기술 사용 중단을 지시했고,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는 이 회사를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다. 미국 기업이 이런 낙인을 공개적으로 받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빈자리는 오픈AI와 xAI가 빠르게 메웠다. 역설적이게도, 분쟁이 한창이던 와중에도 이란 작전에는 클로드가 계속 쓰였다.
이 모든 일을 멈출 국제 규범은 아직 없다. 국제연합(UN)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인간의 통제 없이 사람의 목숨을 거두는 자율무기를 두고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도덕적으로 혐오스럽다’고 규정하며, 2026년까지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를 맺으라고 거듭 촉구해 왔다. 120개가 넘는 나라가 조약 협상을 지지한다.
그러나 논의의 무대인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Convention on Certain Conventional Weapons)의 정부전문가그룹은 2014년 이래 진전이 없다. 모든 결정을 만장일치로 처리하는 구조 탓에, 자율무기에 투자하는 소수의 군사 강국이 거듭 제동을 걸어 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별도로, 새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를 통해 국방부에 90일 내로 무기 자율성 정책을 갱신하도록 했다. 현행 지침(DoD Directive 3000.09)은 지휘관과 운용자가 무력 사용에 ‘적절한 수준의 인간 판단’을 행사하도록 요구한다. 운동가들이 요구하는 ‘유의미한 인간 통제’에는 못 미치는 기준이다.
개정 교리는 강제 규정이 아니라 지침이다. 어떤 자동화 도구를 쓰든 우선순위와 효과와 시점에 대한 책임, 그리고 전쟁법 준수의 책임은 여전히 지휘관에게 있다고 문서는 못 박는다. 부록에서는 ‘자동화가 인간의 사고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경고까지 덧붙인다.
그럼에도 운영 환경은 더 빠른 추천, 더 빠른 승인, 더 많은 표적을 향해 설계되고 있다. 정책 문서에 인간의 판단을 적어 넣을 수는 있어도, 그 판단이 실제로 개입할 시간은 주기가 압축될수록 줄어든다. 결국 남는 것은 속도와 통제를 맞바꾸는 거래다. ‘인간이 개시한다’에서 ‘AI가 개시하고 인간이 감시한다’로 옮겨간 한 문장의 무게는, 그 거래에서 인간에게 남겨질 시간이 얼마인가에 달려 있다.
기계가 얼마나 빨리 가리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멈출 시간이 남느냐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