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혼자서 다 되는 시대"라는 말이 흔하다. 인공지능이 코딩과 디자인, 마케팅까지 대신해 주니 굳이 남 밑에서 배울 필요 없이 바로 창업하면 된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인공지능이 평준화한 것은 대체로 실행이다. 누구나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면, 오히려 희소해지는 것은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판단력과 의도, 그리고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전문성이다.
이 글은 "지금 1인 창업이 답인가"라는 질문을, 실제 사례와 숫자로 뜯어본다. 등장하는 기업·인물·제품 이름은 모두 실제다.
혼자서 다 만들 수 있으니 배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옳다면, 모든 신입은 곧장 창업하면 된다. 그러나 도구를 잘 쓴다는 것은 결국 좋은 인풋을 준다는 것이다. 무엇을 할지 판단하고, 어떤 방향으로 밀지 의도를 세우는 능력이다. 이 판단과 의도는 한 대상에 오래 천착한 경험에서 쌓인다. 경험이 얕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잘 쓴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창업을 잘한다는 것은 비약이다. 깊은 도메인(특정 분야) 전문성이 있거나 스스로 높은 판단력을 갖춘 경우가 아니라면, 지금 시기의 창업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반대 방향의 논리도 있다. 전문성이 필요 없는 영역, 오히려 편견 없는 새내기가 유리한 영역도 분명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새 인프라가 깔리면서 이전에 없던 산업이 생겨나고 산업 지도 자체가 다시 그려지는 중이라면, 기존 인식에 덜 얽매인 사람이 더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을 할 여지가 생긴다. 예컨대 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을 스타트업에 연결해 주는 서비스처럼, 그 위치에 있는 사람만이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는 강점도 있다. 두 논리는 충돌하지 않는다. 관건은 내가 가진 것이 진짜 강점인가다.
1인 창업 신화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례가 Base44다. 이스라엘 개발자 마오르 슐로모(Maor Shlomo)가 2025년 초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 자연어로 앱을 만들어 주는 도구를 내놓았다. 공개 첫 달 매출이 약 150만 달러, 6개월 만에 사용자 25만~35만 명, 월 순이익 약 19만 달러를 냈고, 웹사이트 제작 기업 Wix가 2025년 6월 약 8,000만 달러(성과에 따라 추가 지급) 현금에 인수했다. 슐로모는 지분 100%를 가진 사실상 1인 창업자였고, 인수 시점에도 직원은 열 명이 채 되지 않았다. 팀은 인수가 임박해서야 꾸려졌다. 그는 비용 대비 성능을 이유로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를 AWS를 통해 썼다.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코드를 직접 쓰는 대신, 만들고 싶은 것을 평범한 말로 설명하면 인공지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앱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2025년 초 널리 퍼진 표현으로, 프로그래밍을 몰라도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옮길 수 있게 해 준다. Base44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례가 강렬한 이유는 한 사람이 짧은 시간에 큰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면면을 뜯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시기의 특수성과, 이미 이전에 큰 회사를 세워 본 비범한 개인이라는 조건이다. 슐로모만 해도 앞서 데이터 분석 회사를 창업해 1억 달러 넘게 투자받은 이력이 있다. 평범한 개인이 맨손으로 이룬 신화는 찾기 어렵다. 소수의 화제성 사례를 근거로 "누구나 1인 창업의 시대"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유니콘까지는 아니어도, 직장에서 벌던 것보다 많이 벌고 싶은 것이 창업의 기대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각자 월 1,000만 원을 가져가는, 소박해 보이는 목표가 얼마나 먼지 하나의 가정으로 계산해 본다.
월 매출 4,000만 원, 제품 가격 4,900원, 마진 50%로 넉넉히 잡아도 유료 구독자가 약 8,163명 필요하다. 무료 체험 없이 바로 결제하는 모델에서 방문자 대비 구매 전환율은 의도가 높은 트래픽이라도 대체로 2~5% 수준이다. 2%로 잡으면 누적 방문자 40만 명이 있어야 한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구독형 제품은 한 번 결제로 끝나지 않는다. 매달 일부 이용자가 구독을 끊는데, 이 비율을 '이탈률(churn)', 남아 있는 비율을 '리텐션(retention)'이라 한다. 월 이탈이 5%라면 8,000여 명 중 매달 400명 안팎이 빠져나간다. 밑 빠진 독처럼, 그만큼을 매달 새로 채우지 못하면 매출은 유지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매달 수십만 명의 방문을 만들어 낼 판단력과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사에 들어가 그만한 트래픽을 다루며 연봉과 지분을 받는 편이 더 많이, 더 안전하게 버는 길일 수 있다. 리스크를 혼자 지지 않아도 되고, 4대 보험과 대출 같은 사회적 기반도 따라온다.
지적으로 비범한 사람은 오히려 큰 투자를 받아 규모의 경제를 일으키는 역할이 어울린다. 혼자 움직이는 1인 창업자에게 맞는 유형은 따로 있다. 인공지능으로 만드는 제품은 기능만으로 큰 차별점을 갖기 어렵다. 성분표가 비슷한 화장품의 값이 브랜드와 마케팅에서 갈리듯, 제품이 상향 평준화된 시장에서는 매력과 팬덤으로 파는 사람이 유리하다. "이 사람이 만들었으니 한번 써 볼래"라는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창업자다. 그리고 이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한 제품이 아니라, 같은 팬층을 향해 40~50개의 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쪽에 가깝다.
해자는 성을 둘러싼 물길이다. 경영에서는 경쟁자가 쉽게 넘지 못하게 막는 방어벽을 뜻한다. 바이브 코딩은 시간만 내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 해자가 되지 못한다. 진짜 해자는 오래 쌓은 도메인 전문성, 브랜드와 팬덤, 유통 경로처럼 남이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요즘 말하는 1인 창업은 사실 바이브 코딩으로 작은 게임이나 앱을 만들어 월 100만~200만 원을 버는 형태가 많다. 그 정도도 결코 쉽지 않지만, 규모로 보면 부업에 가깝다. 같은 시간을 본업에 쓰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그래서 결정 전에 확인할 것은 하나다. 내가 가진 도메인 지식이 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수준인지, 아니면 그 안에서 내가 특별히 더 깊이 아는지다.
많은 성공한 창업자는 좋은 회사를 먼저 거쳤다. 페이팔(PayPal) 초기 구성원들이 대표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공동창업자였고, 링크드인(LinkedIn)을 세운 리드 호프먼도 초기 멤버였다. 유튜브를 만든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자웨드 카림도 페이팔에서 일하던 직원들이었다. 한국에서도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거쳐 나온 창업자들이 여러 회사를 세웠다.
이런 경로의 이점은 단순히 "회사 키우는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이 일을 잘하는 수준인지에 대한 기준이 몸에 밴다. 완벽을 집요하게 추구하는 팀에서 일해 본 사람은 자기 기대치가 높아지고, 함께 일한 뛰어난 동료들을 통해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는지 보는 눈이 생긴다. 나중에 채용할 때 이 감각이 없으면 기준을 세우는 데만 오래 걸린다. 여기에 네트워크와 투자 접근성까지 더해진다. 이미 다 큰 회사가 아니라, 곧 크게 될 것 같은 초기 단계 팀을 잘 골라 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더 많은 사람이 창업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창업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2026년 시작된 대규모 창업 지원 사업 '모두의 창업'에는 6만 3,000여 명이 지원해 5,000명이 1차 합격했다. 그런데 출범 직후 사고가 났다. 합격자 프로필이 공개된 날, 지원자들의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어 요약, 심사평 같은 비공개 정보가 유출됐다. 외부 해커가 아니라, 참가자를 돕도록 선정된 인공지능 솔루션 업체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무 장관이 사과하고 2기 선발은 연기됐다.
초기 창업자에게 아이디어와 그 평가는 사업의 밑천에 가까운 자산이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사례가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의 분쟁이다. 알고케어는 2021년 투자·협업 논의 과정에서 롯데헬스케어가 자사 영양제 디스펜서의 아이디어를 파악한 뒤, CES 2023에서 유사 제품을 내놨다며 기술 탈취 의혹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2023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정으로 마무리됐고 롯데헬스케어는 해당 사업을 접었다(이후 법인 자체가 청산됐다). 다만 알고케어가 제기한 형사 건은 2025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옳고 그름을 떠나, 분쟁이 실제 결론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든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가 널리 노출되는 것을 오히려 꺼릴 수도 있다.
결국 두 갈래의 조언이 맞선다. 한쪽은 "인공지능이 실행을 대신해 주니 지금이야말로 창업의 적기"라 말하고, 다른 쪽은 "쉽게 창업하지 말라"고 말한다. 후자의 핵심은 창업 금지가 아니라, 뛰어들기 전에 두 가지를 계산에 넣으라는 것이다. 하나는 앞의 숫자가 보여 준 현실적 난이도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비용이다. 내가 방황하는 동안 비슷한 시기에 취업한 사람들은 소득을 쌓고 자산에 투자하며, 그 격차가 나중에 눈앞에 크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판단의 기준은 "1인 창업의 시대인가"가 아니라 "나에게 남들이 못 보는 것이 있는가, 그리고 실패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에 가깝다. 두 질문에 스스로 답한 뒤 고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