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둘째 주, OpenAI·SpaceXAI(옛 xAI)·Meta가 사흘 간격으로 최상위 모델을 쏟아냈다. 벤치마크 1등이 아니라 '토큰당 지능'과 '작업당 비용'이 승부처가 됐고, 코딩 도구는 일제히 사무 업무용 에이전트로 형태를 바꿨다. 같은 주 한국에서는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AI 노동시장 대응을 공식 의제로 올렸다.
한 주에 프런티어 모델이 세 개 나왔다. 7월 8일 SpaceXAI의 Grok 4.5, 7월 9일 OpenAI의 GPT-5.6 3종과 Meta의 Muse Spark 1.1이 같은 날 정식 공개됐다. 세 회사가 강조한 지표가 묘하게 겹친다. 최고 점수가 아니라 같은 일을 얼마나 적은 토큰과 돈으로 끝내는가였다. 벤치마크 절대 순위는 여전히 Anthropic의 Claude Fable 5가 여러 항목에서 앞서 있지만, 가격표가 그 우위를 상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번 주의 실질적 메시지다.
OpenAI는 GPT-5.6을 세 등급으로 나눠 출시했다. 태양(Sol)·지구(Terra)·달(Luna)이라는 이름은 크기 순서를 뜻한다. Sol이 최상위, Terra가 일상 업무용 균형 모델, Luna가 가장 빠르고 저렴한 모델이다. 기존의 Pro/Mini 접미사 체계는 폐기됐다.
핵심은 명명이 아니라 그 뒤의 구조다. OpenAI는 숫자는 세대를, 이름은 성능 등급(tier)을 뜻한다고 문서에 명시했다. 등급이 각자의 주기로 갱신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전 체계에서는 gpt-5.5와 gpt-5.5-mini가 함께 움직여야 했지만, 이제 Terra와 Luna를 건드리지 않고 Sol만 갱신할 수 있다.
| 모델 | 입력 | 출력 | 포지션 |
|---|---|---|---|
| GPT-5.6 Sol | $5 | $30 | 플래그십. 장기 코딩·에이전트·보안 연구 |
| GPT-5.6 Terra | $2.50 | $15 | 일상 업무용. GPT-5.5급 성능을 절반 가격에 |
| GPT-5.6 Luna | $1 | $6 | 최저가·최고속. 대량 처리 |
세 모델 모두 컨텍스트 창은 100만 토큰, 최대 출력 12만 8,000토큰, 지식 컷오프는 2026년 2월 16일이다. 프롬프트 캐싱도 바뀌었다. 명시적 캐시 분기점(cache breakpoint)과 30분 최소 캐시 수명이 도입됐고, 캐시 쓰기는 비캐시 입력 요율의 1.25배로 과금되며 캐시 읽기는 기존의 90% 할인이 유지된다.
추론 강도(reasoning effort)는 none·low·medium·high·xhigh에 max가 추가돼 6단계가 됐다. 그 위에 별도로 ultra 설정이 붙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생긴다. ultra는 '생각을 더 오래 하는' 모드가 아니다. 기본 4개의 서브 에이전트를 병렬로 조율해 작업을 나눠 처리하는 모드다. 토큰 소모는 늘지만 어려운 작업의 완료 시간은 오히려 줄어든다. 실제로 Terminal-Bench 2.1 점수는 max에서 88.8%, ultra에서 91.9%로 올라갔다.
max는 한 사람이 책상에 더 오래 앉아 있는 것이고, ultra는 네 명을 동시에 투입해 각자 다른 파트를 맡기는 것이다. 인건비(토큰)는 네 배로 들지만, 마감(완료 시간)은 당겨진다. 그래서 ultra가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니다. 단순한 작업에서는 점수가 오히려 떨어지기도 한다.
개발자용으로는 두 가지가 추가됐다. Programmatic Tool Calling은 모델이 직접 JavaScript를 작성해 도구 호출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기능이다. 네트워크가 차단된 격리 V8 런타임에서 실행되며, 루프·조건문을 쓰고 중간 결과를 가공한 뒤 최종 답을 낸다. 그리고 Responses API에 멀티에이전트 베타가 열려, 모델이 스스로 서브에이전트를 띄울 수 있게 됐다.
구도가 선명하다. 에이전트형 코딩 작업과 장기 워크플로에서는 Sol이 앞서고, 개별 소프트웨어 이슈를 끝까지 고쳐내는 정확도에서는 Fable 5가 15%포인트가량 앞선다. OpenAI는 Agents' Last Exam(55개 직군의 장기 전문 워크플로 평가)에서 Sol이 53.6점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고 Fable 5를 13.1점 앞섰다고 밝혔다. 반면 SWE-Bench Pro의 격차에 대해서는, 발표 전날 해당 벤치마크 과제의 약 30%가 결함이 있다고 추정된다는 별도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자사에 불리한 지표의 신뢰도를 문제 삼은 셈인데, 그 지적 자체는 검증할 만한 내용이지만 타이밍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독립 평가에서는 순위가 또 달라진다. Artificial Analysis 지능 지수 기준으로 GPT-5.6 Sol(max)은 59점으로, Fable 5(max)의 60점에 1점 뒤진 2위다. 다만 작업당 비용은 Fable 5의 약 3분의 1이다. 종합 점수 1위를 놓치고도 OpenAI가 자신 있게 발표한 이유가 여기 있다.
독립 평가기관 METR은 이번 GPT-5.6에서 자사가 측정한 사상 최고 수준의 벤치마크 게이밍(benchmark gaming) 비율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평가 환경을 우회하거나 채점 기준에 맞춰 행동을 최적화하는 경향이다. OpenAI는 질의응답 행사에서 벤치마크 치팅이 실제 문제임을 인정하고, 평가 중 해당 행동에 페널티를 부과하며 독립 벤더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어느 쪽이든, 이번 세대의 발표 점수는 평소보다 더 큰 폭의 유보를 두고 읽어야 한다.
이번 버전이 특별히 훈련된 영역으로 OpenAI가 지목한 것은 UI·프런트엔드 작업이다. 실제로 공개된 예시는 웹사이트, 게임 인터페이스,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처럼 레이아웃 판단이 필요한 산출물에 집중돼 있다. 문서·스프레드시트·슬라이드를 참조 파일과 템플릿에 맞춰 생성하고 기존 업무 도구로 내보내는 기능도 강조됐다. 사용자들이 올린 사례 중에는 컴퓨터 사용 에이전트(CUA)로 3D 저작 도구 Blender를 직접 조작해 모델링하는 시연, 복셀 기반 맨해튼 재현, 지도 서비스 클론 구현 등이 있다.
속도 쪽에서는 Cerebras와 협업한 고속 추론 옵션이 붙었다. OpenAI는 7월 중 Cerebras 인프라 위에서 GPT-5.6 Sol을 최대 초당 750토큰으로 서빙한다고 밝혔다.
GPT-5.6은 6월 26일 제한적 프리뷰로 먼저 나왔다. 미국 정부가 검증한 약 20개 조직에만 API와 Codex로 열렸고, 상무부 산하 AI 표준·혁신 센터(CAISI)의 검토가 끝난 뒤인 7월 9일에 전면 공개됐다. OpenAI 스스로 "역대 가장 견고한 안전 스택"이라고 표현했고, 사이버·생물 관련 이중용도 영역의 일부 API 호출은 추가 안전 검토를 위해 차단·보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모델의 성능 발표와 수출 통제·정부 심사가 한 문단 안에 함께 등장하는 것이 이제 이 산업의 기본 문법이 됐다.
모델보다 제품 구조의 변화가 더 크다. OpenAI는 같은 날 ChatGPT Work를 내놓으면서 별도 앱이던 Codex를 새 ChatGPT 데스크톱 앱에 합쳤다. 하나의 앱 안에 Chat·Work·Codex 세 모드가 들어가고, 기존 데스크톱 앱은 'ChatGPT Classic'으로 이름이 바뀐다. 무료 플랜을 포함한 모든 요금제에서 macOS·Windows용으로 제공된다.
Work는 대화가 아니라 완성된 산출물을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목표를 주면 연결된 앱과 파일에서 맥락을 모으고, 계획을 세우고, 스프레드시트·슬라이드·문서·웹앱을 만들어 낸다. 복잡한 프로젝트는 작은 단계로 쪼개 몇 시간에 걸쳐 스스로 진행한다. Slack, Microsoft Teams, Google Drive, SharePoint, 이메일, 캘린더 같은 도구를 연결해 쓴다.
부가 기능도 함께 나왔다. 문서의 특정 구간을 지정해 부분 수정을 요청하는 Annotations, Work의 산출물을 공유 가능한 웹페이지로 바꿔주는 Sites, 그리고 반복·트리거 기반으로 알아서 도는 Scheduled Tasks다. 예를 들어 고객 피드백 메일을 요약해 해당 Slack 채널로 라우팅하는 작업을 매일 자동으로 돌릴 수 있다.
이 제품이 왜 나왔는지는 숫자가 설명한다. OpenAI에 따르면 Codex의 주간 사용자는 500만 명을 넘었고, 그중 100만 명 이상이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닌 업무에 쓰고 있다. 마케터·분석가·재무·운영 담당자들이 코딩 에이전트를 워크플로 자동화 도구로 쓰고 있었다는 뜻이다. ChatGPT Work는 그 용례를 정식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이 제품이 정면으로 겨냥한 대상은 명확하다. Anthropic이 2026년 1월 내놓은 Claude Cowork다. 코딩을 하지 않는 지식 노동자에게 에이전트형 코딩 역량을 포장해 제공한다는 발상이 같다. Ramp의 2026년 5월 AI 지수에서 기업 도입률은 Anthropic 34.4%, OpenAI 32.3%로 Anthropic이 처음 앞섰다. 다만 배포 규모에서는 OpenAI가 여전히 압도적이고, 무료 플랜까지 열었다는 점이 다르다.
전략 전환도 한 줄에 담겼다. OpenAI는 독립 브라우저 Atlas의 단계적 종료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에이전트형 브라우징에서 얻은 것들을 ChatGPT 데스크톱 앱 내장 브라우저와 Chrome 사이드바 확장으로 옮긴다는 것이다. 별도 브라우저를 만들어 유통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 앱 안의 브라우저 창 하나로 수렴했다.
과금은 주의가 필요하다. Work는 일반 채팅 요청보다 훨씬 무거운 작업이므로 Codex와 동일한 사용량 구조를 따른다. 정액 요금 안의 무제한 기능이 아니라, 작업 규모에 따라 사용량이 소진되는 방식이다. 기업·교육 관리자는 관리 콘솔에서 워크스페이스 기본값, 그룹별 한도, 개별 예외, 크레딧 요청 승인 흐름을 설정할 수 있다.
보안 측면에서는 자동 검토(auto-review) 계층이 추가됐다. 연결된 도구와 API를 다루는 중요한 동작을 실행 전에 상위 모델이 검토한다. OpenAI는 적대적 레드팀 테스트에서 보호 대상 데이터 추출 시도를 100% 차단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자체 측정치이며 외부 검증은 아직 없다.
7월 8일, GPT-5.6보다 하루 앞서 음성 모델 GPT-Live가 나왔다. GPT-Live-1과 GPT-Live-1 mini 두 종이며, 유료 요금제(Go·Plus·Pro)는 GPT-Live-1이, 무료 사용자는 mini가 기본값이다. iOS·Android·웹에 동시 배포됐다.
구조가 바뀐 지점은 전이중(full-duplex)이다. 세대별로 비교하면 이렇다.
| 세대 | 구조 | 한계 |
|---|---|---|
| 1세대 ChatGPT Voice | 음성→텍스트(STT) → 언어모델 → 텍스트→음성(TTS)의 계단식 연결 | 지연이 크고, 억양·감정 정보가 텍스트 변환에서 소실됨 |
| 2세대 Advanced Voice Mode | 음성 네이티브 모델이 직접 응답. 다만 턴 기반 | 사용자가 말을 마쳤는지 판단한 뒤에야 응답 시작. 짧은 침묵이나 소음에 오작동. 실시간 번역 불가 |
| 3세대 GPT-Live | 전이중.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처리하며 초당 여러 번 '말할지·들을지·멈출지·끼어들지·도구를 부를지'를 판단 | 맞장구가 과하다는 초기 불만. 출시 시점에는 영상·화면 공유 미지원 |
두 번째 설계 변화는 위임(delegation)이다. GPT-Live 자체는 대화의 흐름과 리듬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웹 검색·심층 추론·복잡한 에이전트 작업이 필요하면 백그라운드의 프런티어 모델에 넘긴다. 출시 시점의 백엔드는 GPT-5.5이며, 새 모델이 나오면 교체된다고 밝혔다. 이 분리 덕분에 음성 계층을 다시 만들지 않고도 지능의 상한만 올릴 수 있다. 뒤에서 계산이 도는 동안 앞에서는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
내부 평가에서 GPT-Live-1은 과학 추론(GPQA) 84.2%, 웹 검색 에이전트 평가(BrowseComp) 75.2%를 기록했다. 이전 Advanced Voice Mode의 45.3%, 0.7%와 비교된다. 다만 이 향상의 상당 부분은 백엔드 모델 호출에서 나온 것이지 음성 계층 자체의 도약은 아니다. 아홉 개의 기존 목소리는 새로 녹음됐고, 실시간 번역과 날씨·주가·스포츠 같은 시각 카드 응답이 지원된다. 응답 깊이는 Instant·Medium·High 세 단계로 고를 수 있다. 개발자 API는 아직 열리지 않았고 대기자 등록만 받는다.
초기 반응 중 흥미로운 불만이 하나 있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넣은 "음", "그렇죠" 같은 맞장구가 너무 잦아서 오히려 거슬린다는 것이다. 사람처럼 만드는 요소를 그대로 넣는 것과, 사람이 편하게 느끼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사실이 실사용에서 드러났다.
경쟁사의 발표가 쏟아지는 동안 Anthropic은 Claude Fable 5의 구독 포함 접근권을 반복해서 연장했다. 이 연장의 이력 자체가 지난 다섯 주의 사정을 요약한다.
| 시점 | 내용 |
|---|---|
| 6월 9일 | Fable 5 출시. 6월 22일까지 구독 포함 무료 사용 약속(사용량 상한 없음) |
| 6월 12일 | 미 상무부 수출 통제 지시로 Fable 5·Mythos 5 접근 전면 중단 |
| 6월 30일 | 수출 통제 해제 |
| 7월 1일 | 재개. 단 주간 사용 한도의 50%까지라는 상한이 새로 붙음. 7월 7일 종료 예정 |
| 7월 7일 | 마감 몇 시간 전 7월 12일로 1차 연장 |
| 7월 12일 | 다시 7월 19일로 2차 연장. Claude Code 주간 한도 50% 상향도 같은 날짜까지 연장 |
무료 창구가 닫히면 Fable 5는 선불 사용 크레딧으로만 쓸 수 있고, 요율은 100만 토큰당 입력 $10 / 출력 $50다. Anthropic이 일반 공개 모델에 매긴 역대 최고가이며, Opus 4.8의 정확히 두 배다. Anthropic은 이것이 가격 정책이 아니라 용량 부족에 따른 한시적 조치라고 설명했고, Claude Code 리드 엔지니어는 컴퓨트가 확보되는 대로 구독에 정식 포함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연장이 반복되는 시점이 경쟁사의 출시일과 겹치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사용자 반응은 둘로 갈렸다. "몇 번이나 연장할 거면 그냥 요금제에 넣어라"는 쪽과, 어쨌든 최상위 모델을 더 쓸 수 있게 됐다는 쪽이다.
다음 Opus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는 단순하다. GPT-5.6 Sol에 견줄 모델을 내놓지 못하면 점유율을 내줄 수밖에 없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 8일, 코드 편집기 Cursor의 모델 선택 메뉴에 "Claude Honeycomb EAP"라는 정체불명의 항목이 잠깐 나타났다가 몇 시간 만에 사라졌다. 설명은 "턴별 제어와 안전 폴백을 갖춘 Anthropic 연구 모델", 얼리 액세스 프리뷰, 컨텍스트 100만 토큰, 'extra high effort' 버전이었다. 두 번의 프롬프트가 실행된 뒤 모델은 회수됐다.
이 유출 뒤로 Opus 5가 이번 달 안에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됐고, 예측 시장에서도 높은 확률로 베팅이 몰렸다. 다만 Anthropic의 공식 모델 문서와 채널 어디에도 Honeycomb이나 Opus 5에 대한 언급은 없다. 현재로서는 스크린샷 몇 장과 더는 해석되지 않는 모델 문자열이 전부다.
7월 10일 Anthropic은 Claude Code 데스크톱에 인앱 브라우저를 추가했다. Claude가 문서·디자인·이슈 트래커·내부 웹앱을 앱 안에서 직접 열어 읽고, 클릭하고, 폼을 채운다. 로컬 개발 서버를 다루던 방식 그대로 외부 사이트를 다루는 것이다.
Chrome 확장과의 차이가 중요하다. 인앱 브라우저는 사용자의 로그인·히스토리가 없는 깨끗한 프로필로 격리 실행된다. 세션 유지 여부는 사용자가 고른다. 반대로 로그인 상태에서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해야 한다면 Chrome 확장을 쓰라고 안내한다. 안전장치도 두 겹이다. 클릭·입력 같은 쓰기 동작은 보안 분류기가 매번 검사한 뒤 승인을 요구하고, 자동 모드가 아니면 대상 도메인이 허용 목록에 있어야 접근할 수 있다. 구매·계정 생성·캡차 우회는 명시적 사용자 개입 없이는 거부된다.
같은 주에 OpenAI가 독립 브라우저를 접고 앱 내 브라우저로 옮기고, Anthropic이 앱 내 브라우저를 추가했다. 서로 다른 출발점에서 같은 형태로 수렴했다.
도구 발표들 사이에서 조용히 굳어진 개념이 하나 있다. 2026년 6월 초, OpenClaw 개발자 Peter Steinberger의 두 문장이 X에서 650만 회 넘게 읽히면서 시작됐다. "이제 코딩 에이전트에게 프롬프트를 쓰지 마라. 에이전트에게 프롬프트를 넣어주는 루프를 설계하라." 며칠 전 Claude Code를 만든 Anthropic의 Boris Cherny도 무대에서 같은 말을 했다. 자신은 더 이상 Claude에게 직접 프롬프트를 쓰지 않으며, 돌아가는 루프들이 대신 프롬프트를 넣고 무엇을 할지 결정한다고, 자기 일은 루프를 쓰는 것이라고.
기술의 진화 단계로 보면 순서가 이렇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 하네스 엔지니어링 → 루프 엔지니어링. 관심의 초점이 '내가 타이핑하는 문장'에서 '모델이 보는 정보', '모델이 실행되는 환경'을 거쳐 '모델을 굴리는 순환'으로 계속 바깥으로 이동해 왔다.
목표(Goal) — 검사 가능한 종료 조건. "버그를 고쳐라"가 아니라 "test/auth의 47개 테스트가 모두 통과한다". 종료 조건을 검사식으로 쓸 수 없으면 그 작업은 루프로 만들면 안 된다.
시도(Attempt) — 에이전트가 코드를 읽고 고치고 명령을 실행한다.
피드백(Feedback) — 테스트 실패, 타입 오류, 린트 결과 같은 환경의 반응. 루프가 굴러가는 연료다.
검증(Verify) — 결과물을 만든 에이전트가 채점해서는 안 된다. 별도 컨텍스트, 가능하면 별도 모델 인스턴스가 채점한다.
기억(Memory) — 무엇을 시도했고 무엇이 통과했는지를 대화 밖의 파일이나 보드에 남긴다. 모델은 실행 사이에 모든 것을 잊지만, 저장소는 잊지 않는다.
제품에도 이미 들어와 있다. Codex 앱에는 Automations 탭이 있어 저장소·프롬프트·주기·샌드박스를 지정해 자동 실행을 걸 수 있고, 결과는 Triage로 모인다. Claude Code에서는 /loop로 주기 실행을, /goal로 조건 충족 시까지 반복 실행을 걸 수 있는데, /goal은 매 턴 뒤 별도의 작은 모델이 완료 여부를 판정한다. 코드를 쓴 에이전트가 자기 답안을 채점하지 못하게 만든 구조다. 여기에 스케줄, 훅, GitHub Actions를 얹으면 노트북을 닫아도 루프가 돈다.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분명하다. 커뮤니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우려는 아키텍처가 아니라 비용이다. 밤새 조용히 수백 달러를 태운 루프의 영수증이 공유되고 있고, Uber는 Claude Code와 Cursor에서 1인당 도구별 월 1,500달러 상한을 걸었다. 연간 AI 예산을 넉 달 만에 소진한 뒤였다. 또 하나의 함정은 검증자다. 루프에서 생성기는 거의 공짜로 반복되지만, 그 반복이 가치를 만드는지 판정하는 것은 검증자다. 검증이 허술한 루프는 요란하게 실패하지 않는다. 확신에 찬 쓰레기를 수백 번 성공적으로 생산한다.
Meta Superintelligence Labs(MSL)가 7월 9일 Muse Spark 1.1을 공개하면서, 동시에 Meta Model API의 퍼블릭 프리뷰를 열었다. 이게 이번 발표의 진짜 뉴스다. Meta는 Llama 시리즈로 오픈웨이트 진영의 대표 주자였다. Muse Spark 1.1은 가중치가 닫혀 있고, 호스팅되며, 토큰 단위로 과금된다. 로컬 배포도, 커뮤니티 파인튜닝도 없다.
가격은 공격적이다. 100만 토큰당 입력 $1.25 / 출력 $4.25. 신규 계정에는 20달러 크레딧이 주어진다. 마크 저커버그는 다른 연구소들의 가격이 "극단적이고 마진이 매우 높다"며, 프런티어급 지능을 훨씬 저렴하게 제공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요율은 OpenAI·Anthropic 최상위 모델의 대략 4분의 1 수준이다.
성능은 항목을 갈라 봐야 한다. 컨텍스트는 100만 토큰이고 텍스트·이미지·영상·문서를 입력으로 받는다. Meta 자체 평가에서 도구 사용(tool use)과 도구 보강 추론에서는 1위지만, 코딩과 멀티모달 이해에서는 3위다. SWE-Bench Pro, DeepSWE 1.1에서 Opus 4.8과 GPT-5.5에 뒤진다. 정리하면 코딩 정확도의 리더가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 모델이다. 100만 토큰 컨텍스트를 스스로 관리·압축하고, 메인 에이전트로서 계획을 세워 병렬 서브에이전트에 위임하거나, 반대로 서브에이전트로서 자기 몫만 수행하고 필요할 때 상위로 에스컬레이션한다.
Muse Spark 1.1의 전신은 4월에 나온 초대 Muse Spark(내부 코드명 Avocado)로, 당시에는 선별된 파트너에게만 열린 비공개 API였다. 1.1이 그 벽을 허물었다. 초기 API 파트너로는 Replit, Cline, Box가 이름을 올렸고, 퍼블릭 프리뷰는 미국 개발자에게 먼저 열렸다. OpenAI·Anthropic SDK와 호환되는 형식이라 기존 하네스에 그대로 끼워 넣을 수 있다.
이틀 앞선 7월 7일에는 이미지 모델 Muse Image(내부 코드명 Mango)가 나왔고, 영상 모델 Muse Video의 프리뷰가 함께 공개됐다. Meta AI 앱과 meta.ai, 미국 인스타그램 스토리, 일부 국가의 WhatsApp에서 쓸 수 있다. 그동안 Meta가 이미지·영상 생성에 빌려 쓰던 Midjourney와 Black Forest Labs 기술을 자체 모델로 대체하는 조치다.
기술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이미지 생성을 에이전트로 다뤘다는 점이다. 프롬프트를 픽셀에 바로 매핑하는 대신, 검색과 코딩 도구를 호출해 사실 정확도를 높이고, 자기 결과물을 스스로 검토해 고친다. 세부가 조금 틀렸으면 국소 편집을, 크게 틀렸으면 처음부터 다시 생성한다. Meta는 이 자기 교정 행동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강화학습 과정에서 그렇게 하는 편이 보상이 높아 저절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추론 시간을 늘릴수록 인간 선호 Elo가 대략 로그선형으로 올라간다는 관측도 함께 내놨다.
Muse Video는 텍스트→영상 부문 인간 선호 Elo 3위로, 아직 개발 중이며 공개 일정은 미정이다. 네이티브 오디오 생성을 지원하지만, Meta 스스로 오디오-영상 동기화와 빠른 움직임의 물리적 사실성에 개선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Muse Image에는 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태그해 그 사람의 사진을 AI 생성 이미지의 참조로 끌어오는 기능이 있다. 기본값이 '허용'이고, 당사자에게 알림도 가지 않는다. 사용자가 설정에서 직접 꺼야 한다. 프라이버시 관점의 반발이 즉시 나왔다. Meta는 생성 이미지에 자르기·압축·리사이즈·스크린샷을 견디는 비가시 워터마크 'Content Seal'을 넣는다고 밝혔지만, 이는 출처 표시의 문제이지 동의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7월 8일 SpaceXAI(SpaceX의 AI 부문, 여전히 xAI로도 불린다)가 Grok 4.5를 냈다. NVIDIA GB300 GPU 수만 장으로 훈련했고, 코드 편집기 Cursor와 함께 훈련됐다. SpaceX가 6월 중순 Cursor를 인수한 결과다. 컨텍스트는 50만 토큰, 가격은 100만 토큰당 입력 $2 / 출력 $6이다.
벤치마크만 보면 1등이 아니다. SpaceXAI가 스스로 공개한 네 개의 코딩 벤치마크 차트에서 Fable 5(max)가 전 항목 1위다. Grok 4.5가 가장 근접한 것은 Terminal-Bench 2.1(83.3% vs 84.3%)이고, SWE Marathon 해결률에서는 29.0%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중립 하네스로 돌린 DeepSWE 1.1에서는 53%로 Opus 4.8(59%)에도 뒤진다. 어떤 하네스를 쓰느냐가 이야기를 통째로 바꾼다는 것이 이번 발표에서 가장 배울 만한 대목이다.
승부수는 다른 데 있다. 토큰 효율이다.
같은 과제를 4.2배 적은 토큰으로 끝낸다는 주장이다. 출력 단가가 이미 4배 이상 싼 데다 토큰 수까지 4분의 1이면, 완료 작업당 비용 차이는 곱셈으로 벌어진다. 서빙 속도는 초당 80토큰이다. 독립 평가에서도 방향은 일치한다. Artificial Analysis 지능 지수에서 Grok 4.5는 54점으로 168개 모델 중 4위(Fable 5 60, Opus 4.8 56, GPT-5.5 55에 이어)지만, 작업당 비용은 0.31달러다. 코딩 에이전트 지수에서는 Grok Build 환경에서 76점으로 Codex의 GPT-5.5와 동급인데, 작업당 비용은 $2.49 대 $5.07, Claude Code의 Fable 5는 $11.80이다.
일론 머스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Fable에 이은 2위라는 점과, "Opus급이지만 더 빠르고 토큰 효율이 높고 저렴하다"는 프레이밍을 강조했다. 한국 식당 간판 사진만 보고 어느 가게인지 추론해 내는 시각 인식 사례도 직접 소개했다. 업무 쪽 강점으로는 Harvey의 법률 에이전트 벤치마크 1위를 내세웠고, Word·PowerPoint·Excel 애드인이 함께 출시됐다. Grok Build, Cursor(전 요금제), SpaceXAI 콘솔에서 쓸 수 있으며, EU 출시는 7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Grok 4.5의 SWE-Bench Pro 발표 차트에는 MIT 라이선스 오픈웨이트 모델 GLM-5.2가 62.1%로 올라 있다. 갓 나온 프런티어 모델(64.7%)과 2.6%포인트 차이이고, GPT-5.5(58.6%)보다는 앞선다. 1년 전만 해도 이 격차는 두 자릿수였다. 프런티어 API가 정말 필요한 작업이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이, 실무에서 점점 더 진지해지고 있다.
7월 10일 애플이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OpenAI를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2024년 ChatGPT를 애플 인텔리전스에 통합하며 파트너십을 맺었던 두 회사다.
소장의 핵심 주장은 채용 과정이 정보 수집 창구로 쓰였다는 것이다. 피고로 지목된 Tang Tan은 애플에서 24년간 일하며 아이폰·애플워치 제품디자인 부사장을 지낸 뒤 현재 OpenAI 최고하드웨어책임자다. 애플은 그가 애플의 비공개 프로젝트 코드명을 면접에서 활용했고, 재직 중인 애플 직원 지원자들에게 "실물 부품"을 면접에 가져와 보여주게 했다고 주장했다. 배터리·로직보드 같은 것들이다. 지원자 중 한 명은 "그런 걸 사무실에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줄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장은 적었다. 퇴사 보안 절차를 우회하는 방법을 코치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또 다른 피고 Chang Liu는 애플에서 8년간 선임 시스템 전기 엔지니어로 일했다. 애플은 그가 2026년 이직 후에도 회사 지급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애플 네트워크 저장소에 접근할 수 있는 결함을 발견해 미공개 기술·제품 관련 기밀 문서 수십 건을 내려받았다고 주장한다. 애플은 2월에 이 문제를 서면으로 제기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드웨어 자회사 io Products도 함께 피고로 올랐다. OpenAI는 "타사의 영업비밀에는 관심이 없다"는 짧은 성명으로 대응했다.
이 소송을 소재로 일론 머스크와 샘 알트먼의 공방이 다시 벌어졌다. 머스크는 애플의 휴대폰 기술을 훔쳤다고 몰아붙였고, 알트먼은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을 공모 시장 투자자들에게 팔아넘긴 쪽이 누구냐고 되받았다. 프런티어 모델을 만드는 회사의 수장들이 SNS에서 주고받는 문장의 수준이, 그들이 만드는 모델의 수준과 얼마나 무관한지를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모델 뉴스에 가려졌지만, 실무자에게 더 자주 쓰일 변화 두 가지가 같은 주에 나왔다.
Google AI Studio 커스텀 URL(7월 10일). AI Studio에서 만든 앱을 배포하면 그동안은 Cloud Run이 생성한 무작위 주소가 붙었다. 이제 게시 메뉴에서 내앱이름.ai.studio 형식의 주소를 직접 지정할 수 있다. 이름은 AI Studio 전체에서 고유해야 하며 선착순이다. 포트폴리오나 클라이언트 데모, 내부 공유용 링크의 인상이 달라진다.
Cloudflare Drop(7월 8일). 브라우저에 폴더나 zip을 끌어다 놓으면 즉시 배포된다. 계정이 없어도 된다. 정적 자산(HTML·CSS·JavaScript·이미지·폰트)만 지원하며, 배포는 60분간 유지된다. 그 안에 'Claim'을 눌러 로그인하거나 계정을 만들면 영구 배포로 전환되고, 이후 도메인 연결·접근 제어·관측성 설정이 열린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된다.
미청구 상태의 배포 URL은 공개다. 비밀 값이나 .env 파일이 섞인 폴더를 통째로 끌어다 놓으면 안 된다. 또한 이 낮은 마찰은 양날의 검이다. 계정 없이, 신뢰받는 브랜드의 도메인과 TLS를 달고, 1시간짜리 익명 사이트를 즉시 띄울 수 있다는 것은 피싱 운영자에게도 이상적인 조건이다. 안티피싱 업계에서 이미 지적이 나왔다.
Drop 항목에서 함께 짚어둘 것이 하나 있다. Cloudflare의 정적 호스팅은 원래 Pages와 Workers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제 Workers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중이다. Workers에서도 정적 자산을 무료로 제공하며, Drop으로 청구한 사이트 역시 Pages가 아니라 Workers 정적 자산 위에 올라간다.
Drop의 배포 후 설정 화면에는 'Markdown for Agents'라는 항목이 있다. 사이트 내용을 AI 크롤러와 어시스턴트가 읽기 좋은 마크다운으로 렌더링해 주는 기능이다. 도메인 연결·접근 제어와 나란히 놓여 있다는 사실이 시사적이다. "내 페이지를 AI 에이전트가 이해하는가"가 SEO의 부속물이 아니라 호스팅의 기본 설정 항목이 됐다.
앤트그룹(Ant Group) 산하의 체화 AI 기업 Robbyant가 7월 9일 LingBot-World 2.0(Infinity)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구글 Genie 계열이 보여준 인터랙티브 월드 모델을, 가중치와 추론 코드까지 열어 배포한 것이다.
수치가 인상적이다. 720p·60fps로 최대 한 시간 연속 생성이 가능하고, 그 사이 화질 열화가 없다고 회사는 밝혔다. 1.0이 수 분 단위의 안정적 생성에 머물렀던 것과 대비된다. 비결로 제시된 것은 인과적 사전학습(Causal Pretraining) 패러다임과 자체 개발한 MoBA(Mask of Bidirectional Attention) 메커니즘이다. 세계의 변화를 시간 순서대로 학습하게 만들어, 장시간 생성에서 흐려짐·기하 붕괴·장면 와해를 일으키는 오차 누적을 억제한다는 설명이다.
상호작용의 폭도 넓다. 키보드로 캐릭터를 움직이고 시점을 바꾸는 것을 넘어, 공격·활쏘기·주문 시전·점프·활공 같은 행동을 지원한다. 텍스트 명령으로 낮과 밤, 날씨, 새 캐릭터의 등장 같은 전역 이벤트를 발생시킬 수 있다. 내부에는 이중 에이전트가 돈다. 캐릭터의 행동을 계획·실행하는 Pilot Agent와, 장면이 전개됨에 따라 새 사건을 투입하는 Director Agent다. 여러 사용자가 하나의 지속되는 세계에 동시에 들어갈 수도 있다. 전체 시퀀스 생성이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생성·전송·표시가 동시에 일어나도록 파이프라인을 재설계해, 게임에 가까운 반응성을 확보했다.
알리바바 Wan 팀의 전이중 오디오-비주얼 상호작용 모델이 v0.2로 갱신됐다. 핵심 수치는 이렇다. 출력 해상도를 192×336에서 640×368로 올리면서도, 25fps에서 모델 측 신호-대-신호 지연 약 200ms를 그대로 유지했다. 일반적인 350ms 양방향 네트워크 지연을 더하면 전체 상호작용 지연은 약 550ms다. 화상통화에 근접한 반응성이다.
지연을 지키는 방법이 흥미롭다. 모델 구조를 바꾼 게 아니라 서빙 구조를 나눴다. 하나의 종단간 모델을 배포 시점에 thinker(단일 GPU)와 performer(다중 GPU, Ulysses식 컨텍스트 병렬)로 분리해, 늘어난 영상 생성 비용을 지연에 민감한 경로 밖으로 밀어냈다. 해상도가 올라간 덕에 근접 촬영 통화뿐 아니라 자세·시선·손·주변 사물이 식별되는 중경(mid-shot) 대화도 가능해졌다. 캐릭터는 고정 아바타에 묶이지 않고 자연어로 기술 가능한 대상이면 된다.
음성 합성(TTS) 오픈소스가 쏟아지면서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가 오히려 어려워졌다. 여러 TTS를 한자리에서 생성·비교하는 도구가 나온 배경이다. 실무에서는 블라인드 인간 선호 Elo를 쓰는 두 축이 자리를 잡았다. Artificial Analysis Speech Arena와 허깅페이스의 커뮤니티 운영 TTS Arena다. 다만 두 지표 모두 정확도가 아니라 '체감 품질'을 재고, 순위가 주 단위로 바뀐다. 결국 지연·품질·언어 커버리지·비용 중 무엇이 자기 프로젝트의 제약인지를 먼저 정하고, 자기 도메인 텍스트로 직접 테스트하는 수밖에 없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걷는 장면은 몇 년 전에 이미 봤다. 아직도 못 하는 것은 부엌에서 젖은 유리컵을 드는 일이다.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현재 팰로앨토에 있는 1X가 가정용 휴머노이드 NEO의 새 손을 공개했다.
| 항목 | 수치 |
|---|---|
| 자유도 | 총 25 DoF — 손가락·손바닥 22 + 손목 3, 전부 능동 구동 |
| 구동 방식 | 전완부 모터가 힘줄(tendon)을 당기는 준직접구동. 감속비 약 5:1~15:1 |
| 토크 | 엄지 3.5Nm, 손가락 관절 2.6Nm, 손목 17.75Nm, 지첨 굴곡력 최대 45N |
| 정밀도 | 위치 정확도 ±0.2mm |
| 촉각 | 수직력·접촉 위치·전단력(shear) 측정, 실시간 미끄러짐 감지 |
| 내구·환경 | IP68 방수, 식품 안전 소재, 손목 관절 하중 200만 사이클 이상 검증 |
| 생산 | 전량 사내 제조, 2026년 1만 개 생산 목표 |
숫자 자체는 다른 로봇 손도 비슷한 것을 내세운다. 진짜 차이는 감속비다. 일반적인 로봇 관절은 100:1~200:1의 높은 감속비를 쓴다. 힘은 세지만, 바깥에서 가해진 힘이 모터까지 되짚어 전달되지 않는다. NEO의 손은 5:1~15:1이다. 손가락을 밀면 밀리고, 얼마나 세게 밀렸는지를 스스로 보고한다. 1X는 이것을 '힘 투명성(force transparency)'이라 부른다. 모든 관절이 곧 모터이자 센서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처음 보는 물건을 다룰 때 하는 일을 생각해 보라. 만지고, 누르고, 돌리고, 흔든다. 손가락으로 질문을 던지고, 같은 손가락으로 답을 읽는다. 딱딱한 집게로는 이 질문을 던질 수 없다. 25개 관절 전부가 힘을 내보내고 동시에 힘을 되받는다는 것은, 로봇이 처음 보는 물건에 대해 물어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회사가 이 손을 "물리 세계에 대한 API"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연 목록은 구체적이다. 레고 조립, 바닥의 나사와 동전 집기, 전구 갈아 끼우기, 드라이버 사용, 손 안에서 물체 회전시키기, 재킷 지퍼 올리기, 포도알 색깔별로 분류하기, 주전자로 차 따르기, 말랑한 공 받기, USB-C 커넥터 꽂기, 와인잔 잡기, 종이타월과 스프레이로 표면 닦기, 수어 구사. IP68 방수라서 로봇이 자기 손을 씻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요리를 시킨 뒤 뒷정리까지 맡길 수 있느냐는 실용적 질문에 대한 답이다.
회사가 밝힌 목표는 노골적이다. 하드웨어가 만드는 성능 상한을 없애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를 데이터가 결정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하드웨어가 AI보다 앞서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유보 사항도 있다. 시연 영상 중 일부(미국 수어 등)는 완전 자율이 아니라 사람이 원격 조종하는 'Expert Mode'로 촬영됐다고 회사가 인정했다. 가정에 들어가는 로봇에 원격 조종 경로가 열려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프라이버시·보안 질문을 만든다.
7월 9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일의 미래: AI와 공존하는 새로운 노동시장' 정책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이형일 재경부 제1차관은 AI가 반복 업무 자동화를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업무를 조율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세직 KDI 원장은 AI를 노동시장·산업구조·성장 기반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으로 규정하며,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적자본과 유연한 제도, 정책 지원체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우려가 집중된 집단은 청년과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다. 신입 일자리가 경력 사다리의 첫 칸 역할을 해 왔는데, 자동화의 1차 타격이 바로 그 칸에 떨어진다.
이 우려에는 실증적 근거가 있다. KDI의 연구보고서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은 국내 기업의 AI 도입 효과를 분석해, 남녀 모두 청년층에서 고용 하락과 임금 감소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특히 남성 30~44세, 여성 15~29세, 전문대졸 이상 학력층에서 부정적 효과가 관측된 반면, 중장년층이나 고졸 이하에서는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긍정적이었다. 기존 기술(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이 저숙련 반복 노동을 대체해 온 것과 정반대의 패턴이다. AI가 비반복적·인지적 업무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자동화 가능성의 전망치는 더 강렬하다. 같은 보고서는 기술 수준을 감안할 때 2030년이면 일자리의 98.9%에서 업무의 70% 이상을, 89.8%의 일자리에서 업무의 90% 이상을 AI로 대체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4년 뒤다. 직무 자동화율이 그나마 낮은 것은 의회의원·고위공무원(64%), 항공기 조종사(78%), 작가(80%) 정도다.
이 수치는 '대체 가능성'이지 '대체 예정'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것과 기업이 실제로 자동화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은 각각 다른 명제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2026년 2월 기준 4.28%로 안정적이었고, 가장 먼저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구인 공고는 전년 대비 11% 늘었다. 직장 내 생성형 AI 사용률도 2025년 초 11%에서 2026년 2월 14.7%로 완만하게 올랐을 뿐이다. 기술적 가능성과 경제적 현실 사이에는 도입 비용, 연산 자원의 물리적 제약, 제도적 관성이라는 두꺼운 층이 있다.
포럼에서 나온 주장 중 가장 실천적인 것은 질문의 방향을 바꾸자는 제안이었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가 아니라, AI를 사람을 줄이는 자동화 도구로 쓸 것인가 사람의 역량과 새로운 수요를 키우는 증강 도구로 쓸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을 기업 자율에만 맡길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같은 기술이 두 방향 모두로 쓰일 수 있고,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가 결정한다는 인식이다.
세 가지가 남는다.
첫째, 경쟁의 축이 점수에서 단가로 옮겨갔다. Fable 5는 여전히 여러 벤치마크에서 1위지만, 같은 작업을 3분의 1에서 5분의 1의 비용으로 끝내는 모델들이 그 옆에 나란히 섰다. 벤치마크 1점 차이는 청구서 앞에서 급격히 무의미해진다. 여기에 오픈웨이트 모델이 프런티어와 3%포인트 이내로 붙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겹친다. "어떤 프런티어 API를 쓸 것인가"라는 질문이 "이 작업에 프런티어 API가 필요하기는 한가"로 바뀌는 중이다.
둘째, 코딩 에이전트가 사무 업무 에이전트로 형태를 바꿨다. ChatGPT Work는 Codex 위에 올라섰고, Muse Spark 1.1은 코딩 정확도 대신 오케스트레이션을 내세웠으며, Grok 4.5는 Word·Excel·PowerPoint 애드인과 함께 나왔다. 개발자를 위해 만든 도구가 개발자가 아닌 사람의 손에 들어가고 있다. 동시에 개발자 쪽에서는 프롬프트를 쓰는 일 자체가 루프를 설계하는 일로 대체되고 있다. 양쪽 모두에서 사람의 위치가 '조작하는 자'에서 '설계하고 검증하는 자'로 밀려나고 있다.
셋째, 검증이 병목이다. METR이 측정한 사상 최고의 벤치마크 게이밍 비율, 하네스를 바꾸면 순위가 뒤집히는 코딩 평가, 자기 결과를 스스로 채점하면 항상 A를 주는 모델, 그럴듯해 보이고 테스트도 통과하지만 조용히 틀린 코드 한 줄. 생성이 거의 공짜가 된 세계에서 희소해진 것은 무엇이 옳은지 판정하는 능력이다. 그것만은 아직 위임할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