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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펜스가 59개 목장을 통과한 방법 — 즉시 지급·유한 기간·완전 철거가 만든 동의와, 그것이 통하지 않은 해안 구간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사업은 대개 설명회를 연다. 자료를 배포하고, 오해를 풀고, 이해를 구한다. 이 방식은 반대가 정보 부족에서 나온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런데 1976년 캘리포니아 북부의 목장 지대에서 벌어진 한 사례는 그 전제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1976년 9월, 14일 동안 서 있었던 39킬로미터의 천

1976년 9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와 마린 카운티의 목초지 위에 흰 나일론 천으로 된 울타리가 완성되었다. 높이 약 5.5미터(18피트), 길이 39.4킬로미터(24.5마일). 샌프란시스코 북쪽 101번 고속도로 근처에서 시작해 구릉을 따라 서쪽으로 뻗다가 보데가만의 태평양으로 들어갔다. 이름은 러닝 펜스(Running Fence, 달리는 울타리)였고, 만든 사람은 불가리아 태생의 크리스토 야바체프와 모로코 태생의 잔클로드 드나 드 기유봉 부부였다. 두 사람은 건물과 다리와 지형을 천으로 감싸는 대규모 임시 설치 작업으로 알려져 있었다.

울타리는 14일 동안 서 있었다. 그 뒤 철거되었고, 콘크리트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땅에는 흔적이 남지 않았다. 철거하고 나온 강관 기둥과 강선과 천은 전량 목장주들에게 넘어갔다. 작품이 지나간 사유지는 59개 목장이었다.

이 작업은 예술가의 집념이 관료제를 이긴 무용담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42개월의 준비, 수십 차례의 청문, 소송, 그리고 마침내 세워진 천의 장관. 그러나 남아 있는 기록을 순서대로 놓고 보면 다른 것이 드러난다. 러닝 펜스는 동의를 조달하는 데 무엇이 드는지를 항목별로 보여 준 회계 장부에 가깝다.

그 장부가 말하는 바는 이렇다. 러닝 펜스가 59개 목장과 2개 카운티를 통과한 것은 보상이 곧바로 손에 들어오고 기간이 유한하며 원상복구가 약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건을 걸 상대가 없었던 마지막 해안 구간에서 두 사람은 협상을 접고 법을 어겼다.

42개월과 열일곱 번의 청문, 그리고 미술품으로는 최초였던 환경영향보고서

절차의 규모부터 보아야 한다. 크리스토와 잔클로드 재단이 공식 설명에 적어 온 수치는 준비 기간 42개월, 공개 청문 18회,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Superior Court, 미국의 주 단위 1심 법원) 심리 3회, 그리고 450쪽 분량의 환경영향보고서다. 다만 이 숫자는 기록마다 조금씩 어긋난다. 프로젝트에 부(副)책임자로 참여했던 미술가 린 허시먼 리슨은 2025년 회고록에서 청문을 17회로 적었고, 지역 언론이 정리한 판본에는 보고서 분량이 465쪽으로 나온다. 어느 쪽을 택하든 규모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환경영향보고서(Environmental Impact Report)는 캘리포니아주가 개발 행위의 환경 영향을 미리 조사해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법정 문서다. 도로나 주택단지를 지을 때 작성하는 것이지 2주짜리 천 울타리를 세울 때 작성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술 작품을 위해 이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은 러닝 펜스가 처음이었다.

여기서 첫 번째 통념이 무너진다. 절차의 험난함은 두 사람이 고른 조건이었다. 미술사학자이자 변호사인 조안 키는 2019년 저서 『모델스 오브 인테그리티: 포스트식스티스 아메리카의 미술과 법』(캘리포니아대학교출판부)의 제2장에서 러닝 펜스를 다루면서, 두 사람이 규제 절차가 훨씬 간단했을 다른 후보지들을 마다하고 소유주가 많고 규제가 촘촘한 캘리포니아 북부를 택했다는 점, 그리고 법적으로 요구되기 전에 자비로 환경영향보고서를 발주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변호사 스콧 호디스가 짜 준 법인 구조로 작가와 투자자의 배상 책임을 차단해 둔 것도 준비의 일부였다. 키는 러닝 펜스에서 법 자체가 매체였다고 결론짓는다.

비용은 300만 달러 안팎으로 알려져 있고, 전액 두 사람이 부담했다. 재원은 습작과 준비 드로잉, 콜라주, 축소 모형, 석판화를 판 돈이었다. 공적 자금이 들어가지 않았으므로 공공미술 심의를 받을 일도 없었다. 러닝 펜스가 통과해야 했던 유일한 공적 관문은 카운티의 토지이용 인허가였다.

목장주가 승낙한 이유는 철거 폐기물이 아니라 자재였다

허시먼 리슨의 회고에 따르면 협상은 새벽 3시 30분에 시작되었다. 젖소를 짜기 전에 목장주를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뉴욕 아방가르드의 억양과 차림새는 보수적인 목축 지대에서 잘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4년이 채 되기 전에 59명의 지주가 승낙했다.

승낙을 만든 것은 두 겹의 보상이었다. 하나는 토지 이용료였다. 변호사들이 목장 규모에 따라 임대료를 개별 협상했다. 다른 하나가 결정적이었다. 철거 후 모든 자재를 목장주에게 넘긴다는 조건이다. 넘어간 물량은 강관 기둥 2,050개, 강선 약 145킬로미터(90마일), 지중 앵커 14,000개, 그리고 약 240,000제곱야드(약 20만 제곱미터)의 두꺼운 직조 나일론 천이었다.

크리스토는 2010년 스미스소니언 미국미술관과 한 대담에서 이 조건을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값비싼 재료를 2주만 쓰고 말면 그 뒤에도 쓸모가 남는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목장주들은 기둥을 자기 울타리를 세우는 데 썼고, 가축이 넘지 못하도록 땅에 가로로 박아 두는 통행 차단 시설을 만드는 데도 썼다. 천은 헛간에 걸었고 강선도 그대로 썼다. 40년이 지난 뒤에도 어느 목장의 헛간에서 칸막이로 쓰이던 천 조각이 발견되어 다른 작가의 재료가 되었다.

동의를 만든 네 가지 조건

목장주들이 미학에 무관심했다는 뜻은 아니다. 완성된 뒤 다수가 작품을 좋아했다는 증언은 많이 남아 있고, 청문회에서 프로젝트를 옹호한 것도 그들이었다. 다만 순서가 중요하다. 승낙이 먼저였고 감상은 나중이었다. 그리고 승낙을 만든 것은 위의 네 항목이지 작품 설명이 아니었다.

이 작품은 지역을 묶지 않았다 — 토지이용 정치의 대리전

크리스토는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쟁 자체가 작품이며 반대자를 포함해 모두가 작품의 일부라고 말하곤 했다. 그 말이 성립하려면 지역이 하나의 공중이어야 한다. 당시 소노마 카운티는 두 진영으로 갈라져 있었고, 러닝 펜스는 그중 한쪽의 통로로 쓰였다.

배경은 성장 억제 논쟁이다. 전후 교외 주택 붐으로 페탈루마시의 인구가 급증하자 시의회는 신규 주택 건설을 연 500호로 제한했다. 개발업자들이 소송을 걸었고, 1976년 2월 연방대법원이 하급심의 상한 인정 판결에 대한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페탈루마는 전국 성장관리 진영의 상징이 되었다. 개발 자본은 곧 규제가 느슨한 농촌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표적인 것이 페탈루마 북쪽 1,000에이커 낙농장 왓슨 랜치에 994세대 주택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국면에서 러닝 펜스를 실무적으로 밀어 준 세력은 개발업자와 반(反)증세 활동가, 그리고 목장주의 느슨한 연합이었다. 농지에 대한 이용 규제를 풀고 싶다는 이해가 공통분모였다. 소노마 카운티 납세자협회 회장이자 개발업자였던 짐 그룸은 두 예술가가 돈을 들고 정중하게 찾아왔다는 점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밝혔다. 반대편에는 수의사 출신 카운티 감독관 빌 코텀이 있었다. 코텀은 러닝 펜스 최종 승인 표결에서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그가 든 이유는 선례였다. 보호 농지에 이런 예외를 한 번 열어 주면 광고판과 공연장과 오토바이 경주장이 뒤따른다고 보았다.

1976년 4월 착공했고, 한 달 뒤 코텀과 동료 감독관 척 힝클은 주민 소환 투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왓슨 랜치 개발업자들은 즉시 계획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결과는 뒤집혔다. 울타리가 철거되고 두 달 뒤 유권자들은 성장관리 진영에 다수를 안겼고, 새 감독위원회는 도시 성장을 집중시키고 농촌 개발을 제한하며 농지를 보전하는 종합계획을 채택했다. 왓슨 랜치 주택단지는 무산되었고 토지신탁이 개발권을 사들여 영구 녹지대가 되었다. 새로 당선된 감독관 브라이언 칸은 울타리를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방문객이 몰려와 그 땅을 새삼 바라본 경험이 여론을 움직였다고 보았다.

정리하면 두 가지가 동시에 참이다. 러닝 펜스는 성립하기 위해 개발 진영의 정치적 통로를 이용했고, 성립한 뒤에는 보전 진영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었다. 작품이 지역을 화해시켰다는 서술도, 작품이 개발 자본에 이용당했다는 서술도 각각 절반씩만 맞다. 확실한 것은 동의가 이해관계의 배치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살 상대가 없던 마지막 구간 — 위법과, 위험을 대신 진 사람들

울타리의 마지막 구간은 바다로 들어가게 설계되어 있었다. 이 구간은 캘리포니아 해안위원회(California Coastal Commission)의 관할이었다. 1972년 주민발의 20호로 설치된 이 기구는 해안선 일대의 개발을 별도로 심사했다. 지역 단위 위원회가 한 차례 허가를 냈지만 반대 단체의 항고로 주 위원회 단계에서 뒤집혔고, 이후 두 사람은 끝내 바다로 들어갈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구간에는 임대료를 지급할 지주가 없었다. 철거 자재를 넘겨줄 상대도 없었다. 앞 절의 네 조건 가운데 즉시성과 귀속을 걸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4년 동안 59개 목장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한 방식이 여기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두 사람의 선택은 강행이었다. 허시먼 리슨의 기록에 따르면 주 법무장관실은 허가 없이 강행하면 인부를 체포하고 도급업자의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크리스토는 그럼에도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1976년 9월 8일 공개 첫날 작업자들에게 마지막 구간을 바다로 밀어 넣게 했다. 항고심 기일은 전시가 철거되기로 예정된 다음 날인 9월 23일로 잡혀 있었다. 시간표를 계산한 위반이었다.

결과는 카운티에 소액의 벌금을 낸 것이 전부였다. 체포된 사람도, 면허를 잃은 사람도 없었다. 크리스토는 이듬해 3월 캘빈 톰킨스와 한 『뉴요커』 인터뷰에서 위법이 미국이라는 체제를 반영하는 요소이며 그 부분이 없으면 프로젝트가 덜 충실해진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발언이 성립할 수 있었던 조건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위법의 비용은 균등하게 분포하지 않았다. 예술가가 감수한 것은 벌금과 평판이었고, 위태로웠던 것은 인부의 신원과 도급업자의 영업 면허였다. 허시먼 리슨은 인부와 도급업자에게 위험을 알리고 참여 여부를 스스로 정하게 하자고 제안했다가 이후의 만찬과 행사에서 배제되었다고 적었다. 위험을 아는 사람과 위험을 지는 사람이 갈라져 있었다는 사실은, 위법을 작품의 일부로 편입한 그 진술과 나란히 놓일 때 다른 무게를 갖는다.

동시에 이 대목은 앞 절의 논지를 뒤집어 확인해 준다. 보상을 설계할 수 있는 곳에서 두 사람은 4년을 들여 협상했다. 보상을 설계할 수 없는 곳에서는 협상하지 않았다. 동의는 설득의 산물이 아니라 거래 구조의 산물이었고, 구조를 만들 수 없으면 그냥 건너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되었다.

같은 계산이 반복되는 자리 — 농지 위에 들어서는 데이터센터

이 회계는 미술사의 일화로만 남지 않는다. 오늘날 농촌 토지를 두고 벌어지는 가장 큰 규모의 입지 협상은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냉각·전력 설비를 모아 놓은 대형 건물로, 값싼 땅과 대용량 전력과 광케이블이 있는 곳을 찾아간다. 미국에서 그 조건이 가장 잘 맞은 곳이 워싱턴 D.C. 서쪽의 북버지니아, 특히 라우던 카운티였다.

버지니아주 의회의 감사·평가 기구인 JLARC(Joint Legislative Audit and Review Commission)는 2024년 12월 9일 『버지니아의 데이터센터』라는 77쪽 보고서를 냈다. 300건이 넘는 이해관계자 면담과 전력 수요 모형을 바탕으로 한 조사였다. 여기서 확인된 수치가 앞의 네 조건을 그대로 시험한다.

즉시성과 귀속은 충족된다. 2024년 라우던 카운티에서 데이터센터가 낸 재산세는 7억 3,300만 달러였고, 이는 카운티 재산세 수입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만한 돈이 매년 카운티 예산으로 들어온다면 주민이 정보 부족 때문에 동의한다는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 조건이 갖춰졌으므로 동의했다.

문제는 나머지 두 조건이다. 데이터센터에는 14일이라는 기간이 없고 철거 후 자재를 넘긴다는 약속도 없다. 그리고 러닝 펜스에는 없던 항목이 하나 더 붙는다. 비용의 상당 부분이 동의를 한 관할 밖으로 흘러나간다는 점이다. JLARC는 데이터센터를 향후 10년간 주 전체 전력 수요가 2배로 늘어난다는 전망의 주된 동인으로 지목하면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가 다른 고객의 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적었다. 경제적 편익이 건설 단계에 몰려 있다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주 차원의 판매·사용세 면제는 2015~2024 회계연도에 27억 달러로, 같은 기간 버지니아주 전체 기업 유치 인센티브 지출의 53퍼센트를 차지했다. 2024 회계연도만 보면 10억 달러를 넘어 그해 인센티브 지출의 79퍼센트였다.

요금을 더 내는 가구와 재산세를 받는 카운티는 같은 집단이 아니다. 동의를 준 주체와 비용을 지는 주체가 어긋나 있다. 러닝 펜스의 해안 구간이 보여 준 문제, 즉 대가를 지급할 상대가 관할 안에 없는 상황이 훨씬 큰 규모로 반복되는 셈이다.

실제로 라우던의 동의는 최근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DC Byte 집계로 라우던이 북버지니아 지역 계획·가동 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6퍼센트로 내려갔고, 카운티는 전력 제약과 조례 개정, 주민 반발을 이유로 개발을 제한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재산세 수입이 줄어서가 아니라, 소음과 경관과 전력망처럼 돈으로 정산되지 않는 비용이 눈에 보이기 시작해서다.

이 흐름이 이어질지는 두 가지로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편익을 지역에 묶어 두는 장치가 늘어나는지다. 부지별 개발 협약에 소음 기준이나 수자원 사용 상한, 폐로 후 원상복구 예치금을 넣는 사례가 확산되면 동의는 유지될 것이다. 둘째, 요금 배분이 분리되는지다. 데이터센터를 별도 요금군으로 떼어 내 비용을 자기 부담으로 돌리는 규제가 자리 잡으면 관할 불일치가 줄어든다. 반대로 이 두 장치가 만들어지지 않은 채 신규 부지만 늘어난다면, 라우던식 철회가 다른 카운티로 번지는 쪽이 자연스럽다. 다만 전력 요금이 데이터센터 때문이 아니라 발전 설비 교체나 연료비 같은 다른 요인으로 오른 것으로 확인되면 이 예측의 근거는 무너진다.

결론 — 동의는 설득이 아니라 조건에서 나왔고, 러닝 펜스의 조건은 복제되지 않는다

러닝 펜스는 예술이 지역 사회를 설득한 사례로 기억되지만 기록은 다른 순서를 보여 준다. 59개 목장의 승낙을 만든 것은 대가가 사업 종료 시점에 지급되었다는 점, 그 대가가 지주 개인의 손에 들어가는 물건이었다는 점, 기간이 14일로 확정되어 있었다는 점, 그리고 원상복구가 계약이자 실제 이행이었다는 점이다. 감상은 그다음에 왔다. 두 사람이 42개월과 3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것은 천의 장관이기 이전에 이 네 조건을 갖춘 거래였다.

같은 기록이 반대편도 보여 준다. 대가를 지급할 상대가 없던 해안 구간에서 두 사람은 4년간 써 온 방식을 쓰지 않았다. 협상 대신 위반을 택했고, 그 비용은 카운티 벌금이었으며, 위험은 인부와 도급업자 쪽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카운티 정치의 층위에서 이 프로젝트는 화해의 매개가 아니라 개발과 보전이 맞붙은 토지이용 분쟁의 통로였다. 통로로 쓰인 결과가 의도와 반대 방향으로 나왔다는 것은 이 사례의 흥미로운 대목이지 반증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입지 갈등을 정보 격차로 설명하는 시각은 지지받기 어렵다. 라우던 카운티는 재산세 수입의 3분의 1을 받으면서 동의했고, 돈으로 정산되지 않는 비용이 드러나자 제한으로 돌아섰다. 판단의 재료가 바뀐 것이지 지식의 양이 바뀐 것이 아니다. 러닝 펜스가 갖췄던 네 조건 가운데 오늘의 대형 시설이 갖출 수 있는 것은 앞의 두 개뿐이고, 기간의 유한성과 완전한 복구는 구조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남는 물음은 그 두 조건을 어디까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느냐다. 폐로 예치금, 사용 상한, 기한부 인허가는 유한성과 복구를 계약으로 흉내 내려는 장치들이다. 이것들이 실제로 이행되는지는 수십 년 뒤에야 확인된다. 크리스토와 잔클로드가 유리했던 지점은 그 확인이 14일 만에 끝났다는 것이다. 지금 협상 탁자에 놓인 시설들은 그 검증 기간을 세대 단위로 늘려 놓았고, 동의를 준 사람과 결과를 확인할 사람이 같지 않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본문에서 확인한 자료: 조안 키, 『Models of Integrity: Art and Law in Post-Sixties America』(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19) 제2장 및 메릴 베일리의 서평(『Panorama』 5권 2호, 2019); 린 허시먼 리슨, 『Private I: A Memoir』(ZE Books, 2025) 중 러닝 펜스 회고; 스미스소니언 미국미술관 대담 「Christo and Jeanne-Claude: On the Making of the Running Fence」(2010); 크리스토·잔클로드 재단의 러닝 펜스 공식 작품 설명; 존 패트릭 시히, 「Christo's Trojan Horse」(『Petaluma Argus-Courier』 2026년 5월 22일); 게이 러바론 칼럼(『Petaluma Argus-Courier』 2020년 6월); 『Sonoma Magazine』의 40주년 회고(2016); JLARC, 『Data Centers in Virginia』(2024년 12월 9일) 및 JLARC 경제개발 인센티브 연차보고서(2025); DatacenterDynamics의 라우던 카운티 시장 점유율 보도(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