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송배전망을 빌려 쓴 대가로 매달 내는 요금이고, 하나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전기를 사 오는 값과 같아졌는지를 보는 판정이다. 한국은 최근 몇 해 동안 앞의 것을 여러 번 손봤고, 그때마다 뒤의 것이 움직였다.
2026년 9월 6일
재생에너지 기사에 grid로 시작하는 두 낱말이 나온다. grid tariff와 grid parity다. 성격이 전혀 다른데도 자주 섞여 쓰인다. 한국어 표기 관행이 그 혼동을 키운다. grid tariff는 실무에서 ‘망 이용요금’이나 ‘계통이용요금’으로 옮겨 쓰고, 한국전력 규정에도 ‘송전이용요금’, ‘배전이용요금’으로 적혀 있다. 음차한 ‘그리드 타리프’를 쓰는 문헌이 거의 없다. 반면 grid parity는 ‘그리드 패리티’로 그대로 음차한다. 그래서 grid로 시작하는 형태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패리티 하나뿐이고, 계통 요금 얘기를 꺼내려는 순간 그 낱말이 먼저 나온다.
둘을 갈라놓는 것으로 끝내면 정리가 절반에 그친다. 두 개념은 한 계산 안에서 만난다. 요금이 판정의 재료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4년부터 그 요금을 여러 차례 손봤고, 그 결과 판정선이 이쪽저쪽으로 움직였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소비자에게 보내려면 송전선과 배전선을 써야 한다. 그 선을 빌려 쓴 대가가 망 이용요금이다.
제도로 정해진 실제 금액이다. 규정을 고치면 그날부터 청구서의 숫자가 달라진다. 타리프에 붙는 동사는 매긴다, 낸다, 올린다, 내린다이다.
한국의 망 요금 제도에서 재생에너지와 직접 맞물린 변화가 최근 두 가지 있었다.
첫째는 소규모 접속보장제도의 종료다. 2016년부터 한국전력은 1MW 이하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계통 접속을 보장해 왔고, 원래 발전사업자가 내야 할 공용배전설비 보강 비용까지 대신 부담해 왔다. 이 제도로 총 20.1GW가 연계를 신청했고 그중 17.3GW가 접속을 마쳤다.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 정책혁신 전담반은 2023년 12월 19일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계통 여건과 무관하게 소규모 설비가 산발적으로 들어서면서 전력계통에 부담을 주고 비효율적인 계통 투자를 낳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한국전력은 이 결정에 따라 『송·배전용전기설비 이용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2024년 1월 26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2월 1일부터 시행했다. 공용배전설비의 연계가능용량이 모자라 공용배전선로를 새로 놓거나 바꾸거나 늘려야 할 때, 계약전력과 관계없이 그 비용을 고객이 이용하는 만큼 부담하도록 바꿨다. 사업을 준비 중이던 사업자를 위해 2024년 10월 31일까지 접수분에는 종전 규정을 적용하는 유예를 두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 부담 주체를 정상화하고 계통 투자와 입지 선택을 효율화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변화는 태양광 사업자의 계산서에 직접 들어온다. 전에는 배전선 보강비를 한국전력이 냈고 지금은 사업자가 낸다. 같은 발전소를 같은 자리에 지어도 발전 원가가 올라간다.
둘째는 지역별 전기요금제다. 국회는 2023년 6월 13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했고, 이 법은 2024년 6월 14일부터 시행됐다. 전력계통영향평가, 분산에너지특화지역, 통합발전소 제도와 함께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시행 근거 조항이 담겼다. 전기판매사업자가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지역별로 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게 했다.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에 기댄 중앙집중형 구조를 바꾸려는 취지였다.
실제 시행은 아직 남아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3월 13일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송전비용과 균형성장을 고려해 지역 기업의 부담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지역별 전기요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요금 산정 기준과 적용 원칙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국회에서는 산정 근거를 법에 더 구체적으로 적으려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리드 패리티는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값이 전기를 사 오는 값과 같아졌는지를 보는 판정이다. 청구서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라 두 숫자를 견준 결과다. 도달했다, 도달하지 못했다는 말이 붙는다. “타리프를 달성했나”가 어색한 조합인 까닭이 여기 있고, 그 자리에는 “타리프가 얼마인가”가 들어간다.
문제는 다른 쪽 항이다. ‘사 오는 값’이 하나가 아니다.
학계는 둘을 이름으로 갈라 부른다. 로 왕과 산드라 하사네펜디치, 바르트 보싱크가 2025년 『Renewable and Sustainable Energy Reviews』 216권에 실은 태양광 그리드 패리티 평가 방법 문헌 검토는, 소매 전기요금과 견주는 쪽을 수요측 그리드 패리티로, 도매 전력가격과 견주는 쪽을 공급측 그리드 패리티로 구분한다. 이 검토는 소매가격에 에너지 비용과 함께 송배전 요금, 손실, 사업자 이윤, 정부 부과금이 들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수요측에는 따로 붙은 이름도 있다. 셸리 해거먼과 파울리나 하라미요, 그레인저 모건은 2016년 『Energy Policy』 89권에 실은 논문에서 소켓 패리티라는 용어를 썼다. 소비자 관점에서 태양광 설비의 균등화발전비용이 배전사업자가 제공하는 소매요금과 같아지는 조건을 가리킨다. 미국 1,000곳 넘는 지점의 일사량 자료와 지역별 설치비, 카운티 단위 요금을 결합해 계산한 결과, 보조금 없이 소켓 패리티에 이른 곳은 하와이뿐이었고 보조금을 넣으면 여섯 개 주가 도달했다. 콘센트에서 뽑아 쓰는 전기값과 견준다는 뜻에서 소켓이라는 말을 붙였다.
두 갈래를 구분하지 않으면 같은 문장이 서로 다른 뜻이 된다. “원자력, 화력발전기와 재생에너지의 전기값이 같아졌다”는 발전원끼리의 비교이므로 공급측이다. “지붕에 태양광을 달면 전기요금보다 싸다”는 소비자 요금과의 비교이므로 수요측이다. 한 나라에서 두 판정이 몇 년씩 어긋나는 일이 흔하다.
한국에서 세 값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보면 두 판정이 실제로 갈라진다.
만드는 값은 kWh당 140원 안팎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근대와 임덕오가 정리한 이슈페이퍼 24-22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태양광의 균등화발전비용은 123~144원/kWh로 추정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6년 7월 16일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를 통해 공고한 2026년도 제1차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의 상한가격은 육지 147.686원/kWh였다. 사업자가 20년간 이 정도는 받아야 사업이 굴러간다고 정부가 판단한 금액이다.
소매요금은 이보다 높다. 한국전력 『2024년 한국전력통계』에서 2024년 평균 판매단가는 162.92원/kWh였다. 산업용은 168.17원, 주택용은 156.91원이다.
도매가격은 이보다 낮다. 같은 경쟁입찰 공고에서 기준 도매가격은 86.35원/kWh로 잡혔다.
| 연도 | 도매가격 | 소매요금 |
|---|---|---|
| 2020 | 68.87 | 109.80 |
| 2021 | 94.34 | 108.11 |
| 2022 | 196.65 | 120.51 |
| 2023 | 167.11 | 152.80 |
| 2024 | 128.39 | 162.92 |
| 2025 | 112.72 | 미공표 |
세 값을 놓고 보면 판정이 갈라진다. 지붕에 얹어 자기가 쓰면 163원짜리 전기를 140원에 대체하므로 수요측 기준은 지났다. 발전소를 지어 시장에 팔면 140원 들여 만든 전기를 86원에 넘기므로 공급측 기준은 지나지 않았다. 차액인 61원가량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가 메운다. 재생에너지 구매 의무를 법으로 지운 뒤 그 의무를 사고팔게 만든 증서이므로, 의무가 사라지면 값도 사라지는 보조금 성격의 수입이다.
수요측 기준이 먼저 충족된 사정도 짚어 둘 만하다. 전기요금이 올라서 생긴 결과다. 평균 판매단가는 2021년 108.11원에서 2024년 162.92원이 됐다. 3년 사이 상승률이 50%를 넘는다. 한국전력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원가에 못 미치는 값에 전기를 팔아 쌓은 적자를 요금 인상으로 메운 결과다.
여기서 타리프가 패리티 안으로 들어온다. 수요측 판정의 비교 대상인 소매 전기요금은 발전 원가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망을 쓴 대가와 세금, 각종 부과금이 함께 얹혀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2017년 펴낸 유럽 에너지연합의 가정용 프로슈머 연구가 이 구조를 다룬다. 회원국의 요금 구조가 가정용 자가발전의 경제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정책 연구이며, 개별 설비의 수익성 계산은 다루지 않는다. 소매 전기요금에는 망 요금과 세금, 부과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자가발전 전기가 계통에서 사 오는 전기보다 싸다고 해서 그것이 곧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정리한다. 발전 원가 자체는 도매가격보다 높은 경우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한국 상황으로 옮기면 이렇다. 망 요금이 오르면 소매요금이 오르고, 소매요금이 오르면 수요측 판정의 문턱이 낮아진다. 태양광 값이 그대로여도 도달이 앞당겨진다. 반대로 접속비용과 망 요금을 발전사업자에게 물리면 그 사업자의 발전 원가가 올라가고, 공급측 판정의 도달은 뒤로 밀린다.
앞에서 본 한국의 두 제도 변경이 정확히 이 두 방향이다. 2024년 2월 소규모 접속보장제도 개편은 배전선 보강비를 사업자 쪽으로 옮겼으므로 공급측 도달을 늦춘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송전비용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하는 장치이므로, 송전 부담이 큰 지역에서는 소매요금을 올려 수요측 도달을 앞당긴다. 계통 비용의 총액은 그대로인데 계산서의 칸만 바뀐다.
요금 제도가 판정을 움직인 사례가 하나 더 있다. 태양광이 몰리는 시간에 계통이 감당하지 못하면 전력거래소가 발전을 강제로 줄인다. 출력제어라고 부른다. 그 시간대 전기를 싸게 팔아 수요를 끌어오면 출력제어가 줄어든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026년 3월 13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했고, 4월 16일부터 적용했다.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최고요금 구간이던 시간대가 중간요금으로 내려갔다. 대신 화석연료 발전이 늘어나는 저녁 6시부터 9시까지가 중간요금에서 최고요금으로 올라갔다. 최저요금은 kWh당 5.1원 올랐고, 최고요금은 여름과 겨울에 16.9원, 봄과 가을에 13.2원 내려 평균 15.4원 인하됐다.
출력제어가 가장 빈번한 봄(3~5월)과 가을(9~10월)의 주말과 공휴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요금을 50% 할인한다. 이 체계는 2030년 12월 31일까지 약 5년간 운영한다. 산업용(을) 적용 기업의 약 97%인 3만 8,000여 개사의 요금이 내려간다.
계통 운영으로 보면 합리적인 설계다. 수요측 패리티 계산으로 보면 방향이 반대다. 지붕형 태양광의 경제성은 태양광이 발전하는 시간대의 소매요금에서 나오는데, 개편은 바로 그 시간대의 요금을 내렸다. 낮 전기가 싸질수록 지붕에 태양광을 올려 아낄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요금표를 손보는 것만으로 도달선이 뒤로 물러났다.
판정을 흔드는 요인이 요금 제도만은 아니다. 균등화발전비용은 발전소 한 기가 자기 울타리 안에서 쓴 돈만 센다. 앞서 인용한 문헌 검토도 이 방법을 계통 통합비용을 반영하는 쪽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정리한다.
출력제어가 늘면 이 지표의 분모인 총발전량이 줄고, 같은 설비의 단가가 올라간다. 발전소를 그대로 두어도 계통 사정 때문에 발전단가가 오른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출력이 변하는 발전원이 늘면 이를 받쳐 줄 설비와 송전선 투자도 함께 필요해진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2년 연구에서 전력망 보강 비용을 계산에 넣은 균등화발전비용을 따로 추정했다. 이 추정은 국내 설비비용 조사 자료로 잡은 평균 수준을 다루며, 개별 사업의 실적 단가와는 다르다. 같은 발전소를 두고도 계통 비용을 넣은 값과 넣지 않은 값이 따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5월 19일 제38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계약단가를 태양광 kWh당 80원, 육상풍력 120원, 해상풍력 150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태양광은 현재 150원 수준에서 2030년 100원을 거쳐 2035년 80원으로 내리는 경로다. 같은 계획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로 늘리고, 공급의무화제도를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개편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80원이 도매가격 수준이라는 점이 이 목표의 성격을 말해 준다. 2025년 도매가격이 112.72원이었고 2026년 경쟁입찰의 기준 도매가격이 86.35원이었다. 계약단가가 80원대로 내려오면 공급인증서 없이도 도매시장에서 사업이 성립한다. 정부가 고른 기준은 공급측이며, 그 기준으로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목표 설정 자체에 들어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망은 그보다 이르다. 1MW급 태양광의 균등화발전비용이 2023년 135원/kWh에서 2030년 78~119원, 2036년 65~111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 설문에서는 태양광과 육상풍력 모두 2030년 전후에 도달할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확인할 지표는 경쟁입찰 상한가격이다. 2026년 상한은 전년보다 약 5% 낮게 잡혔다. 2030년 100원 경로가 유지되려면 이 정도의 하락이 해마다 이어져야 한다. 상한가격이 다시 올라가거나 제자리에 머무는 해가 나오면 목표 경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2027년부터 공급의무화제도가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바뀌면 낙찰단가가 발전단가를 보여 주는 거의 유일한 공개 지표가 되므로, 확인은 그때 더 분명해진다.
그리드 타리프는 송전선과 배전선을 빌려 쓴 대가로 매달 내는 요금이고, 그리드 패리티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전기를 사 오는 값과 같아졌는지를 보는 판정이다. 하나는 매기고 내며, 다른 하나는 도달하거나 도달하지 못한다. 두 낱말이 섞이는 까닭은 한국어 표기 관행에 있다.
패리티는 다시 둘로 나뉜다. 소매요금과 견주는 수요측, 곧 소켓 패리티가 있고 도매가격과 견주는 공급측이 있다. 한국은 수요측 기준으로 지났고 공급측 기준으로 지나지 않았다. 만드는 값 140원 안팎을 소매요금 162.92원과 견주면 앞의 결론이 나오고, 도매가격 86.35원과 견주면 뒤의 결론이 나온다. 두 숫자가 모두 맞으므로 이 논쟁은 기준을 다투는 자리다.
한국의 최근 몇 해가 두 개념의 연결을 보여 준다. 2024년 2월 소규모 접속보장제도 개편으로 배전선 보강비가 사업자에게 넘어갔고, 2024년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송전비용을 소비자 요금에 반영할 근거를 만들었으며, 2026년 4월 산업용 요금 개편은 태양광이 발전하는 낮 시간대 요금을 내렸다. 세 번 모두 손댄 것은 요금표였는데, 그때마다 발전 원가와 소매요금이 함께 움직였고 따라서 판정선도 움직였다.
그래서 “한국이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했는가”라는 물음은 그 자체로 답을 갖지 못한다. 어느 값과 견줬는지, 계통 비용을 누구의 청구서에 적었는지를 함께 밝혀야 검증할 수 있는 문장이 된다.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산정 기준이 확정되면 이 두 가지가 한 번 더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