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obhan.me

종교는 줄어드는가 — 실존적 안전 가설과 2007년 이후의 반전, 그리고 인구 전망이 가리키는 반대 방향

개인의 태도를 재면 세계 대부분에서 종교성이 빠르게 줄고 있다. 인구 구성을 재면 종교 인구의 비율이 오히려 늘 것으로 전망된다. 두 자료는 서로 다른 층위를 재고 있으며, 어느 쪽이 우세할지는 시간 단위에 따라 달라진다.

2026년 9월 12일

19세기와 20세기의 사회이론가 상당수는 과학 지식이 퍼지면 종교가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카를 마르크스와 막스 베버와 에밀 뒤르켐이 각기 다른 논거로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그 예측은 20세기 후반에 자료로 반증됐다. 산업화와 교육 확대가 진행된 여러 나라에서 종교성이 줄지 않았고, 미국은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이면서 종교성이 높은 나라로 남았다.

예측이 빗나갔다면 기제를 바꿔야 한다. 피파 노리스와 로널드 잉글하트가 제시한 것이 그 수정이다.

생존이 불안할수록 종교가 필요해진다는 가설

실존적 안전 가설 노리스와 잉글하트가 2004년에 내고 2011년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에서 2판을 낸 『Sacred and Secular: Religion and Politics Worldwide』에서 제시한 설명이다. 사람이 종교를 찾는 정도를 좌우하는 것은 생존이 얼마나 불확실한가이고, 지식의 양은 여기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고 본다. 굶주림과 질병과 폭력과 재해가 일상적 위협인 환경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다뤄 줄 장치가 필요하고, 종교가 그 자리를 채운다. 공중보건과 사회보험과 치안이 그 위협을 낮추면 종교에 대한 수요도 함께 낮아진다.

이 가설은 왜 부유한 나라에서 종교성이 낮고 가난한 나라에서 높은지, 그리고 왜 같은 나라 안에서도 소득 불평등이 클수록 종교성이 높은지를 함께 설명한다. 소득이 높아도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르면 실존적 불안은 남는다.

노리스와 잉글하트가 이 가설로 처음 분석한 자료는 1981년부터 2007년까지의 세계가치조사였다.

세계가치조사 1981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같은 문항으로 반복해 시행하는 대규모 설문조사다. 유럽가치조사와 통합된 자료로 함께 쓰이며, 2022년까지 일곱 차례의 조사 물결이 있었다. 종교 관련 문항으로는 예배 참석 빈도, 삶에서 종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어느 종교에 속하는지 등이 있다. 같은 문항을 수십 년 반복했으므로 국가 간 비교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함께 볼 수 있다.

1981년부터 2007년까지의 자료가 있던 49개국은 세계 인구의 60퍼센트를 차지했다. 결과는 종교의 세계적 부흥도 세계적 소멸도 아니었다. 고소득 국가 대부분에서는 종교성이 줄었지만, 49개국 중 33개국에서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종교적이 됐다. 옛 공산권 국가 대부분과 개발도상국 대부분이 여기 들어갔고 일부 고소득 국가도 포함됐다. 이 결과가 보여 준 것은 산업화와 과학 지식의 확산이 종교를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2007년을 기점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잉글하트가 2021년 옥스퍼드대학출판부에서 낸 『Religion's Sudden Decline: What's Causing it, and What Comes Next?』는 그 뒤의 자료를 담았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같은 49개국을 다시 보면 43개국에서 종교성이 줄었다. 앞선 26년 동안 33개국이 더 종교적이 됐다가, 뒤이은 13년 동안 43개국이 덜 종교적이 됐다. 감소는 고소득 국가에서 가장 뚜렷했지만 세계 대부분에서 나타났다.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곳은 미국이었다. 1981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은 세계에서 종교성이 높은 나라 중 하나였고 그 수준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미국은 경제적 근대화가 반드시 세속화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핵심 사례로 오랫동안 인용됐다. 그 뒤 미국은 자료가 있는 나라 가운데 종교에서 멀어진 폭이 가장 큰 축에 들었다.

예외도 뚜렷하다. 세계가치조사에 자료가 있는 무슬림 다수 국가 18곳은 계속 높은 종교성을 유지했고, 성별 역할과 출산에 관한 전통적 규범을 지키는 쪽에 머물렀다.

잉글하트의 책에 대한 서평 가운데 하나는 이 책의 핵심 동인이 실존적 안전이며, 정치적 안정이 높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낮은 나라가 더 세속적이라는 자료가 그 근거라고 정리했다. 앞선 연구에서 종교성 상승을 설명하던 기제가 방향만 바꾸어 하락을 설명하는 구조다.

줄어드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종교성이 줄어든다고 할 때 무엇이 줄어드는지는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세네갈에서는 예배 참석에서 세대 차이가 나타나지만 종교의 중요성이나 소속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네덜란드에서는 소속에서만 나타난다. 포르투갈에서는 셋 모두에서 나타나고, 탄자니아나 카자흐스탄에서는 어디서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요르크 슈톨츠와 난 디르크 더 흐라프와 콘래드 해킷과 장필리프 안토니에티는 2025년 8월 19일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16권 7202번에 이 편차를 설명하는 모형을 실었다. 자료는 세 가지였다. 퓨 리서치 센터가 2008년부터 2023년까지 111개국에서 수행한 조사, 세계가치조사와 유럽가치조사 7차 물결의 58개국, 그리고 1981년부터 2022년까지 다섯 차례 이상 조사된 17개국이다.

이들이 제안한 것은 참여-중요성-소속 순서다. 세속화가 진행될 때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것은 공적 의례 참여이고, 그다음이 개인에게 종교가 갖는 중요성이며, 마지막이 소속이다. 이 순서를 정하는 것은 각 항목의 비용이다. 매주 예배에 가는 일은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많이 요구하고, 종교 항목에 이름을 올려 두는 일은 가장 적게 요구하므로 마지막까지 남는다.

자료는 이 순서와 맞았다. 종교성이 높은 나라에서는 세대 차이가 주로 참여에서 나타나고, 중간인 나라에서는 세 항목 모두에서 나타나며, 세속화가 많이 진행된 나라에서는 주로 소속에서 나타난다.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와 니제르와 말리처럼 가장 종교적인 나라에서는 세대 차이가 가장 작거나 역전됐는데, 이는 아직 세속 전환에 들어서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덴마크처럼 전환의 끝에 가까운 나라에서는 세대 차이가 압도적으로 소속에 몰려 있다.

코호트 교체 같은 사회의 종교성이 줄어드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종교를 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덜 종교적인 세대가 자라나고 더 종교적인 세대가 죽어 전체 평균이 내려가는 경로다. 뒤엣것을 코호트 교체라 한다. 슈톨츠와 공저자들의 모형에서 세속 전환은 주로 코호트 교체로 일어나며, 한 사람의 생애 안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이 모형이 근거로 삼는 기제 가운데 하나가 조지프 헨릭이 2009년에 제시한 신뢰성 강화 표시다. 사람은 말만 하는 사람보다 그 말을 위조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뒷받침하는 사람을 더 잘 믿고 따라 한다. 초자연적 존재는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종교에서 이 기제가 특히 중요하다. 세속적 대안이 효율을 높이면 부모는 자녀에게 종교를 여전히 가르치면서도 그것을 행동으로 뒷받침하기를 그만두고, 그러면 자녀의 종교성이 내려간다.

슈톨츠 연구진의 추정에 따르면 세속 전환의 길이는 250년에 가깝다. 유럽 자료만으로 추정한 기존 연구보다 긴 값이다. 이들 자신이 밝힌 한계도 분명하다. 40년 치 자료로 200년 넘는 과정을 추정하고 있고, 전환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며, 국가 정책 변화나 민족 분쟁 같은 교란이 없다고 전제한다. 동유럽 옛 공산권 국가들은 이 순서를 따르지 않는데, 공산 정권의 억압과 1990년 이후의 민족주의적 종교 부흥이 겹쳤기 때문으로 이들은 설명한다.

모형에서 벗어나는 나라들이 알려 주는 것

슈톨츠 연구진의 모형은 여러 나라에서 잘 맞지만 몇몇 나라에서 어긋난다. 어긋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정보가 된다.

이스라엘은 여러 국제 비교에서 예외로 나타난다. 유대인이 인구의 다수인 유일한 나라이고, 현대 국가로서는 역사가 짧으며 처음에 세속적 이주자들이 큰 몫을 차지했다. 그런데 젊은 이스라엘인 가운데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유대인의 자녀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이들의 출산율이 더 세속적인 유대인보다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슬림 인구와의 외부 및 내부 긴장이 겹쳐 종교의 현저성이 높게 유지된다.

동유럽 옛 공산권 국가들은 세 지표 모두에서 세대 차이가 작고 때로는 음수로 나타난다.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보다 더 종교적이라는 뜻이다. 러시아와 세르비아와 조지아와 타지키스탄이 여기 들어간다. 슈톨츠 연구진이 제시한 사후 설명은 두 가지가 겹쳤다는 것이다. 공산 정권 아래에서 종교성이 인위적으로 억눌렸고, 소련 붕괴 이후 민족주의적 종교 부흥이 일어났다. 같은 공산권이라도 서쪽에 있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와 슬로바키아와 체코는 모형에 잘 맞는데, 이들은 전통적으로 개신교나 가톨릭 지역이고 1990년 이후 큰 규모의 민족주의적 종교 부흥을 겪지 않았다.

국가 정책의 효과에 관해서도 사례가 있다. 이창수와 서명원이 2017년 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23권 465~509쪽에 실은 논문은 1950년부터 1980년까지 타이완과 한국에서 종교 변화의 경로가 갈린 과정을 국가 형성과 연결해 분석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에 국가의 규제 방식 때문에 개신교와 불교가 부흥했는데, 슈톨츠 연구진은 이 부흥이 일시적이었다고 정리한다. 국가 정책이 세속 전환의 유무와 크기와 속도에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영향이 제한된다는 것이 이들의 판단이다.

모형이 맞지 않는 사례가 이 정도 남아 있다는 사실은 두 방향으로 읽힌다. 하나는 일반 모형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예외들이 각각 특정할 수 있는 역사적 원인을 갖고 있으므로 기본 추세는 유지된다는 쪽이다. 슈톨츠 연구진은 뒤쪽을 택하면서도, 세속화와 부흥이 서로 상쇄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인구 구성은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개인의 태도를 재면 종교성이 줄고 있다. 사람 수를 세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퓨 리서치 센터가 2015년 4월 2일 발표한 『The Future of World Religions: Population Growth Projections, 2010-2050』은 출산율과 연령 구성과 기대수명을 넣은 인구 추계를 제시했다. 무종교 인구의 절대 수는 2010년 약 11억 명에서 2040년 12억 명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늘었다가 다시 내려간다. 그런데 세계 인구 전체가 그보다 빨리 늘기 때문에, 세계 인구 대비 무종교 인구의 비율은 2010년 16퍼센트에서 2050년 13퍼센트로 내려간다.

원인은 연령과 출산율이다. 무종교 인구가 가장 많은 세 나라는 중국과 일본과 미국이고 유럽 여러 나라에도 상당수가 있는데, 이 지역들은 세계 평균보다 인구가 고령이고 출산율이 낮다. 2015년 기준으로 어떤 종교에 속한 사람의 중위 연령은 29세였고 무종교 인구는 36세였다. 무종교 인구의 연간 증가율은 2040년 무렵 음수로 돌아설 것으로 추계됐다.

지역별 방향은 반대로 간다. 같은 추계에서 미국의 무종교 인구는 2010년 전체 인구의 16퍼센트에서 2050년 26퍼센트로 늘고,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비중이 계속 커진다. 세계 전체 비율이 내려가는 것은 종교 인구가 많은 지역의 인구가 더 빨리 늘기 때문이다.

두 자료는 서로 다른 층위를 잰다

태도 자료와 인구 자료가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재는 대상이 다르다.

슈톨츠와 공저자들도 논문에서 이 점을 명시했다. 이들의 발견이 단기적으로 세계 전체가 덜 종교적이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이들은 적었다. 인간개발지수가 낮은 나라일수록 더 종교적이고 출산율이 높으며 인구가 평균보다 빠르게 늘어나므로, 단기와 중기에는 더 종교적인 나라들이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몫이 커져 세계 전체의 종교성이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 이들이 예측하는 것은 세속 전환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종교적 믿음과 실천이 줄어든다는 쪽이다.

두 층위가 어느 시점에 교차할지는 추계의 가정에 크게 좌우된다. 출산율 격차가 유지되면 인구 효과가 오래 우세하고, 고출산 국가에서도 세속 전환이 시작되면 태도 효과가 따라잡는다. 슈톨츠 연구진의 자료에서 무슬림 다수 국가는 참여와 중요성의 두 단계까지는 순서를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첫 두 단계만 보이며 아직 중간에도 이르지 않았다.

기능이 사라진 것인가 이전된 것인가

실존적 안전 가설은 종교의 기능을 전제한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사람에게 예측 가능성과 위안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이 가설이 맞다면 종교성의 감소는 다른 제도가 그 기능을 넘겨받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슈톨츠와 공저자들이 인용한 세속 전환 모형도 같은 구조를 갖는다. 근대화, 특히 제도적·기술적 혁신이 종교의 상징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축소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든 예는 두 가지다. 생의학이 종교적 치유를 대체하고, 복지국가가 영적 위안을 대체한다.

이 설명이 검증 가능한 이유는 예측을 낳기 때문이다. 복지가 축소되거나 재난이 잦아지거나 불평등이 커지면 종교성이 다시 올라가야 한다. 노리스와 잉글하트의 자료에서 소득 불평등이 큰 나라일수록 종교성이 높다는 관계가 나타난 것이 이 예측과 맞는다. 다만 슈톨츠 연구진의 자료에서 세속 전환은 주로 코호트 교체로 진행되므로, 한 세대 안에서 조건이 나빠져도 그 세대의 종교성이 곧바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두 기제가 서로 다른 시간 단위에서 작동한다.

여기에 반증 사례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슈톨츠 연구진의 17개국 종단 분석에서 세 지표 모두 부흥 쪽으로 움직였다. 20세기에 나타난 오순절 운동의 확산, 1970년대 이후 여러 나라의 이슬람 부흥, 소련 해체 이후의 정교회 부흥도 단순한 감소 모형과 맞지 않는다. 슈톨츠 연구진은 이 부흥들이 근대화와 세속화라는 더 넓은 과정의 일부이며 전체 추세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보지만, 이 해석 자체가 앞으로 검증될 대상이다.

결론 — 방향은 시간 단위를 정해야 말할 수 있다

고전적 세속화 이론은 과학 지식의 확산이 종교를 지운다고 예측했고 20세기 후반의 자료로 반증됐다. 그 자리를 실존적 안전 가설이 대체했다. 노리스와 잉글하트가 1981년부터 2007년까지 49개국을 분석했을 때 33개국에서 종교성이 올랐고, 2007년부터 2020년까지 같은 49개국 중 43개국에서 내렸다. 무슬림 다수 국가 18곳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슈톨츠와 공저자들이 111개국 자료로 보인 참여-중요성-소속 순서는 나라마다 무엇이 줄어드는지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며, 세속 전환의 길이를 250년가량으로 추정한다.

같은 시기의 인구 추계는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무종교 인구의 세계 인구 대비 비율은 2010년 16퍼센트에서 2050년 13퍼센트로 내려갈 것으로 추계된다. 무종교 인구가 고령이고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다. 두 자료는 개인의 태도와 인구의 구성이라는 서로 다른 층위를 재고 있으며, 단기와 중기에는 인구 효과가 우세하고 장기에는 태도 효과가 우세하다는 것이 두 연구진의 공통된 정리다.

남는 물음은 기능의 행방이다. 실존적 안전 가설과 세속 전환 모형은 모두 종교가 담당하던 기능을 다른 제도가 넘겨받았다는 구조를 갖는다. 그렇다면 그 제도가 흔들릴 때 무엇이 일어나는지가 이 가설들의 검증 조건이 된다. 코호트 교체가 주된 기제라면 그 반응은 한 세대 뒤에나 자료에 나타날 것이므로, 지금 관측되는 감소 추세와 조건 악화의 효과를 가르려면 훨씬 긴 관측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