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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은 진보였는가 — 인골이 기록한 신석기 전환의 대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뒤 사람의 키는 줄고 이는 나빠지고 감염성 질환은 늘었다. 같은 시기에 인구는 급증했다. 두 사실이 어떻게 함께 성립하는지가 이 전환의 성격을 알려 준다.

2026년 9월 12일

진보라는 전제

농경의 시작을 다루는 서술에는 방향이 들어 있다. 불안정한 채집에서 안정된 생산으로, 떠도는 삶에서 정착으로, 부족에서 잉여로 옮겨 갔다는 방향이다. 고든 차일드가 1936년에 붙인 ‘신석기 혁명’이라는 이름 자체가 그 방향을 담고 있다.

이 서술이 근거로 삼는 사실은 하나다. 농경이 시작된 뒤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1만 2천 년 전 전 세계 인구는 수백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고, 기원전 3000년 무렵에는 수천만 명이 된다. 늘어난 인구는 곧 개선된 조건의 결과로 읽혔다.

1984년 마크 네이선 코언과 조지 아멜라고스가 엮은 『농경 기원의 고병리학』은 이 독법에 반대되는 자료를 모았다. 수렵채집에서 농경으로 넘어간 21개 사회의 인골 자료를 검토한 결과, 19개에서 건강 지표가 나빠지는 추세가 확인됐다. 발표 당시에는 반발이 컸고, 그 뒤 20년 사이에 생물고고학이라는 분야가 자리잡으면서 이 관찰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2011년 어맨다 머머트 연구진은 1984년 이후에 나온 연구들을 다시 모아 검토했다(머머트 외, 2011, Economics & Human Biology 9권 3호 284~301쪽). 검토 대상은 스무 건이 넘는 연구였고, 중국과 동남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집단이 포함됐다. 결론은 1984년과 같은 방향이었다.

뼈에서 건강을 읽는 방법 인골은 사망 원인을 알려 주지 않지만 살아 있는 동안 몸이 겪은 부담을 기록한다. 자주 쓰는 지표는 이렇다. 성인 신장은 성장기의 영양과 질병 부담을 반영한다. 법랑질 형성부전은 이가 자라는 시기에 영양 결핍이나 질병으로 성장이 멈췄다 다시 시작될 때 생기는 가로줄 홈으로, 언제 그 일이 있었는지까지 알려 준다. 충치는 탄수화물 섭취량과 함께 늘어난다. 다공성 두개골 병변은 빈혈성 질환의 흔적으로 읽힌다. 골강건성은 뼈의 두께와 단면 형태로 재며 활동량과 영양을 함께 반영한다. 여기에 결핵·나병·트레포네마증처럼 뼈에 흔적을 남기는 감염성 질환의 빈도가 더해진다.

지표별로 무엇이 나타나는가

농경 전환기의 인골에서 반복해 확인되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신장이 줄었다. 머머트 연구진이 검토한 연구들에서 성인 남녀의 평균 신장이 전환 이후 낮아지는 경향이 여러 지역에서 함께 나타났다. 성장기에 열량과 단백질이 모자라거나 질병 부담이 크면 최종 신장이 낮아진다.

이가 나빠졌다. 충치가 늘고, 생전에 이가 빠진 흔적이 늘며, 법랑질 형성부전의 빈도가 올라간다. 곡물을 주식으로 삼으면 입안에 남는 당의 양이 늘고, 곡물을 갈아 먹는 과정에서 섞여 든 돌가루가 이를 마모시킨다.

영양 결핍의 흔적이 늘었다. 이 항목이 통념과 가장 어긋난다. 식량 생산을 시작했는데 영양 상태가 나빠진 이유로 머머트 연구진은 다섯 가지를 든다. 계절에 따른 굶주림, 필수 영양소가 모자라는 단일 작물에 대한 의존, 작물 병충해,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교역이다.

감염성 질환이 늘었다. 서아시아의 토기 없는 신석기 후반 자료에서 감염성 질환의 빈도가 뚜렷이 올라간다. 사람이 한곳에 모여 살고 가축과 가까이 지내면 병원체가 옮겨 다니기 쉬워진다.

같은 자료에서 반대 방향의 변화도 확인된다. 나투프기와 신석기의 물리적 스트레스 정도는 비슷했지만 근육 부착부 흔적을 보면 신석기의 일상 작업이 더 힘들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여성이 담당한 육체노동의 비중은 신석기에 더 커졌다. 진흙벽돌을 만들고 석회 회반죽을 개고 나무를 베고 곡물을 가는 일이 새로 생긴 노동이다. 반면 폭력에 의한 상흔은 나투프기 쪽에서 더 흔하다.

건강이 나빠졌는데 인구는 왜 늘었는가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개인의 건강 지표가 나빠졌다면 인구도 줄어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크게 늘었다. 이 어긋남을 푼 것이 장피에르 보케아펠의 연구다.

보케아펠은 절대연대 대신 상대연대를 쓰는 방법을 썼다. 각 지역에서 농경이 시작된 시점을 0으로 놓고 묘지 자료를 그 기준에 맞춰 정렬하는 방식이다. 농경의 시작 시점은 지역마다 수천 년씩 다르므로, 절대연대로 늘어놓으면 신호가 흩어진다.

이 방법으로 유럽·북아프리카·북아메리카의 묘지 약 100곳을 분석한 결과 뚜렷한 신호가 나왔다. 전체 매장자 가운데 5세에서 19세 사이 미성년의 비율이 농경 시작 이후 1천 년이 안 되는 기간에 급격히 올라간다. 유럽의 중석기·신석기 묘지 68곳 가운데 표본 편향을 걸러 낸 36곳에서 같은 신호가 확인됐다(보케아펠, 2011, Science 333권 6042호 560~561쪽).

미성년 비율이 올라가는 것은 아이가 더 많이 죽었다는 뜻으로도,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났다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다. 보케아펠은 뒤쪽으로 해석했다. 사망률만 올랐다면 인구가 늘 수 없는데 실제로는 늘었으므로, 출생률이 먼저 오르고 사망률이 뒤따라 올랐다고 보았다. 이 과정을 신석기 인구 전환이라 부른다.

순서가 중요하다. 18세기 이후의 현대 인구 전환에서는 사망률이 먼저 떨어지고 출생률이 나중에 떨어진다. 신석기 인구 전환은 출생률이 먼저 오르고 사망률이 나중에 오른다. 방향이 반대이면서 결과는 같다. 두 경우 모두 출생과 사망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동안 인구가 빠르게 는다.

왜 아이가 더 태어났는가

출생률이 오른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정주와 이유식이다.

이동하며 사는 집단에서는 여성이 어린아이를 업고 다녀야 하므로 출산 간격이 길다. 한곳에 머물면 그 제약이 풀린다. 더 직접적인 것은 곡물이다. 곡물을 갈아 물에 끓이면 이가 없는 아기도 먹을 수 있는 죽이 된다. 수유 기간이 짧아지면 수유로 억제되던 배란이 일찍 돌아오고, 다음 임신까지의 간격이 줄어든다.

같은 변화가 사망률도 올린다. 모유는 면역 성분을 함께 전달하지만 곡물죽은 그렇지 않다. 오염된 물로 끓인 죽은 오히려 병원체를 옮긴다. 보케아펠은 유아 사망률이 오른 요인으로 오염된 물과 수유 기간 단축을 들었고, 여기에 가축에서 온 인수공통감염과 밀집 거주가 겹쳤다고 보았다.

정리하면 같은 하나의 변화가 두 방향으로 작용했다. 곡물을 먹이기 시작한 것이 출생 간격을 줄여 인구를 늘리는 동시에, 아이가 죽을 확률을 높였다.

이 자료를 읽을 때의 유보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짚어야 할 방법론적 문제가 셋 있다.

인골은 죽은 사람만 보여준다. 어떤 집단의 인골에서 질병 흔적이 많이 나온다면, 그 집단이 더 아팠다는 뜻일 수도 있고 아픈 채로 더 오래 살아남아 뼈에 흔적이 남을 시간이 있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반대로 흔적이 적은 집단은 건강했을 수도 있고 아프면 곧바로 죽어 뼈에 기록이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 뼈의 병변은 병을 앓았다는 증거이면서 동시에 그 병을 견디고 살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표본이 고르지 않다. 묘지에 묻힌 사람이 그 집단 전체를 대표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매장 관행이 신분이나 사망 원인에 따라 달랐다면 표본은 이미 걸러져 있다. 보케아펠이 유럽 묘지 68곳 가운데 36곳만 쓴 것도 표본 편향을 걸러 낸 결과다.

지역차가 크다. 농경이 도입된 방식과 속도가 지역마다 달랐다. 북아메리카 해안처럼 작물이 해산물 위주 식단에 더해지는 형태로 들어온 곳에서는 건강 지표의 악화가 뚜렷하지 않다. 머머트 연구진도 이 점을 혼란 요인으로 지목했다.

세 가지를 감안해도 방향 자체는 남는다. 21개 사회 가운데 19개, 그리고 그 뒤 25년간의 추가 연구에서 같은 방향이 반복되는 것을 표본 편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왜 농사를 지었는가

개인의 건강이 나빠지는 전환을 사람들이 왜 택했는가는 따로 설명이 필요하다. 거론되는 답은 몇 가지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답. 농경은 한 세대에 결정되지 않았고 수천 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됐다. 서아시아에서 야생 곡물을 거두기 시작한 시점과 탈립하지 않는 재배종이 자리잡은 시점 사이에는 수천 년의 간격이 있다. 창장 하류의 상산과 허화산 유적에서 나온 1만~7천 년 전 석기의 마모 흔적은 그 사이에 이삭을 훑는 방식과 밑동을 베는 방식이 함께 쓰였음을 보여준다. 세대마다 조금씩 곡물 의존이 늘었다면, 그 결과를 미리 알고 택한 사람은 없었다.

되돌릴 수 없었다는 답. 출생률이 오르면 인구가 늘고, 늘어난 인구는 더 많은 식량을 요구한다. 채집으로 돌아가려면 인구가 먼저 줄어야 한다.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구조다.

집단에는 유리했다는 답. 자연선택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개체의 건강보다 재생산 성공이다. 더 짧게 살고 더 자주 아픈 대신 더 많은 아이를 남기는 전략은 진화적으로 성공한 전략이다. 농경민이 채집민의 땅으로 퍼져 나간 과정도 이 계산으로 설명된다. 유럽의 경우 아나톨리아에서 온 농경민이 토착 수렵채집민을 상당 부분 대체했고, 독일의 초기 신석기 농경민은 아나톨리아 계통 조상이 93퍼센트, 서유럽 수렵채집민 계통이 7퍼센트로 추정된다.

다른 것을 얻었다는 답. 식량의 양보다 예측 가능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저장할 수 있는 곡물은 계절 변동을 완충한다. 다만 이 답은 계절적 굶주림이 늘었다는 앞의 자료와 어긋나므로, 저장이 실제로 얼마나 완충 역할을 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비교표

항목수렵채집 단계농경 단계자료의 성격
성인 신장상대적으로 큼줄어드는 경향여러 지역에서 반복 확인
충치와 생전 치아 상실드묾증가탄수화물 섭취와 함께 설명됨
법랑질 형성부전낮음증가성장기 스트레스 지표
감염성 질환낮음증가밀집·가축 접촉으로 설명됨
폭력에 의한 상흔나투프기가 더 높음상대적으로 낮음서아시아 자료 한정
여성의 육체노동 비중낮음증가근육 부착부 흔적
출생률낮음급격히 증가묘지의 미성년 비율
유아 사망률낮음증가출생률에 뒤이어 상승
인구 규모정체급증고고학·고인구학 자료 일치

결론 — 농경은 개인의 건강을 내주고 개체군의 증식을 얻은 전환이었다

농경 전환기의 인골은 한 방향을 가리킨다. 21개 사회 가운데 19개에서 건강 지표가 나빠졌고, 1984년 이후 25년간의 추가 연구가 같은 결과를 다섯 대륙에서 반복했다. 성인 신장이 줄고, 충치와 법랑질 형성부전이 늘고, 감염성 질환의 빈도가 올라간다. 같은 시기에 인구는 급증했다. 묘지 자료에서 미성년 비율이 1천 년이 안 되는 기간에 급격히 오르는 신호가 유럽·북아프리카·북아메리카의 묘지 약 100곳에서 확인된다.

두 사실은 모순되지 않는다. 곡물죽을 먹이면서 수유 기간이 짧아졌고, 출산 간격이 줄어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났으며, 같은 변화가 아이가 죽을 확률도 함께 높였다. 출생과 사망이 모두 오르는 가운데 출생 쪽이 먼저 그리고 더 크게 올라 인구가 늘었다. 그러므로 농경은 사람이 더 많아진 전환이었다. 더 잘 살게 된 전환이었다는 근거는 골격 자료에 없다. 잘 살게 되는 것과 많아지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둘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진보 서술이 나왔다.

이 구분은 문명의 기원을 다룰 때도 이어진다. 도시와 국가가 잉여에서 나왔다는 설명은 잉여가 생활의 개선을 뜻한다고 전제하지만, 골격 자료는 잉여를 만든 사람들의 몸이 나빠졌음을 보여준다. 누가 잉여를 만들고 누가 썼는지를 나누면 같은 자료가 다르게 읽힌다.

앞으로 확인될 지점은 표본과 지역차 쪽에 있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유럽과 북아메리카 자료에 크게 기대고 있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와 안데스의 자료는 상대적으로 적다. 농경이 해산물 식단에 더해지는 형태로 들어온 지역에서 같은 악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문제의 원인이 농경 자체인지 특정 작물에 대한 의존인지를 가릴 수 있다. 고대 인골에서 병원체 유전체를 직접 읽어 내는 고병원체학도 같은 방향에서 자료를 보탠다. 뼈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나간 감염을 확인할 수 있으면, 인골이 죽은 사람만 보여준다는 제약이 조금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