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자 일자리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대개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된다. 인공지능이 코드를 쓰게 되었으니 코드를 쓰던 사람이 덜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설명은 간명하지만 자료와 시점이 맞지 않는 대목이 여럿 있다. 채용 공고와 급여 기록을 시점별로 나누어 보면, 일자리 총량이 꺾인 시기와 생성형 인공지능이 퍼진 시기는 어긋난다. 반대로 총량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데 인공지능 확산 시점과 맞아떨어지는 변화가 하나 있다. 신규 진입자만 골라서 막히고 경력자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원인이 둘이면 대응도 둘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논의는 대개 하나로 뭉뚱그린다.
개발자들이 요즘 느끼는 상실감에는 성질이 다른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하나는 소득과 고용의 문제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해고 통보를 받았고, 다음 자리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다른 하나는 대접의 문제다. 프로그래밍이 희소한 기술이던 시기에 그 기술을 가진 사람에게 붙던 사회적 평가가 내려가고 있다는 감각이다.
두 가지를 나누어야 하는 이유는 원인이 다르고, 따라서 할 수 있는 일도 다르기 때문이다. 고용은 거시 경제와 기업의 자본 비용, 그리고 기술 대체에 함께 반응한다. 대접은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진입 장벽의 높이에 반응한다. 두 가지를 한 덩어리로 묶어 인공지능 탓이라고 부르면, 개인이 취할 수 있는 대응은 인공지능 도구를 쓸 것이냐 말 것이냐 하나만 남는다. 그것이 실제로 남은 유일한 선택지인지 확인하려면, 먼저 각 원인이 설명하는 몫을 재어 보아야 한다.
이 글은 미국 자료를 쓴다. 한국 소프트웨어 노동시장에 그대로 대응하지는 않지만, 시점별로 나눌 만큼 세밀한 공개 자료가 미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채용 공고 지수, 급여 처리 업체의 개인 단위 기록, 무작위 대조 시험 결과가 모두 여기에 있다.
구인 사이트 인디드(Indeed)의 연구 조직인 하이어링 랩(Hiring Lab)은 자사에 올라오는 채용 공고 수를 2020년 2월을 100으로 놓고 지수로 집계한다. 특정 직군의 공고가 팬데믹 직전에 견주어 몇 배로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는 자료다. 이 지수에서 미국의 기술·수학 직군 공고는 2022년 초에 2020년 2월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곧바로 무너졌다. 하이어링 랩은 그 전환을 경기 상황이 바뀌고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시점과 붙여 설명한다. 2025년 7월 11일 기준으로 이 지수는 2020년 2월보다 36퍼센트 낮았다.
시점이 중요하다. 오픈AI가 챗GPT를 일반에 공개한 것은 2022년 11월이다. 하이어링 랩의 집계로는 정점에서 2025년 중반까지 줄어든 기술직 공고의 순감소분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챗GPT 공개 이전에 이미 일어났다. 하락은 2023년 내내 이어졌는데, 그 시기는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실무에 붙여 쓰기 시작한 초기 단계였다. 하이어링 랩은 자사 집계에서 하락과 인공지능을 잇는 결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는다고 적으면서, 다만 인공지능이 공고가 다시 오르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요인일 가능성은 남겨 둔다.
같은 시기 다른 나라의 기술직 공고도 함께 내려갔다. 2025년 8월 중순 기준으로 캐나다는 2020년 2월 대비 19퍼센트, 미국은 34퍼센트, 영국은 41퍼센트, 프랑스는 38퍼센트, 독일은 29퍼센트 낮았다. 나라마다 노동법과 산업 구성이 다른데 방향이 같다는 것은, 각국의 개별 사정보다 여러 나라에 공통으로 작용한 요인이 컸다는 뜻이다. 팬데믹 기간의 과잉 채용과 그 뒤의 금리 인상이 그 후보다.
미국에는 세법 요인도 겹쳤다. 2017년 감세·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이 내국세법 174조를 고쳐, 2022년부터는 연구개발비를 그해에 전액 비용으로 털어내지 못하고 여러 해에 걸쳐 나누어 처리하게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비가 여기에 들어간다. 개발자를 한 명 더 뽑을 때 그해 세후 이익에 찍히는 부담이 커졌다. 이 조항은 스탠퍼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 연구진이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기술 채용 둔화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으로 각주에 따로 적어 둘 만큼 이 시기 논의에서 자주 거론된다.
여기까지는 인공지능이 없어도 성립하는 이야기다. 값싼 자본이 사라지고, 팬데믹 기간에 부풀린 인원을 되돌리고, 세제가 인건비 처리를 불리하게 바꾸었다. 개발자 채용 총량의 하락은 이 세 가지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
그런데 총량의 하락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화가 하나 있다. 줄어든 자리가 모든 연령대에 고루 퍼지지 않고 한쪽에 몰렸다는 점이다.
스탠퍼드 디지털 이코노미 랩의 에릭 브리뇰프슨, 바라트 찬다르, 루유 첸은 미국 최대 급여 처리 업체인 ADP의 개인 단위 월별 급여 기록을 써서 이것을 확인했다. ADP는 미국에서 2500만 명 넘는 근로자의 급여를 처리하며, 연구진이 쓴 표본은 매달 350만에서 500만 명 규모다. 설문 응답이 아닌 실제 급여 지급 기록이어서 표본 오차가 작고 월 단위로 최신 상태를 볼 수 있다. 이들은 2025년 11월판 논문에서 여섯 가지 사실을 정리했다. 그 첫째는 이렇다.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직업에서 22세에서 25세 근로자의 고용만 줄었고, 같은 직업의 경력자 고용은 그대로이거나 늘었다.
수치는 이렇다. 인공지능 노출도 하위 세 묶음에 속한 직업에서는 2022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모든 연령대의 고용이 5퍼센트에서 13퍼센트 사이로 늘었고, 연령에 따른 순서도 없었다. 노출도 상위 두 묶음에서는 22세에서 25세 고용이 6퍼센트 줄었는데, 같은 묶음의 35세에서 49세 고용은 8퍼센트 넘게 늘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떼어 보면 차이가 더 크다. 22세에서 25세 개발자 고용은 2022년 말 정점에서 2025년 9월까지 20퍼센트 가까이 줄었고, 30세가 넘는 개발자는 같은 기간 계속 늘었다.
이 차이가 금리나 경기 때문일 가능성을 연구진은 여러 방법으로 걸러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과 시점을 함께 묶어 통제한 회귀 분석이다.
이 통제를 걸고도 22세에서 25세 근로자에게는 가장 노출도가 높은 묶음에서 15로그포인트, 곧 16퍼센트에 해당하는 상대적 고용 감소가 남았고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다른 연령대의 추정치는 크기가 훨씬 작았고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그 밖에도 컴퓨터 직업을 통째로 빼고, 정보통신 업종 회사를 빼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과 불가능한 직업을 나누고, 금리 민감도가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을 나누어 같은 분석을 반복했다. 결과는 모두 같은 방향이었다. 재택이 불가능한 직업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왔다는 것은 해외 외주나 원격근무 재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용 방식에 따라 결과가 둘로 나뉜 것도 단서다. 연구진은 앤스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대화 분류를 써서, 각 직업에서 인공지능이 사람 일을 대신 처리하는 쪽으로 쓰이는지 사람 일을 돕는 쪽으로 쓰이는지를 나누었다. 대신 처리하는 비중이 높은 직업에서만 신규 진입자 고용이 줄었고, 돕는 비중이 높은 직업에서는 오히려 늘었다. 노출도가 높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쓰이는가가 결과를 나누었다.
조정이 어느 쪽에서 일어났는지도 분명하다. 임금에서는 연령별로도 노출도별로도 뚜렷한 차이가 나오지 않았다. 줄어든 것은 사람 수였고, 그마저 해고가 아니라 신규 채용 중단으로 나타났다.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은 그대로 두고 새로 들어오는 문만 좁혔다.
연구진 자신이 붙인 단서도 함께 읽어야 한다. ADP 급여 기록은 무작위 배정 실험이 아니므로 인과를 확정하지 못하고, 관측된 흐름에 인공지능 아닌 요인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논문은 명시한다. 최신판에서는 이 격차가 2026년 6월 자료까지 계속 벌어져 19퍼센트가 되었다고 보고하면서도, 경제 전체에 걸친 일자리 감소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그대로 유지한다.
채용 공고의 문면에서도 같은 방향의 변화가 잡힌다. 하이어링 랩 집계로 미국 기술직 공고 가운데 경력 요건을 적은 것만 추리면, 5년 이상을 요구하는 비중이 2022년 2분기 37퍼센트에서 2025년 2분기 42퍼센트로 올랐다. 늘어난 만큼은 2년에서 4년을 요구하던 공고에서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기술직이 아닌 다른 직군에서는 5년 이상 요구 비중이 16퍼센트에서 11퍼센트로 내려갔다. 방향이 반대다.
시점도 다르다. 기술직 공고 수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2022년 중반인데, 경력 요건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은 2023년 초다. 챗GPT가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이고, 공고 수의 붕괴가 이미 한참 진행된 뒤다. 하이어링 랩은 공고 수 감소와 달리 이 변화는 거시 경제보다 인공지능 확산과 시점이 더 잘 맞는다고 적는다.
직급별로 나눈 수치도 같다. 2025년 2월 기준으로 선임·관리자급 직함이 붙은 기술직 공고는 5년 전보다 19퍼센트 적었는데, 그런 직함이 없는 일반·초급 공고는 34퍼센트 적었다.
2025년부터 반등이 시작되었다는 점은 이 그림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하이어링 랩은 2026년 7월 분석에서, 2025년 2월 말 클로드 코드가 나온 뒤 1년 남짓 동안 인디드에 올라온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 공고가 15퍼센트 가까이 늘었다고 보고했다. 구인 사이트 한 곳의 공고 집계이므로 채용 건수가 아니라 수요 신호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전체 공고는 7퍼센트 줄었다. 2022년부터 2026년까지는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직업일수록 공고가 더 많이 줄었는데, 최근 1년은 그 관계가 뒤집혀 노출도가 높은 직업일수록 더 많이 늘었다. 하이어링 랩은 이것이 상관관계일 뿐이라고 두 차례 분명히 밝히면서도, 에이전트형 도구가 나온 시점과 반등이 시작된 시점이 겹치는 것을 무시하기 어려운 우연이라고 적는다.
다만 반등의 안쪽을 보면 사다리의 아래 칸은 비어 있다. 2025년 5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늘어난 소프트웨어 개발 공고의 71퍼센트가 선임급이었고, 37퍼센트는 직함에 인공지능이 들어간 자리였다. 두 범주는 크게 겹친다. 그리고 반등을 겪고도 소프트웨어 개발 공고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27.5퍼센트 낮은 수준이다. 전체 공고가 2020년 수준 언저리로 돌아온 것과 대비된다.
여기까지의 자료를 모으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총량의 하락은 거시 요인이 대부분 설명하고, 연령과 경력에 따른 비대칭은 인공지능 확산 시점과 맞는다.
이 논쟁에서 양쪽이 자주 꺼내는 수치가 둘 있다. 하나는 인공지능이 개발자를 오히려 느리게 만든다는 실험 결과이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 전공 졸업생 실업률이 예술사 전공보다 높다는 통계다. 둘 다 실재하는 자료이지만 논문과 공개 문서에 적힌 조건을 함께 읽으면 인용되는 방식과 뜻이 달라진다.
첫째부터 보자. 인공지능 평가 비영리기관 METR은 2025년 7월 무작위 대조 시험 결과를 내놓았다.
설계는 실제 업무에 가깝다. 참가자 16명은 평균 5년 넘게 기여해 온 오픈소스 저장소에서 실제 이슈 246건을 처리했고, 인공지능이 허용된 조건에서는 주로 커서 프로(Cursor Pro)와 클로드 3.5 및 3.7 소네트를 썼다. 참가자들은 작업 전에 인공지능이 완료 시간을 24퍼센트 줄여 줄 것이라고 예상했고, 작업을 마친 뒤에도 20퍼센트 줄었다고 느꼈다. 실측값은 반대였다. 인공지능이 허용된 작업이 19퍼센트 더 오래 걸렸다.
이 19퍼센트는 인공지능 회의론의 근거로 널리 인용된다. 그런데 논문에 적힌 신뢰구간은 2퍼센트에서 39퍼센트다. 신뢰구간은 같은 실험을 여러 번 되풀이했을 때 참값이 들어 있을 것으로 보는 범위다. 이 범위가 넓다는 것은 실험이 말해 주는 것이 방향뿐이고 크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표본이 개발자 16명이니 당연한 결과다.
더 중요한 것은 METR 자신이 2026년 2월에 붙인 후속 보고다. 연구진은 2025년 8월부터 더 큰 표본으로 2차 실험을 돌렸는데,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이유는 참가자가 빠져나가는 방식에 있었다. 인공지능 없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실험 참가를 거절하는 개발자가 크게 늘었고, 참가한 개발자들도 인공지능 없이 하기 싫은 작업은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설문에서 30에서 50퍼센트의 개발자가 그렇게 했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효과가 가장 클 작업이 실험에서 통째로 빠져나갔다. 시간당 보수를 150달러에서 50달러로 낮춘 것도 겹쳤다.
그렇게 얻은 2차 실험의 추정값은 1차 참가자 재참여분에서 18퍼센트 단축, 새로 모집한 참가자에서 4퍼센트 단축으로 나왔다. 두 값 모두 신뢰구간이 0을 걸치므로 단축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연구진은 2026년 초 개발자들이 2025년 초보다 더 빨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서도, 선택 편의 때문에 그 크기를 자기 자료로는 말할 수 없다고 적었다. 19퍼센트 느려졌다는 수치를 지금 시점의 인공지능 도구에 대한 판정으로 인용하는 것은 논문이 허용하지 않는 사용이다. 2025년 상반기 도구를, 그 시기에 모집된 16명에게, 그들이 오래 다뤄 온 성숙한 저장소에서 잰 값이다.
둘째 수치로 넘어가자.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대학 졸업생의 노동시장 성과를 분기마다 공개하고, 전공별 실업률 표는 연 1회 갱신한다. 2025년에 널리 퍼진 표에서 컴퓨터공학 7.5퍼센트, 컴퓨터과학 6.1퍼센트가 예술사 3.0퍼센트보다 높게 나오면서 전공 선택의 근거로 인용되기 시작했다.
이 표가 무엇을 재는지부터 보자. 전공별 값의 출처는 미국 인구조사국의 미국지역사회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이고, 대상은 22세에서 27세 학사 이상 졸업생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 수치가 연방준비제도의 공식 추정치가 아니라고 명시한다. 조사 자체는 크지만 세부 전공과 좁은 연령대로 잘라 낸 하위 표본은 작아진다. 값이 얼마나 흔들리는지는 다른 자료와 비교해 보면 드러난다. 같은 연구진이 비교용으로 쓴 월별 인구현황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에는 22세에서 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월 26명에서 53명밖에 들어 있지 않고, 달마다 추정 고용이 20퍼센트 넘게 튀는 일이 흔하다. 스탠퍼드 연구진이 급여 기록으로 옮겨 간 이유가 그것이다.
발표 회차마다 순위가 바뀐다는 점도 같은 이야기다. 2026년 2월에 나온 갱신판에서는 인류학이 7.9퍼센트로 가장 높았고, 초기 경력 임금에서는 컴퓨터공학이 중위 9만 달러로 전 전공 1위, 컴퓨터과학이 8만 7천 달러로 2위였다. 실업률만 떼어 인용하면 같은 표의 임금 항목과 반대 방향의 결론이 나온다.
장기 전망도 함께 보아야 한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4년에서 2034년 사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이 15.8퍼센트, 사람 수로는 26만 7천 명 늘 것으로 보았다가, 2025년에서 2035년 기준 최신판에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품질보증 분석가, 테스터를 묶어 10퍼센트 증가로 하향했다. 낮춘 값이지만 전체 직업 평균보다 여전히 훨씬 높고, 연평균 10만 6100건의 일자리가 열릴 것으로 잡혀 있다. 노동통계국은 이 전망이 장기 구조 변화의 증거가 확실할 때만 보수적으로 조정된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인공지능 효과가 여기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는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세 수치를 함께 놓으면 이렇게 된다. 현재 시점의 도구가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신뢰할 만한 측정이 없고, 전공별 실업률은 표본이 작아 순위가 흔들리며, 장기 수요 전망은 하향 조정되었으나 여전히 성장이다. 이 상태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앞 절에서 본 연령 비대칭 하나다. 그것은 표본이 수백만 명이고, 여러 통제를 걸고도 남았다.
한 직업의 핵심 작업이 기계로 넘어갈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번이 처음 관찰되는 일이 아니다. 20세기에 같은 일을 먼저 겪은 직업들의 기록이 남아 있고, 그중 두 건은 기존 종사자와 다음 세대에게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을 보여 준다.
첫째는 미국 전화 교환원이다. 제임스 파이겐바움과 대니얼 그로스는 2024년 『계간경제학지(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이 사례를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1920년 시점에 전화 교환원은 미국 여성 노동력의 약 2퍼센트, 16세에서 25세 백인 미국 태생 취업 여성의 약 4퍼센트를 차지했다. 이직률이 연 40퍼센트에 이르렀으므로, 세기 전환기에 태어난 백인 미국 태생 여성 가운데 한 번이라도 교환원이었던 사람은 13.7퍼센트로 추산된다. AT&T는 1917년부터 기계식 교환기 도입을 권고하기 시작했고, 1940년까지 미국 도시 인구의 53.8퍼센트가 사는 지역에서 수동 교환이 사라졌다.
도시가 기계식으로 전환되면 그 도시의 젊은 교환원 수는 즉시 50퍼센트에서 80퍼센트 줄었다. 연구진은 여기서 두 집단을 나누어 따라갔다. 이미 교환원으로 일하고 있던 사람과, 그 뒤에 노동시장에 들어온 세대다.
기존 교환원의 결과는 나빴다. 같은 도시의 나이·인종·혼인 상태·거주 구역이 비슷한 다른 취업 여성과 비교했을 때, 전환을 겪은 교환원이 10년 뒤에도 교환원으로 일하고 있을 확률은 8퍼센트포인트 낮았다. 26세 이상 교환원은 아예 일을 하고 있지 않을 확률이 7퍼센트포인트 높았다. 계속 일한 사람 가운데 직업을 바꾼 비율은 비교 집단보다 11퍼센트포인트, 상대적으로는 40퍼센트 가까이 높았다. 그리고 이들의 직업 소득 지표는 평균 5퍼센트 내려갔는데, 같은 기간 비교 집단은 8퍼센트 올라갔다.
다음 세대의 결과는 달랐다. 전환이 끝난 도시에 새로 들어온 젊은 여성들의 취업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사라진 교환원 자리는 타자수와 속기사, 비서처럼 임금 수준이 비슷한 사무직과 식당 종업원처럼 더 낮은 서비스직으로 흡수되었다. 연구진은 이 흡수의 원인을 따로 검증했다. 전화 기술이 만든 보완 수요나 생산성 향상은 원인이 아니었다. 기계식 교환의 효율 이득은 사업용 전화 한 대당 연 1.5시간 미만으로 미미했고, AT&T는 절감분을 요금 인하로 돌리기는커녕 설비 투자를 근거로 요금 인상을 신청했다. 남은 설명은 사무 노동 수요가 다른 업종에서 새로 생겼다는 것이었고, 실제로 늘어난 비서직 대부분이 이전에 그런 인력을 쓰지 않던 업종에서 나왔다.
이 사례에서 읽을 것은 두 가지다. 기존 종사자는 다쳤고 다음 세대는 다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세대가 무사했던 이유는 잃은 일자리가 되돌아와서가 아니라 다른 자리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둘째는 미국 신문 식자공이다. 1852년에 결성된 국제활자공조합(International Typographical Union)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 이어진 노동조합이었다. 1880년대에 오트마어 메르겐탈러가 라이노타입을 발명했을 때는 신문 지면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일자리가 늘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컴퓨터 조판이 실용화된 1960년대다. 1974년 5월 뉴욕 지부는 뉴욕 데일리 뉴스를 상대로 파업에 들어갔는데, 신문사는 식자공이 전원 빠진 상태에서도 하루 200만 부를 찍어냈다.
그해 7월 지부는 뉴욕 주요 신문사들과 협약을 맺었다. 신문사가 조판을 전면 자동화할 권리를 갖는 대신, 조합원 1785명에게 평생 고용을 보장하는 내용이었다. 조합원 투표는 1009 대 41로 통과했다. 같은 해 워싱턴 포스트도 비슷한 협약을 맺었다. 뉴욕 타임스는 1978년에 활자 조판을 완전히 끝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협약이 무엇을 지켰고 무엇을 지키지 못했는가이다. 이미 조합원이던 사람들의 생계는 지켜졌다. 마지막 평생 고용 조합원은 2016년에 은퇴했다. 대신 조판실에 젊은 식자공을 새로 들일 통로가 막혔다. 조합은 1986년 12월 31일 해산해 통신노동자조합(Communications Workers of America)으로 흡수되었다. 기존 종사자를 지키는 방식으로 협상한 결과가 다음 세대의 진입 봉쇄였다.
지금 소프트웨어에서 관찰되는 것은 이 두 사례와 방향이 같다. 다른 점은 그 결과가 협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식자공은 조합이 협약에 서명해서 그렇게 되었고, 교환원은 도시별 전환 시점에 따라 그렇게 되었다. 소프트웨어에서는 그런 협약이 없었는데 같은 모양이 나왔다. 기업이 해고 대신 신규 채용 중단을 택했고, 그 선택이 개별 기업마다 따로 이루어졌는데 합쳐 놓으니 세대 간 비대칭이 되었다.
브리뇰프슨 연구진은 이 모양이 왜 생기는지에 대해 한 가지 설명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쉬운 것은 문서와 교육과정에 적혀 있는 지식이고, 대체하기 어려운 것은 일하면서 쌓이는 기록되지 않은 판단이라는 것이다. 신규 진입자가 회사에 제공하는 것은 대체로 앞쪽이다. 여기에 더해, 신규 채용을 줄이는 것이 기업이 인력을 조정하는 가장 마찰이 적은 방법이라는 점, 그리고 애초에 신입을 훈련시켜도 다른 회사로 옮겨 가므로 훈련 투자 유인이 약하다는 점도 함께 작용한다고 적었다. 이 설명은 아직 검증된 인과가 아니라 관찰된 사실에 대한 가설이며, 논문 자신이 앞으로의 연구 과제로 남겨 두었다.
앞 절까지가 고용의 문제였다면, 첫 절에서 나눈 두 번째 문제가 남아 있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일에 붙던 사회적 평가가 왜 내려가는가이다. 이것은 실업률이나 공고 수로 재지 못하고, 재는 도구도 확립되어 있지 않다. 다만 같은 물음을 오래 다룬 연구 전통이 있다.
해리 브레이버먼은 1974년 『노동과 독점자본(Labor and Monopoly Capital)』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이 일을 재조직하는 방식의 핵심은 구상과 실행을 떼어 놓는 데 있다고 보았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계획하는 부분을 경영과 기술 부서가 가져가고, 작업자에게는 잘게 쪼갠 실행만 남긴다는 것이다. 그의 논지에서 중요한 것은 작업자가 더 힘든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과정에 대한 판단이 손에서 떠나면서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준비 기간이 짧아진다는 대목이다. 준비 기간이 짧아지면 대체 가능한 사람의 수가 늘고, 임금과 대접은 그것을 따라간다.
이 명제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폴 애트웰은 1987년 『노동과 직업(Work and Occupations)』에 실은 「탈숙련 논쟁」에서 이론과 실증과 방법론 세 방향으로 반론을 정리했다. 그가 특히 파고든 것은 사무 노동의 전산화였다. 탈숙련 명제를 지지하는 연구들이 숙련을 무엇으로 측정하는지 일관되지 않았고, 같은 전산화를 두고 숙련 하락으로도 상승으로도 읽을 수 있는 자료가 함께 나왔다는 지적이다. 브레이버먼 자신도 자본주의가 일을 일직선으로 단순하게 만든다는 식의 주장은 너무 거칠다고 서문에서 선을 그어 두었다.
그러니 이 틀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이다. 도구가 바뀔 때 그 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가 짧아지는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지금 양쪽 방향의 증거가 함께 나온다. 한쪽에서는 코드를 처음 만들어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다른 쪽에서는 하이어링 랩 집계처럼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 연수가 오히려 올라갔다. 두 가지가 동시에 참일 수 있다. 코드를 만드는 작업의 진입 장벽은 내려가고, 만들어진 코드가 맞는지 판단하고 책임지는 작업의 진입 장벽은 그대로이거나 올라간 것이다.
이 구분은 앞 절의 관찰과 맞아떨어진다. 브리뇰프슨 연구진의 자료에서 인공지능이 사람 일을 대신 처리하는 쪽으로 쓰이는 직업에서만 신규 진입자 고용이 줄었고, 사람 일을 돕는 쪽으로 쓰이는 직업에서는 오히려 늘었다. 성숙한 저장소를 오래 다뤄 온 개발자 16명이 1차 METR 실험에서 속도 이득을 얻지 못한 것도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표본이 작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방향은 읽을 수 있다. 이들이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이 코드를 치는 작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려가고 있는 것은 프로그래밍 전체에 대한 대접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가운데 코드를 생산하는 부분에 붙어 있던 대접이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 프로그래밍에 들어오는 통로는 대부분 그 부분을 거쳤다. 신입에게 맡기던 일이 바로 거기였고, 잘한다는 평가도 주로 거기서 나왔다. 대접의 하락과 신규 진입의 봉쇄는 그래서 같은 자리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이다.
이 글이 확인한 것을 논지 기준으로 묶으면 세 덩어리다.
첫째, 소프트웨어 채용 총량의 하락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퍼지기 전에 시작되었다. 미국 기술직 공고는 2022년 초에 정점을 찍고 무너졌고, 정점 대비 순감소분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챗GPT 공개 이전에 일어났다. 여러 나라에서 방향이 같았고, 금리 인상과 팬데믹 기간의 과잉 채용, 그리고 미국의 경우 연구개발비 세제 변경이 이 시기와 겹친다.
둘째, 그 하락의 연령 구성은 거시 요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급여 기록 수백만 건에 기업과 시점을 함께 통제한 분석에서, 인공지능 노출도가 높은 직업의 22세에서 25세 근로자에게만 16퍼센트의 상대적 고용 감소가 남았다. 컴퓨터 직업을 빼도, 재택 가능 여부로 나누어도, 금리 민감도로 나누어도 같은 방향이었다. 조정은 임금이 아니라 사람 수에서 일어났고, 해고가 아니라 신규 채용 중단으로 나타났다. 채용 공고의 경력 요건이 올라가기 시작한 시점도 공고 수가 무너진 시점보다 늦고 인공지능 확산 시점과 맞는다. 2025년부터 시작된 반등마저 선임급과 인공지능 관련 직함에 몰려 있다.
셋째, 이 논쟁에서 양쪽이 자주 인용하는 수치들은 인용되는 만큼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다. METR의 19퍼센트 감속은 개발자 16명을 대상으로 2025년 상반기 도구를 잰 값이고 신뢰구간이 2퍼센트에서 39퍼센트이며, 연구진 자신이 후속 실험의 선택 편의 때문에 현재 시점의 효과를 자기 자료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공별 실업률 표는 세부 전공과 좁은 연령대로 잘린 하위 표본에서 나와 발표 회차마다 순위가 바뀌고, 같은 표의 임금 항목은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장기 고용 전망은 하향 조정되었으나 여전히 평균을 크게 웃돈다.
원인을 나누면 대응이 달라진다. 총량의 하락은 개인이 도구를 쓰느냐 마느냐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본 비용과 세제와 경기가 움직이면 함께 움직이고, 실제로 2025년부터 공고가 일부 돌아왔다. 반면 신규 진입의 봉쇄는 성격이 다르다. 이것은 채용과 훈련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부담하는가의 문제이며, 개별 기업이 각자 합리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다. 전화 교환원과 식자공의 기록이 보여 주는 것은 이 지점에서 개인의 선택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기존 종사자와 다음 세대는 따로 움직였고, 어느 쪽 결과도 개인이 도구를 받아들였는지 거부했는지로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음이 둘 남는다. 하나는 지금 막힌 통로가 열릴 것인가이다. 전화 교환원의 다음 세대는 다른 업종에서 새로 생긴 사무직으로 흡수되었는데, 그 흡수가 완결되기까지 20년이 걸렸고 흡수처는 전화 산업 바깥에 있었다. 소프트웨어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그 자리는 소프트웨어 안이 아닐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신입을 뽑지 않는 상태가 몇 년 이어졌을 때 지금의 경력자를 대체할 사람이 어디서 나오는가이다. 기업은 기록되지 않은 판단을 가진 사람에게 값을 치르고 있는데, 그 판단은 기록된 지식을 다루는 일을 몇 해 해 봐야 쌓인다. 이 두 물음은 현재 자료로 답이 나오지 않고, 앞으로 몇 해의 급여 기록이 답할 부분이다.